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4

카와즈 2024. 5. 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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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RRY의 문을 열고 니지카 짱에게 인사를 하자 아직 오지 않은 료 씨에 대해 "정말 료도 참 좋은 게 떠올랐으니까 오늘은 패스라 그러고, 정말 적당적당이라니까."라고 뾰로통 화를 내고 있었다.

 "엄청 잘 되고 있는지 문 너머로 그렇게 말해서 있지. 그러면 끌어낼 수도 없고, 정말 어쩔 수가 없다니까."
 "아, 아하하, 그러게요……."

하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아 보이는 건 러브송 내용이 자신을 향한 거라고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 곡만 료 씨가 부르도록 얘기해 봐도 좋을지 모르겠다 생각하니 "뭔가 오늘 봇치 짱 기분 좋아 보이네."라고 니지카 짱은 말했다.

 "엑!? 저, 저 평소엔 그렇게 기분 안 좋아 보이나요……?"
 "아니 미안 미안, 그게 아니라,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하고."
 "좋은 일, 맞아요."
 "뭔데 뭔데? 말해 봐."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입에 담으려고 했다가, 키타 짱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니지카 짱의 반응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니지카 짱은 무척 화를 냈었다. 우리 중에서 제일. 그러니까 어쩐지 그걸 입에 담는 건 꺼려졌다.

 "그, 근처의 고양이가 어리광을 부려 줬어요."
 "헤에 고양이? 어떤 고양인데?"
 "어어, 빨강 같기도 오렌지 같기도 한 색깔 고양이인데……."
 "귀엽겠다."

 헤벌쭉한 니지카 짱의 웃음을 받아 조금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내가 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해 있었다면 료 씨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던 걸까.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해서 "오늘은 패스."의 의미에 얼굴이 창백해진다.

 "보, 봇치 짱……? 무슨 일이야, 아까까진 기뻐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세상의 종말 같은 얼굴로……?"
 "어, 어제 료 씨 어떻게 돌아갔어요……?"
 "어제? 어제는, 어디 보자, 어라? 나 돌아와서 바로 목욕하고 자 버렸으니까 료 돌아오는 거 못 봤는데……?"
 "아, 위, 위험할지도 몰라요……!"
 "뭐?"
 "어제는 료 씨랑 저랑 마셔서, 저 기억이 없어요!"
 "뭐어!?"

 우리들은 짐을 전부 그 자리에 두고 니지카 짱의 차에 타고는 둘이 사는 집을 향한다. 중간중간 신호에 붙잡히면서 도중에 편의점에서 물과 이온음료를 사고 10분 정도만에 둘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오늘 차 끌고 와서 다행이다……! 술 약한데 마신다니까, 자기 주량 정도는 파악해 두라고 진짜……!"
 "아, 아뇨. 어젠 제가 뻗은 게 잘못이니까요……."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봇치 짱이 뻗었다니 얼마나 마신 거야……? 료 괜찮으려나."

 목표한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둘이 사는 집 안에 들어가자 집 안은 조용했다.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서둘러 신발을 벗고는 슬금슬금 료 씨의 방문을 열었다.

 "료? 들어간다?"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료 씨는 방 한가운데에 엎어져 있었다. 나와 니지카 짱의 모습을 보자마자 "아……니지카……봇치……."라고 명백하게 술에 쉰 목을 울리며 우리에게 손을 뻗는다.

 "정말 바보!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
 "이런, 모습……보이기 싫어……."
 "정도가 있지! 진짜! 자! 이거 마셔!"
 "고마워……."

 숙취인 듯한 료 씨를 돌보는 니지카 짱의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누그러져서 나는 방 구석에 앉았다. 사 온 물을 머금어 삼키자 신기하단 듯이 니지카 짱이 나를 본다.

 "근데, 봇치 짱 필름이 끊겼다니 어떻게 집 돌아갔어? 막차 있었어?"
 "엑, 어어, 그건, 그……호, 호텔에 묵었어요……."
 "그 동네 근처에 호텔 없어."
 "그런 데에 전철로 편도 2시간인 사람을 놓고 가지 마. 막차 없으면 데려오든가 해."
 "아야……취해서 머리가 안 돌아갔어……."

 료 씨의 머리에 니지카 짱의 촙이 들어가자 두 가지 의미로 료 씨는 머리를 싸맸다. 그리고 니지카 짱의 가늘어진 눈이 다시 나를 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돌아갔어?"
 "어어, 그게……."
 "봇치 짱 뭔가 숨기고 있지?"
 "아, 그, 어……."

