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8

카와즈 2024. 5. 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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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을 끝내고 흡연구역으로 향하는 료 씨의 뒷모습을 배웅하자 방에는 나와 니지카 짱만이 남았다. 악기를 집어넣는 니지카 짱은 어딘가 어두워서 평소의 명랑함이 별로 없다. 무슨 일 있었던 걸까 생각한대도 나는 잘 얘기를 끌어낼 수 있을만큼 말을 잘하지 못했다.

 "니, 니지카 짱."
 "응? 왜 그래 봇치 짱."

 아, 또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니지카 짱이 힘들 때 니지카 짱은 그래도 기운차 보이는 척을 한다. 그럴 땐 대체로 좋지 않을 때라서 막연히 나는 안 좋을지도, 하고 걱정했다.

 "무, 무슨 일, 있었어요……?"

 그렇게 묻자 한 순간 니지카 짱은 표정을 잃고 곧바로 "왜? 아무 일 없었어." 하고 웃는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것도 물을 수 없어서 "그쵸?"라고 답하고 말았다.

 "……봇치 짱은 기타 열심히 하고 있지."
 "네? 아, 네."
 "그건 왜야?"

 왜냐고 묻는다면 결속밴드를 위해서지만, 전제에 자신을 위해서란 게 나온다. 기타는 내 아이덴티티니까. 하지만 왜 그런 걸 묻는 건지 신경 쓰였다.

 "밴드를 위해, 인데요 굳이 말하자면 절 위해서예요."
 "그래, 응, 그렇구나."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는 니지카 짱을 보고 역시 가슴이 소란스러워져서 "저, 저기요!"라고 나는 큰 소리를 내고 만다. 깜짝 놀란 니지카 짱은 가볍게 펄쩍 뛰었고 "어, 왜?"라고 내게 물었다.

 "의, 의지가 안 되나요? 저……."

 니지카 짱은 조금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고, 엷게 눈물을 띄우고는 내게 다가와 어깨에 머리를 맡겼다. 그리고 조그맣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있지, 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서."
 "료 씨요?"
 "응, 뭔가, 날 이제 안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고."
 "그, 그럴 리가 없어요!"

 나는 강하게 부정한다. 니지카 짱은 "……그래?" 하고 매달리듯이 나를 본다.

 "료 씨는 니지카 짱을 엄청 좋아해요! 저, 저는 기타밖에 못 하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요! 료 씨는 니지카 짱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눈썹 끝을 내린 채인 니지카 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다시 뜨인 그곳에는 아직 불안이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어느정도 좋아져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상한 모습 보여서 미안! 잠깐 언니한테 갔다 올게!" 하고는 니지카 짱은 곧장 방을 나가 버렸다.
 료 씨와 니지카 짱이니까 금방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나도 기그백을 메고는 문고리에 손을 댔다.


 방 구석부터 전체를 둘러보면서 나는 어쿠스틱 기타를 친다. 무슨 옷을 입으러 갈까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하고 있는 키타 짱을 바라보면서 코드를 바꾸어 나갔다. 이런 거 어때? 하고 가끔 롱 스커트 자락을 나부끼는 키타 짱에게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하고 오늘쯤은 멋을 부리고 나올걸 그랬다고 내심 미안해졌다.
 평소와 같은 청바지와 까만 티셔츠. 집에는 여벌이 몇 벌이나 있어서 그걸 돌려 입고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세탁기에 돌린 청바지는 진작에 색이 빠져서 볼품없다. 여기에 밑창이 얇은 스니커를 매치하는 게 일상이니까 기본적으로 나는 늘 같은 차림을 하고 있다.

 "히토리 짱, 준비 다 됐어!"
 "아, 네. 그럼 갈까요."

 옷을 입고 화장을 마친 키타 짱이 그렇게 말해서 나도 일어나 소파에 통기타를 놓았다. 러브송의 가사는 이미 다 됐고 곡도 대충 정해지고 있었다. 료 씨는 어떠려나 하고 부끄럽다고 이야기했던 표정을 떠올렸다. 완성돼서 니지카 짱한테 전해졌으면 좋겠다.

