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3

카와즈 2024. 5. 31. 19:51
더보기

 오렌지 주스의 빨대에 입을 댄다. 조금 양이 줄어든 유리컵의 내용물을 보지 않고 샌드위치를 베어무는 니지카 짱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도 주문한 카레 도리아를 떠서 입으로 옮겼다.
 료 씨는 요전번 프로포즈 때 불렀던 노래를 제대로 된 형태로 만들기 위해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둘이서 밥을 먹는 건 오랜만이네 하고 기쁜 마음이 들자 도리아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봇치 짱 뭔가 기뻐 보여."
 "네? 아, 그게, 니지카 짱이랑 밥 먹는 거 오랜만이다 싶어서."
 "어, 진짜? 마지막이 언제였더라?"
 "3개월쯤 전……?"
 "어, 거, 거짓말."

 기억을 더듬어 마지막에 니지카 짱과 밥을 먹었을 때를 떠올린다. 그 때의 명란 파스타는 맛있었지 하고 살짝 미소짓자 "봇치 짱은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니지카 짱이 기쁘단 듯이 말했다.

 "네. 게다가 니지카 짱은 제 동경이거든요."
 "도, 동경이라고? 왜?"
 "니지카 짱은 케이크 상자 같아서."
 "케이크 상자?"

 니지카 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기해한다. 그야 그렇겠지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고는 카레 도리아를 한 입 먹었다.

 "케이크 상자는 한 눈에 행복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리고 안에 있는 소중한 케이크를 지키고 모두에게 웃음을 전해주니까. 그게 꼭 니지카 짱 같아서."
 "자, 작업 거는 거야?"
 "아, 아니예요! 저는 동경하는 거예요. 그런 대단한 니지카 짱을. 전 그렇겐 못 되니까요."
 "그럼 키타 짱은?"
 "키타 짱은 케이크예요."
 "즉답이구나……."

 그에 반해 나는 케이크에 들러붙은 성가신 투명 필름. 언제나 언제나 방해만 하고 찰싹 들러붙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키타 짱네 집에 끈질기게 매일 찾아가서 문 너머로 키타 짱에게 말을 걸고 있다. 분명 기분 나쁘겠지 생각하면서도 나는 키타 짱을 만나러 가는 걸 멈출 수 없다.
 나는 약하고 외톨이고,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럼 봇치 짱은 케이크에 둘러져 있는 투명한 필름이구나!"
 "아, 아하하……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어, 왜 그런 얼굴 하는 거야? 칭찬으로 한 말인데……."

 칭찬일 리가 있나 하고 니지카 짱을 본다.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는 니지카 짱에게 나를 상처입혀 주겠단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치만 필름은 방해되잖아요……. 손도 더러워지고, 어디서부터 벗겨야 할지 모르겠고……."
 "그건 먹는 사람이 보기에 그렇단 거잖아? 케이크가 보기엔 제일 고마운 존재야. 먼지나 부스러기나, 그리고 어느 정도 형태가 무너지는 것도 막아 주는걸."
 "케이크가 보기에도 언제까지 들러붙어 있을 거냔 느낌이겠죠……아하하, 죄송해요 투명 필름 같은 사람이라……."
 "왜 그렇게 되는데."

 니지카 짱은 "료는 케이크 먹는 사람 쪽이겠지."라고 중얼거리고 샌드위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었다. 키타 짱을 지키고 싶은데 나는 지키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키타 짱은 누가 지켜 주는가. 키타 짱이라면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겠다고 말할 것 같다 싶어서 조금 슬퍼졌다.

 "하지만 투명 필름이 케이크한테 있어서 엄청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진짜다? 아니면 지금쯤 폐지됐을 테고. 먹는 쪽이 보기엔 방해되더라도 만드는 쪽이 보기엔 고마운 존재인 거야. 물론 케이크가 보기에도. 그러니까 키타 짱이 보기에 봇치 짱은 분명 히어로일 거야."

 당연하단 듯이 그렇게 말해 주는 니지카 짱이 눈부셔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니지카 짱이 그렇게 말해 준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케이크 상자 같은 니지카 짱이니까.

 "……그러면 좋겠네요."
 "그럴 거야. 분명. 그러니까 라이브 힘내자! 멋있는 모습 보여 줘서 키타 짱이 돌아오게."
 "네, 네……!"

