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제 짝이 되어 주세요

카와즈 2025. 3. 14. 20:41

"보α 키타Ω인 오메가버스. 이어지는 물건입니다. 같은 날에 두 편 올리니 주의해 주세요 전편:https://kawazu.tistory.com/204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요. 본편적으로는 앞으로 한 편 있으니 어울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더라도 누군가에게 꽂히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더보기

나는 별볼일 없는 숨은 α고, 키타 짱과의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계속 짝이란 것을 의식할 일은 없었다. 아싸고 커뮤증인 나는 그런 세계와는 전혀 관계 없이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청춘 컴플렉스를 자극할만큼의 연애 얘기에는 가능한 한 다가가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이 그런 감정을 가지는 일도 없었다. 결속밴드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고 나서, 나는 조금씩이지만 변하기 시작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이번엔 자신이라는 것을 탐색해 보았지만 그런 것은 결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여러 개의 불안을 모아서는 결정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내서, 지금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을 뿐이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만을 어떻게든 해결해서 단지 그 일에 휩쓸리며 지내고 있었다. 휩쓸리고 있었으니까 뭔가 한 기분은 들었어도 실제로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그렇다기보다, 결정한다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고, 그 한편으로 부풀어가기만 하는 키타 짱을 향한 마음을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 있었다. 언젠가 없어지는 게 무서워졌다. 누군가에게 빼앗길 거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받고 상처받는 게 싫었다.



----



세간은 연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요즘이라 하면 크리스마스 라이브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레코딩을 했을 때에 비하면 평온한 나날이었다. 단지 요즘, 키타 짱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 딱히 싸운 것도 아니고 전혀 안 만나는 것도 아니다. 더 말하자면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는 자신의 제어도 되기 시작해서 이걸로 키타 짱을 안심시켜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키타 짱은 반대로 무언가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한 그런 분위기였다.

"저, 저기, 뭔가 요즘 고민 있어요?"
"음…, 으응. 괜찮아. 히토리 짱은 걱정하지 마."

그 모습이 신경 쓰여서 몇 번인가 물어 봤지만 그런 답이 되돌아오기만 하고 파고들려고 하면 화제를 돌렸다. 부모님한테도 요즘 키타 짱 안 오는구나란 말을 듣기 시작해서 역시 지금까지와는 뭔가가 다르다고 느낀다. 잘 생각해 보니 키타 짱과 만나는 데에 내 쪽에서 행동한 적은 별로 없었고, 그러고 보면 전부 키타 짱의 제안이었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것을 깨달았다. 키타 짱과 만나는 시간은 뭣부터 뭣까지 키타 짱에게 의지해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큰일 아닌가 생각하게 되어서, 제대로 키타 짱과 얘기할 시간을 만드는 편이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지만 어떡하면 본심을 들을 수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만약 그게 내가 멈춰서 있어서 그런 거라든가, 그 때 못 문다고 그래 버려서 아닌가 생각해 버려서, 자신의 결론이 나지 않은 채로 키타 짱과 얘기해 봤자 어떻게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변명을 하는 사이에 크리스마스 라이브도 끝나서 진짜로 올해가 끝나려 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내 방 다다미 위에 대자로 나뒹굴면서 그저 천장을 바라본다. 가슴에 손을 대 보자 목에 걸고 있는 작은 열쇠의 감촉이 있었다. 그걸 만지고 있으면 키타 짱과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오란 건 어떡하면 생기는 걸까."

좋아, 각오를 하자! 라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료 씨와 얘기했을 땐 뭔가가 정해진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기분도 어쩐지 진정되어 버렸달지, 아니, 진짜로 괜찮아? 같은 또 하나의 자신이 찾아온다. 고등학교 졸업한 뒤엔 기타로 살아가자고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뭐가 다른 걸까. 대학이란 걸 가기 싫으니까? 그런 이유도 물론 있지만. 하지만 분명 니지카 짱이나 료 씨나 키타 짱이 있어서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밴드를 결성하기 전의 내가 알바를 하면서 밴드를 계속한다는 진로를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속밴드가 있으니까 지금 내가 있다.