 이제 안 되겠다 싶어서 포기하곤 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취해서 주저앉아 기타를 치는 걸 키타 짱이 발견해서 집까지 데려가 준 것, 아침까지 같이 있던 것.
 둘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얼굴을 했다. 나는 깡그리 전부를 토해내고는 입을 다물고 둘의 말을 기다렸다.

 "으음, 봇치 짱. 일단은 봇치 짱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바보 료가 놓고 간 게 제일 큰 문제였고."
 "미안……."
 "아, 아뇨."
 "그리고 있지, 나는 키타 짱이 결속밴드를 나갈 때 엄청 화냈지만, 그래도 키타 짱이 싫은 게 아니야. 밴드를 나갈 이유가 있었고, 확실히 결속밴드는 지금부터란 때였지만, 그런 건 은근히 자주 있고."

 니지카 짱은 하나 하나 말을 고르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료 씨도 끄덕이면서 얘길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괜찮아. 키타 짱 얘길 해도.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애초에 키타 짱은 우리들 동료니까. 터부 같이 취급하는 건 하지 말자."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봇치는 너무 네거티브하게 보는 거야."
 "료는 봇치 짱 정도로 겸허함을 가지라고."
 "죄송합니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료 씨는 니지카 짱에게 기대면서 홀짝홀짝 이온음료를 마시고 있다. 니지카 짱도 료 씨에게 부드럽게 미소지어서, 아주 조금 그 관계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곡은 나왔어?"
 "으음, 아이디어가 사라졌어."
 "예이 예이, 빨리 만들어 봐 마감 얼마 안 남았고, 봇치 짱도. 쓴 표정 짓는 매니저님한테 사과용 과자 들고 가는 건 나니까."
 "죄, 죄송해요. 그래도 좀 괜찮은 게 떠올랐어요."
 "진짜!?"
 "네. 그래도 전체를 만드는 데는 좀 더 시간 걸릴 것 같아요."
 "기대할게, 봇치 짱의 러브송."

 니지카 짱은 내게 히죽거리는 얼굴을 향했다. 완성된 곡을 들으면 놀림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조금 미래의 나를 동정했지만 키타 짱의 웃음이 머리에 떠올라 마음이 편해졌다.
 옛날엔 듣는 게 싫었던 러브송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주 조금 친근감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키타 짱은 어디쯤 살아?"
 "여기서 차로 10분쯤 걸리는 데예요."
 "은근히 가깝네."
 "추억 때문일지도."
 "글쎄요, 그건 어떤 걸까요."

 왜 그만둔 걸까 하고 니지카 짱은 위를 보면서 하아 한숨을 쉰다. 니지카 짱은 그로부터 계속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료 씨도 마찬가지라 우리들은 키타 짱이 밴드를 그만둔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억측할 수는 있다. 그래도 억측에 불과한 생각은 정답은 되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들은 밴드를 계속하는 한 가슴에 답답함을 품고 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키타 짱,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데.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고 보거든. 악기 0부터 시작해서, 노래도 그렇게 연습해서, 제일 열의가 대단했는데. 그만둘 땐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만두고 말이야."
 "이쿠요 안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아마 초조함 같은 거."
 "그래서 그만둬 버리면 본전도 못 찾는 건데. 그래도 근본은 은근히 봇치 짱이랑 닮았지."
 "아아, 확실히."
 "네?"

 근본은 나를 닮았단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다. 키타 짱은 나보다 반짝거리고 나 같은 건 증발해서 사라져 버릴 정도의 인싸인데. 그런 그녀가 근본은 나를 닮았다니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다.

 "아, 안 닮았어요, 키타 짱하고는. 키타 짱한테 실례예요."
 "그런가? 료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이쿠요랑 봇치는 닮았어."
 "그런 거, 아, 아니라니깐요!"
 "이쿠요는 연주에 대해서 자신이 너무 없어. 자기가 노력한 거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고, 기대받던 거에 부응하지 못하면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해서 과다하게 침울해해."
 "확실히 연주에 관해선 키타 짱 너무 신경 썼었지, 그립다."
 "반대로 봇치는 연주에 대해서의 자신은 있지만 자기 스스로에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닮은꼴."