 이히히 웃는 니지카 짱의 웃음은 마치 료 씨의 그게 옮은 듯해서, 따스한 기분이 들고는 나는 카레 도리아를 완식했다.
 식후에 한 잔 더 드링크를 주문하고 잡담을 하고 있을 때, 료 씨가 우리 테이블 앞에 나타났다.

 "피곤해라, 좀 더 들어가 봐."
 "료, 고생했어. 곡은 다 됐어?"
 "응. 좋은 게 나왔어."
 "고생하셨어요, 료 씨."

 봇치도 하고 말하곤 아이스커피와 그릴 샌드를 주문한 료 씨는 나와 니지카 짱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뭔가 좋은 일 있었어?"라고 우리들에게 묻는 료 씨에게 니지카 짱은 말했다.

 "뭐 그렇지."
 "뭐야, 무슨 일인데."
 "음~ 료한텐 비밀."
 "그, 그럴 수가! 봇치! 가르쳐 줘!"
 "니, 니지카 짱하고의 비밀이에요."
 "뭐라고! 나, 나를 두고 둘이서 사이좋아지다니……!"

 홧밥이다! 하며 나폴리탄도 추가로 주문한 료 씨를 보고 우리는 웃었다.
 라이브는 바로 앞으로 다가와 있다. 키타 짱을 데리고 돌아오는 거다. 키타 짱을, 우리들을 웃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들은 하나여야 한다.
 그 아이를 향한 러브송을 머릿속에서 연주한다. 내 노래를 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튜디오의 흡연구역에 료 씨를 찾으러 가자 불투명 유리 안쪽에 그녀 같은 사람을 발견했다. 문을 당겨 "료 씨."하고 부르자 스마트폰을 향해 있던 시선이 나를 본다.

 "니지카 짱이 베이스 조정 맡기라고 그랬어요."
 "알았어. 봇치도 문화제 때처럼 안 되게 조심해."
 "그, 그건……네……. 죄송합니다……."

 나는 흡연실을 나가려고 하자 료 씨는 기다리라고 하면서 케이스에서 튀어나온 담배를 내게 향했다.

 "한 대 피고 가."
 "에, 에에……. 저 담배는……."
 "금연? 봇치 가끔 피는 거 보는데."
 "으엑, 어떻게 알고……."
 "뒤에서 부시럭대면 알지."

 설마 들켰을 줄이야 하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자 료 씨가 두 개피째에 불을 붙였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내뿜어진 연기가 위쪽에서 돌아가는 환기팬에 빨려들어 가는 것을 바라본다.

 "금연 안 하세요? 니지카 짱 담배 싫어하는데."
 "니지카 요전에 세이카 씨 앞에서 담배 폈다니까 내가 펴도 아무 말도 못 해."
 "니지카 짱이요?"
 "응. 그러니까 니지카 몫까지 내가 피는 거야."

 건강면을 신경 쓰는 니지카 짱이 그런 짓을 하다니 싶었다가 얼마 전에 그녀의 몸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린다. 그야말로 자해 행위구나 하고 먼 곳을 보고 나는 료 씨에게서 받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개피수 안 줄여요?"
 "타르 줄였어. 이거 1밀리."
 "그거 아예 그만두는 편이 나은 게……."
 "피고 있으면 니지카가 날 신경 써 주기도 하고, 그리고 진작에 개피수는 줄이고 있어."
 "그, 그런가요."

 뭐라고 할까, 노력할 곳을 틀린 느낌이 든다. 료 씨가 니지카 짱을 소중히 생각하는 건 알겠지만 좀 더 달리 노력할 게 있지 않나 싶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 하지만 이 엇나간 느낌이 료 씨지 하고 묘하게 납득하고 있자 "봇치는." 하고 료 씨가 내게 말했다.

 "이쿠요 앞에서 담배 필 수 있어?"
 "못 피죠."
 "왜? 걱정받을 수도 있고 신경도 써 줄 텐데?"
 "걱정은 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래."

 동료 획득에 실패해서 실망한 듯한 얼굴을 한 료 씨는 다시 폐에 연기를 퍼뜨린다. 의사인 부모님이 나무라진 않는 걸까 생각했지만 하는 말을 들을 성격이 아니지 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내심 니지카 짱은 싫겠다 하고 머릿속에서 합장을 했다.

