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샛별의 혼잣말 Side G -> H

카와즈 2024. 6. 24. 23:39

"봇치가 모르는 감정을 깨달으려 하는 이야기.
적더라도 누군가에게 꽂혀면 기쁘겠습니다.

Side-K: https://kawazu.tistory.com/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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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토리 짱."

 처음 그렇게 불렸을 때, 세상에 새로운 소리가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소리의 이름을 나는 아직 모른다.


****


 요즘 키타 씨가 자주 점심시간에 찾아온다. 키타 씨는 친구랑도 어울려야 할 거라 생각해서……란 걸 명분으로, 나는 내 마음의 안녕을 위해 모든 점심시간을 기타 연습에 쓰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키타 씨는 찾아온다. 여름방학 전에는 이런 일은 없었다. 

 처음에 들킨 날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찾았다."

 계단 아래 의문의 스페이스에서 밥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더니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나는 놀라서 그 소리 끝을 올려다본다. 여기서 점심을 보내고 있다는 게 마침내 누군가에게 들켰다고 생각했더니 거기엔 키타 씨가 있었다. 풀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어쩐지 기쁜 듯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부시다.

 "키, 키, 키타 씨 무슨 일이에요? 이런 데까지."

 정말로 어쩌다 이런 곳까지. 여기서 점심을 먹던 게 들켰다는 게 자신에게 친구가 없다는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듯해서 복잡한 기분이 든다.

 "고토 씨를 찾아 볼까 하고."
 "……?"

 왜 나를 찾아 보자는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기타 연습에 어울려 줬으면 하는 걸까?

 "고토 씨랑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앗……네?"

 점점 더 모르겠다. 왜 나랑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걸까? 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성공해 본 적이 없다. 왜 그런 나와 얘기를 할 필요가? 아, 혹시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뭔가 저질러 버려서일까. 점심시간을 소비해서라도 일러 두고 싶은 게 있는 건가? 이런 데서 밥 먹지 말고 교실에서 먹으라든가?

 "저, 저 뭔가 저질렀나요?"
 "아니? 아무것도."
 "……?"

 아무것도? 아무것도란 말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뜻? 즉 무죄 승소? 그렇다면 점심을 먹고 있는 장소 쪽인가…….

 "있잖아, 고토 씨."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을 때 또 위에서 말을 걸었다.

 "앗 네."
 "그쪽에 내려가도 돼?"

 내려가는 걸 막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아싸가 그걸 전할 용기도 없다.

 "앗 네."

 그렇게 대답하자 키타 씨는 즐거운 듯이 계단을 내려와 내 맞은편에 접의식 의자를 펼쳐 앉았다. 뭘 말하면 되는 걸까. 그다지 얘깃거리의 스톡도 없다. 몇 분 견뎌 내면 되는 건지 신경 쓰여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지만 남은 시간은 무려 15분이나 있었다. 길다.

 "점심은 먹었어?"
 "아 네. 먹었어요." 
 "뭐 하고 있었어?"
 "어, 그게, 동영상 보고 있었어요."
 "글쿠나. 뭔가 재밌는 거라도 있었어?"
 "에, 아, 아뇨, 특별히는."

 대화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보고 있던 영상도 적당히 틀어 놓고 있었을 뿐이니까 재밌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우주가 어쩌니 했지만 머리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이 대화는 정말로 재미있는 걸까? 면접이라도 받고 있는 듯한 레벨의 일문 일답. 면접이었어도 글러먹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하고 있단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아직인 걸까.

 "……저기."
 "왜애?"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더니 키타 씨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해 준다. 대답마저 눈이 부실 레벨이다.

 "왜 여기서 먹고 있는 건지 안 물어봐요?"

 결국 추궁받는 게 무서워져서 내 쪽에서 얘길 꺼내고 말았다.

 "물어봐 줬으면 했어?"
 "앗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하고 싶었던 말 이게 아니었어!?
 키타 씨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면 그건 그거대로 부끄럽달지. 왜 묻고 만 걸까.

 "……사람이 없는 데서 쉬고 싶은 건가 했어."
 "에?"
 "여기서 점심 먹은 이유."