모두가 있으니까 각오를 굳힐 수 있었다. 만약 그게 옳다면 내가 짝을 만들 각오를 하기 위해서는 키타 짱 자신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히토리 짱~?"

그런 걸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더니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방문 쪽을 보자 그대로 문이 열리고 엄마가 얼굴을 내민다.

"또 그렇게 뒹굴고."
"왜? 엄마."
"아, 맞아 맞아."

용건을 재촉하자 엄마는 방 안에 들어와서 내가 있는 곳까지 다가온다. 그대로 얘기하면 되는데 일부러 다가오는 엄마에게 위화감을 느껴서 나도 모르게 일어났다. 엄마는 내 가까이에 쪼그려 앉아, 아까 톤보다 볼륨을 낮추고 마치 비밀 얘기를 하듯이 말을 걸었다.

"엄마가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있지,"
"에? 아, 응."
"9월부터 3개월 지났는데, 키타 짱 괜찮아?"

9월? 무슨 일일까 생각했다가 단번에 이해했다. 나도 모르게 방의 일일 달력을 본다. 정말로 대충 3개월이었다. 맞아 키타 짱의 히트 기간 아닌가? 어라, 하지만 연락이 없는데?

"그런 건 제대로 봐 줘야지. 응?"
"앗 으, 응. 고마워. 엄마."

방을 나가는 엄마를 시야 구석으로 배웅하면서 내 스마트폰을 주워 로인 화면을 봐 보지만 키타 짱으로부터의 연락은 안 와 있었다.

"어, 어떡하지."

키타 짱 히트 안 왔어요? 라고 물어봐? 혹시 요즘 만나는 시간이 줄어서 히트가 안 오고 끝났다든가? 그렇다면 좋겠지만…아니 키타 짱은 뭔가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만날 시간이 줄어든 것도 진짜로 괜찮은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애초에 이미 히트중이거나 그러면? 그럼 연락 오겠지? …안 올 수도, 있나?

지금까지의 키타 짱이었으면 히트가 올 것 같으면 반드시 연락을 줬을 테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겨울방학 들어서 안 만난 것도 아닌 느낌이 든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역시 지금 상황의 이상함과, 자신 안에서 상상하고 마는 일말의 불안. 어라, 혹시 나 버려지려고 하고 있나?

갑자기 호흡이 어려워졌다. 몸도 안절부절 진정되지 않게 된다. 각오는 되지 않는데, 어쩔 도리 없이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만이 슬플 정도로 내 안에서 분명하게 자각되었다.



----



크리스마스 라이브에 히트가 오는 일도 없이 그대로 겨울방학이 되었다. 며칠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만큼 떨어지면 괜찮은 걸까 생각하는 한편, 결국 마음의 거리까지 만들어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들은 진로 이야기, 밴드에서의 자신 이야기, 히토리 짱과의 거리감.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그런 내 상태를 눈치채고는 히토리 짱이 신경을 써 주었지만 어째선지 나는 도망치고 말았다. 금방 도망친다. 내 나쁜 버릇. 나와 히토리 짱의 관계는 히토리 짱이 고백을 해 준 이후 내가 계속 미는 형태로 성립되고 있었고, 내가 조금 당겨 보니 깔끔하게 약간의 틈새가 생겼다. 틈새가 생긴 것처럼 보이는 건 나뿐인 건지, 히토리 짱이 봐도 그런지는 모른다. 쫓아오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보기엔 아무것도 안 변한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되든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던 건 자신일 터인데 지금까지가 너무 채워져 있었던 탓에, 조금 생긴 틈새조차 싫다고 여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멋대로인 거겠지.

