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2

카와즈 2024. 5. 5. 22:00

2편까진 꼭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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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특급 전철 창문에는 평소와 같은 가나가와의 거리가 비치고 있다. 벌써 장마가 끝났는데 눈에 들어온 광고에는 아직 벚꽃이 흩날리고 있어서 올해는 꽃놀이를 못 갔네 하고 망쇄했던 나날을 되돌아본다. "바쁜 건 고마운 일이라고, 봇치 짱." 점장님은 술자리에서 기쁘단 듯이 그렇게 말했었다. 동시에 우리들한테 바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밴드는 별처럼 많다고 설명하고는 그걸 들은 언니는 "결속밴드는 달만큼 커다랗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라고 그런 말을 했다.
 기타 케이스가 무겁게 어깨를 삐걱이게 만든다. 고쳐 메고 전철의 관성에 고꾸라질 뻔한 걸 이겨내자 문이 열렸다. 나는 쏟아져 나오듯이 홈에 내려 개찰을 빠져나가, 시모키타자와에 내려서서 STARRY를 향한다. 매미 소리가 귀를 찌르는 도쿄의 공기는 뜨거워서 심호흡을 하자 몸의 안과 밖의 경계가 애매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 고토 히토리는 올해로 27살이 된다. 그건 료 씨나 니지카 짱도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었단 뜻이고, 점장님이나 언니도 그렇단 뜻이고. 물론 그게 전부 나쁘단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 그래도 결속밴드는 지금도 해산하지 않았고, 대인기 밴드로서 세간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맛있는 밥도 새 기타도 이펙터도 살 수 있고, 거리를 걸으면 환호해 주고, 내가 중학교 시절에 꿈꿨던 밴드맨은 완전히 손이 닿아 있었다.
 다만 엄청나게 나쁜 일이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뒤집어 버릴만한 나쁜 일이.
 키타 짱의 결속밴드 탈퇴. 본인은 취직을 희망해서 가볍게 그만두었다. 부모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건 그렇다. 부모님이 보기엔 아이의 장래는 소중하니까 밴드 활동에 푹 빠져서는 인생을 허사로 만들지 말았으면 했던 것이리라. 키타 짱은 부모님의 부탁을 저버릴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소중했으니까.
 하지만 우리들은 지금도 그 이유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키타 짱은 결속밴드의 기타 보컬로 있는 게 싫어진 거다. 기타가 싫어졌거나 내가 싫어졌거나, 그 이외거나. 그야 키타 짱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건 계속 매달려서 해내고 마는 아이였다. SNS도 학교생활도, 누구한테 무슨 소릴 듣든지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계속 그 아이 곁에 있던 나는 안다. 분명 이유는 따로 있어서 그 뭔가가 원인인 거다.
 그렇게 생각해도 이미 늦었다. 나와 키타 짱을 이어 주는 건 무엇 하나 남지 않았고 메시지 앱 계정도 지금은 쓰고 있는 건지 불확실하다.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연락할 용기는 없다.
 STARRY의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료 씨와 니지카 짱이 있었다. 니지카 짱은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클립보드에 끼워진 하얀 종이에 볼펜 끝을 굴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예쁜 호박색 눈동자가 나를 보았다. 사이드테일은 풀어져 롱 헤어였던 시절의 점장님과 똑 닮은 풍모를 하고 있다.

 "봇치 짱 곡은 어떤 느낌이야? 정말 여기도 저기도 곡 만들라고 시끄러우니까 있지."
 "뭐 어때. 이걸로 팍팍 인세가 들어와서 새 베이스 살 수 있어."
 "그럼 료도 빨리 부탁해."
 "이런 오더는 잘 못한다고."

