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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락SS] 봇치 "빌려준 기록 노트"

카와즈 2024. 5. 1. 16:55

"보료편료카이 오케이료카이."

 

봇치 "빌려준카시타 기록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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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일

오늘 료 선배한테 주스값을 빌려줬다카시타.
영수증이 안 나오는 자판기였어서 금액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이렇게 노트에 메모해 둔다.

……뭔가 이유까지 쓰니까 메모라기보다 일기 같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금액만 적으면 얼마 안 지나서 무슨 금액인지 까먹을 것 같고.

어차피 료 선배한테 빌려준 돈은 금방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건 지금까지 알고 지낸 2년으로 잘 알고 있다.

뭐 주스값 정도라면 금액만 보면 작지만…….

어쨌든 240엔, 주스 두 잔 분, 료 선배가 빨리 돌려주기를.
그나저나 '오늘은 내가 쏘도록 하지.'라고 해 놓고 '미안, 돈 없었다.'는 좀 너무하지 않나.

……멋쩍은 듯이 얼굴이 빨개진 료 선배는 조금 귀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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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일 

료 선배에게 밥값을 빌려줬다카시타.
영수증은 있지만 따로따로 놓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이것도 노트에 정리해 둔다.

이전부터 외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곤 생각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더 그 빈도가 높아진 느낌이 든다.
역시 학교에 안 가도 되는만큼 시간이 비니까, 그 여유로 가게를 찾거나 하고 있는 걸까?

좋겠다……나도 빨리 고교생활과 이별하고 싶다.
1년 먼저 졸업한 료 선배가 부럽다.

……료 선배랑 같은 나이였으면 우리들 관계도 좀 더 달랐을까.

어찌됐건 밥값을 내가 내는 건 안 변했을 느낌이 들지만.
일본풍 햄버그값 1320엔, 빨리 돌려주기를.

그나저나 그 가게 햄버그 엄청 맛있었지.
이번엔 데미글라스를 시켰지만 데리야키 소스도 궁금했으니까 또 가 볼까.
아니 하지만 혼자서 외식은 역시 좀…….

일단 돈을 돌려받고 나서 또 생각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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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일

료 선배에게 손을 빌려줬다카시타.

빌린 돈을 돌려준다고 해서 료 선배 집에 갔더니 방 가구 배치 바꾸는 걸 돕게 시켰다…….
그렇게 무거운 가구는 안 옮겼지만 평소에 벽장에 틀어박혀 있는 아싸에겐 그래도 큰일이었다.

진짜 피곤하다…….

잘 생각해 보면 연습이나 알바에서 만났을 때도 돈 돌려줄 수 있는데 집에 부르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료 선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와 둘만이서 만나고 싶단 생각을 할 리가 없는데.
그걸 나도 참, 멋대로 들떠서 착각하고, 내가 봐도 불쌍해서 베개에 머리를 박고 싶다.
피곤해서 그런 짓을 할 기운이 도저히 없지만.

보답이라고 돈은 받았지만 솔직히 그거 대부분은 내가 빌려줬던 거고.
노동의 대가로서 수지가 안 맞는 느낌이 든다…….

뭐 그래도 일단 빌린 돈은 전부 돌려받았으니 이 노트도 이제 역할을 다했으려나.
근데 남은 페이지 꽤 있는데 어떡하지? 진짜 일기장으로라도 쓸까.
……하지만 내 생활로는 매일 딱히 변함없는 일기가 될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었던 날만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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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일

료 선배가 많이 먹기 챌린지에 참가했다상카시타.

카레 메가곱빼기, 30분 이내에 다 먹으면 1만엔. 그러나 다 먹지 못했을 경우엔 5천엔…….

나는 이미 메뉴 사진을 본 시점에서 절대로 무리라고 생각해서 그만두자고 했는데.

'카레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니까 괜찮아.'
'지금 사상 최고로 배 고프니까.'
'봇치는 내 멋있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자신에 찬 말에 밀리고 말았다.

왜 좀 더 세게 말리지 않았을까…….
아니 하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호언하면 혹시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잖아?

설마 절반도 못 먹고 기브업하다니, 정말 료 선배는 진짜 진짜 진짜!

'미안 봇치, 뒤는 부탁해…….'가 아니잖아요!

하아……어차피 돈을 낸다 쳐도, 적어도 좀 더 의미있는 데에 내고 싶다.
너무한 양에 압도당해서 료 선배가 쓴 스푼 같은 거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돈 모자라서 대신 낸 카레값은 반드시 돌려받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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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일

료 선배와 죄를 범했다오카시타.

굳이 말하자면 나는 휘말린 입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공범임은 틀림없다.
참회도 담아 이 노트에 기록을 남긴다.