 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기타를 좋아한다. 몇 시간이고 기타에 시간을 쏟고, 생활의 중심을 기타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건 뒤집어 보면 기타 정도밖에 할 게 없다는 말이고, 키타 짱은 내 몇십 배나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든 기타에 시간을 쪼개서 그렇게 잘 치게 되었다.
 전제가 다른데 키타 짱을 자신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혹은, 나와 비교해서 자신을 잃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제가 옆에 있어서 안 됐던 걸까요."
 "왜 그렇게 되는데. 그만둔 건 키타 짱 의사였고 봇치 짱은 관계 없어. 키타 짱이 자신의 록을 마주보지 못했을 뿐이야."
 "그럼 제가 훨씬 더 잘 쳤다면, 키타 짱을 지킬 수 있을만큼 잘 쳤다면, 안 그만뒀을까요."

 후회는 끝이 없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키타 짱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스테이지에서 노래할 때마다 늘 그 아이의 그림자를 찾고 있다. 노래하면서 필사적으로 그 아이에게 손을 뻗어, 가지 말라고 길을 잃은 나는 울며 소리치고 있다.

 "봇치도 이쿠요도 서로를 너무 의식하는 거야."

 료 씨는 숙취로 아파 보이는 머리를 누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킨다느니 지켜진다느니, 밴드는 그런 세계가 아니야. 자기 몸을 지키는 건 자기뿐이지. 자기 기술만이 자기를 지켜 주는 거야."
 "그런, 가요?"
 "응. 이쿠요는 자신의 기술을 믿어 주지 못했어. 악기가 불쌍해."

 말은 진지함을 띠고 있는데 얼굴은 창백해서 폼이 살지 않는다. 그래도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밴드 동료는 지키고 지켜지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연주를 지탱해 주는 관계다. 스테이지 위에서 연결되는 건 말이 아니라 음악. 거기에 쓸데없는 감정은 필요 없다.
 문득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약한 소리를 하는 내 손을 키타 짱이 잡아 주었고, 그리고, 왼손가락 끝의 피부가 두꺼웠던 것을.

 "그러고 보면, 손끝이 딱딱했어요. 키타 짱의."
 "그럼 아직 기타 치고 있는 걸지도. 굳은살 오래는 안 남으니까."
 "키타 짱도 못 잊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저, 혹시 말인데요, 다시 키타 짱이 결속밴드의 보컬이 하고 싶다고 그러면, 어떡할 거예요……?"

 으음, 하고 니지카 짱과 료 씨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별로? 좋잖아."
 "나도. 키타 짱 노력가고. 금방 따라올 거야."

 태연한 두 사람을 보고 나는 긴장을 풀고 러그에 뒹굴었다. 크림색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키타 짱의 방을 떠올려서 만나고 싶어진다. 키타 짱의 마이 기타도 보고 싶다. 
 메시지 앱을 열고 조금씩 글자를 입력해 나가서 전송 버튼 위에서 한동안 손가락이 헤맸다. 키타 짱은 나를 만나고 싶다고 말해 주었지만 사실은 그 자리의 흐름으로 말했을 뿐이었던 게 아닐까, 사실은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정말로 싫어했다면, 흐름이었다면, 나를 두고 돌아갔을 테고 밥도 만들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분명 그건 키타 짱의 본심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전송을 누르고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어둡게 만든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쉬자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이 뺨을 쓰다듬었다.


 키타 짱의 집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자 갑자기 문이 열렸다. 안에서 으앗 하는 놀란 듯한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히토리 짱?" 하고 내 이름이 불렸다. 변명을 하려고 하자 밤도 늦었다고 안에 끌려 들어갔다.

 "정말, 걱정했거든? 시간이 돼도 좀처럼 안 오니까 점장님한테 전화할까 생각하고 있었어."
 "죄, 죄송해요……."
 "아냐. 오늘은 자고 갈래? 자고 갈 거지? 응?"
 "아, 네, 네."
 "야호! 그렇게 됐으면 맛있는 밥 준비할게!"

 어쩐지 교묘하게 구워삶아진 느낌이 든다. 일단 가족들한테 연락하고 기타를 방 구석에 세워 놓은 후 머뭇거리며 소파에 앉는다. 하지만 맛있어 보이는 냄새가 주방에서 흘러들어오자 빨려 들어가듯이 몸이 움직였다.

 "히, 히토리 짱!?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 아, 아뇨. 뭔가 도울만한 일은 없나 하고."
 "어, 없어 없어! 앗, 아냐! 그, 그렇게 침울해하지 마……? 그, 저기, 그럼 접시랑 젓가락 가져가 줄래……?"
 "물론이죠."

