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14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4

더보기 그로부터 매일 오는 히토리 짱은 항상 아침 7시 반에 초인종을 누른다.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는 중단하고 그걸 듣는다. 히토리 짱의 목소리가 기계 너머로 들려서 만나고 싶단 마음을 늘 꾹 참는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은 없다. 히토리 짱은 11시쯤에 와서 또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 목소리를 듣는다.  "키타 짱, 안녕하세요. 드, 드디어 오늘은 라이브 날이에요."  라이브, 하고 머릿속에서 글자가 머문다. 그렇구나, 오늘은 라이브였구나 하고 이지치 선배에게 받은 티켓 날짜를 떠올렸다. 이지치 선배도 히토리 짱이 날 위해 노래할 거라고 그랬었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을 거다. 그야 나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도망친 사람이니, 히토리 짱의 노래를 들을 자격도 없다. 물..

작업물/번역 2024.06.01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3

더보기 오렌지 주스의 빨대에 입을 댄다. 조금 양이 줄어든 유리컵의 내용물을 보지 않고 샌드위치를 베어무는 니지카 짱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도 주문한 카레 도리아를 떠서 입으로 옮겼다.  료 씨는 요전번 프로포즈 때 불렀던 노래를 제대로 된 형태로 만들기 위해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둘이서 밥을 먹는 건 오랜만이네 하고 기쁜 마음이 들자 도리아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봇치 짱 뭔가 기뻐 보여."  "네? 아, 그게, 니지카 짱이랑 밥 먹는 거 오랜만이다 싶어서."  "어, 진짜?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3개월쯤 전……?"  "어, 거, 거짓말."  기억을 더듬어 마지막에 니지카 짱과 밥을 먹었을 때를 떠올린다. 그 때의 명란 파스타는 맛있었지 하고 살짝 미소짓자 "봇치 짱은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작업물/번역 2024.05.31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2

더보기 홀 스태프로서 언니의 지인의 음식점에서 헬프를 하기를 벌써 3일이다. 마음의 정리는 금방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착착 자신을 되찾고 있었다. 먼저 밴드나 료와의 관계를 청산해야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거리를 두는 건 필요해서, 전혀 관계 없는 장소에 자신을 두자 마음이 진정되어 가는 게 느껴졌다.  헬프가 일단락되고 주방에 있으려니 점장님이 이만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요? 하고 묻자 알바가 오니까 어서 돌아가 돌아가 하고 나는 반쯤 쫓겨나듯이 그 음식점을 뒤로한다.  늦더위도 누그러져 10월은 지내기 좋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가로수도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가을이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 밥은 뭘로 할까 슈퍼로 걸음을 향했을 때, 멀리서 "니지카!!" ..

작업물/번역 2024.05.29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1

더보기 스튜디오에서 베이스를 울려서 되돌아오는 건 기타 하나만큼의 소리뿐. 니지카는 없다. 봇치는 계속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니지카 짱, 아직도 안 돌아왔어요?"  "응. 어디 있는지도 몰라."  "걱정이네요……."  "응."  봇치의 얼굴엔 빨리 만나러 가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세이카 씨에게 물어보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지만 나는 만나는 게 무서워서 만나지 않고 있다. 헤어지잔 말을 듣고 그렇게까지 거절당했으니 나는 겁에 질려서, 만나러 갈 수 없었다. 그 때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발은 얼어붙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만나기 어색함을 더해 가고 있다.  "이쿠요, 괜찮아?"  "아뇨, 안 괜찮아요. 계속 방에 틀어박혀서, 일은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말곤 만나 주지 않아요."  "..

작업물/번역 2024.05.26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0

더보기 계절은 9월도 끝나간다. 결국 료가 곡을 써내는 일은 없었다. 본인한테서 만드는 걸 그만뒀단 말은 듣지 못했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료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나와 함께 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너한테 호의는 없다고 전해올 줄은 몰랐다. 요즘은 이제 우리들 사이도 식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마음의 거리만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드니까.  저녁밥 재료를 슈퍼에 사러 가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자 베이스를 치고 있던 듯한 료가 내 등에 "어디 가?"라고 말을 걸었다. 장 보러 가는 거라고 얼굴도 보지 않고 말하자 발소리가 다가온다.  "나도 갈래."  "아니 괜찮아. 바로 앞이고."  "바로 앞이면 같이 가면 안 되는 거야?"  료도 나와 있는 탓에 짜증이 난 것..

