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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10

더보기 "오, 봇치 짜~! 아, 응……?" "저, 저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둘 다 일찍 나오셨네요." 서로의 이름이 들어간 스웨터를 입고 이쿠요 짱과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두 사람의 굳은 얼굴이 마중했다. 둘은 귀여운 평범한 봄옷으로 커플룩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런 남사스러운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어라? 선배들 그 스웨터 안 입어요?" "아니, 그거 반쯤 장난이었고. 그래도 새삼 입고 나온 거 보니까 장난 아닌데……." "귀엽지 않아요? 무엇보다 히토리 짱이랑 세트! 그치 히토리 짱!" "네, 엄청 귀여워요!" "이 바보 커플이……!" 오늘 데이트 코스는 수족관에 갔다 점심을 먹고 중고 옷가게 순회다. 이 차림으로 옷가게에 가는 걸 료 씨는 명백히 싫은 표정을 했지만 둘도 예..

작업물/번역 2024.03.20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9

더보기 곤돌라에서 묘하게 말수가 적어져 버린 키타 짱을 떠올리고 거북했나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가 있는 키타 짱을 기다린다. 해가 떨어지면서 쌀쌀해지자 재킷 앞을 여몄다. 오늘은 고백을 하기로 정해 뒀다. 예쁜 걸 좋아하는 키타 짱을 위해 고백으로 유명한 스팟에서 화려하게 고백해 줄 거다. 뭐 전하는 말은 좋아해요 사귀어 주세요 정도밖에 없지만. 이번에야말로 애인이 되는 거다. 그걸 위해 그런 수고스럽고 하고 싶지도 않은 작전을 실행했고 여기서 사귀지 못하면 본격적으로 나는 키타 짱을 놓치고 만다. 모르는 누군가의 그림자는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에 가서 시찰하자 키타 짱과 친해 보이는 사람은 남녀를 따지지 않고 몇명이나 있었다. 나는 역시 어장의 한사람이었나 하고 어..

작업물/번역 2024.03.20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8

더보기 히토리 짱 상태가 이상하다. 나한테 묘하게 무뚝뚝해서 마치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았다. 히토리 짱에 한해서 그럴 리는 없다. 더이상 나는 놀 가치밖에 없단 뜻이라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미움받으면, 버림받으면 어떡하지. 나한텐 히토리 짱밖에 없는데. 하지만 사귀는 건 무섭다. 그치만 사귀고 나서 재미없다고라도 생각되면 나는 마이크도 잡지 못하게 되고 만다. 차가운 눈빛을 받으면서 이제 필요 없단 말이라도 듣는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자 옆이 가라앉고 분홍색이 나부꼈다. 상냥한 푸른 눈동자가 나를 보고 어깨를 끌어안는다. 고등학교 때에 비해서 나보다 조금 커진 몸에 안심했다. "또 불안해졌어요?" "미, 미안해……." "아니요. 그런 키타 짱도 귀여워요..

작업물/번역 2024.03.19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7

더보기 어떨 때는 알바 중에. "저, 저기, 히토리 짱. 여기, 내가 할 테니까." "아아, 알겠어요. 부탁드려요." 어떨 때는 연습 중에. "저, 저기, 히토리 짱. 여, 여기, 잘 모르겠어." "어디요? 아아, 좀 어렵죠." 어떨 때는 라이브 끝나고. "저, 저기, 히토리 짱. 나, 제대로 했어……?" "네. 정말 잘 했어요. 열심히 했네요." "뭔가 있지, 이쿠요 이상하지 않아?" "료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상하다고 퉁치는 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요즘 키타 짱은 좀 이상하다. 항상 쭈뼛쭈뼛하고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는 명랑함이 숨을 죽이고 있다. 뭔가 이상한 거라도 먹었나 생각하면서 료 씨와 니지카 짱네 집의 작업실 천장을 올려다본다. "또 봇치가 이쿠요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

작업물/번역 2024.03.17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6

더보기 라이브를 끝내고 팬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는 히토리 짱이 끈질긴 팬한테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술에 취한 것 같은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걸 조르고 있는 듯해서 아직도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하는 히토리 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요구를 피하고 있었다. 이건 구하러 가야겠다 싶어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사양을 하고 히토리 짱이 있는 곳으로 서두른다. 하지만 내가 히토리 짱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다른 누군가가 끈질긴 팬과 히토리 짱 사이에 들어왔다. 대화는 들리지 않았고 팬은 고개를 숙이고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나서 히토리 짱과 구해 준 그 사람은 친한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 적이 있었다. 분명 전에 같이 공연한 기타리스트인 여성이었다. 서로 미소짓는 모습에 시커먼 감정이 가슴을 뒤덮었다. 그 역할..

