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샛별의 혼잣말

카와즈 2024. 6. 13. 20:38

"고토 씨와 키타 씨 시절. 키타 짱이 키타 박사님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적더라도 누군가에게 꽂히면 기쁘겠습니다."

 

더보기

 고토 씨는 늘 쉬는 시간엔 자고 있다.
 나도 모든 쉬는 시간에 보러 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사실은 일어나 있는 타이밍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보러 갈 때마다 자고 있다. 주변 사람도 딱히 신경 쓰는 일 없이, 그게 당연한 풍경인 것처럼 지내고 있다. 밤 늦게까지 기타를 치고 있어서 늘 수면부족이기라도 한 걸까. 그렇게 자고 있으면 아무리 그래도 말을 걸기 힘들다. 그럼 점심시간이라면 분명 도시락을 먹기 위해 일어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서 가 봤지만 이번엔 자리에 없었다. 반 애들에게 물어 보니 점심시간은 도시락을 들고 어딘가로 나간다고 한다. 여름방학 마지막 날에 다같이 에노시마에 간 후부터 나는 학교에서 고토 씨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고토 씨는 언제나 빈틈이 없다.


----


 내가 고토 씨를 붙잡을 수 있는 건 거의 기타 연습 시간뿐이었다.

 "고토 씨는 쉬는 시간 맨날 자고 있더라."
 "아 네. ……아니 키, 키타 씨 저희 반까지 왔었던 거예요?"

 고토 씨의 표정은 어째서?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나는 반대로 왜 쉬는 시간에 누군가와 교류하는 게 전제가 아닌 걸까 생각한다. 거기에 자신이 없다는 게 무섭지 않은 걸까. 친구가 없다, 란 세상 자체를 그다지 상상할 수 없지만.

 "응."
 "어, 아, 죄, 죄송해요. 저 눈치를 못 채서."

 내가 솔직히 답하자 고토 씨는 허둥지둥 당황한다. 얘기해 보면 이렇게 알기 쉽게 표정을 바꿔서 재미있는데, 아깝다고 생각하고 만다.

 "아냐. 신경 쓰지 마. 말도 안 걸었고."
 "뭐, 뭔가 저한테 용무가 있었다면 여기서 들을게요……."
 "용무가 있었던 건 아닌데."

 고토 씨의 움직임이 멈춘다.

 "용무가 없는데 저희 반에 온 거예요?"
 "응. 놀러 가면 안 됐어?"
 "……아, 아뇨."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바뀐다. 열심히 답을 고르고 있는 듯하다. 그렇구나, 고토 씨에게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은 용무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거구나. 역시 신기하다.

 "안 되는 건, 아닌데요……."

 매우 대답이 괴로워 보인다.

 "혹시 내가 가는 건 민폐였어?"

 그렇다면 그건 좀 충격인데 하고 생각한다.

 "미, 민폐는 아니예요! 그냥……아, 안 자고 일어나 있을 수 있을지는 좀."
 "그러게. 졸린 거지?"
 "토, 통학이 머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러고 보면 고토 씨는 2시간 들여서 학교에 오고 있다고 했다. 그건 확실히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야 해서 졸린 걸지도 모른다. 완전 잊고 있었다.

 "그럼 일어나 있으면 말 걸게."
 "어……앗 네!"

 고토 씨의 표정이 안심한 것으로 바뀐다.
 그렇게 쉬는 시간의 수면이 중요했다니. 고토 씨를 이해하는 건 아직 어렵다.

 "그, 그럼 슬슬 연습을……."
 "그렇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 고토 씨의 분위기는 일변한다. 쭈뼛거리는 모습에서, 망설임이 없어진 것처럼 바뀌어 간다. 그 순간의 전부를 볼 수 있는 건 이 시간뿐이다. 기타를 치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게 전해져 온다.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 없는 느낌이 들고, 떠들썩하지 않으면 자신으로서 있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고토 씨와 기타를 연습하는 이 시간은, 오직 기타 소리밖에 없는 그 세상은, 어째서인지 내게 고독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



 결국 쉬는 시간에 고토 씨와 얘기하는 건 포기했다. 그러니까 나는 연습이 없는 점심시간의 대화에 챌린지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고토 씨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야만 한다. 처음엔 막연히 틀어박힐 수 있는 곳이란 이미지로 여자 화장실 같은 델 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곳엔 없었다. 보건실 주민이라든가? 하기도 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고토 씨가 보건실 선생님과 사이좋게 대화하는 모습 같은 건 상상할 수 없다.  거기서 문득 생각했다. 아아 그렇구나. 고토 씨는 대화를 잘 못하니까 사람이 있는 곳엔 없겠구나 하고.

