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3

카와즈 2024. 5. 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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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에서 시선을 돌려 사무실 창문에서 보이는 건 삐죽삐죽 솟아난 몇채의 빌딩뿐. 계속 보고 있으려니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녹아 괴수영화의 서막처럼 생각되기 시작한다. 지진과 함께 빌딩이 우르르 무너지고 그 아래에서 괴수의 촉수 같은 게 솟아나 건물을 차례로 쓸어넘긴다. 그리고 얼굴을 내민 괴수의 포효에 여기 유리창도 깨진다.
 도망치기 위해 일제히 빌딩에서 나가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쿄는 한 순간에 괴멸상태가 된다.

 "키타, 일 해라."
 "앗 죄송합니다!"

 피로 때문인지 현실도피를 하고 있자 상사에게 그런 말을 들어 나도 일을 재개한다. 달력을 보자 지금은 7월인데 무슨 일로 넘어갔는지 4월이 되어 있었다. 벚꽃의 디폴트가 프린트되어 있는 걸 보고 꽃놀이 가고 싶었는데 하고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하고는 만개한 벚꽃을 머리에 떠올렸다. 일은 나날이 바빠져 가고, 분명 몇 년 후의 벚꽃은 둔해진 머릿속의 알기 쉬운 사계절 변화 중 하나 정도의 인식이 되어 버릴 것이다.  조만간 예쁘다고도 생각되지 않게 되어……하고 그런 자신이 쓸쓸해졌다. 예쁜 것과 반짝이는 것을 쫓아다녔던 과거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반짝이는 것이라고 하면 내 전성기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그 시절 내게는 모든 것이 있었다. 반짝이는 친구, 반짝이는 화장품, 반짝이는 옷, 반짝이는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의 단단함을 떠올리듯이 왼손의 엄지와 중지를 비비자 아직 피부의 두께는 건재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이제 생각처럼 내지 못할 것이다. 화면 속에서 죽어라 노래하는 분홍색의 그 아이는 내가 부르던 때보다 훨씬 멋지고 강했다. 이거야말로 결속밴드랄지. 그런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로 됐다. 나는 료 선배나 이지치 선배, 히토리 짱과 달리 개성도 이유도 없었고 이제부터 높이 날아오르려 하는 와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내 존재는 방해였다. 게다가 내게는 개성이 없었다. 누구나를 매료하는 천성의 목소리의 소유자도 아니거니와 히토리 짱처럼 프로급의 기타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나만이 붕 떠 있었다. 나만이.




 "그럼 건배~!"

 그것을 따라 건배 하고 평소보다 몇 배는 높은 목소리를 내며 유리잔을 들어올리고는 알코올을 조금만 입에 머금는다. 카시스 오렌지는 마시기 쉽고 맛있지만 머리가 아파지는 게 옥의 티다. 그래도 여기 오게 된 내 쪽이 옥의 티는 커녕 상처투성이인 거겠지만.

 "키타 짱 엄청 귀엽다! 남친 사귀어 본 적 있어?"
 "에~? 그건 비밀이에요."
 "그게 뭐야 엄청 귀여워! 그럼 좀 더 사이 좋아지면 가르쳐 줄래?"

 하찮다. 미팅 따위.
 하지만 여기에 오지 않으면 만남 같은 건 없으니까 사회인으로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럼 이게 반짝이는 일인가, 그건 분명 아니다. 나는 재미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으니까 스스로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의무적으로 해치우듯이 타성으로 해야만 한다.
 옆에 와서 앉은 경박해 보이는 남자와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자 식도 근처가 화악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남자는 잘 모르겠는 것을 주절주절 이야기했다. 분명 국립대학을 나와서 상사에 다닌다고. 여기엔 그런 엘리트가 몇명쯤 있다. 어마어마한 노력을 인생에 쏟아부어 승리자의 레일을 손에 넣은 그들과 달리 나는 얼굴이 좋을 뿐인 알맹이가 없는 재미없는 사람.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기를 선택한 기타 이쿠요는 일상을 재미없다고 외치면서도 그것들 전부를 스스로 골랐다. 일도 놀이도 그밖의 모든 것들도.

 "키타 짱은 취미 같은 거 있어? 아니면 열심히 했던 거라든가."