작업물/번역 2024.03.14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5

더보기 기타 히어로는 고고한 천재여야 한다. 결속밴드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진 히토리 짱에게 애인 같은 게 생겼다간 소리나 가사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히토리 짱이 사귀는 건 어차피 상냥하고 붙임성 좋은 거유인 여자일 테니까. 그런 얄팍한 여자에게 넘겨주는 건 절대로 싫고 히토리 짱이 나를 봐 주지 않게 되는 건 엄청나게 싫다. 그러니까 이렇게 귀엽고 상냥하고 기타를 잘 치는 히토리 짱은 내가 지켜 줘야 해. 나쁜 어른은 히토리 짱 같은 쉬운 사람을 쉽게 찾아내니까. 내가 감싸서 소중하게 소중하게 키워 줘야 한다. 구제해야 할 대상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마음고생에 한숨을 쉬자 "무슨 일 있어요?" 하며 머그컵을 두 개 든 히토리 짱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내게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

작업물/번역 2024.03.13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4

더보기 "방해야. 비켜." "앗, 넵……죄송합니다……." "그보다 왜 이런 데 있어? 잡초나 먹고 올 것이지." STARRY에서 라이브를 마친 후 홀에서 니지카 짱이 료 씨를 구박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아침부터 두 사람 분위기가 최악이었다. 키타 짱은 분위기를 읽고 최대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지금도 팬 대응을 하고 있지만 정말로 분위기가 나쁘다. 멀리서 보고 있던 내 옆에 점장님이 다가오자 똑같은 시선을 보냈다. "어, 어제까진 아무렇지도 않았었죠?" "멍청한 료가 다른 여자한테 밥을 얻어먹었다더라." "그, 그렇군요……." 니지카 짱은 즉 료 씨가 바람을 펴서 화가 난 듯했다. 하지만 밥을 얻어먹은 게 바람에 들어간다니 니지카 짱도 꽤나 엄격하다. 나였으면 삐치긴 했겠지만 아마 태도..

작업물/번역 2024.03.12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3

더보기 아무리 기다려도 한밤중의 저주는 그로부터 들리지 않게 되었고 벌써 이틀이 지났다. 키타 짱이 없는 걸 핑계삼아 하루종일 스튜디오에서 기타를 울리고 있으려니 찰칵 문이 열리고 금색 눈동자가 나를 본다. 나는 방해받은 듯한 기분이 되어 시선을 기타로 되돌리고는 연습을 재개했다. "계속 곤두서 있네, 이쿠요랑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아무일도 없었어요, 내버려 두세요." "그래선 있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료 씨는 베이스를 꺼내고 앰프에 연결해 피크를 들었다. 그 시점에서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팔을 치켜들고, 아래로 휘두르면서 다운 스트로크. 볼륨이 맥스로 되어 있는 듯한 앰프에서는 폭발음이 울려펴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 료 씨를 노려보았다. 장본인은 꼼꼼하게도 귀마개를 하..

작업물/번역 2024.03.11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2

더보기 "뭐야, 여기." "보는 대로 신주쿠예요." "그게 아니라." "키타 짱~, 봇치 짱~! 안녕~!" "늦었네." 휴일, 아직 자고 있는 키타 짱을 두들겨 깨워서 준비를 시키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전철을 타자 역시나 그녀는 당황했다. 무리도 아니다. 깨워져서 옷을 갈아입고 영문도 모르는 채 신주쿠에 와 보니 커플룩을 하고 들떠 있는 바보 커플이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저, 저기요?" "어라라~? 키타 짱하고 봇치 짱은 안 해~? 커플룩♡" "잠깐 잠깐, 둘은 아직 사귄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뭐 우리들 같은 러브러브는 못하지~." 짜증나! 몰래카메라 비슷한 책략인 주제에 일부러 나를 도발할 필요는 없잖아요! 부들부들 주먹을 쥐고 있자 키타 짱은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고 있었다. "저, 저기 선배님들,..

작업물/번역 2024.03.10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1

"완전 무거운 키타 개념의 개그 보키타." 더보기 집에 돌아가면 또 시작이겠구만 생각하며 취기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귀로를 걷는다. 기타 히어로로서 다른 밴드 라이브를 도와준 뒷풀이에서 꽤나 즐겁게 마셔서 지금은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그 기타 히어로 님이죠! 라든가, 엄청나게 기타 잘 치시네요! 란 말을 들으면서 마시는 술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친절했지. 아파트에 도착해 아무도 없는 걸 핑계 삼아 콧노래를 부르면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결속밴드도 5주년이 되었고 나도 20살이 되었다. 메이저 데뷔하고 그럭저럭 벌고 있는 나는, 돈으로 고민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사람으로 고민하고 있다. 우리 밴드의 기타 보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한 사람밖에 없다. 카드키를 문의 센서에 대..

작업물/번역 2024.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