 그러고 보면 옛날에 후타리한테도 "언니가 도와주면 해야 할 일이 늘어나."란 말을 들었었지. 키타 짱에게 있어서 나도 똑같은 걸까 하고 조금 슬퍼지고는 접시와 젓가락을 끌어안고 테이블로 돌아온다. 저번엔 방을 볼 여유가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관엽식물 옆에 기그백에 든 기타가 눕혀져 있었다.
 할 일도 없어서 그 앞에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신경 쓰여?"라고 키타 짱이 주방에서 말을 걸어 주었다. 조금이요, 라고 답하자 빙긋 웃은 키타 짱은 "그것도 좋지만 이 쪽이 좋겠다." 하고는 주방을 떠나 옷장 속에 있었던 어쿠스틱 기타를 건네 주었다.

 "뭔가 쳐 주라."
 "에, 하지만."
 "괜찮아, 여기 방음이니까."

 현 얼마 전에 새로 간 거란 말을 남기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는 키타 짱의 뒷모습이 여운이 남아 한동안 바라보고 만다. 프라이팬을 잡고 내게 미소지어 주는 키타 짱을 보고 뺨이 뜨거워져서 시선을 기타에 떨어뜨리곤 튜닝을 시작했다.
 뭘 칠까 생각하다, 모처럼이니까 결속밴드 노래를 쳐야겠다 생각했다가, 하지만 키타 짱이 빠진 후의 곡을 치는 건 뭔가 싫고, 그렇다고 키타 짱이 부른 노래를 치는 것도 본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그만뒀다. 다른 밴드 곡이라도 칠까 하고 현에 손가락을 올리곤 도롱 도롱 소리를 내 간다.
 키타 짱의 머리가 곡의 리듬을 타고 흔들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지금 광경은 꿈이 아닌가 멍하니 생각한다. 그치만 키타 짱의 집에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잔다니. 행복 그 자체다. 반짝임에 손을 대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반짝임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은 내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니까.
 포니테일이 흔들린다. 키타 짱, 우리 밴드 라이브 보러 와 주고 그런 적 있었던 걸까. 보러 와 줬으면 좋겠다. 멋있는 나를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지 않으려나. 다시 한 번 내 옆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하고, 내 곁에 있어 주지 않으려나.

 키타 짱이 만들어 준 밥을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고 밤은 깊어져, 내가 기타를 치자 키타 짱은 들어 주었지만 굳이 말하자면 세션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키타 짱, 기타 쳐 주세요."
 "어, 아, 나 기타 꽤 오래 안 쳤어. 그러니까 못 쳐."
 "네? 하지만 이 통기타 현 얼마 전에 새로 간 거라고."
 "아, 아아! 그러니까, 할 일이 없어서? 한가했으니까?"
 "게다가 손끝 딱딱하죠. 왼손."
 "그러니까, 몇년 지나도 손끝 딱딱한 거 안 없어지더라, 아하하."
 "저랑 치는 거 싫어요……?"

 너무 끈질겼을까 하고 고개를 숙이자 당황한 키타 짱이 기타를 꺼내서 피크로 현을 튕겼다. "아, 아~ 뭔가 몇년만에 쳐도 쳐 지는구나~!"하고 키타 짱은 소리를 냈고 나도 소리를 냈다.

 "안 숨겨도 괜찮아요. 키타 짱, 계속 쳤었죠?"
 "으, 응, 미안해. 그만둔 내가 기타 치고 있는 거 이상하다 생각해서……."
 "그렇지 않아요. 키타 짱이 계속 치고 있는 거 기뻐요."

 키타 짱의 귀여움은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더 갈고닦여 있다. 옛날보다도 훨씬 훨씬 귀여워져서, 예뻐져서, 분명 애인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욱신 아팠다.
 내게는 이런 게 어울린다. 러브송도 실연으로 하자. 미련을 질질 끄는 어쩔 도리 없는 한심한 패배자의 울부짖음. 하지만 그게 록이다. 내게 있어서의 록이다.

 "키타 짱의 기타, 좋아해요."
 "응!? 고, 고마워……. 나, 나도 히토리 짱의 기타 정말 좋아해."
 "고마워요."

 유연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이 내 시선을 못박는다. 키타 짱의 손가락을 좋아한다. 가늘고 길고 부드럽고 예쁜 손가락. 나는 울퉁불퉁해서 여성적이지 않으니까. 확실히 기타를 치는 데에는 최적인 손이지만, 그래도 키타 짱 같은 손가락은 무척이나 부럽다. 손가락뿐이 아니다, 오렌지색에 빨강을 섞은 듯한 예쁜 머리카락도, 페리도트처럼 맑게 반짝이는 눈동자도, 작은 입술도, 누구에게나 상냥하면서도 자주 속에 담아두는 성격도. 그 모든 것에 나는 사랑을 하고, 앞으로도 너를 계속 그리리라.
 어쩔 도리 없이 너를 좋아해서 죽기 직전까지 너의 모습을 떠올리는 거다.