친구로부터 로인은 오지만 그리는 사람으로부터는 오지 않는다. 그것도 그렇다. 애초에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하는 건 드문 일이니까. 보내면 오지만, 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온다. 답장이 오는 것만 해도 특별한 거니까 먼저 보내 오라니 사치스런 부탁이다. 그냥 어쩐지 기타 히어로 계정을 들여다 보자 빈틈없이 최근 갱신한 기색이 있어서 어쩐지 분해졌다. 히토리 짱은 달린 코멘트에 반응 같은 건 안 하니까 로인의 답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내 쪽이 위려나, 하는 잘 모르겠는 내려치기를 자기 안에서 하고 만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밴드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그녀의 진심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 기타 히어로?"

소리에 이지치 선배가 반응해서 내 쪽을 돌아본다.

"네. 새로운 게 올라왔더라고요."
"진짜 솔로로는 압도적이지."
"…그러게요."

그렇다, 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지치 선배네 집에서.
선배는 사각사각 대학입시의 기출문제와 계속 격투하고 있었고 나는 그 뒤에서 뒹굴뒹굴 고민하고 있었다. 살짜쿵 소리에 귀기울인 뒤에, 선배는 만족스러운 듯이 다시 책상을 향했다.

"키타 짱 있잖아, 왜 우리집에서 고민하고 있어?"
"…지금 집도 이리저리 시끄러워서요."
"뭐어, 그쪽은 들었는데. 지금 고민하는 거 그쪽?"
"……전부요."
"전부인가아."

마른 웃음 뒤에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지나자 선배는 펜을 굴리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펼친 페이지만큼을 다 풀면 내게 말을 걸어도 된다는 걸로 하고 있는 건지 또 펜이 멈춘 타이밍에 말을 걸어왔다.

"봇치 짱, 키타 짱이 고민하고 있는 거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렇, 겠죠."
"얘기하러 가면 될 걸."
"그쪽은 기다리겠다고 말해 버렸거든요."
"그~렇구나?"

또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번엔 조금 고민하고 있다. 오른손에 든 펜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어느 정도 지나자 또 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α니 Ω니 그런 건 내 세계에는 없는 감각인데, 짝이란 건 조금, 음-, 아니, 꽤나 동경한단 말이지."
"…이지치 선배?"
"료가 있잖아, 짝은 안 만들겠다고 그러거든."

이지치 선배는 내쪽을 향하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아마 그건 분명 나를 생각해서 그런 거란 건 알겠는데. 조금 미안하게 생각해. 유일무이라잖아? 짝이란 건."
"그렇, 죠."
"근데 됐대. 나한테 얹혀 살고 싶대. 그게 뭐냔 느낌이지만. 그래도 뭔가 기뻐져 버린단 말이지."

이지치 선배가 내 쪽을 본다.

"기다리겠다고 정한 그 마음은 분명 봇치 짱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농담 섞어서라도 좋으니까 마주보는 것만큼은 멈추지 않는 편이 좋아."

히토리 짱과 농담 섞인 대화를 한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버렸지만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은 막연히 전해져 왔다.

"……네."

그렇게 대답했을 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이번엔 누구일까 봐 보니 히토리 짱이었다. 설마 했던 일에 나도 모르게 굳는다.

"혹시 봇치 짱?"
"네."
"엄청난 타이밍이네. 뭐래?"
"……보고 싶대요."
"오오, 열렬하네."

이지치 선배가 히죽거리면서 나를 관찰하고 있다.

보고 싶어요. 지금 어디 있어요?

이렇게 짧은데 어쩔 도리 없이 기뻐지고 만다. 생각해 보면 히토리 짱이 보고 싶다고 말해 준 건 처음인 느낌이 들었다.

"빨리 답장하고 갔다 와. 고민이 잔뜩 있는 건 알겠지만 여기서 뒹구는 것보다 분명 좋을걸."

그렇게 나한테 말하면서 이지치 선배는 다시 기출문제를 향한다. 나는 어떤가 하면 웬일로 뭐라고 답장할까 생각해 버려서 읽음 표시인 채로 잠시 답을 안 하고 있자

지금 예정이 비어 있는지 묻는 걸 까먹었어요. 죄송해요.