 키타 씨에게서 나올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 답이 날아와서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그건 딱히 나를 책망하는 것도 아니고, 재밌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건 그걸로 좋다고 인정해 주는 듯한.

 "……."
 "……고토 씨?"
 "앗, 아뇨, 그, 그런 느낌, 일까요."

 살짝 자신을 꿰뚫어보인 듯한 신기한 기분이다. 어쩐지 부끄러운 듯한, 안심되는 듯한. 너무나도 그게 의외라서 인상깊게 남아 있다.
 나를 찾으러 오는 건 그 때뿐인 변덕이라고 생각했지만 키타 씨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왜 그렇게 내가 있는 곳에 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내가 망상했던 세상에선 당연한 일이었을 터였다. 언제나 친구가 있고 나를 신경 써 주는. 그런 친구라는 관계성을 나는 꿈꾸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왜일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이 불편하다. 아니, 마음이 불편한 거랑은 다른 걸까. 말을 걸어 주는 건 기쁘다. 찾아 주는 것도 사실은 싫은 게 아니다. 옆에 있는 것도 즐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쪽에서 아무것도 돌려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단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제 봐도 키타 짱은 눈부셔서 나는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부럽다고 생각하고 만다.

****

 이렇게 매일같이 찾아올 거면 매일 기타 연습이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나는 쌀쌀맞은 걸까. 인적이 드문 학교 건물 구석에서 콘크리트 발판에 앉은 나와 키타 씨 둘. 계단 아래 의문의 스페이스가 아니어도 키타 씨는 찾아온다.

 "그래서 있지, 요전에 료 선배가"

 재밌는 대답을 할 수 있는 것도, 내 쪽에서 재밌는 화제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키타 씨는 반짝거리며 말한다. 왜 이렇게 즐거워 보일까. 그보다, 왜 찾아오는 걸까? 기쁘지 않은 게 아니다. 요즘은 언제쯤 올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신경 쓰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는 키타 씨니까. 귀엽고, 밝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제대로 하고, 여러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받는 사람이니까. 언제든 여러 곳에서 데려가려고 할 텐데. 왜 점심은 나한테만 붙어 있는 걸까? 아, 혹시 그건가. 담임한테라든지, 쟤 친구 없으니까 되도록 사이좋게 지내 주렴 하는 이벤트? 그런 부탁을 들으면 키타 씨라면 "알겠어요! 맡겨 두세요!"라고 말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리 그래도 쇼크일지도 모른다.

 "……고토 씨, 왜 그래?"
 "으학! 아, 아뇨, 그……."

 담임한테 들어서 어쩔 수 없이 나를 신경 써 주는 거라고 한다면, 그건 미안하달지, 그런 데에 시간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한달지.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써 줬으면 한다.

 "내 얘기 재미 없었어?"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아니면 민폐였어?"
 "에? 앗 아뇨 아뇨 아뇨 아뇨!"
 "뭐가 신경 쓰이는데?"

 키타 씨가 키득 웃었다. 고토 씨와 얘기가 하고 싶다고 전에는 그랬었다. 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시야 가장자리로 키타 짱을 엿보자 변함없는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물어 봐도, 되는 걸까?

 "저, 저기."
 "왜애?"
 "어, 아, 그, 키, 키타 씨는 점심시간 다른 사람들하고 안 보내요?"
 "……."

 용기를 내서 물어 보자 키타 씨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그 팔에 머리를 올렸다. 그 시선은 나를 담은 채였다.

 "고토 씨랑 친해지고 싶으니까."
 "친해지고?"
 "밴드 맴버랑 친해지고 싶단 게 이상한 일인가?"
 "앗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눈을 가늘게 뜨고 키타 씨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키타 씨는 눈부셔서, 오래 그걸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아, 나도 이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그런 반짝임이 키타 씨에게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히토리 짱, 가자!"