 거기서 떠올린 게 늘 기타를 연습하는 장소였다. 전에 왜 이런 데서 연습하는 거냐고 물었을 땐 남들에게 폐가 되지 않아서라고 했지만, 애초에 그녀는 사람이 없는 편이 안심되는 걸지도 모른다.

 얼마나 빙 돌아 온 건지. 계단 아래 스페이스를 들여다 보자 본 적 있는 모습이 거기 있었다.

 "찾았다."

 위에서 말을 던지자 그녀는 화들짝 나를 올려다본다. 올려다본 것에 의해서 고토 씨를 지키고 있는 앞머리가 옆으로 흘러내렸다. 평소엔 제대로 보이지 않는 푸른 눈동자가 나를 보고 당황하고 있다. 예쁜 색이라고 어쩐지 그렇게 생각했다. 숨길 필요 같은 건 전혀 없는 그녀다운 맑은 하늘색이다.

 "키, 키, 키타 씨 무슨 일이에요? 이런 데까지."
 "고토 씨를 찾아 볼까 하고."
 "……?"

 왜 자기를 찾아 볼까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고 두 눈이 말하고 있다.

 "고토 씨랑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앗, …네?"

 내가 고토 씨와 얘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어려운 조건이긴 하지만.

 "저, 저 뭔가 저질렀나요?"
 "아니? 아무것도."
 "……?"

 커뮤니케이션은 잘 못한다. 하지만 무표정이란 게 아니다. 입밖에 내지 않을 뿐이지 표정은 유창하게 말하고 있다.

 "있잖아, 고토 씨."
 "앗 네."
 "그쪽에 내려가도 돼?"
 "앗 네."

 계단을 내려와 고토 씨 맞은편의 접이식 의자에 앉는다. 안절부절 손은 스마트폰을 쥐고서 시선은 진정되질 않는다.

 "점심은 먹었어?"
 "아 네. 먹었어요." 
 "뭐 하고 있었어?"
 "어, 그게, 동영상 보고 있었어요."
 "글쿠나. 뭔가 재밌는 거라도 있었어?"
 "에, 아, 아뇨, 특별히는."

 대화는 왕복 한 번밖에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 대화도 어쩐지 신선하다. 고토 씨는 열심히 내 질문에 답한다. 딱히 의미 없는 대화를 나는 계속했다.

 "……저기."
 "왜애?"
 "왜 여기서 먹고 있는 건지 안 물어봐요?"
 "물어봐 줬으면 했어?"
 "앗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뭔가 꾸지람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고토 씨는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데서 쉬고 싶은 건가 했어."
 "에?"
 "여기서 점심 먹은 이유."

 아무도 없는 곳이 안심된다는 건 별로 공감할 수 없지만, 모르겠는 나름대로 요즘 알게 된 고토 씨의 행동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의 둘만의 시간은 내게는 어째서인지 편안했다.

 "……."
 "…고토 씨?"
 "앗, 아뇨. 그, 그런 느낌, 이려나요."

 헤헤. 하고 고토 씨는 어색하단 듯이 웃었다. 별로 보고 싶었던 건 그런 얼굴이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하는 나는 뭔가 고토 씨가 지어 줬으면 하는 표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다시 한 번 고토 씨를 보자 자꾸만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신경 쓰고 있다. 나도 확인해 보자 점심시간이 끝날 것 같은 시간이었다.

 "슬슬 시간 다 됐으니까 돌아갈까?"
 "앗, 네."

 내가 말을 걸자 그녀는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




 교실 문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고토 씨.
 나를 권유해 줬을 때의 고토 씨.
 쓰레기통에 틀어박혀 있는 고토 씨.
 내게 기타를 가르쳐 줄 때의 고토 씨.
 파티 스타일의 고토 씨.
 동생과 얘기할 때의 고토 씨.
 에노시마에서 돌아올 때 내일부터 힘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고토 씨.

 되돌이켜 보면 여러 표정의 고토 씨가 있다. 그래도 제일 선명하고 강렬했던 것은 태풍 라이브의 고토 씨였다. 그녀가 연주한 기타의 선율은 그 자리의 분위기를 표변시켰다. 마음이 들떴다. 나 스스로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그 때 고토 씨는 눈부셨다. 누구나가 하늘에 손가락을 뻗고 싶어지는, 발견해 버리는, 그런 반짝임이 거기엔 있었다.