오늘 스타리에 갔더니 료 선배가 머핀을 먹고 있었다.
나도 먹어도 된다고 그래서 요전번 카레의 보답인가? 싶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었다.

머핀은 다 해서 8개.
'결속밴드 4명이서 각자 2개씩인데, 봇치가 필요 없다면 내가 먹을게.'
머핀은 엄청 맛있어서 료 선배는 무시하고 2개째에 손을 댔다.

나와 료 선배가 저마다 자기 몫을 다 먹었을 즈음, 니지카 짱이 왔다.

머핀은 료 선배가 아니라 니지카 짱이 만들어 준 거였다.
그리고 점장님과 PA님, 오오야마 씨 몫 등을 포함한 8개였다.

혼났다.

결국 모자라진 두 개는, 집에서 만들 수 있다고 니지카 짱과 점장님이 양보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늘 사과 주스를 마실 정도로는 점장님이 단 걸 좋아한다는 걸.

다음번에 반드시 사과의 표시를 들고 가자……료 선배 몫까지.
착각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보잘것없는 선배지만 잘리지 말았으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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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일

료 선배의 생각은 다 간파했다미스카시타.

기본적으로 나를 불러내는 건 돈을 빌려줬으면 한다거나, 그럴 때뿐이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그 때도 카페에 불려 나가서…….
다 먹지 못한 카레집도 그랬다. 그 전에 가구 배치를 바꿨을 때도 노동력을 위해.

료 선배는 나를 써먹기 좋은 지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니까 딱히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
내일 예정도 분명 먹으러 가고 싶은 가게가 있을 뿐이라거나 그런 결말일 거다.
둘이서만 놀러 나가지만 결코 데이트 같은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뭐, 지갑 역할. 해 드릴게요.
그야 내일은 료 선배의 생일이니까요.
갚으라느니 쩨쩨한 말은 안 하고 사 드릴게요.

설령 돈을 내 줬으면 해서라고 해도 생일의 파트너로 나를 골라 준 건 사실이고.
……그런 걸로 기뻐하다니, 이미 빠질만큼 빠진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루어지지 않는단 걸 알고 있어도, 그래도 료 선배 가까이 있고 싶으니까.
조금이라도 좋아해 줄 가능성이 있다면 돈도, 뭐.

아니, 역시 생일 말고는 돌려받고 싶으려나…….
의지해 주는 건 기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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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일

료 선배에게 얼버무렸다고마카시타.

어떻게 된 일이냐면, 머핀 사건으로 료 선배 몫까지 사과했던 게 료 선배 본인에게 들켰다.
점장님한텐 입막음을 해 뒀는데 대체 어디서……! 라고 당황하고 있을 틈도 없이.

'그렇구나 그렇구나, 봇치는 그렇게 나를 좋아했구나. 몰랐어.'

라고 히죽거리고, 게다가.

'귀엽네 봇치. 혹시 맨날 나 도와주는 것도 호감도 얻으려고 그런 거라든가?'

라고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얼버무렸다.

그런 의도는 없다느니, 료 선배는 안 좋아한다느니.
오히려 돈도 안 갚고, 굳이 말하자면 싫어요. 빨리 카레값 돌려 주세요.
머핀 사건 커버한 것도 알바 잘리면 돈이 안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해서예요, 등등…….

생각나는대로 말을 쏟아내서 어떻게든 얘기를 끊었는데 믿어 줬을까……?

……이런 마음이 료 선배한테 전해져도 폐가 될 뿐이지.
저번달 일 때문에 나도 모르게 들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의하자. 안 들키게 잘 숨겨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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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일

료 선배와 싸웠다켕카시타.
아니, 싸웠다기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화냈을 뿐인가…….

오늘 료 선배가 팬한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요즘 들어 라이브에 막 보이기 시작한 새 팬이라서.

최근에 나한테는 전혀 돈 안 빌리러 왔으면서.
그런데 니지카 짱이나 키타 짱한테라면 몰라도, 그렇게까지 친하지도 않은 팬인 여자애 상대로?

료 선배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라면 아무나 상관 없단 걸 들이밀어진 느낌이 들었다.
딱히 나는 료 선배에게 있어서 특별하지도 어떻지도 않은 거였는데 착각했던 게 너무 비참해서.

나도 모르게 료 선배한테 화풀이를 하고 말았다.
팬한테서 돈을 빌리다니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밴드 악평이 생겨도 괜찮은 거예요 하고.
정론을 방패 삼아, 그보다 훨씬 큰 본심을 숨기고.
하는 짓이 너무나도 꼴사나워서 자신이 싫어진다.

하지만 역시 료 선배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친구나 밴드 멤버로서의 좋아함이 아니다. 한 사람뿐인 특별한 존재가.
설령 그게 돈이 목적이라고 해도……. 내가 료 선배에게 줄 수 있는 건 돈 정도뿐이고.