 정월. 평소였으면 평화로웠을 정월. 그랬을 터인데 나는 키타 짱에게 하츠모데에 끌려가고 있었다.
 키타 짱은 문화제날 이후로 나를 '히토리 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소리에는 어쩐지 낯간지러움과 편안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불려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적어도 고토 씨보다는 거리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뭘 했던가? 키타 씨 생각은 잘 모르겠다. 기왕이면 나도 키타 짱이라고 불러 볼까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아직도 마음속에서밖에 부른 적이 없다.

 "자, 히토리 짱 올 한 해의 소원을 빌자!"
 "앗 네."

 연시부터 키타 짱은 기운이 넘친다. 나는 졸리다. 목도리를 붙잡혀 끌려가듯이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기분은 우울했다. 사람, 사람, 사람, 붐비는 사람. 다들 왜 이런 데에 가고 싶어하는 걸까. 보고 있는 것만으로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히토리 짱, 멍하니 있으면 떨어져 버린다?"
 "에, 아."

 밍기적거리고 있으려니 키타 짱에게 왼손을 붙잡혔다. 인싸는 사람을 만지는 데에 아무런 저항이 없구나 하고 다시금 실감한다. 잡혀 있는 손이 어쩐지 뜨겁다.

 "키타 씨는 다른 사람하고 하츠모데 안 가도 괜찮았어요?"
 "겨울방학은 밴드 멤버들끼리만 놀자고 그랬잖아."

 여름에 그런 말을 했던 느낌이 든다. 에노시마에서 돌아올 때 탔던 전철에서의 대화가 되살아났다.

 "……료, 료 씨도 니지카 짱도 없는데요?"
 "……히토리 짱은 나랑 둘이선 싫어?"
 "에, 아, 그, 그런 건 아니에요."

 어느 쪽이냐 하면 저항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진정되지 않는다. 무슨 얘기를 할지도 어렵다. 하지만 그런 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같이 있는 게 싫냐고 하면 그런 건 아니지만.
 참배 줄에 서서 올해의 소원을 빈다. 미확인 라이엇에서 1위를 해서, 팔려서 고등학교 중퇴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걸로 주변 사람들에게 추앙받기를. 그리고 계속 겨울방학이 계속되기를.
 생각나는 대로 소원을 늘어놓고 나서 눈을 뜨자 키타 짱이 왠지 이쪽을 보고 있었다.

 "히토리 짱 잔뜩 소원 빌더라."
 "에, 아, 앗 네."

 올해는 꽤나 제대로 된 소원도 빈 느낌이 든다. 여름보다는, 꽤나.

 "키, 키타 씨는 무슨 소원을 빌었나요?"
 "히토리 짱. 이런 건 남한테 말하면 안 이루어지는 거야."
 "아, 그, 그렇죠."

 지금 건 괜찮은 화제를 던진 게 아닌가 했는데, 실패한 모양이다.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걸로 하츠모데도 끝났으니 나는 떳떳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단 뜻이다.

 "아, 키타 짱~! 새해 복 많이 받아!"

 이벤트 종료가 다가와서 마음이 가벼워지던 차에 키타 짱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내 옆에 있던 키타 짱이 그 사람들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혼자 남겨진다. 당황하며 키타 짱을 쫓아가 그 뒤에 섰다.

 "이제부터 노래방 가잔 얘기 하고 있었는데 키타 짱도 어때?"
 "노래방? 그거 좋다!"
 
 고민할 틈도 없이 다른 친구 제안에 키타 짱이 찬동하고 있다.
 오늘은 나랑 놀러 온 거 아니었어?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어라, 나 집에 가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가? 

 애초에 키타 짱은 나와 하츠모데를 왔을 뿐이니까 이걸로 해산할 생각인 게 아닌지? 그렇다면 키타 짱이 바로 결정하더라도 문제 없는 느낌이.
 뭔가 신기한 감각에 휩싸인다.

 "히토리 짱도 갈 거지?"
 "에?"
 "그러니까 노래방 말이야!"

 키타 짱이 말을 걸어서 의식이 사고의 바다에서 튕겨나온다.
 어, 나도 가잔 얘기야?

 "당연히 갈 거지?"
 "앗……네."

 왜 한 순간이라도 좀 더 키타 짱하고 놀고 싶었던 듯한 느낌이 든 걸까.