 표정근이 긴장해서 뺨이 굳는다. 아무것도 없다. 내겐 아무것도 없다. 딱 하나 있던 것은 내가 스스로 버리고 말았다. 놓고 오고 말았다. 분홍색 그 아이가 쓸쓸하게 운다.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릴 권리조차 내게는 없다. 내가 버린 거니까. 내가 자신의 의사로 놓고 온 거니까.
 그래도 오직 하나 내게 남은 왼손가락 끝은 내 미련을 나타내고 있다. 그 아이와 나를 이어 주는 것을 나는 몸에 새기고 있었다.

 "글쎄요, 기타라든가?"
 "기타!? 기타 칠 줄 알아 키타 짱!?"
 "에에!? 그렇게 귀여운 얼굴로 기타라니 수수해! 뭐 칠 줄 알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해 버렸지만 역시 안 말하는 편이 나았을까 하고 큰 방의 열량에 밀려서 나는 생각했다.
 아마 성격이 그 아이를 닮기 시작한 것 같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이고, 늘 아래를 보는 그 아이를. 하지만 그 아이는 심하게 상냥하다. 기타를 엄청 잘 친다. 내가 이런 성격이 되어 버린 건 한없이 나 때문이고, 포기한 게 너무 많았으니까.
 나는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않게 술집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자신 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고 대체 뭘 손에 넣었을까.


 
 미팅도 그럭저럭한 시간에 끝나서 누구에게 업혀가지도 어쩌지도 않고 나는 하품을 하면서 귀갓길에 오른다. 알코올로 뜨거워진 몸은 조금 걸음걸이가 두루뭉술하지만 못 돌아갈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조금 즐겁다. 술은 모든 걸 잊게 해 준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항상 술에 취해 있던 그 베이시스트를 떠올렸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밴드는 그만둔 걸까.
 결속밴드는 내가 빠지고 나서도 금세 성장해서 일본을 대표하는 록 밴드가 되었다. 티비의 음악방송에도 매번 출연하고 특집이 실리는 경우도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안에서 내 화제가 나오더라도 내가 출연하는 일은 없다. 오늘 미팅에서도 결속밴드 화제가 나오는 일은 있어도 그 안에 내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당연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미련을 질질 끌고 있다. 잊을 수 없고 놓아줄 수 없다. 기타는 매일 치고 있다. 그야 좋아하니까, 좋아하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저 키타 짱 기타 좋아해요."라고 그런 웃는 얼굴로 말하면 좋아하게 안 될 리가 없다. 히토리 짱은 언제나 내 앞을 걷고 있었다. 내 길잡이였다. 평소엔 그렇게 위축돼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스테이지 위에 서면 누구보다도 믿음직한 존재가 된다. 히토리 짱이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어떻게든 될 거라고 진심으로 나는 생각했다. 생각했는데.
 나는 도망쳤다. 그야 무서웠으니까. 커져 가는 결속 밴드에 아무리 생각해도 역부족인 나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밴드에 보컬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무도 말은 안 하지만 명백히 그 때문에 팔리지 않았고, 아무도 화내지도 지적하지도 않는 그 분위기가 비참하고 분해서 싫었다. 좀 노래를 잘하는 정도로 기어오르던 고등학교 시절 나를 때려 주고 싶다. 잘난 척 하지 말라고, 자신보다 실력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별처럼 많다고. 히토리 짱과 어울려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가로수 옆에 쪼그려 앉아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바보 같은 나. 전부 내 고집. 사실은 따라와 줬으면 했다. 그만두지 말라고, 키타 짱은 내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런 말을 히토리 짱이 할 리가 없는데. 좋아하니까 곁에 있어 달라고, 그렇게 말해 줬으면 했다. 끌어안아 줬으면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싫었다. 전부 싫었다. 그치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히토리 짱을 그런 의미로 좋아한다니.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야 인정하면 더 비참해진다. 비참하고 비참하고 분해서, 죽어 버릴 것 같다.
 
 "히토리 짱……."

 계속 여기 있을 수도 없으니 일어서자 기타 소리가 들렸다. 앰프를 연결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현을 튕기는 소리. 조금 칠 줄 아는 정도인 내가 보기에도 무척 잘 치는 그 소리에 히토리 짱의 기타를 떠올리고 그리운 기분에 잠겨 있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우예에! 라이브 최고오! 시모키타 고마워어! 마더 퍼───"

 응? 하고 종종걸음으로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한다. 가까워질수록 기타 소리가 커지고 커다란 빌딩 모퉁이를 돌자 누군가가 기타를 끌어안고 주저앉아 있었다.
 자주 바닥을 보는 분홍색 머리, 오래된 검은 기타, 유연한 손가락. 그리고 잊어버릴 리가 없는 목소리.
 