 축제를 하고 있는 지역에 가까워지자 유카타를 입은 여성들과 자주 마주쳤다. 키타 짱의 유카타 모습을 상상하고 무척 귀엽다 싶었다가, 하지만 지금 차림도 무척 귀여우니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시야 구석에 포장마차가 보이고 사람이 확 많아진다.

 "축제라니 얼마 만인지."
 "키타 짱도 별로 안 가나요?"
 "으음, 일이 바쁜 것도 있고 갈 상대도 없고. 그리고 혼자 갈 바에야 집에서 자는 편이 낫다고 요즘은 생각해 버리거든."
 "키타 짱은 매년 갈 줄 알았어요."
 "아냐 아냐. 마지막에 갔던 건 그야말로 결속밴드끼리 축제 갔던 때려나."

 넷이서 축제에 갔던 건 대학 시절이었던가 고등학교 시절이었던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재밌었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앞을 걸으며 둘이 눈을 맞추고 웃는 니지카 짱과 료 씨에 내 옆을 걸어 주는 키타 짱. 내 청춘 모라토리엄. 지금도 그렇게 다르진 않지만 사회인인 키타 짱이 보기엔 많은 것이 바뀌어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저, 저 오코노미야키랑 바삭바삭치즈랑 소롱포랑 초코바나나랑 꼬치구이랑 케밥 먹을래요."
 (*바삭바삭치즈: 치즈를 철판에 바삭하게 구운 과자.)
 "어, 어어? 그, 그렇게 먹을 수 있어?"
 "나, 남으면 가지고 돌아가서 같이 먹어요. 그, 그러면 집에서도 축제 할 수 있어요."
 "풉, 후후, 그렇네."

 키타 짱은 입가에 손을 대고 작게 웃었다. 도로의 양쪽엔 포장마차와 사람이 드글거렸고 전봇대 사이사이에 걸린 등롱이나 장식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옆을 걷는 키타 짱을 보자 눈동자 속에 수많은 빛이 담겨 예쁘다고 생각했다. 키타 짱의 손에 자신의 것을 겹쳐 부드럽게 쥐자 눈동자가 나만을 비추었다.

 "떠, 떨어지면 싫으니까요."
 "아, 으, 응."

 맞잡힌 손에 가슴이 꽉 조였고 키타 짱의 흰 뺨은 붉게 물들고 말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 우리들은 축제 중인 인파에 삼켜져 들어갔다.
 일단 처음엔 한 바퀴 돌기로 결정하고 포장마차와 그걸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돌아다녔다. 솜사탕을 베어무는 어린이에 오코노미야키를 깨작이는 고등학생, 유카타를 입은 부부에 거리감도 애매한 풋풋한 커플. 그리고 옆에서 걷는 내 소중한 사람. 키타 짱은 이것도 맛있겠다, 저것도 맛있겠다 하며 눈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가끔 나와 눈을 맞추고는 즐겁다고 말하고, 정말로 나는 기뻐서. 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좋아함을 가슴에 밀어넣으면서 그러게라고 답했다.
 오코노미야키와 바삭바삭치즈, 소롱포 등을 사서 빈 스페이스에서 먹자 밖이라 그런지 맛있게 느껴졌다. 키타 짱도 맛있다는 듯이 먹어서 행복이 또 가슴에 솟아난다. 가지고 있던 티슈로 키타 짱의 입술 옆에 묻은 소스를 닦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축제 즐겁네요."
 "응, 진짜로. 꽤 오래 안 왔었는데 역시 누구랑 같이 도는 거 즐겁다."
 "네. 키타 짱이랑 와서 다행이에요."

 소롱포는 바닥쪽 피가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고 씹으면 야채와 고기의 감칠맛이 안에서 터져나왔다. 호호 불면서 씹어 삼키자 철판 냄새가 살짝 코를 간질여 여름 맛이 났다.

 "러브송은 다 됐어?"
 "아, 네. 대충. 좋은 게 써진 거 아닌가 생각해요."
 "흐응. 있잖아, 들려 줘."
 "아, 안 돼요! 아, 아직, 좀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럼 언젠가는 들려준단 거야?"
 "아, 네. 물론이죠?"
 "기뻐라."