……안 되겠다. 이제 료 선배와는 한동안 거리를 두자.
알바에 대한 거나 곡에 대한 거 등등 소통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치만 이런 마음으론 또 사소한 걸로 분풀이를 할 게 뻔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런 분풀이를 했다간 미움받을 게 뻔하다.
아니 오히려 이미 미움받았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더욱 사리분별을 하는 편이 좋겠지. 료 선배도 싫어하는 상대하고 얘기 따위 하고 싶지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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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일

료 선배를 울렸다나카시타.
……료 선배의 그런 얼굴 처음 봤다.

마음을 진정시킬 겸 순서대로 적는다.

일단 알바를 위해 스타리에 갔더니 료 선배가 갑자기 돈을 건넸다.
그로부터 그다지 얽히지 않도록 하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한두마디 나누는 정도로 하고 바로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금액을 확인했더니 5만엔이나 있어서. 당연히 그렇게 많이 받을 일이 짐작 가지 않아서.
당황해서,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물어볼 필요가 있겠다. 나를 싫어하는 료 선배에겐 미안하지만 질문을 하자……고 생각했더니.

료 선배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울면서 '돈 전부 갚을 테니까 싫어하지 말아 줘.'라고 호소했다.

전부 갚는다고 해도, 내 인식으로는 기껏해야 빌려준 건 5천엔이라.
액수가 열 배는 다르니까 받기를 거절했더니 더 울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료 선배의 울음소리를 들은 점장님이 와서.
오열로 제대로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료 선배를 달래서 얘기를 정리해 주셨다.

말하기를,
'봇치한테 미움받고 있단 걸 알고 충격받았다.'
'요즘은 태도도 데면데면해져서 엄청 괴로웠다.'
'돈을 갚으면 적어도 이전처럼 얘기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과하는 데 쓰게 만든 돈이나 생일에 내 준 돈 등등, 오늘까지 필사적으로 알바해서 모았다.'

일단 묘하게 많다고 생각한 금액은 머핀의 사과 값이나 내가 사 준 것까지 포함된 거였던 모양이다.
다만 그 수수께끼는 풀렸지만 대신 새로운 수수께끼가 늘어났다.

일단 필사적으로 모았다고 그러는데, 팬한테 뻔뻔하게 돈 빌리려고 그랬었죠?

'빨리 봇치한테 미움받은 걸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빌린 돈을 돈 갚는 데 쓰려고 했어.'
'괜히 더 미움받아서 그 이후론 한번도 안 했어. 용서해 줘.'

제가 료 선배를 싫어한다는 건 무슨 소리예요?

……오히려 좋아하는 마음이 좀처럼 엷어져 주지 않아서 곤란해하고 있는데.

'봇치 본인이 그랬잖아……나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얘기를 듣고 되돌이켜 보니, 아무래도 정곡을 찔려서 마음을 얼버무렸던 날 얘기인 듯했다.
참고로 지금 페이지를 넘겨서 확인해 보니 날짜도 맞았다.

즉 료 선배는 내 발언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내심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 즈음부터 점장님이 우리를 보는 눈이 뜨뜻미지근한 걸로 바뀌어서 엄청 어색했다. 자업자득이지만…….

아무튼 내 부주의한 말로 료 선배를 상처입혔다는 걸 알고 거기부턴 반대로 내가 계속 사과했다.

'……엄청나게 슬펐어. 이건 이제 나랑 사귀어 주지 않으면 용서 안 해 줄 거야.'

그렇게 입을 삐죽 내밀고 노려보는 료 선배에게, 그거 저한테 메리트밖에 없지 않아요? 라고 대답했더니 또 울어서.
긴장에서 해방된 반동인지 나도 따라서 울고 말았다. 이번엔 처음과 달리 기뻐서 우는 거였지만.

그리고 이제 그 얼굴을 손님한테 보일 순 없어서, 둘 다 오늘 알바는 됐으니까 돌아가라고 점장님한테 쫓겨났다.

그리해서 지금 돌아와서 붕 뜬 시간에 이걸 적고 있다.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기뻐서 그런지, 꽤나 긴 글이 돼 버렸다. ……아마 두 번재 이유려나.

지금도 믿어지지 않지만 어쨌든 이게 오늘 있었던 일이다.
나와 료 선배의 관계가 그냥 밴드 멤버에서 애인으로 변화한헹카시타……그 기록.
으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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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일

료 선배가 액상화했다에키조오카시타.

오늘은 휴일이어서 료 선배랑 데이트.
데이트도 그럭저럭 횟수를 거듭하고 있고 슬슬 키스해도 되냐고 의견을 구했다.
단지 무사히 허가는 받았지만 나는 키스 같은 거 처음이었으니까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해서.