 "히토리, 짱?"

 완만한 동작으로 히토리 짱이 얼굴을 든다. 나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으면서 "키타 짱이다아."하고 기쁜 듯이 말하니까 가슴속이 뜨거워진다. 다행히 주변은 히토리 짱을 무시하고 지나쳐서 정체를 들키지는 않았으니까 그녀에게 다가가 기타를 기그백에 집어넣고 얼굴을 들게 시킨다. 얼굴이 빨갛다. 그리고 내쉬는 숨에 엄청난 양의 알코올이 섞여 있다. 나는 물을 사 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팔을 붙잡혀 세게 끌어당겨졌다.
 그대로 끌어안긴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오랜만인 그녀의 체온을 직접 느낀다. 귀에 뜨거운 히토리 짱의 숨이 닿아서 심장이 빠르게 맥동했다.

 "아무데도 가지 마, 키타 짱……."

 그 순간 나는 감정이 북받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히토리 짱을 세게 끌어안고 있었다. 팔리게 되고 나서 그만둔 추리닝 대신에 입고 있는 검은 티셔츠에 얼굴을 묻자 달콤한 히토리 짱의 냄새가 난다. 내겐 끌어안을 권리 따위 없는데, 히토리 짱이 끌어안아 오니까. 히토리 짱이 그런 말을 하니까. 어쩌지, 심장이 뛰는 걸 멈출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원하고 있다. 저항할 수 없다. 좋아한다. 어쩔 도리 없이 좋아한다.

 우리들은 일단 일어서서 여기서 가까운 내 집을 향했다. 히토리 짱은 걸음걸이가 불안했고 계속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해서, 내 기억속의 히토리 짱은 술이 세서 어느 쪽이냐 하면 내가 뒤처리를 받는 편이었는데. 설마 히로이 씨처럼 된 건가 하고 꿀꺽 침을 삼켰지만 그걸 추궁하는 건 내일 아침에라도 괜찮은가 하며 그녀의 어깨를 다시 부축한다.
 집에 들어가 침대에 눕히고, 그 동안 나는 숙취로 괴로워할 히토리 짱을 위해 된장국이니 밥이니를 준비하고,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미안해, 엄청 취한 것 같아서 혼자 둘 수 없었어."

 그렇게 말하자 히토리 짱은 사고 정지를 일으켜 버렸는지 아무런 말도 안 하게 되어서 일단 일으켜 세워서 손을 잡아 끌고는 거실의 식탁에 앉혔다. 밥을 눈앞에 준비하고 조금 지나자 헉 하고 히토리 짱이 표정근을 놀래키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눈앞에 준비된 밥에 꿀꺽 침을 삼키고 있다.

 "먹어 먹어. 배 고프지?"
 "아, 아니 그치만. 이, 이렇게 대접받다니……."
 "괜찮아 괜찮아. 걱정됐으니까. 주저앉아서 기타 치고, 얼굴 새빨갰거든?"
 "에에!? 제, 제가요……?"
 "응. 과음했구나."

 히토리 짱은 밥을 보고 손을 모아 작게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젓가락을 집었다. 배가 정말 많이 고팠는지 한 입 먹더니 그걸 시작으로 와구와구 밥을 입에 넣어 간다. 그 광경을 나는 턱을 괴고 바라보았다. 가슴속이 따뜻한 것으로 채워져 가는 걸 느끼면서.

 "맛있어?"
 "네, 네! 엄청 맛있어요."

 그래, 하면서 나는 그런 히토리 짱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요 몇 년 중에서 가장 마음이 안정되어 있다. 히토리 짱이 이 집에 있다. 내 눈앞에서, 내가 만든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고작 5분 정도만에 다 먹고는 차를 내 와서 우리들은 다시 마주보았다. 그녀는 어색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왜 어제는 그렇게 취한 거야?"
 "그게, 어젠 료 씨랑 마셔서, 그래서 곡 얘기가 돼서, 그래서 정신 차려 보니까 잔뜩 마셔서……."
 "……료 선배는 잘 지내?"
 "아, 네. 니지카 짱도 아주 잘 지내요."
 "그래."