작업물/번역 2024.05.24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9

더보기 STARRY에서의 연습이 끝나고 반성회를 하고 있을 때, 봇치가 완성된 음원을 들려 주었다. 전체를 통틀어서 밝지는 않다. 하지만 애절하고 마음에 울리는 가사. 이건 팔리겠다 싶었다. 봇치다움이 있으면서 대중에게도 먹히는 딱 좋게 밸런스가 맞춰진 곡. 나는 좋다고 생각하며 눈앞에 있던 니지카를 봤을 때, 시선을 내리고 어딘가 슬퍼 보이는 그녀의 상태가 신경 쓰였다.  "갑자기 떠올라서. 무사히 완성됐어요."  "엄청 좋은데, 실연송이 아니네?"  "확실히. 가사 봤을 땐 실연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그건, 어어, 그게. 맘이 바뀌어서."  "그렇구나."  결국은 이쿠요를 향한 사랑 고백인가. 곡을 통해서 고백이라니 로맨틱한 짓을 한다 싶어서 봇치의 어깨를 툭툭 치자 헤헤헤 하고 웃었다. 역..

작업물/번역 2024.05.19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8

더보기 연습을 끝내고 흡연구역으로 향하는 료 씨의 뒷모습을 배웅하자 방에는 나와 니지카 짱만이 남았다. 악기를 집어넣는 니지카 짱은 어딘가 어두워서 평소의 명랑함이 별로 없다. 무슨 일 있었던 걸까 생각한대도 나는 잘 얘기를 끌어낼 수 있을만큼 말을 잘하지 못했다.  "니, 니지카 짱."  "응? 왜 그래 봇치 짱."  아, 또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니지카 짱이 힘들 때 니지카 짱은 그래도 기운차 보이는 척을 한다. 그럴 땐 대체로 좋지 않을 때라서 막연히 나는 안 좋을지도, 하고 걱정했다.  "무, 무슨 일, 있었어요……?"  그렇게 묻자 한 순간 니지카 짱은 표정을 잃고 곧바로 "왜? 아무 일 없었어." 하고 웃는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것도 물을 수 없어서 "그쵸?"라고 답하고 말았다. ..

작업물/번역 2024.05.16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7

더보기 시모키타자와를 뛰쳐나와 밤의 수도고속도로에 올라탄다. 차내에 흐르는 좋아하는 음악과 옆에 앉은 소중한 사람. 이 차엔 내 인생 전부가 들어차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밤의 핫 스낵 치킨 맛있다."  "진짜. 뭔가 특별감 있지."  료는 치킨을 덥썩 물면서 수도고속도로에서 보이는 도쿄 거리를 바라보며 "안녕히, 나의 도쿄……."라고 중얼거렸다. 오버한다고 생각하면서 핸들을 쥐자 옛날 료가 떠올랐다.  돈이 없다고 풀을 먹고 봇치 짱과 키타 짱에게 밥을 얻어먹던 료는 나와 사귀기 시작하자 갑자기 칠칠치 못한 부분이 종적을 감추었다. 돈 관리도 제대로 하게 됐고 베이스를 사는 건 3개월에 한 번 정도가 되었고 제대로 집에 돌아가게 되는 등, 료는 참사람이 된 것이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

작업물/번역 2024.05.13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6

더보기 현을 누르고 피크로 튕긴다. 낮은 음, 높은 음, 그것들이 이어져 음악이 되어, 악기가 연결되고 노래가 겹쳐져 하나의 곡이 된다. 그걸 히토리 짱은 별자리에 비유했다. 나는 그 데모 음원을 들었을 때 이건 러브송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히토리 짱이 보기엔 아니라고 한다. 이건 그런 곡이 아니라고 불만스럽게 말했었다.  일의 휴식시간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는 덧칠되는 일 없이 그 때부터 그대로. 히토리 짱이 이 노래를 불러 준 적은 없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아마 이 곡은 내 곡이라고 사양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거 전혀 아닌데.  "키타 짱! 오늘 미팅 있는데 안 올래?"  "으음, 오늘은 좀 일이 있어서. 미안."  "그래? 그럼 다음에!"  "응, 다음에."  내 책상..

작업물/번역 2024.05.12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5

더보기 눈을 뜨고 처음 비치는 건 흰 어깨와 중력에 따라 시트에 흩어진 금색 머리칼. 나는 담요를 가볍게 걷어내 윗몸을 일으키고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햇빛을 커튼으로 가로막은 이 방은 아침인데도 어둑해서, 막 일어난 것도 있어서 시야가 좁게 느껴졌다. 니지카의 머리카락을 들어올려서 목덜미를 드러내자 어제 남긴 자국이 하얀 피부에 도드라져서 욕망이 충족되어 간다. 생각하면 할수록 한심하다고 자신을 저주하며 한숨을 쉬고는 속옷과 옷을 입고 나서 자신의 책상을 향했다. 곡은 아직 절반도 완성되지 않았다.  러브송. 니지카는 틈만 나면 진척을 물어본다. 아마 기대돼서 어쩔 줄 모르겠는 것이리라. 자신을 위해 만들어지는 그것이.  부끄러우니까 못 쓰겠다는 건 맞긴 하지만 사실은 니지카가 충격받을 게 싫어서 못 ..

작업물/번역 202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