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1

카와즈 2024. 5. 2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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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에서 베이스를 울려서 되돌아오는 건 기타 하나만큼의 소리뿐. 니지카는 없다. 봇치는 계속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니지카 짱, 아직도 안 돌아왔어요?"
 "응. 어디 있는지도 몰라."
 "걱정이네요……."
 "응."

 봇치의 얼굴엔 빨리 만나러 가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세이카 씨에게 물어보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지만 나는 만나는 게 무서워서 만나지 않고 있다. 헤어지잔 말을 듣고 그렇게까지 거절당했으니 나는 겁에 질려서, 만나러 갈 수 없었다. 그 때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발은 얼어붙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만나기 어색함을 더해 가고 있다.

 "이쿠요, 괜찮아?"
 "아뇨, 안 괜찮아요. 계속 방에 틀어박혀서, 일은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거 말곤 만나 주지 않아요."
 "니지카는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모르겠어요?"

 봇치의 분위기가 변했다. 얼굴을 든 앞머리 안쪽에서 날카로운 눈이 나를 바라본다.
 
 "료 씨가 말을 안 해서 그래요. 니지카 짱이 그랬어요. 자길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참 전부터 불안했던 거예요. 그게 폭발한 거라고요."
 "그거랑 이건 상관 없어."
 "상관 있어요. 니지카 짱 울고 있었어요. 뛰어 와서 키타 짱하고 부딪혀서, 저희를 보자마자 괴로워 보였어요. 아마 저희가 부러워서, 그래서 분풀이를 한 거예요. 니지카 짱 이미 한계였던 거라고요."
 "그래서 내 탓이란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그렇다. 내 탓이다. 내가 말을 안 하니까, 전하지 않으니까. 전부 내 잘못이다. 내가 니지카와 이쿠요와 봇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전부 내 잘못이고, 이 최악인 상황을 만들고 있는 건 나고, 그러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게 봇치는 화가 난 거지? 알고 있어, 그쯤은. 덜그럭 소리가 나는 머리라도 알고 있어.
 그래도 만나는 게 무섭다고. 다음에 만나면 끝난다는 걸 아니까, 니지카가 멀어져 간다는 걸 아니까, 친구로서조차 있을 수 없게 되니까. 그러니까 만나기 싫은 거야.

 "……그렇겐 안 말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스튜디오 연습 해 봤자 의미 없어요."
 "……그건 그렇네."
 "이제 그만 하죠. 저 점장님한테 말하고 올게요."

 봇치가 스튜디오를 나가 방에는 나 혼자가 된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베이스를 놓고는 벌써 3일간 만나지 않은 니지카를 생각했다.
 그 뒤에 니지카는 사라졌다. 집에 있으면 돌아올 거라 생각해서, 돌아오지 않아서, 세이카 씨에게 전화하자 "너한텐 안 가르쳐 줘."란 말을 들었다. 그렇게 됐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니지카가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눅들어 있을 뿐, 아니면 삐쳐 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납득시키는 말을 늘어놓고, 제일 애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건 나라고 자각은 하고 있다.

 "베이스 안 집어넣는 거예요?"
 "……집어넣을 거야."

 돌아와서 봇치는 기타를 기그백에 집어넣고 등에 졌다. 나도 등에 지고는 스튜디오 불을 끄고 방문을 닫는다.
 STARRY를 나와서 우리들은 특별히 말을 하지도 않고 걷는다. 니지카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옆에는 누가 있는 걸까. 이미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는 걸까. 나는 이제 필요 없는 걸까.

 "……니지카."

 무의식중에 나와 버린 말에 입을 틀어막자 봇치는 나를 봤다. 그리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이제 적당히 좀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았다.

 "왜 안 만나러 가는 거예요! 왜 이런 짓 하고 있는 거예요! 어찌 되든 상관 없어요?! 니지카 짱 말이에요!"

 예리하게 벼려진 눈이 나를 노려봐서, 그 말에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봇치의 멱살을 잡고 똑같이 노려보며 고함을 돌려줬다.

 "그럼 어떡하면 되는데! 니지카는 안 돌아오고, 장소도 모르고 만난다고 해도 돌아온단 보장도 없는데! 말하는 쪽은 간단하지! 봇치가 니지카를 만나는 것도 아니니까!"
 "이대로면 밴드는 해산이에요! 기껏 니지카 짱의 꿈이 이루어졌는데, 그걸 망가뜨려도 되는 거예요!? 니지카 짱의 꿈이 이뤄졌을 때 료 씨 그렇게 기뻐했잖아요!"
 "꿈이 이루어져 봤자 기뻐해 봤자 니지카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니지카를 위해서 노력해 온 거야! 작곡도 작사도! 베이스조차도! 니지카를 위해서! 근데 니지카가 필요 없다고 하면 난 아무것도 못 해!"
 "당신은 니지카 짱한테서 도망치고 있을 뿐이야!"
 