 히토리 짱은 변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꽤나 시간이 지났어도 자세는 굽었고 위축돼 있고, 소극적인 평소 그대로인 히토리 짱이다. 나는 차에 손을 뻗어 한 모금 홀짝이고는 "어떤 곡 만들고 있는데?"라고 물었다.

 "엑!? 그게, 그게……!"
 "아, 말 못하겠지. 미안해, 그런 건 외부인한테 말하면 안 될 테고."
 "키타 짱은 외부인이 아니에요!"

 갑작스런 큰 소리에 나는 조금 놀랐다가, 이어진 히토리 짱의 "아, 죄송해요……."란 연약한 목소리에 미안해졌다. 상냥한 히토리 짱이니까 날 아직 동료로 생각해 주고 있는 거겠거니 생각하니 쓸쓸해진다.

 "아니야, 고마워 히토리 짱."
 "아, 네, 네. 그래서, 곡은, 그게. 러브송, 이에요."
 "러브송?"
 "네. 실은 처음이거든요."
 "확실히 없었을지도."

 러브송인가, 하고 혼잣말을 했다. 히토리 짱은 러브송 같은 가사를 쓴 적은 있어도 본인이 보기엔 러브송이 아니라는 듯해서 난 언제나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고 있었다. 우정이라 칭해진 가사는 우정이라 말하기는 무겁고 답답하다. 그렇다면 러브송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호기심이 들어 안 쓸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히토리 짱은 모래가 되어 버렸던가.

 "벌써 다 됐어? 곡은."
 "아, 아뇨. 좀처럼 써지지 않아서. 이쯤 되면 작곡이 더 쉬워서, 료 씨가 작사를 안 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게 됐어요."
 "히토리 짱 작사만이 아니라 작곡도 하는 거야?"
 "네. 료 씨가 슬슬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3년 전쯤부터."
 "그래도 들어보고 싶다, 히토리 짱이 만든 러브송."
 "드억!? 에에!?"
 "에에라니,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향해 쓴 사랑의 가사. 설령 그게 누군가를 향한 게 아니더라도 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 히토리 짱을 음악을 통해서밖에 알 수 없게 될 테니까.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잘 되면 애인으로서라니, 도망친 나는 그런 걸 바라서는 안 되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만두자. 기껏 히토리 짱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어두운 걸 생각하면 예민한 히토리 짱이니까 괜히 의심하게 만들어서 분위기가 나빠져 버린다. 억지로 사고를 바꾸어 정면을 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 그게. 키타 짱은, 제 러브송 같은 거, 기분 나쁘지 않아요……? 이런 물벼룩 이하인 제가 만든 러브송 따위……."
 "정말, 왜 그런 말 하는데. 난 히토리 짱 가사 좋아해. 다른 사람에겐 없는 히토리 짱의 개성이 있어서."
 "그래도, 이제 꽤 대중적이 됐는걸요. 옛날 같은 자신을 들춰내는 곡은 못 쓰고요."
 "그래도 히토리 짱다운 부분은 남아 있어. 료 선배가 안 그만두는 것도 그게 이유잖아?"
 "아니에요, 분명. 제 가사엔 진작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료 선배는 그냥 그만둘 수가 없으니까──"
 "히토리 짱."

 나는 일어서서 히토리 짱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았다. 소심하게 올려진 맑은 푸른 눈과 내 시선이 딱 맞물려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쳤다. 불안한 듯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마치 어린애 같아서.

 "나는 히토리 짱 가사도 기타도 정말 좋아해.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이, 쭉."
 "그, 그런 거짓말 안 해도."
 "거짓말 같은 거 아니야. 나는 탈퇴했어도 계속 결속밴드 팬인걸. 라이브나 음악 방송에서 스테이지에 서서 노래하고, 기타를 치는 히토리 짱을 쭉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쭉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그럴, 리가."
 "정말 좋아해, 옛날부터 쭉. 히토리 짱도, 히토리 짱의 기타도, 히토리 짱의 노래도. 정말 좋아해."

 죄송, 해요. 히토리 짱이 작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불안이 무산하고 미안함이 그녀의 눈동자에 깃들 무렵, 나는 왼손가락 끝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토리 짱의 노력의 결정. 안 그래도 귀여운 히토리 짱을 한껏 반짝이게 만드는 것. 히토리 짱의 소중한 것.
 