 료 씨는 작곡이 난항하고 있는지 위를 올려다보고 한숨을 쉬고 있다. 니지카 짱은 부드러운 웃음을 띄우면서 턱을 괴고 료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속밴드는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의 스리피스 밴드다. 리듬군의 심플함 때문에 소박하지만, 료 씨의 천재적인 작곡과 니지카 짱의 천사와 같은 귀여움 덕분에 대인기 밴드가 되었다. 나도 거듭되는 연습과 극복에 의해 어떻게든 노래가 되고 있다. 왜 내가 보컬인가. 그건 키타 짱이 빠지고 보컬을 누군가 새로 넣지 않고 기존의 누군가가 부르기로 결정했을 때, 료 씨는 완고하게 노래하길 거부했기 때문이다. 원맨 밴드가 된다고.

 "어렵네요, 러브송."
 "얄팍한 가사는 쓰고 싶지 않아."
 "나는 작사도 작곡도 못하니까 말이지. 아예 옛날처럼 한 곡씩 둘이서 하면 어때?"
 "그래선 시간이 안 맞아. 어떻게든 할게."
 "저도, 어떻게든 할게요."

 글쿠나, 하고 니지카 짱은 쓸쓸한 듯이, 하지만 즐거운 듯이 미소지었다. 일단 연습할까란 말을 듣고 우리들은 스튜디오로 이동한다. 평소처럼 기타를 들고 스트랩을 어깨에 걸고 케이블을 꽂은 후 앰프의 전원을 켰다. 료 씨도 니지카 짱도 똑같이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마이크스탠드를 자신 앞에 가져와 높이를 조절한다.
 니지카 짱의 목소리와 리듬으로 연습이 시작되었다. 가사를 혀에 올려 입술을 떨면 우리들은 결속밴드가 된다.
 다만 지금 결속밴드에는 뭔가가 빠져 있다. 그걸 필사적으로 음악으로 되찾으려고 하면서, 뻔히 아는 문제에서 우리들은 눈을 돌리길 계속하고 있었다.



 연습이 끝나고 스튜디오에서 역을 향하려고 했을 때, 료 씨가 "기다려, 봇치." 하고 내게 뒤에서 말을 걸었다. 니지카 짱은 아직 STARRY에 있는지 그녀 옆에는 없다. 밤이라곤 해도 더운 여름날 밤에 이마에 떠오른 료 씨의 땀이 반짝이고 있다.

 "살짝 마시러 가자."
 "에, 저, 저 오늘은 돈 별로 없는데……."
 "그런 거 한참 전부터 안 빌리고 있잖아."
 "아, 그런가."

 료 씨의 사 달란 말은 밴드가 팔리기 시작했을 즈음인지 그 전인지 뒤인지는 잊어버렸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싹 없어졌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내는 걸 보고 엄청 놀랐던 걸 기억하고 있다. 거기서 내가 실례되는 말을 해서 가볍게 촙을 먹었다. "나라도 제대로 할 땐 해."란 료 씨다운 듯 안 다운 듯한 말을 하면서.

 "니지카 짱은 괜찮아요?"
 "니지카는……니지카는 아직 바쁘고 작사 작곡은 우리들끼리 하기로 정했으니까."
 "아아, 그 얘기로."
 "봇치는 어때? 잘 되고 있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되지 못한 말이 그 답이라서 료 씨는 동료를 발견한 것처럼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 큰길에서 택시를 잡아 우리들은 료 씨가 자주 가는 술집을 향한다.
 지나쳐 가는 거리를 택시 창에서 바라보면서 러브송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은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있다. 상대는 물론 그 아이. 하지만 그 사랑을 가사로 만든다고 하면 상대한테 실례인 느낌이 들어서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구깃구깃 뭉쳐서 버린 흰 A4용지 전부에는 그 아이를 향한 마음과 거짓말이 뒤섞여서 다시 읽는 게 기분 나빴다.

 "러브송은 뭘 쓰면 되는 걸까요."
 "러브송은 러브송이지. 사랑하는 소녀 같은 봇치를 부딪히면 돼."
 "저 사랑 같은 거, 그런 좋은 연애 해 본 적 없는걸요."
 "난 당연히 이쿠요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 그게 몇 년 전 얘긴데요."
 "그것도 그런가."