 키타 짱도 알고 있는 걸까. 내가 사랑하는 건 키타 짱이란 걸. 그렇다면 좋겠다, 키타 짱도 날 좋아한다면 좋을 텐데.
 막연한 희망적 관측과 함께 마지막 소롱포를 삼키곤 다음은 오코노미야키에 젓가락을 댄다. "히토리 짱은 참 잘 먹는다니까."라고 키타 짱이 나를 보며 말한다.

 "버, 버릇없나요……?"
 "아니. 내 요리도 늘 맛있게 먹어 주니까 좋아해. 근데 그렇게 먹는데도 말랐다 싶어서."
 "아아, 요즘은 라이브니 연습이니 계속 서 있을 일이 많아서 그걸로 소모하고 있는 걸지도요……?"
 "좋겠다……."

 키타 짱은 바삭바삭치즈를 먹으면서 "나도 운동해야겠지."라고 중얼거렸다. 키타 짱은 너무 말랐다. 나는 밥 먹는 거 좋아하고 기타도 좋아하지 하고 자신의 반평생을 되돌아보니 난 좋아하는 일밖에 안 했구나 하고 침울해졌다. 나는 어마무시하게 운이 좋다. 기타와 만나지 못했던 지금을 상상하는 게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있잖아, 히토리 짱. 돌아갈 때 술 사 가지 않을래?"
 "술이요? 물론이죠. 키타 짱하고 마시는 거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나도 술은 그렇게 안 마시는데 히토리 짱이랑은 마시고 싶어."
 "에헤헤, 저도요. 료 씨랑 마시면 제가 뒤처리를 하게 돼서 집에 못 돌아가는 일이 왕왕 있어서……."
 "료 선배 술 약하니까 그지."

 늘 취해서는 80퍼센트는 니지카 짱 자랑을 하는 주제에 정작 본인 앞에서는 그런 티를 안 내니까 신기하다. 그 사람은 평소의 감사 같은 걸 전하고 있는 걸까. 돈을 빌리지 않게 됐대도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헤어져 버린다, 막 이러고. 그럴 리가 없겠지 혼잣말을 하고 오코노미야키를 입에 넣었다. 그 두 사람이 헤어진다니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히토리 짱 오코노미야키 한입 주라."
 "네, 여기요."
 "고마워."

 반쯤 남은 오코노미야키 팩과 새 젓가락을 같이 건네고 눈을 감고는 축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뭘 해도 재밌구나. 기타를 치는 것도 재밌지만 역시 키타 짱 옆에 있는 게 제일 재밌다. "맛있다."라고 키타 짱이 말하고 나도 "그러게요."라고 행복이 배어나오듯이 말했다.

 안주가 될 것 같은 포장마차 밥을 사서 인파 속을 걷고 있으니 시간대적으로 샐러리맨이나 대학생이 늘어났는지 인파에 부대껴지면서 걷는다. 손은 잡고 있지만 가끔 떨어질 것처럼 되어서 어딘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사, 사람이 엄청나네요."
 "시간대가 그래서 그런가……."

 좀처럼 나아갈 수가 없구만 하면서 소걸음으로 출구를 향한다. 사람이 적었으면 5분 정도면 나갈 수 있는데 이래선 두 배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조금만 더 가면 나갈 수 있어요, 하고 키타 짱에게 말을 걸려다가, 사람의 흐름이 나와 키타 짱 사이에서 딱 바뀐다. 사람의 무게에 우리들의 손은 떨어져서 거리가 벌어져 간다.
 앗, 하고 목소리가 흘러나온 한 순간 키타 짱의 몸은 멀리로 사라져 가서, 그 광경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금방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왠지 나는 영원의 이별처럼 느껴져서, 사람을 밀며 지나간다니 평소의 나였으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텐데 나는 사라져 가는 키타 짱을 쫓아 손을 잡았다.

 "키타 짱!"

 내 목소리에 페리도트가 반짝인다. 비치는 건 나 한 사람. 붙잡은 손을 끌고 둘이서 출구를 향한다. 키타 짱의 손이 뜨거워서, 녹아 버릴 것 같아서, 하지만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꽉 힘을 준다.
 드디어 마침내 평범한 보도로 나오자 가볍게 숨을 쉬었다. 키타 짱은 괜찮을까 하고 잡은 손을 따라 돌아보았을 때, 확실한 무게에 끌어안겼다.

 "키타 짱……?"