 도망친 거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봇치의 눈에 거짓말을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멱살을 잡은 힘이 풀어져 봇치가 지면에 발꿈치를 붙였다. 내 시선은 아래로 내려간 채.

 "……니지카가 나한테 그랬다고, 이제 끝내자고. 그게 답이야. 밴드도, 나도, 이제 필요 없단 뜻이라고. 난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니지카 짱은 저한테 한 번도 해산하자곤 말 안 했어요. 단지 안 돌아오는 건 아직 고민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고민이고 뭐고 이제 끝났으니까 만나기 싫단 거겠지. 해산이라고 말 안 하는 것도 자연소멸을 노리고 있을 뿐."
 "자연소멸이라니 이제 와선 못 해요. 잘 팔리고 있으니까요, 저희."

 봇치는 강하다. 옛날엔 그렇게 약했는데.
 하지만 되돌이켜 보면 봇치는 언제나 히어로였다. 옛날엔 기타를 들었을 때만 히어로가 됐지만, 지금 봇치는 기타를 들지 않아도 히어로였고 모두를 구하려고 필사적이었다.
 얼굴을 들어 봇치를 보았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니지카는 나 같은 거 싫어해."
 "니지카 짱은 누구보다도 료 씨를 좋아해요.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같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만나 봤자 분명 얘기도 안 들어 줄 거야. 무시당하거나 돌아가라고 할 거야."
 "괜찮아요, 만나 줄 거예요. 니지카 짱은 얘기 들어 주는 거 잘 해요. 그리고 이런 아싸인 제 얘기를 처음에 들어 준 것도, 니지카 짱이었으니까요."
 "……내가 니지카를 만나면 또 상처입힐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전부 말로 해 봐요. 료 씨가 생각하고 있는 거 전부. 료 씨가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면 분명 니지카 짱도 알아 줄 거예요."
 
 두 어깨에 놓인 손으로부터 봇치의 온기가 부드럽게 전해져 온다. 말라붙은 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내 마음이 아물어 봇치의 말을 갈구했다.

 "료 씨는 니지카 짱을 엄청 좋아하잖아요. 니지카 짱도 료 씨를 엄청 좋아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럴까."
 "그래요. 얘기하면 알아 줄 거예요.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런 글러먹은 나라도?"
 "료 씨는 글러먹지 않았어요."

 옷자락을 손톱이 하얗게 될 정도로 꼭 쥐자 니지카의 웃음이 뇌리에 떠올랐다. 지금은 그저 니지카를 만나고 싶었다. 봇치가 그렇게 말해 준다면 만나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니지카를 보고 싶어."

 입에서 툭 흘러나온 그 말은 틀림없이 내 본심이었다.

 "끌어안아 줬으면 해, 좋아한다고 해 줬으면 해, 계속 같이 있어 줬으면 해, 없어지지 말았으면 해. 니지카가 없는 생활은 싫어, 니지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나한텐 니지카밖에 없는걸……."

 이 3일간 살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도 방은 차가웠고 혼자 먹는 밥은 맛있지 않았고 아이스크림도 혼자선 그냥 차가울 뿐이고 달지도 않다. 불을 켜도 어둡다. 니지카가 없으니까. 침대에서 잘 때 옆자리가 비어서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서 아침밥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문을 열어도 거기엔 아무도 없어서.
 나는 니지카가 없으면 안 된다. 니지카가 없으면 외로워서, 무서워서. 니지카가 없으면 나는 숨을 쉴 수 없다.

 "……돌아갈래."
 "에, 아, 에?"
 "가지러 돌아가야 되니까, 반지."
 "엑!?"

 나는 달려나갔다. 봇치를 두고, 산송장 같은 거리의 사람들을 두고. 무거운 베이스를 등에서 흔들면서 거리를 달려 아파트 현관을 통과해 엘리베이터에 구르듯 들어가선 층 버튼을 연타해서 도착함과 동시에 뛰쳐나간다. 문 열쇠를 열고 안에 들어가 거실을 가로질러 침실의 옷장을 열었다.
 종이봉투에서 꺼낸 무거운 상자. 안을 열어서 나온 반지 케이스는 내 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다. 좌우로 열자 중심의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주변을 장식하듯이 자잘한 다이아몬드가 빛나기 시작한다. 반지 케이스를 주머니에 넣고 나는 베이스를 들쳐멘 채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걸으면 여기서 20분인 장소도 뛰면 10분 정도로는 줄어들 거다.