 "그럼 가자!"

 …………엄청나게 집에 가고 싶다.

****

 "히토리 짱, 히토리 짱!"

 노래방의 기억은 중간부터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귀갓길을 걷고 있다. 앞쪽에 키타 짱의 친구가 걷고 있고 우리는 그 몇 걸음 뒤를 걷고 있었다.

 "에, 아, 키타……씨."
 "괜찮아?"
 "에, 아, 뭐, 뭐가요?"
 "노래방 중간부터 계속 돌아오질 않길래."
 "아, 죄, 죄송해요."

 노래 부르란 말을 들은 후부터 거의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또 나만의 세계에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
 "저, 키타 씨?"

 시선이 느껴진다 싶더니 키타 짱이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니까 진정되지 않는다.

 "히토리 짱은 나랑 있으면 재밌어?"
 "에?"
 
 그 눈은 똑바로 나를 비춘다. 키타 짱과 있어서 재밌는가 어떤가. 늘 재밌냐고 물으면 거짓말이 된다. 힘들 때도 있다. 아까는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같이 있기 싫은 건 아니라서.

 굳이 말하자면

 "키타 씨랑 같이 있는 건, 좋아해요."
 "응?"
 "앗, 대, 대답이 안 됐나요?"
 "그건 재밌는 거랑은 다른 거야?"
 "에, 아……좀 다르달까요……."
 "……그, 그래."

 키타 짱은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옆에 묶은 머리로 손장난을 치고 있다. 또 나는 이상한 말을 해 버린 걸까.

 "……좋아한다, 라."

 키타 짱이 작은 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무, 무슨 일 있나요?"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

 왜인지 키타 짱이 기뻐 보였다. 이상한 말을 한 건지 그게 아니었던 건지 결국 모르겠다.

 "나도 히토리 짱이랑 같이 있는 거 좋아해."

 키타 짱이 배시시 웃었다. 심장이 한 박, 두근 소리를 냈다.

 "……!?"
 "히토리 짱?"
 "어, 아, 아니, 그, 그건, 다행이네요."

 불쾌하게 만든 게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 지금 건 뭘까? 오늘은 어쩐지 이상한 일이 많다.

 "많이 놀았으니까 지쳐 버렸어?"
 "아, 그, 그럴지도, 몰라요."
 "히토리 짱은 좀 더 체력을 붙여야겠네."
 "배, 밴드 활동도 몸이 자본이니까요."
 "……그것도 있지만."
 "……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키타 짱은 또 웃었다. 키타 짱은 가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때가 있다. 문화제 때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 다음엔 어떤 말이 이어질 예정이었던 걸까. 분명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조금 알고 싶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 싶다?
 그래서, 알아서 어떡하는데?
 사이가 좋아진다?
 고토 씨랑 친해지고 싶으니까
 언제였는지 키타 짱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키타 짱과 키타 짱의 친구와 헤어져 혼자 귀갓길을 걷는다. 새해 벽두부터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기만 한다. 빙글빙글 돈다. 인파 속에서 친구와 하츠모데란 리얼충 이벤트를 해치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분명 그럴 거다. 키타 짱에게는 이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동경하는 리얼충은 멀고도 멀다. 머릿속으로 몇번이고 리얼충 시뮬레이션은 했을 터인데.
 2시간 걸려서 집에 도착한다. 내 방에서 대자로 뒹굴었다. 이것저것 생각해 버리기도 했고, 정월의 몸에 채찍질을 해서 나갔다 온 것도 있어서, 졸려져서 꾸벅거리기 시작했을 때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멍한 머리로 그걸 본다. 키타 짱이다.

 '오늘은 하츠모데 재밌었지! 올해도 잘 부탁해!'

 돌아간 뒤에도 로인을 보내 주다니. 피곤했지만 생각보다는 재밌었던 느낌도 든다. 일단 내 쪽에서도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라고 쳐야겠다 생각하자, 추가로 메시지가 왔다.