 키타 짱은 나를 끌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까 인파에서 안 좋은 경험이라도 했나 하고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나도 끌어안자 목에 얼굴이 묻혔다.
 키타 짱은 분명히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하지만 그 목소리는 내 몸에 흡수되어서 귀에 닿지 않았다.

 "키, 키타 짱? 뭐라고 한 거예요?"
 "……고맙다고 한 거야. 미안, 그럼 슈퍼 갈까?"

 키타 짱의 몸이 떨어져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자 이번엔 그녀 쪽에서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하지만 끝이 딱딱한 손에 감싸여 서서히 행복한 기분이 든다. 손을 끌려서 우리들은 걷기 시작했다. 미소짓는 키타 짱에게, 나는 어쩔 도리 없이 끌리고 있다.

 포장마차 밥을 안주로 캔 츄하이로 건배를 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키타 짱은 만취하고 말았다.
 털이 긴 러그에 앉아 소파 아랫부분에 등을 기대면서 우리들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얼굴을 붉히고 내 어깨에 이마를 갖다대는 키타 짱은 목욕 후의 좋은 냄새가 나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키타 짱은 세 캔 정도 마시고 이런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술에 약했던가 하고 기억을 뒤지며 생각해 보아도 별 수 없어서 포기했다. 캔을 기울이자 알코올의 쓴맛이 코를 찔렀다. 어른이 되면 쓴맛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데 내게 있어서 술이나 커피는 계속 쓴 그대로다.
 키타 짱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어린애라고 웃음받을까.

 "히토리 짱……."
 "네. 왜요?"
 "물 줘."
 "여기요."

 컵을 건네자 키타 짱은 두 손으로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다 마신 컵을 테이블에 놓고 다시 내게 기댄다. 이제 졸린가 하고 키타 짱을 바라보자 눈이 딱 맞았다.

 "앗, 아, 아뇨."
 "왜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있잖아 히토리 짱. 기타 쳐 주라."
 "아, 네, 네."

 옆에 놓아뒀던 통기타를 들고 나는 리퀘스트를 들었다. "결속밴드 곡이 좋아. 치면서 노래 불러 줘."라고 말한 키타 짱 얼굴엔 어쩐지 걱정이 나타나 있어서, 그런 얼굴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다른 제안을 했다.

 "그럼 키타 짱이 불러 주세요."
 "싫어."
 "부탁드려요. 그, 별자리가 된다면."
 "싫거든."
 "듣고 싶어요. 키타 짱의 노래."

 내가 쓴 가사를 키타 짱이 불러 줬으면 한다. 밝고 상냥한 너에게 손을 뻗고, 동경하고, 그래도 네가 되지 못한 내가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한껏 자아낸 곡.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만은 사회인 키타 이쿠요와 결속밴드의 고토 히토리가 아니다. 그냥 키타 짱과 나니까.
 그러니까 불러 줬으면 한다.

 "부탁해, 키타 짱."

 취해서 발음도 못 미더운 키타 짱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쳐 줘."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기타를 울리기 시작한다. 키타 짱은 내 어깨에서 떨어지고는 헛기침을 했다.

 "이제 곧 시계는 여섯 시───"

 술을 마신 데다 보이스 트레이닝도 하지 않은 키타 짱의 목소리는 엉망이었고, 하지만 내 가슴에는 환희가 일었다.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는 변함없다. 고음이 안 나오거나 거칠어지거나 한다. 그래도 그뿐이다.
 키타 짱의 눈동자가 둥실 부드러워진다. 마치 즐거움을 떠올린 것처럼,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몇 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저렇게 빛나네───"

 기타를 치는 손가락이 가볍다. 손가락이 매끄럽게 움직여 오랜만에 기타를 치는 걸 진심으로 즐겁다고 생각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키타 짱의 목소리. 계속 고막에서 안 나가면 좋을 텐데. 이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고 싶다. 한 번은 잊고 말았으니까 두 번 다시 그러지 않도록.
 
 "좋겠다, 너는, 모두에게 사랑받아서───"

 몇 년이나 안 불렀어도 잘 부른다. 애초부터 포텐셜이 키타 짱은 높았다. 이 곡은 키타 짱 것이고 내가 불러도 되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 눅눅한 계단 구석, 마주보는 우리들을 환시한다.