 "나 있지, 히토리 짱처럼 되고 싶었어. 강하고 상냥하고, 사람의 아픔에 다가갈 줄 알고, 나까지 끌고 가 주는 히토리 짱처럼.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내 약함, 내 미숙함. 그것들 전부를 뛰어넘을 수 있을만큼 나는 강하지 못해서, 주변이 안 보이게 되면 늘 하나 아니면 전부밖에 고르지 못해서. 그런 와중에 전부를 골라 버리는 히토리 짱이 눈부셨다. 그치만 실제로 히토리 짱은 저 높은 산 너머에서 사람들을 음악으로 쨍쨍 비추고 있다. 나는 비춰지는 쪽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키타 짱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런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아냐, 괜찮아.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히토리 짱 오늘 일정은? 아, 부모님 걱정하시는 거 아냐?"
 "아, 아!? 오, 오늘은 분명 10시부터 스튜디오 미팅……! 으, 으와, 알림이 엄청……."

 시계를 보니 9시 정각. 라이브 스튜디오는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충분히 제시간에 갈 수 있다. 그렇게 결정됐으니 나는 히토리 짱을 일으켜 세워 준비를 시킨다. 칫솔은 안 쓴 게 있었고 세안용품은 내가 늘 쓰던 걸로.
 그런 준비도 5분도 안 되어서 끝난다. 시간에 여유 있다고 전하자 안심한 듯한 얼굴을 히토리 짱은 했다.
 기타를 짊어진 평소와 같은 히토리 짱. 멋있는 히토리 짱. 내 손이 닿지 않는 히토리 짱.
 현관에서 신발을 신은 히토리 짱을 보고 이걸로 마지막이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다. 이걸로 우리들은 이제 만날 일이 없다. 만나더라도 아마 오늘처럼은 되지 않는다. 술에 관해선 강하게 말했고, 많이 마셨을 땐 근처의 호텔에 묵으라고 그랬고. 그러니 이게 마지막이다.

 "몸 조심해. 안 그래도 히토리 짱 몸 약하니까."
 "아, 네."
 "밥도 잘 먹고. 오늘 좀 걱정했어. 엄청난 기세로 먹길래."
 "죄, 죄송해요."

 고개를 가볍게 숙인 히토리 짱이 문고리에 손을 댄다. 찰칵.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문틈에서 방으로 새어들어왔다.

 "잘 지내, 히토리 짱."

 히토리 짱이 문을 열고 발을 밖에 내딛은 그 때.

 "저, 저기요!"

 몸을 뒤집어 히토리 짱은 나를 본다. 얼굴엔 각오 같은 게 있어서 뺨을 조금 홍조시키고 있었다. 잊고 간 거라도 있나 생각을 굴리고 있으려니 문이 닫힌다.

 "저, 저요, 키타 짱하고 계속 만나고 싶었어요. 만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만날 수만 있다면 왼손가락 전부 잘라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나고 싶었어요. 아, 그럼 여기서 지금 손가락 잘라낼게요!?"
 "뭐!? 아니 안 해도 돼!"
 "그, 그만큼 만나고 싶어서! 그치만 계속 같이 있어서, 그, 키타 짱이 있어 주지 않으면, 저 안 되니까요. 니지카 짱도 료 씨도 반짝거려서, 키타 짱이 이끌어 주지 않으면, 저 안 되니까요. 반짝반짝, 빛날 수 없으니까……."

 시들시들해진 히토리 짱이 결속밴드를 배신한 내게 그렇게 말해 주는 게 기뻐서, 기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데 가슴이 뛰었다. 히토리 짱 하고 멋대로 입에서 말이 흘러나와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키타 짱한텐 키타 짱의 생활이 있고 그건 뺏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히토리 짱이 얼굴을 들었다. 확고한 강한 시선으로 나를 꿰뚫는다.

 "또 여기 와도, 되나요?"

 부들부들 떨면서, 하지만 두 주먹을 꼭 쥐고 히토리 짱은 그렇게 말했다.
 그런 거,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다.

 "……물론이지. 오히려 나야말로 또 히토리 짱하고 만나고 싶은걸."

 히토리 짱이 웃었다. 오늘 처음, 아니. 요 몇 년만에 처음으로 본 히토리 짱의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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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국어를 잘하고 싶어요.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