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4

카와즈 2024. 6. 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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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매일 오는 히토리 짱은 항상 아침 7시 반에 초인종을 누른다.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는 중단하고 그걸 듣는다. 히토리 짱의 목소리가 기계 너머로 들려서 만나고 싶단 마음을 늘 꾹 참는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은 없다. 히토리 짱은 11시쯤에 와서 또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 목소리를 듣는다.

 "키타 짱, 안녕하세요. 드, 드디어 오늘은 라이브 날이에요."

 라이브, 하고 머릿속에서 글자가 머문다. 그렇구나, 오늘은 라이브였구나 하고 이지치 선배에게 받은 티켓 날짜를 떠올렸다. 이지치 선배도 히토리 짱이 날 위해 노래할 거라고 그랬었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을 거다. 그야 나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도망친 사람이니, 히토리 짱의 노래를 들을 자격도 없다. 물론 돌아갈 자격도.
 모두에게 설득당했으니 돌아갈게요라니, 그런 일은 못 하고 결속밴드는 셋이서 앞으로도 분명 해 나갈 수 있다. 해산이란 겁주기는 이지치 선배가 멋대로 하는 말일 테니까. 나는 이제 돌아갈 수 없다. 회사에선 승진 얘기도 나오고 있고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
 나는 록을 그만뒀다. 이지치 선배가 말한 대로 나는 패배자고, 히어로인 히토리 짱과 달리 아무런 재능도 없으니까 그런 인생을 고를 수 없다. 부모님이 하는 말에 반대할 수도 있었다. 집을 나오는 것도. 하지만 스테이지에 설 때마다 기타를 치는 손이 꼬였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게 되면 난 록을 부를 수 없다. 그런 록은 누구 마음도 울리지 못한다.
 그러니까 됐어, 이걸로. 인터폰 앞에 아무도 없어지고 나는 그래도 가만히 서 있었다. 왼손 중지와 엄지를 비비자 거칠거칠 작은 소리가 났다. 이건 취미고 히토리 짱은 더 레벨이 높은 곳에 있다. 높은 하늘을 나는 솔개를, 나는 지면에서 올려다 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한참 옛날에 길은 갈라져 있었다. 나와 히토리 짱은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이고, 말을 섞는 것조차 건방지다. 사랑하는 것도, 당연히.


 라이브 시작이 1시간 전까지 다가와 있다. 나는 침대 속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말고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이 내 얼굴을 비추고 멍하니 화면을 스크롤한다. 이소스타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빨리 1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라니. 라이브에 가지 않으면 이번에야말로 모두가 포기해 줄 거다. 그러면 우리들은 이제 평생 얽힐 일은 없다. 그걸로 됐다.
 스크롤하고 있자 이지치 선배와 료 선배가 나왔다. 요전에도 봤었지 생각하면서 그 광경을 네모난 화면 너머로 바라본다.
 시모키타자와의 길거리에서 베이스를 든 료 선배에 당황하는 이지치 선배. 료 선배가 이지치 선배를 향한 러브송을 부르고 이지치 선배가 그걸 듣고 눈물을 흘리고, 끌어안은 후에 프로포즈. 그 다음 료 선배에게서 뭔가를 들은 이지치 선배는 소리를 지르고 둘 다 도주.
 진심으로 부럽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함을 받아들여 주고, 게다가 계속 같이 있어 달란 말을 듣고. 나는 그럴 수 없다. 도망친 나는 히토리 짱의 손을 잡을 수 없고,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보다 훨씬 상냥하고, 강하고, 귀여운 사람이 어울린다. 나 같은 게 아니라.
 점점 시야가 번져서 눈을 깜빡이자 시야가 깨끗해진다. 그걸 반복하다 눈을 감았다. 코가 찡하고 아팠다. 등을 말고 무릎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자 멋대로 오열이 새어나왔다.
 앞으로 30분. 이걸로 됐다. 이걸로 된 거다. 러브송 같은 건 부르지 않아도 된다. 날 위해 부른다니 과분하다. 그러니까 히토리 짱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나 같은 걸 향한 곡이 아니라, 부르고 싶은 곡을 불러. 그걸 난 화면 너머로 볼 테니까. 그걸 보고 웃을 테니까. 힘내서 살아갈 테니까. 그러니까 나 같은 걸 잊고 건강히 지내. 결속밴드는 세 명의 별자리고, 나는 없어도 된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순 없다. 일이 있다. 생활이 있다. 폐를 끼칠 뿐이다.
 화면을 계속 스크롤한다. 이만 나가지 않으면 시작 시간까지 가지 못하는 시간이 된다. 이걸로 됐다. 이걸로 된 거다. 이제 됐다.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몇년만에 나타난 아이콘. 료 씨. 메시지에 읽음 표시가 안 찍히게 열자 간소하게 "이쿠요, 라이브 와."라고 그렇게만 보내져 있었다. 무리다, 못 간다. 나는 못 간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다.
 또 메시지가 왔다.

 "봇치가 이쿠요를 기다려."