 반 친구들이 그런 고토 씨를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고, 소극적이고, 쉬는 시간도 자고만 있는 애가, 기타를 들면 전혀 달라진다는 걸. 분명 그녀의 평가는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그야 고토 씨는 사실은……

 사실, 은……?

 어쩐지 고토 씨네 반 앞을 지날 땐 고토 씨가 자고 있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마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점심시간도 아닌데 자리에 고토 씨가 없었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이 고토 씨 책상에 앉아서 친고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조금 신경 쓰여서 고토 씨를 찾았다. 기타 연습 장소에는 없었으니까 생각나는 대로 사람이 별로 없는 장소를 찾았다. 아니나다를까 고토 씨는 인적이 없는 어둡고 눅눅한 곳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아주 조금 고토 씨를 이해한 느낌이 들어서 기뻐졌다. 그 쉬는 시간은 그것만으로 시간을 다 써 버렸다. 반에 돌아가자 어디 갔었냐고 반 친구가 물었다. 스스로도 뭘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분명 나는 고토 씨를 알러 간 거라고 생각한다.



----




 "키타 씨, 괜찮아요?"

 기타를 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더니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된 나를 고토 씨가 걱정해 주었다.

 "앗 미안. 괜찮아."

 모처럼 고토 씨가 날 위해 연습 시간을 만들어 줬으니까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저, 어디 잘 안 되는 데 있어요?"

 고토 씨는 일어서서 내 악보를 들여다본다. 스스로 남의 퍼스널 스페이스에 들어가지 않는 그녀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밀고 들어온다. 얼굴이 가깝다.

 "키타 씨?"

 고토 씨가 돌아본다. 평소엔 멀리서 숨어 있는 파랑색이 바로 거기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너무 가까이 갔단 걸 고토 씨는 이제야 눈치챈 모양이었다.

 "아……."

 고토 씨가 굳었다. 저질러 버렸단 게 얼굴에 나와 있다. 나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고토 씨였다.

 "죄, 죄죄죄죄송해요."
 "아냐. 그런데 고토 씨."
 "아, 아, 아, 네, 네?"
 "여기 마디 말인데."

 수상한 동작을 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질문을 해 본다. 어제 자율연습에서 잘 못했던 곳에 대해 물어 보자, 슥 눈빛이 바뀌었다. 그 옆얼굴에 자신 안에서 소란스러움을 느낀다.

 "앗, 한 번 쳐 볼래요?"
 "으, 응."

 잘 못 치는 곳을 쳐 보이는 게 긴장되는 건지, 고토 씨가 열심히 바라봐서 긴장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고토 씨는 현을 짚는 방법과 왼손의 이동법에 대해 가르쳐 준다. 가르쳐 준 그것을 따라 쳐 보자 처음보다 매끄럽게 칠 수 있었다.

 "역시 키타 씨 배우는 게 빠르네요."

 그렇게 말하고 고토 씨는 배시시 웃었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녀의 웃음에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날 보았던 눈부심의 편린이 거기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



----




 점심시간에 친구와 밥을 먹은 뒤, 나는 일과가 된 고토 씨 찾기를 한다. 요즘 잘 안 어울려 준다고 삿츠가 뭐라고 했지만 우선순위의 차이니까 어쩔 수 없다.

 "고토 씨."

 오늘은 오늘대로 그녀는 어딘가의 눅눅한, 인적이 적은 교내 구석에 있다. 점점 찾아내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다. 고토 씨의 생태에 대해선 아마 내가 제일 잘 아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걸로 좋고, 그러고 싶다.

 "으에, 아, 에, 키, 키타 씨?"

 말을 걸자 튀어오르기라도 할 듯이 고토 씨는 놀란다. 진정되지 않는 듯이 안절부절 못하고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다. 나를 만나기 싫은 건가 생각해 버릴 때도 있지만 아마 누구에게나 이런 반응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러지 않게 될 날도 왔으면 좋겠다.

 "있잖아, 고토 씨."
 "아, 앗 네. 뭐, 뭔가요……?"

 조금이라도 이쪽을 향해 주면 고토 씨는 올려다보는 눈이 된다. 그런 고토 씨는 무척 귀엽다고 생각한다. 얌전한 여자애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르면 그녀는 굽은 등인 채로 호랑이가 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고토 씨는 사실은 멋있다는 걸.

 그리고

 "옆에 앉아도 돼?"

 나는 알고 말았다.
 그런 고토 씨를 나는 좋아하게 돼 버렸단 걸.

 

---

원작: 시로(しろ) 님

원본 링크: 一番星のひとりごと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127422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원본 소설도 북마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관심은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