 료 씨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런 말을 했다. 나도 말한 대로, 떨어져 있는데 몇년이나 잊지 못하는 편이 이상한 것이리라. 키타 짱이 보기엔 기분 나쁠 테고 빨리 그만두는 편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은 컨트롤할 수 없었다.

 "어렵네요, 러브송."
 "봇치의 러브송 기대된다."
 "그, 그게 무슨 뜻인가요……."
 "글쎄."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둘이서 내린다. 개인 경영인 술집은 닭꼬치집인 듯했다. 기타와 베이스를 등에 진 우리들은 미닫이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가 점원에게 이끌려 방으로 이동한다. 짐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메뉴를 료 씨에게 건네려고 하자 "여기는 처음엔 레몬 사워랑 닭꼬치로 정해 뒀으니까."라며 내게 들려줬다.
 주문하고 조금 지났을 즈음 술이 먼저 나왔다. 우리들은 작게 건배하며 유리컵을 가볍게 부딪히고는 벌컥벌컥 4분의 1 정도를 들이켰다.

 "그래서, 곡 말인데. 봇치는 러브송 쓴 적 있잖아. 그 때는 어떻게 했었어?"
 "네? 제가요?"
 "'별자리가 된다면'은 러브송 아니야?"
 "그건 러브송이 아니라, 그, 어느 쪽이냐 하면 우정송……?"
 "봇치는 무겁구나."
 "엑!? 아, 아니! 그렇지는 않을, 텐데요……."
 "뭐 어느 쪽이든 상관 없지만."

 시원한 얼굴로 두 잔째를 주문하는 료 씨에게 반쯤 포기의 기분이 싹텄다. 이 페이스라면 내가 뒤처리를 하게 돼서 못 돌아가게 될 테고 오늘은 막차를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엔 가까운 호텔에 묵어야겠다고 결심했다.

 "30 다 돼서 러브송이라니. 그런 건 젊은 애들이 쓰는 거잖아."
 "아마 저희도 젊은 편이지 않아요……?"
 "20 후반은 세간에선 아줌마야. 청춘스러운 달콤한 사랑은 못 쓸 것 같은걸."
 "그건 확실히."

 어렵다며 료 씨는 한숨을 쉬고 다시 유리컵에 입을 댔다.
 사랑, 이란 워드에 오렌지색에 조금 빨강을 섞은 듯한 그 선명한 머리칼이 머릿속에서 나부낀다. 확실히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이 머릿속을 료 씨에게 보였다 치고, 그녀는 이 지나치게 익어 버린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해 줄까.
 나를 향하는 가볍고 부드러운 웃는 얼굴.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나는 왼손가락 전부를 잘리더라도 상관 없다.

 "봇치는 있잖아, 만약에 지금 여기 이쿠요가 있다면 하고 생각하거나 그래?"
 "……네?"

 료 씨는 엷게 물든 뺨인 채로 내게 물었다. 나는 네라고도 아니요라고도 말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듯이 알코올에 입을 댔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고 유리컵을 꽉 쥐었다.

 "봇치는 계속 고민했었지. 이쿠요에 대해서. 나랑 니지카보다도 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야, 맞아요도 그런 거 아니예요도 자리에 안 맞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료 씨는 입을 다문 나를 잠시 바라보다 신음하더니 "그로부터 5년이 지나서 새삼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해서 계속했다.

 "라이브 할 때 가끔 있지. 봇치 모습이 이쿠요로 보일 때가 있어. 아마 니지카도."
 "저도 가끔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언제가 되면 잊을 수 있는 걸까. 스리피스가 된 지 꽤 지났는데."
 "……저는 계속 못 잊을 것 같아요."
 "좋아하니까?"
 "네."

 그렇게 말하고 대화는 없어져 문득 이상하게 생각되어 나는 방금 우리들의 대화를 되돌아보았다. 어라 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내 뺨은 열을 띠고 폭발했다.