 가지 마, 가면 안 돼. 지금 가도 어차피 끝날 즈음에 도착한다. 제 때 갈 수 없다. 안 돼, 일어나지 마. 침대에서 나가지 마, 안 된다니까, 왜 말을 안 들어 주는데.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나를 앞질러, 티켓을 꼭 쥐고는 집을 뛰쳐나왔다. 평상복으로, 화장도 하지 않고. 달리고 달려서, STARRY를 향한다. 어쩌면 늦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달린다. 몸은 멈추지 않는다. 옛날부터 체력만은 좋았거든.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시모키타자와의 거리를 가로질러 건물을 누비곤 숨을 헐떡이면서 STARRY의 계단을 내려간다. 티켓을 꼭 쥔 채로 문을 열자 히토리 짱의 감사합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만원인 안을 헤치고 나아가 겨우 스테이지가 보이는 곳으로. 하지만 곡은 전부 끝나서 다음 밴드에게 바통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늦었구나, 나는. 여기까지 온 게 바보 같다고 자조하듯이 웃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팔을 붙잡혔다.

 "바보야, 뭘 돌아가려고 하는 거야."

 고개를 들자 이지치 선배와 닮은 눈부신 금색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시야에서 몰아내고 스테이지에 시선을 향하고는 숨을 들이쉬어 "봇치 짱!!" 하고 점장님은 큰 소리를 질렀다. 스테이지 뒤로 돌아가려던 히토리 짱이 나를 본다. 이지치 선배와 료 선배도. 그리고 히토리 짱이 "한 곡 더 하게 해 주세요!" 하고 마이크를 붙잡고 외쳤다. 선배들도 정위치에 돌아오고는 준비를 한다.
 스틱이 리듬을 보이고 인트로가 시작됐다. 스리피스 밴드인 결속밴드. 라이브로 보는 건 처음이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히토리 짱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히토리 짱은 나를 보고 있다. 러브송을 부르면서, 나만을 보고 있다. 눈을 돌리고 싶다, 하지만 돌릴 수 없다. 히토리 짱다운 듯한 답지 않은 듯한 그 곡의 가사엔 빼곡히 날 향한 마음이 담겨 있다. 히토리 짱이 웃는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면서 즐거운 듯이. 이지치 선배와 료 선배도 웃는 얼굴이 되어 있다. 늘 라이브 때 무표정이었던 셋이 웃고 있다. 눈물이 흘러 넘쳤다. 히토리 짱의 사랑 고백에, 결속밴드의 웃는 얼굴에. 얼굴을 앞을 향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걸 닦지도 않고 스테이지를 올려다본다. 반짝여서, 눈부셔서,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운 이 순간. STARRY에서 보냈던 나날이 플래시백한다. 스테이지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했던 라이브가 플래시백한다. "나는! 키타 짱의 팬이라고!"라고 말해 주었던 그의 말이 플래시백한다. "키타 짱의 기타 정말 좋아하니까요."라고 말해 주었던 히토리 짱의 웃음이 플래시백한다.
 나는 꼴사납게 소리를 내며 울었다. 스테이지를 올려다보며, 눈부신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를 그리며.
 곡이 끝난다. 세 명의 갑사합니다란 외침이 내 마음을 뒤흔들고 달콤하게 녹였다.


 점장님에게 손을 끌려 모두가 있는 곳을 향한다. 장소는 알고 있지만 점장님은 손을 놓아 주지 않았다.

 "너 왜 처음부터 안 온 거야?"
 "좀처럼 못 가겠어서요."
 "뭐 그런가. 다들 널 기다렸다고. 니지카는 초조해하지 봇치 짱은 울려고 하지. 뭐, 료는 평소랑 똑같았지만."
 "죄, 죄송해요."
 "아아, 사과해 달란 게 아니라. 그랬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야."

 점장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머리가 짧아져 있었다. 내가 그만둔 뒤에 자른 걸까. 그 대신이란 듯이 이지치 선배의 머리가 풀려서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어져 있었다.
 
 "어떻게 생각했어. 그 노래 듣고."
 "그, 엄청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것뿐이야?"
 "아, 아뇨, 그거 말고도, 있어요."
 "뭔데?"
 "그건, 좀."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했지."

 점장님은 눈만 이쪽을 보고 그렇게 말한다. 조금 고개를 숙이자 점장님은 호쾌하게 웃고, 당황한 나는 고개를 들었다.

 "재밌어 보였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재밌단 듯이 연주하는 걔네들은 요 몇 년간 본 적이 없었어. 맨날 어두운 얼굴로 연주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엄청 좋은 라이브였어."
 "확실히, 라이브 영상으로 봤을 땐 늘 어두운 얼굴이었어요."
 "그야 그렇지. 키타 짱이 없는걸."

 코너를 돌자 모두가 모이는 방의 입구가 보인다. 점장님은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그 강함이 마치 내게 괜찮다고라도 말하는 듯해서. 나는 어쩐지 안심했다.

 "걔네들한텐 말야, 역시 키타 짱이 없으면 안 돼. 결속밴드는 넷이 아니면."