 '그러고 보면 노래방에서 애들이 별자리가 된다면 가사를 좋아한다고 그랬었어'

 가사를 좋아한다. 기쁜 워드를 발견했다. 그다지 들은 적이 없었어서 나도 모르게 텐션이 오른다. 직접 말해 줘도 됐는데.

 '히토리 짱 의식이 없었던 거 같으니까 전해둬야겠다 싶어서'

 앗 의식 날아간 뒤였나.
 
 '뭔가 짝사랑 같아서 좋다고'

 ……짝사랑!?
 나도 모르게 펄떡 일어났다. 상정하지 않은 단어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굳었다. 그건 결속밴드 모두와 인기 밴드가 되어서 추앙받고 싶다고 생각해서 쓴 가사고. 연애송도 뭣도 아니다.
 ……아, 아니, 하지만, 해석은 각자가 하는 거니까 상관 없나.
 무의미하게 두근두근하고 말았다.

 '가, 감사합니다.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연이어 오는 키타 짱의 메시지에 어떻게든 그렇게만 답했다.
 짝사랑이라……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자신 안에서 가사를 떠올린다. 반짝이는 키타 짱처럼 모두가 인기 밴드가 돼서……같은 마음으로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런 걸 생각했더니 키타 짱의 이미지가 상상 이상으로 들어가 버렸다.

 너와, 모여서, 별자리가 되고 싶다.

 짝사랑이란 단어에 사로잡혀 그 가사를 훑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나는 터무니없는 가사를 써 버린 건가?
 
****

 늘 눈부신 키타 짱을 동경했다.
 그런 키타 짱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키타 짱은 나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키타 짱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둘이서 갔던 하츠모데.
 둘이 되지 못했던 노래방.

 나는 키타 짱과 있는 건 좋아하고,
 키타 짱도 나랑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겐 친구가 없다.
 그러니까 알 수 없다.

 이게 친구를 향한 마음인지, 그 이상의 사람을 그리는 마음인지.

****

 점심시간, 교사 어딘가의 눅눅한 장소. 하늘이 보이는 교사 구석. 콘크리트 위에 앉아서 내가 멍하니 있으려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히토리 짱, 오늘은 여기구나."
 "엣, 앗 네. 하늘이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키타 짱은 오늘도 나를 찾아낸다. 잘 생각해 보면 이 시간과 기타 연습 시간은 나와 키타 짱 둘만의 시간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니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다. 도망치고 싶어질 때도 많았지만 왜인지 그런 마음도 옅어지기 시작했다.

 "……키타 짱은 저랑 있으면 재밌어요?"

 전에 들었던 말을 어쩐지 다시 물어 본다. 옆에 앉은 키타 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응?"
 "어, 아, 죄, 죄송해요. 그냥 어쩐지, 궁금해서."

 시선에서 도망쳐서 움츠러들어 발치를 바라본다. 키타 짱이 생각하고 있는 걸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건 건방진 일이었을까.

 "으음……."

 이걸로 안 재밌단 말이 돌아오면 쇼크인데……

 "전에도 말했지만, 난 히토리 짱하고 같이 있는 게 좋아."

 떨어뜨린 시선을 위로 되돌린다. '좋다'는 단어에 심장이 뛰었다.

 "히토리 짱하고 있으면 나 그대로로 괜찮은 느낌이 드니까."

 키타 짱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무슨 뜻일까. 겉을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까?

 "뭐,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그밖에도 있어요?"
 "응. 하지만 아직 비밀이야."
 
 나를 향한 수줍은 듯한 웃음에, 눈부심만이 아닌 것을 본 느낌이 들었다.

 "……히토리 짱?"
 "에? 앗 네!"
 "무슨 일이야? 멍하니 있고."
 "앗,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쩐지 어색해져서 나는 시선을 돌렸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를 향하는 표정에 마음이 간질여지는 건 왜일까.
 동경했던 그 모습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렇게나 신경 쓰였던가.
 이 감정에 붙일 이름을 나는 깨달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정답인지 나는 모른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고 누구한테 변명을 하면 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터무니없는 가사를 써 버렸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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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시로(しろ) 님

원본 링크: 一番星のひとりごと Side G -> H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19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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