 "아, 아니에요! 지, 지금 건 그게! 그런 게 아니라! 치, 친구! 맞아요 친구로서 좋아한다는 의미라,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진짜로, 진짜니까요!"
 "괜찮아 거짓말 안 해도."

 료 씨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한참 웃은 뒤에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렇다곤 해도 그 얼굴은 진작에 진홍색으로 물들어 있지만.

 "떠 본 건 맞지만, 그래도 이쿠요에 대해서 틀린 말은 안 했어. 가끔 봇치가 그렇게 보이는 것도 진짜야."
 "사, 사랑하는 거, 아니에요."
 "봇치가 그걸로 됐다면 괜찮지만. 하지만 적어도 봇치는 러브송을 못 쓰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왜 이번엔 그렇게 손이 느린가 하고."
 "그, 그건……."

 면목 없다는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 같은 게 아직 미련을 질질 끌고 있을 뿐이고, 분명 키타 짱은 나 같은 건 잊어버렸을 테고, 그런데 키타 짱을 제재로 러브송을 쓰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았으니까.
 확실히 일방통행이란 의미로 러브송을 쓴다면 짝사랑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밴드 동료였던, 소중한 동료였던 그 아이에게 그런 마음을 자아내는 것은 배신처럼 느껴져서 내키지 않는다.

 "료, 료 씨야말로. 러브송, 못 쓰는 게 아니죠?"
 "……뭐, 그렇긴 한데."
 "뭔가 있는 거예요?"

 료 씨는 명백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무언가를 감추듯이. 혹은 감췄던 게 들켜서 어색해하는 어린이처럼.

 "……부, 부끄러워."
 "네?"
 "그러니까, 러브송 따위, 부끄러워."

 료 씨가 작사한 곡엔 대체로 규제당할만한 말이 들어 있는데 이제와서 부끄럽다니 머리가 혼란에 빠진다. 애초에 부끄럽단 게 뭘까. 이런 건 애초에 거짓과 사실을 섞어서 쓰는 법이다. 자신의 수치를 딴 데로 돌리는 것과 상대를 특정당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료 씨는 뭔가 다르다. 어쩌면 료 씨는 러브레터 대신으로 러브송을 쓰려고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모든 일의 앞뒤가 맞았다.

 "아아, 그렇군요."
 "뭘 납득한 거야. 말해."
 "아뇨, 딱히."
 "봇치!"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층 더 빨개진 얼굴은 알코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나는 모르는 척을 해 주기로 했다. 칠칠치 못했던 소중한 밴드의 선배를 위해서. 동시에 나도 정말 좋아하는 천사와 같은 그 사람을 위해서도.

 뻔히 알고 있는 답을 말하게 만들려고 한 사과로 나는 추가로 두 잔 술을 마셨다. 하지만 거기부터 있었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돈을 내고 밖에 나와서 료 씨와 헤어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어쨌더라. 어디 갔더라.
 눈을 떠 보니 커튼에서는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나는 몸을 일으키자 모르는 방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여긴 어디일까. 설마 유괴!? 기타는!? 기타는 침대에 케이스에 넣은 채로 기대 서 있었다. 안심해서 일단 일어나려고 하다가 지끈거리는 아픔이 머리를 찔러 이를 꽉 깨물었다. 숙취에 모르는 곳. 방에는 아무도 없다. 스마트폰을 꺼내려고 했을 때, 문이 열렸다.

 "일어났어? 히토리 짱."

 그 목소리가 들린 찰나, 나는 기세 좋게 얼굴을 들었다. 계속 애타게 그리던 목소리, 잊어버렸던 목소리, 두 번 다시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목소리. 사고가 빙글빙글 돌아 오버 히트할 즈음엔 그녀는 나와 한 걸음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미안해, 엄청 취한 것 같아서 혼자 둘 수 없었어."

 몇년만에 만난 키타 짱은 수줍어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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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