 방 앞에 도착했다. 점장님이 손을 놓고 내 등을 팍 쳤다.

 "괜찮으니까 다녀와. 다들 널 기다리고 있어."

 점장님은 그럼 이만이라고 하며 그 자리를 떴다.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결심하곤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천천히 내리고 잡아당겼다.
 안에 있던 세 명의 눈이 일제히 나를 본다.

 "키, 키타 짱."

 히토리 짱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는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려 한다. 하지만 좀처럼 정리되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으니 됐나 하고 머리에 떠오른 말을 차례로 입밖으로 뱉었다.

 "라, 라이브, 좋았어요, 엄청. 그, 다들, 반짝거려서. 그래서, 더 빨리 보러 올걸, 했어요. 느, 늦어서, 죄송해요."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들 내 말을 그저 듣고 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저는……. 저는 도망쳤어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래서, 계속 도망쳐서,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하나만 말하게 해 주세요."

 숨을 들이쉬고 폐에 채운다. 하고 싶은 말은 하나밖에 없다.

 "그 때 그만둬서 죄송해요. 그래도 결속밴드를 좋아해요. 저한테, 다시 기타를 치게 해 주세요."

 고개를 숙이고 셋의 말을 기다린다. 키타 짱, 하고 이지치 선배에게 이름을 불렸다. 어깨에 손이 놓이고 힘이 들어가, 억지로 앞을 보게 만들고는 끌어안겼다. "당연하지."라고 약간 코맹맹이 소리로 귓가에서 그런 말을 듣자 우리들째로 히토리 짱이 끌어안았고, 료 선배도 거기에 더해졌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사과하지 마, 키타 짱. 돌아와 줘서 고마워."
 "키타 짱……! 드디어 돌아와 줬어……!"
 "어서 와, 이쿠요."

 나는 셋에게 끌어안기면서 엉엉 울었다. 그 힘에 힘들어하면서, 이 이상 없을 기쁜 마음에 싸여 있었다. 나는 내가 있을 곳을 다시 발견해서 어두침침했던 마음에 빛이 내리쬐어 간다. 내게는 모두가 있다. 나는 다시 기타를, 록을 연주해도 되는 거다.

 내 눈물이 진정되고 셋의 몸이 떨어지자 갑자기 이지치 선배와 료 선배가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고 있으니 료 선배가 기그백을 지고 이지치 선배와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럼 나머지는 둘이서. 환영회는 이 다음 9시니까. 장소는 보내 둘게."
 "즐기다 와."

 그렇게 말하고 둘이 나가자 히토리 짱과 나 둘뿐이 되었다. 얼굴을 빨갛게 하고 고개를 자꾸 숙이는 히토리 짱은 손장난을 하면서 더듬더듬 얘기를 시작했다.

 "저, 저기. 곡, 들어 준, 거죠……?"
 "어, 응."
 "어, 어땠어요……?"

 라이브의 곡은 아직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다. 떠올릴 때마다 뱃속 깊은 곳부터 뜨거워져서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불안해 보이는 히토리 짱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한 발 앞으로 나와 전한다.

 "엄청, 엄청 좋았어! 뭐라고 할까, 이렇게, 다이렉트하게 전해진달까, 그, 그! 그러니까, 엄청 좋았어……."

 말로 하려고 하자마자 부끄러움이 이겨서 기세가 죽어 간다. 나 참 한심하다 하고 자기 의지의 약함을 한탄하고 있자 "저, 저요!"라고 히토리 짱이 큰 소리를 냈다.

 "키, 키타 짱을 좋아해요!"

 히토리 짱이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하지만 똑바로 나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곡에서 많이 들었는데, 다시금 전해 주는 히토리 짱에 좋아하는 마음이 확 넘쳐흐른다. 뛰어들듯이 히토리 짱을 끌어안고 귓가에서 속삭였다.

 "나도, 히토리 짱이 좋아."

 감정이 북받쳤는지 훌쩍훌쩍 소리를 내면서 내 등에 팔이 둘러진다. 확실한 힘으로 끌어안겨서, 나도 같은 세기로 끌어안았다. 아주 조금 히토리 짱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미움받았나 생각했어요."
 "그럴 리가 없잖아. 나한테 히토리 짱을 좋아할 자격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었어."
 "저야말로 키타 짱한텐 아까운 사람이에요. 저 같은 민달팽이가 키타 짱을 좋아하다니……."
 "그만두자. 나는 히토리 짱을 좋아하고, 히토리 짱도 나를 좋아하게 됐으니까."

 조금 몸을 떨어뜨리고 우리는 마주본다. 히토리 짱의 파랗고 맑은 눈동자에 내 모습만이 비치고 있었다.

 "그 이상 말은 필요 없잖아?"

 히토리 짱은 한 번 눈을 크게 뜨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도 똑같이 하고 끌어당겨지듯이 입술을 겹친다. 부드러운, 하지만 조금 일어난 입술이 어쩔 도리 없이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기쁨으로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눈을 뜨고 다시 마주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는다.
 내가 원했던 건, 결국 이 라이브 하우스 안에 전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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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