 숨을 헐떡이면서 STARRY의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연다. 안은 어두컴컴했고 스테이지에서는 신인 밴드맨이 마이크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 모습도 보지 않고 나는 벽에 기대 스테이지를 보고 있는 세이카 씨에게 일직선으로 향했다. 나를 눈치챈 그녀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뒤는 벽인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세이카 씨."
 "뭐, 뭐야."
 "니지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세요."

 세이카 씨는 한 순간 눈을 크게 뜨고 곧장 가느다랗게 떴다. 그리고 "왜?"라고 내게 묻는다. 나는 숨을 들이쉬어 폐를 부풀렸다. 니지카와 아주 닮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프로포즈할 거예요."
 "뭐?"
 "동생을 제게 주십시오."

 고개를 숙이자 한 박자 늦게 "아니 잠깐 잠깐 잠깐." 하고 당황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여기서 허락을 받지 않으면 나는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미 결심했다. 도망치는 건 끝내겠다고. 도망치면 니지카를 만날 수 없다. 소심한 나지만 이제 도망쳐선 안 된다. 니지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제 도망칠 생각은 없다.

 "왜 갑자기 프로포즌데?"
 "허락해 주세요."
 "잠깐, 어이, 야."
 "……."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고개 들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등줄기를 펴고 다시금 세이카 씨를 본다. 한숨을 쉰 후 뒤통수를 긁는 그녀는 놀람을 뛰어넘어서 어이가 없어 보였다.

 "화해하는 게 먼저 아니냐?"
 "할 거예요. 그것도."
 "그럼 왜 프로포즌데?"
 "전하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반지는. 있어?"
 "네."

 신음하는 세이카 씨는 팔짱을 끼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나는 말을 기다렸다.

 "……지금 니지카는 내 지인의 음식점에 헬프로 들어가 있어."
 "그럼 거기 갈게요. 가르쳐 주세요."
 "기다려. 니지카는 지금 자기 마음을 정리하려고 필사적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너를 만나면 엉망이 될지도 몰라."
 "안 그래요."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데?"
 "니지카니까요."

 절대적인 자신. 나는 니지카를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다. 나와 나도 모르는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외쳤다. 괜찮다고, 걱정 없다고.

 "그나저나 왜 니지카야. 헤어졌다고 들었는데?"
 "안 헤어졌어요. 니지카가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말했을 뿐이거든요."
 "그 무슨 헤어지기 싫은 가스라이팅 남친 같은……."
 "전 니지카가 아니면 안 돼요. 니지카는 제가 아니어도 될지도 모르지만, 저는 니지카밖에 없어요. 니지카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요. 니지카가 곁에 없는 저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오른다리에 있는 주머니 바깥에서 반지 케이스를 꼭 쥐었다.

 "니지카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세이카 씨는 잠시 뚫어져라 나를 바라본 후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뭔가를 조작해서 내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니지카가 있는 음식점 정보였다.

 "사실은 널 쥐어 패 주고 싶었지만 관뒀다. 넌 진심인 모양이고, 뭣보다 퉁퉁 부은 얼굴로 프로포즈하면 멋이 안 살잖냐. 그러니까 됐어."
 "……죄송합니다."
 "니지카는 너로 괜찮은 걸까 생각했을 때도 있었어. 꽤 예전 얘기. 그야말로 너희가 사귄다고 들었을 때. 너한텐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니지카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까 아무 말도 못 하게 됐거든."

 스테이지를 보고 미소지으면서 세이카 씨는 내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나도 스테이지에 얼굴을 향했고 조금 눈이 부셨다.

 "하지만 두 번은 없어. 다음에 니지카를 울리면 용서 안 한다. 알았냐."
 "네."
 "그럼 가, 빨리."

 미소가 나를 향한다. 하나 끄덕이고 나는 달리기 시작한다. 1초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서, 1초라도 빨리 전하고 싶어서. 달려서 달려서, 니지카를 만나러 간다. 내일 근육통이 생겨도 니지카가 곁에 있어 준다면 웃을 수 있다. 그 차가운 방이 따뜻해진다면 내 몸은 얼마든지 내어 주마. 그러니까 달려라, 달려라! 달려서 그 애한테 전해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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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