어물거리고 있으니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 처음도 아니고 리드해 줄 테니까.'라고 료 선배가 웃음지었다.

아아 역시 료 선배 정도 되는 예쁜 사람이면 경험도 있는 거구나 하는 납득과.
내 처음은 료 선배인데 료 선배의 처음은 내가 아니라는 슬픔과.
이 세상 어딘가에 료 선배의 처음을 손에 넣은 사람이 있다는 질투와.

그밖에도 분노나 괴로움이나 여러 감정이 머릿속에 소용돌이쳐서.
정신을 차렸을 땐 료 선배의 입술을 빼앗고 혀를 얽고 있었다.

처음이 되지는 못한 만큼 적어도 최대가 되어 보이리라.
전 사람과의 기억 따위 잊어버릴 정도로 나와의 키스로 덮어써 주겠다고 필사적으로 료 선배를 탐했다.

……그랬더니 료 선배가 하반신부터 무너져서 녹아내렸다.
경험 있는 거 아니냐고 당황하고 있었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긴장 풀어주려고 그런 건데, 봇치 짐승…….'이라고 혼나서.

겨우 료 선배도 처음이었단 걸 이해했다.

그리고 안심과 기쁨과 함께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닫고 나도 액상화.
……서로 끈적끈적 녹아내려서 섞이는 건 조금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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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일

료 선배와 애인이 되고 3개월이 경과했다케에카시타.

서로 키스에도 익숙해져서 입밖에 내서 확인하지 않아도 타이밍을 잴 수 있게 됐다.
물론 이제 녹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단지 곤란한 일이 없는 건 아니다.
……키스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더 만지고 만져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져 가는 걸 느낀다.

애초에 료 선배도 료 선배다.
내가 실수로 몸에 닿아도 풀어내긴커녕 싫어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더 만져도 되는데?' 같은 말이나 하고.
이쪽은 참는 것만 해도 큰일인데. 머릿속에서 불경을 틀어 놓고 이성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요.

료 선배도 나도 본가에 살고 있어서 집엔 항상 가족이 있으니까…….
마음껏 둘만이서 꽁냥거릴 수 있는 장소를 갖고 싶다.

……뭐어 일단 후보는 있는데.
문제는 거기를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조금만 더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어떨지다.

나날이 료 선배의 도발이 과격해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절대로 내 기분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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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일

료 선배에게 여벌 열쇠를 빌려줬다카시타.
자취를 시작한 내 집 열쇠다.

그렇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는 이번 봄부터 본가를 나와 도쿄에서 살기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쓸쓸함이나 스스로 가사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지만, 역시 통근시간은 크다.
편도 2시간이나 전철에 흔들리는 건 3년이나 맛봤으면 충분하다.

집에서 영상을 찍는 사정상 방음에는 신경을 썼다. 기타를 마구 쳐도 민원이 안 들어오는 게 최우선 조건.
대신 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의 거리나, 근처의 편의점/슈퍼의 수는 불편해졌지만……어쩔 수 없지.
지은 지도 비교적 얼마 안 된 편이고. 낼 수 있는 집세에도 한계는 있다.

게다가 두 번째로 중요한 조건은 만족하고 있으니까.

별로 넓은 방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재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방.
여차하면, 좁은 것도 그만큼 달라붙어 있을 수 있으니까 좋은 걸지도 모른다.
유감스럽게도 그렇게까지 좁지는 않지만.
아니 하지만 역시 여러가지 들고 들어오면 좁아지니까, 그걸 포함하면――

딩동.

"이런."

막 이사해 와서 아직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 새 방.
책상도 없어서 바닥에 직접 노트를 펼쳐 놓고 펜을 굴리던 나는 초인종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찾아온 건 가족이 아니다. 가족이라면 여기 오기 전에 연락을 한다. 이불 위에 굴러다니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그 알림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 이외에 짐작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교통이 불편한 이런 집까지 올 법한 아는 사람은 그야말로…….

찰칵찰칵.

현관으로 향하는 집주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따는 소리를 듣고, 예측은 확신으로 바뀐다.
아주 조금 있었던 방문 판매나 종교 권유란 노선은 완전히 사라졌다.

멋대로 풀어지는 뺨을 자각하면서 이런저런 것을 생각한다.
그녀의 첫 말은 뭘까. 언젠가 문화제에 왔을 때처럼 대접해라, 일까. 유감스럽게도 대단한 환영은 못 해 주지만.

아아 하지만 주스 정도라면 낼 수 있으려나. 자판기에서 뽑아 온 거지만 먼 길을 걸어 온 이 상황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제가 살게요, 료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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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스(ソスー) 님
원본 링크: ぼっち「かした記録ノート」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06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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