 "너와 모여서 별자리가 된다면. 별 내리는 밤, 한 순간의 소망───"

 키타 짱의 잘 뻗는 목소리가 기타보다 조금 큰 정도의 음량으로 방에 울려퍼진다. 눈을 감으면 그리운 스테이지 위의 풍경이 떠오른다. 뒤에서 리듬을 연주하는 니지카 짱, 안쪽에서 기타를 지탱하는 료 씨, 그리고 내 옆에서 노래하는 키타 짱이 있다. 이걸로 완벽하다. 별자리다. 누가 없어져도 안 되는 건데. 없어져 버리면 그 별자리의 이름은 바뀌어 버리는데.

 "반짝이고, 일렁이고, 떨리는 시그널───"

 내 마음에 현혹되지 않고 손가락은 완벽하게 프레이즈를 친다. 즐거운 듯이 노래하는 키타 짱을 좋아한다, 기타를 열심히 치는 키타 짱을 좋아한다. 상냥하고, 밝고, 어쩔 도리 없는 나를 저버리지 않아 주는 키타 짱을 좋아한다. 내게 웃음지어 주는 키타 짱을 좋아한다.
 내 옆에 있어 줬으면 한다. 거실 안에서도, 스테이지 위에서도.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다. 그 마음만은 밴드가 커져도 변하지 않는다.

 "연결된 선, 풀지 말아 줘, 내가 아무리 눈부시더라도───"

 끝나 버린다. 끝나지 말았으면 한다. 2절을 부르자. 응? 키타 짱, 불러 줘. 2절을 불러 줘. 부탁이니까. 내 기타에 목소리를 올려서. 키타 짱이 없으면 안 된다. 내 록은 성립되지 않는다. 불러 줬으면 한다. 계속 불러 줬으면 하는데.
 키타 짱은 매달리는 내 시선을 받고도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마치 그건 안 된다고라도 말하듯이. 말 안 듣는 나쁜 애로 있고 싶은데, 나는 어디까지고 키타 짱을 좋아하니까, 손가락은 아웃트로를 연주하고 만다.
 싫다. 싫다, 끝내고 싶지 않다. 계속 노래해 줬으면 한다. 끝나지 말았으면 한다. 끝내지 말아 줘, 키타 짱, 부탁이야. 눈물이 흘러 넘쳤다. 넘쳐서 키타 짱의 기타에 톡 톡 떨어진다. 안 된다, 끝난다. 끝나지 말아 줘, 부탁이야. 계속 내 옆에 있어 줘. 같이 기타를 치고 노래해 줘.
 마지막 프레이즈를 치고, 곡이 끝나고 말았다.

 "……울지 마, 히토리 짱."

 나는 기타를 꼭 쥔 채로 눈물을 흘린다. 이를 꽉 물고, 조용히. 나는 몸을 말고 쌓아 뒀던 감정을 토해내기라도 하듯이 울음을 터뜨렸다. 가슴이 아파서 죽어 버릴 것 같았다.

 "부탁이야, 돌아와, 키타 짱."

 현째로 넥을 쥐고 가슴에 찬 뜨거운 공기와 함께 그렇게 고한다. 얼굴도 볼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나는 솟아오르는 괴로움에 몸을 맡겼다.

 "키타 짱이 없으면, 안 돼요. 스테이지에 있는 의미를, 모르게 돼 버려. 니지카 짱의 꿈은, 이루어졌지만, 결속밴드의 보컬은, 내 옆자리는, 키타 짱밖에 없는데."

 더욱 몸을 굽힌다. 키타 짱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다.

 "키타 짱, 키타 짱. 계속 스테이지에서 찾고 있었어. 키타 짱 하고, 불렀었어. 하지만 옆에 없는걸. 계속 없는걸. 옆에, 있어 주지 않으면, 나는……."

 타성의 손가락이 현을 튕긴다.

 "기타, 못 치게 돼 버려……."

 키타 짱에게 어깨를 붙잡혀 얼굴을 들자 "미안해."란 말을 들었다. 듣고, 입술이 겹쳐졌다. 한 박자 뒤에 머리를 품에 안듯이 끌어안기고 나도 세게 가두었다.