라고 추가로 메시지가 온다.
완전히 충동으로 썼다는 걸 알고 나도 모르게 웃어 버린다. 지금 시모키타자와에 있고 예정은 없다는 걸 전해 보자 금방 읽음이 떴다.
딱 한 마디

갈게요.

라고 답장이 왔다.



----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수단을 고르지도 못하고 나는 키타 짱에게 로인을 보냈다. 읽음이 떴는데 키타 짱으로부터의 답장은 평소보다 늦어서, 잘 생각해 보니 자신이 키타 짱의 예정도 묻지 않고 보냈단 것을 깨달았다. 당황하며 사과해 봤더니 시모키타에 있다는 것, 딱히 볼일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만나러 가는 데에, 집을 나서는 데에 나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그저, 갈게요. 라고만 답장하고 나는 코트와 가방을 집어 집을 뛰쳐나왔다.

시모키타자와 역에 도착하자 키타 짱은 이미 약속 장소에 와 있었다. 키타 짱에게 말을 걸자 키타 짱은 내 쪽을 보고 웃으며 오늘은 얘기를 할까. 라고 말했다. 키타 짱은 히트의 징후는 안 온 모양으로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그것만큼은 안심했다. 시모키타자와역 자체도 주변의 카페도 내가 힘들어하니까 키타 짱은 공원을 골라 주어서, 우리는 아샤 촬영 때 들렀던 공원에 왔다. 놀이기구에 탄 료 씨와 키타 짱을 봤던 건 아직 1학년일 때였다. 그리운 듯한 기분도 들고 그렇게 옛날이었나 하는 기분도 든다. 도쿄의 겨울답게 오늘도 하늘은 맑아서 밖에 있어도 태양빛으로 살짝 따스함을 느꼈다.

"히토리 짱이 보고 싶다고 라인해 줘서 기뻤어."
"에? …앗 그렇죠. …늘 키타 짱이 먼저였으니까."

둘이서 벤치에 앉으면서 키타 짱이 나를 향해 웃음짓는다. 그 모습을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앗 그, …요즘 그다지 키타 짱하고 못 만난 느낌이 들어서요."

그렇게 말하자 키타 짱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래서, 제가 뭔가 저질렀나 하고. 요즘 키타 짱 뭔가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사실은 정나미가 떨어진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건 아무리 그래도 묻지 못했다.

"…히토리 짱은 눈치 못 챘을 줄 알았어."
"네?"
"내가 히토리 짱하고 거리 두고 있단 거."

그걸 듣고, 아아, 역시 거리 두고 있었구나 깨닫고 심장이 살짝 무거워졌다.

"저, 제가 뭔가 했나요?"
"아니. 내가 9월에 저질러 버렸으니까 좀 자중하고 있었을 뿐이야. 12월도 크리스마스 라이브 있었고."

9월 말. 히트가 겹쳐서 까딱하면 레코딩을 못하는 게 아닌가 했었다. 그런가, 키타 짱한텐 그렇게 보였구나. 키타 짱한테 히트가 오는 건 내가 원인이었는데.

"죄송해요. 제가 제대로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으면 이런 일은."

키타 짱 쪽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자신의 허벅지에 놓은 두 손을 바라본다.

"으응. 나도 제대로 얘기 안 해서 미안해."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다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얘기해오지 않았다. 내가 얘기를 잘 못하는 것도 있고 키타 짱이 얼버무리는 것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쩌면 키타 짱도 그렇게 생각해서 오늘은 얘기를 하자고 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얘기하는 건 잘 못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전하지 않는 건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키타 짱하고 짝이 되는 거."
"…응."
"처음에 말한 대로, 제가 키타 짱 짝에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거에 대해선 지금도 변함없어요."

키타 짱은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내 얘기를 그대로 들어 주었다.

"아마 분명,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고, 제가 약속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가 되어도 안 변할 거라 생각해요."