 "그러고 보면, 반지 저도 봤는데 엄청나던데요."
 "그치. 그거 꽤 했어."
 "료 씨니까 딱 월급 3개월분일 줄 알았어요."
 "가게에서 제일 비싼 거 샀어."
 "어, 그, 그 말은."

 료 씨한테 들은 금액에 말을 잃는다. 확실히 료 씨의 인세를 생각하면 못 살 건 아니지만 정말로 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오한이 들었다. 그 약혼반지엔 그런 가치가 있는 건가.

 "이쿠요한테 줄 때 참고해도 좋아."
 "사, 사귀고 있지도 않은데요!?"
 "어, 안 사귀어?"
 "우, 우……!"
 "할 짓은 다 한 줄 알았는데."
 "그, 그거랑 이건 상관 없어요!"
 "할 짓은 다 했구나."

 키득키득 웃는 료 씨에게 원통한 시선을 보내고 담배 연기로 폐를 채웠다. 회색 숨을 후우 내뿜고는 키타 짱은 담배 싫어하겠지 하고 귀여운 웃음을 눈꺼풀 뒤에 그린다.

 "봇치는 있잖아, 나랑 니지카가 잘 안 되고 있었을 때도 계속 우리를 지탱해 줬지."
 "그런 거, 아니에요."
 "맞아. 분명 봇치가 힘써 주지 않았으면 우리는 약혼도 안 했을 테고 결속밴드도 해산했을 거야."
 "……과대평가하는 거예요."
 "우리 리드 기타는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거든."

 료 씨는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누르고는 내 뒤를 지나 흡연실 문에 손을 댔다. 내 담배는 아직 1센티는 남았다.

 "고마워, 봇치. 이번엔 우리들 차례야."

 그렇게 말하고 료 씨는 흡연실에서 나가 버렸다.
 료 씨와 나는 조금 닮았다.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점. 그녀는 뼛속까지 뮤지션이고, 나는 기타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인간. 료 씨와 얘기할 때 안심되는 건 아마도 사는 방식이 비슷하니까.
 그런 그녀가 나를 지탱해 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가볍게 웃고는 내일 라이브는 틀림없이 성공하겠다는 확신을 가진다. 손을 뻗어 그 아이가 붙잡아 줄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지만.

 

 편도 2시간의 거리를 꾹 참고 집 앞에 오자 나는 초인종을 누른다. 대답은 없다. 그래도 나는 거기에 그녀가 있다고 믿고서 말하기 시작했다.

 "키타 짱, 안녕하세요. 드, 드디어 오늘은 라이브 날이에요."

 대답은 없다. 정말로 미움받아 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지는 오늘 라이브로 결정된다. 키타 짱이 와 줄지 어떨지로. 내 노래를 들어 줄지 어떨지로.

 "……저도 키타 짱이 돌아왔으면 해요. 료 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키타 짱은 자기 길은 스스로 정했다고 그랬지만, 앞으로의 길도 키타 짱 스스로가 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랑 있는 편이 장래는 불안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키타 짱이 아직 기타를 치고 싶어하는 건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두 손을 꼭 쥐고 앞을 보았다. 눈앞에 있는 건 작은 인터폰이지만, 그래도 이 안에는 키타 짱이 있다. 반드시 있다.
 전하고 싶은 게 있다. 음악을 통해서. 그러니까 우리의 STARRY에 와서 들어 줬으면 한다.

 "키타 짱. 전 키타 짱을 위해 노래할게요. 저번에 말했던 러브송, 완성됐거든요. 그것도 듣고, 그 후에 답을 주세요. 저 열심히 할 테니까 꼭 오세요!"

 그럼 이만! 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달려서 멀어졌다. 라이브는 오늘 저녁, 키타 짱의 일은 완전 주5일제라 토일은 휴일이란 걸 아니까 틀림없이 올 수 있고, 내 메시지를 듣지 못했어도 모니터에 녹화되어 있으니까 괜찮다. 반드시 키타 짱은 와 줄 거야! ……아마.
 등에 진 기타가 흔들린다. 걱정이 될 때마다 넷이서 섰던 스테이지를 떠올린다. 분명 괜찮을 거다. 우리는 넷이서 하나니까.

 

---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