 "미안해, 히토리 짱. 쓸쓸하게 해서 미안, 약해서 미안. 기타도 노래도 못해서 미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울면서 매달리는 내게 키타 짱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배에 끼인 기타만큼의 거리가 멀고 성가시다. 하지만 이게 없으면 우리는 이어질 수 없다. 더 가까이 가고 싶은데, 옆에 서고 싶은데.
 같이 걸어가고 싶다. 알아 줬으면 한다. 알아 주지 않으면 용서치 않는다. 기타를 연습한 그 나날을 잊었다곤 말하게 두지 않는다. 실제로 키타 짱의 손가락은 안 잊지 않았는가. 왼손가락 끝은 결속밴드를 잊고 싶지 않다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못 돌아가. 결속밴드엔 이제 못 돌아가. 거긴 이제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그런데, 왜 같이 와 주지 않는 것인가. 짜증이 손가락에 나타나 키타 짱의 등에 손톱을 세운다. 그래도 키타 짱은 계속했다.

 "우리들 이제 다 컸어. 내 길은 내가 정해서 지금 여기 있는 거야. 히토리 짱도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이제 못 돌아가. 나랑 히토리 짱은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거야."

 뱃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온 분노와 슬픔에 기타를 소파에 내던지곤 키타 짱을 러그에 밀어 넘어뜨린다. 난폭하게 키타 짱의 셔츠 속의 맨살에 손을 미끄러뜨리자 키타 짱이 당황하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입술을 겹치자 키타 짱은 조용해졌다.
 나와 함께 있어 주지 않는 키타 짱 따위 알 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건 싫다. 그렇다면 내가 빼앗아 주마. 마음을 손에 넣지 못한다면 몸만이라도. 나는 연약하게 신음했다. 신음하면서 키타 짱의 몸을 드러내 간다. 울면서 키타 짱을 손에 넣으려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괜찮아, 히토리 짱."
 
 이럴 때까지 상냥한 키타 짱에게 짜증이 나서 또 입술을 빼앗았다. 이럴 때쯤은 저항했으면 한다. 싫다고 싫다고 나를 거절했으면 한다. 너 따위 싫다고 말해 줬으면 한다. 밀쳐내 줬으면 한다. 두 번 다시 얼굴 보이지 말라고 말해 줬으면 하는데, 키타 짱은 상냥하니까. 그러니까 원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우리들은 한심하게 몸을 겹쳤다. 슬플 정도로 마음은 겹쳐지지 않는데, 하나만 아는 바보처럼 키타 짱의 몸을 탐하고, 하나가 된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다시 나뉘고 만다. 우리들은 하나가 될 수 없다. 영원히 둘이고, 나는 외톨이.
 행위가 끝난 뒤의 키타 짱의 등은 땀으로 끈적끈적했다. 살며시 끌어안아 살을 밀착시키자 살아 있는 소리가 전해져 온다.
 어디에도 가지 말아 줬으면 해서 나는 끌어안았다. 두근두근 등으로 느껴지는 생명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는 눈을 감았다.


  
 아침해가 얼굴에 비쳐서 눈을 뜨자 눈앞엔 공백이 있었다. 품 안에 있던 그 아이가 없어져 있는 것을 깨닫고 나는 담요를 제끼고 윗몸을 일으키고는 방을 둘러보았다.
 없다. 키타 짱이. 그렇게 생각하고 침대를 뛰쳐나와 거실에 들어가선 "키타 짱!"이라고 외쳤다. 이어서 "와악!" 하고 놀란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향한다.
 키타 짱은 부엌에 있었다. 방을 맛있는 냄새로 채우면서.

 "히토리 짱 무슨 일이야. 나쁜 꿈이라도 꿨어?"
 "키, 키타 짱이 없어져서, 그래서……."
 "미안, 아침밥 만들고 있었어. 오늘은 프렌치 토스트! 후후."
 "저, 저야말로, 죄송해요……."

 히토리 짱, 키타 짱이 내 이름을 멀리서 불렀다.

 "옷, 입을래?"

 나는 엑 하고 말을 흘리고 아래를 본다. 나는 알몸인 것도 잊고 침실을 뛰쳐나온 모양이라 "죄송해요!!"라고 외치고는 서둘러 침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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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