료 씨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리 발악해 봤자 나는 나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넘치는 기타 히어로다운 고토 히토리는 분명 망상 밖으론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키타 짱하고 같이 있게 되어서, 키타 짱한테 잔뜩 좋아함을 받아서, 저는 조금 욕심을 부리게 됐어요. 키타 짱 옆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졌어요."

그렇더라도, 변한 곳이 있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어서 그걸 받는 법을 배우고 말았다. 괴로워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키타 짱과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중에, 이번에 살짝 키타 짱이 거리를 둬서 깨달았어요. 지금까지의 나와 키타 짱의 관계성은 키타 짱이 노력해 줘서 성립됐던 거라고."

어쩌면 그건 내가 처음 때 키타 짱이 날 좋아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해 버려서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얼굴을 들고 키타 짱을 본다.

"그러니까, 고마워요. 저랑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약간의 빛과 불안이 뒤섞인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내 마음은, 히토리 짱이 생각하는 것처럼 깨끗한 게 아닌걸."

키타 짱은 시선을 내린다.

"나 있지, 이대로 밴드를 계속하는 길을 나 같은 사람이 걸어도 괜찮은 걸까 하고.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릴 때가 있어."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키타 짱이 우리집에 묵으러 왔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도 말했었던가. 음악을 해 왔던 밑바탕도 카리스마도 없다고.

"하지만 히토리 짱이 좋아하게 된 건 분명, 음악을 하는 나일 테니까."
"네…?"
"그래도 짝이 되면, 내가 밴드의 길에서 벗어나도 히토리 짱하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확실히 나는 밴드 활동을 통해 키타 짱을 좋아하게 되었다. 밴드를 하지 않는 키타 짱이라니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키타 짱은 가끔 대범한 생각을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렇게 깨끗한 게 아니라고. 실망했지?"
"아, 아뇨."

실망했다기보단 키타 짱답다고 생각하고, 계속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키타 짱이 짝이 되고 싶은 이유가 드디어 보인 느낌이 들었다. 같이 있고 싶다는 의미를 알았다. 키타 짱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런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고맙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히토리 짱…."

늘 우리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한다. 나는 실망받는 게 무서워서 짝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키타 짱은 내 마음이 멀어지는 게 무서워서 짝으로 묶어 두려 생각했다. 너무나도 반대지만, 하지만 우리가 서로의 곁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점이었다.

그렇다면 계속 같이 있을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키타 짱이 나와의 관계를 이어 주었듯이, 나도 키타 짱과의 관계를 잇고 싶다.

불안은 있다. 자신도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나일 뿐이니까.
나는 포기를 포기한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올려다보니 12월 하늘은 벌써 저물기 시작해서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다.
그런 공기를 들이쉬고 내쉰다.

"저희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저희들끼리 살아 나갈 수도 없어요."

원래는 눈을 보고 말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더 그건 기다려 줬으면 한다.

"그러니까 재학중에 짝이 된다고 말하는 건 역시 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키타 짱은 어떤 표정일까. 궁금하지만 보는 것도 무섭다.

"하지만 이제 저는 이 열쇠를 누군가한테 양보할 생각은 없어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에 걸린 키타 짱의 열쇠를 옷 너머로 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뒤까지, 저희들 생활을 준비한다든지 키타 짱네 부모님 허락도 제대로 받아서,"

이런 추운 하늘 아래인데 내 몸은 얼굴까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의 고동도 시끄럽다.

"그, 그리고, 키타 짱이 4월에 20살 생일을 맞으면."

처음엔 그냥 생각나서였지만 그것도 분명 운명이었다.
나는 결심하고 키타 짱을 돌아본다.


"…저의, 고토 히토리의 짝이 되어 주세요."


키타 짱에게 손을 내민다.
한껏 허세를 부린, 자신 안에서는 최대의 고백을 나는 했다.

나를 올려다보는 키타 짱의 눈이 크게 뜨인다. 오늘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야 나도 오늘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내밀어진 손이 잡히는 일 없이, 놀란 키타 짱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그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에, 아, 키, 키타 짱?"

간단히 손을 잡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내밀었기에 붕 뜬 이 손을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게 된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키타 짱도 자신이 울고 있단 것을 깨달았는지 허둥대며 눈가를 닦았다.

"아, 미안해. 나 놀라 버려서."
"아, 아뇨, 그, 갑자기 잘난척해서 죄송해요."
"아니. 근데, 저기, 그, 우리 부모님이 반대하면 어떡할 거야?"

고백에 질문이 날아들어 올 줄은 몰라서 이번엔 내가 놀랄 차례가 된다.

"어, 반대하면?"

잠시 생각해 봤지만 키타 짱을 포기할 이유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 그 때는 기정사실을 만들어 버릴까요. 키타 짱 20살이고."
"그 때 히토리 짱은 아직 19살인데?"
"…저희집은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쓸 거라 생각하니까요."

지금도 키타 짱 Welcome일 정도다.
내가 그렇게 답하자 키타 짱은 웃기 시작한다.

"중간까진 계획적이었는데 갑자기 무계획이 되는구나."

기세 때문에 반대당하는 데까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내밀어진 손은 이제 갈 곳을 잃어버렸다.

"저, 저기, 키타 짱?"
"…히토리 짱."
"앗 네."
"아까 그거 한번 더 해 줘."

키타 짱이 나를 바라본다. 기대에 찬 눈빛이다. 아까 그것도 일생일대의 고백이었는데. 이게 앙코르인가, 라느니 영문 모를 현실도피를 하면서 나는 한 번 심호흡을 했다. 다시 한 번 키타 짱 앞에 손을 내민다.

"키타 짱, 제 짝이 되어 주세요."

그 손을 잡고 키타 짱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네."

이번엔 분명하게, 키타 짱은 대답을 해 주었다.
저녁놀 아래의 그 광경을 나는 분명 잊지 않을 것이다.


----


"그렇게 말은 해도, 결국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니까 아무것도 안 바뀌는구나."
"앗 그건, 네. 죄송해요."

완전히 어두워진 공원에서 돌아가는 길, 손을 잡고서 우리는 걷는다.

"아니. 그래도 히토리 짱이 분명히 전해 줘서 기분은 전혀 다른걸."

키타 짱이 만면의 웃음으로 말한다. 살짝 너무 눈부실지도 모른다.

"아, 그…저랑 가까이 있으면 또 히트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억지로 거리를 두지 않아도 어떻게 되는 밸런스를 둘이서 찾아가요."
"어?"

나는 말하길 잊어버렸던 걸 키타 짱에게 전한다.

"앗, 아뇨, 그, 이번 건 아무리 그래도 좀…."
"좀?"

멋없으니까 전부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키타 짱은 눈치가 없다.

"…외, 외로웠다고 할까요."
"……."

키타 짱이 그저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키, 키타 짱?"
"…히토리 짱."
"…앗 네."

키타 짱이 갑자기 멈춰섰나 싶더니, 안 잡고 있던 손도 키타 짱에게 붙잡혔다.

"오늘 이 다음에 히토리 짱네 가도 돼?"
"…엑. 아, 아니, 부모님 걱정하시지 않을까요?"
"괜찮아! 나중에 로인해 둘 테니까!"
"에엑!?"

그렇게 결정됐으면, 하는 기세로 키타 짱은 내 손을 끌고 걷기 시작했다. 아직 나 집에 연락 안 했는데, 분명 괜찮다고 그러겠지, 하고 나도 생각한다.
오늘 잘 수 있으려나. 그런 기쁜 듯한 걱정스런 듯한, 키타 짱과의 나날이 앞으로도 계속된단 걸 느끼고 나는 나도 모르게 히죽거리고 마는 것이었다.

 

---

원작: 시로(しろ) 님

시리즈: 물지 못하는 α 고토 이야기(噛めないαの後藤のはなし) | https://www.pixiv.net/novel/series/10276663

원본 링크: 私の番になってください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923609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원본 소설도 북마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관심은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