 "이제 연결고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응?"
 "저랑 키타 짱을 이어 주는 거. 전 계속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거든요. 키타 짱이 스테이지에서 내려온 뒤에도, 계속. 하지만 찾지 못했어요."

 키타 짱이 입을 다물어 버린다. 아니다, 그래서 탓을 하고 싶다거나, 그래서 슬프게 만들고 싶다는 게 아니다. 훨씬 밝은 이야기. 내게는 네가 필요하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여기 있었어요. 기타. 키타 짱이 기타를 계속 쳐 주면 전 스테이지에서 언제든 키타 짱을 느낄 수 있어요. 스테이지뿐이 아니라, 연습할 때도, 집에서도, 기타를 들면 키타 짱을 느낄 수 있는 거예요."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
 "제게 있어서 키타 짱은 그런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기타 그만두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 키타 짱에게 있어서는 감사를 받을만한 게 아닐지도 모르지만요."

 키타 짱의 현을 누르는 손이 떨리고 있어서 살며시 그 위로 손을 쥐자 우리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불안해 보이는 눈이 나를 보고 매달리듯이 눈이 가늘어져서 세게 꼭 쥐자 고마워, 하고 키타 짱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좀만 더 세션 해요. 저 키타 짱의 기타 정말 좋아하니까요."
 "응……."

 나와 키타 짱을 이어 주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괜찮다. 이 마음은 나만의 것이고, 이렇게 키타 짱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 이상을 바라면 분명 나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이 마음은 전해선 안 되고 들켜서도 안 된다. 이 마음은 키타 짱을 분명 곤란하게 만들 테니까.
 그러니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나만의 마음. 키타 짱 속에는 기타를 잘 치는 고토 히토리만 있으면 된다. 그 외의 정보는 미움받는 원인이 될 뿐이다.



 "그, 그러니까 저! 바닥에서 잔다니까요!"
 "손님을 바닥에서 어떻게 재워!"
 "그, 그치만 키타 짱 내일도 출근이고! 저 내일은 늦게 나가요! 그리고 늘 바닥에서 자니까요!"
 "안 돼! 히토리 짱은 침대에서 자!"
 "안 돼요! 키타 짱이 침대에서 자세요!"

 침실에서 벌어진 입씨름은 이리저리 벌써 20분은 계속되고 있다. 시각은 벌써 11시 반을 넘었다. 아침이 이른 키타 짱은 벌써 평소였으면 자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인데 이러고 있는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는 게 미안하다.
 그렇다고 간단히 물러날 수도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키타 짱은 바닥에서 잔다. 그리고 내일 온몸이 쑤셔서 일에 지장을 주게 된다. 그리고 분노에 휩싸인 정신나간 상사에게 해고! 같은 일이 되면 나는 이제 다시는 키타 짱을 만나러 올 수 없다. 그런 건 싫다.

 "부, 부탁이니까 얌전히 침대에서 자──"
 "알았어, 그럼 같이 침대에서 자자."
 "에, 에!?"
 "이 침대 세미더블이야, 그러니까 이게 최고의 해결법이야!"

 그렇게 말하고 키타 짱은 침대에 나를 밀어넣고는 옆에 드러누워서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끌어안을 필요는 없지 않아!? 라고 마음속으로 소란을 피웠지만 묘하게 키타 짱이 조용해서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히토리 짱은 술 별로 안 좋아하지?"
 "어, 네, 뭐어."
 "그런데 그 날 그렇게 술 마신 건 왜였어?"

 팔에 둘러진 손이 뜨겁게 느껴져서 내 심장이 두근두근 소리를 내고 있는 게 그녀에게 들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그 날 술을 마셨던 이유를 떠올렸다.
 아직 반도 쓰지 못한 러브송. 실연송이란 건 결정했지만 본인을 눈앞에 두고 왜냔 말을 들으면 얼버무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해도 좋을까 생각했지만 아마 얼버무리지 못할 테니까 나는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그, 그게, 수, 술을 잔뜩 마시면 다른 별에서 슈퍼작곡파워가 내려와서, 최강의 고토 히토리가 되거든요."
 "히토리 짱……설마 히토리 씨처럼 행복 스파이럴을……."
 "아 아니에요! 저 료 씨나 니지카 짱이 데려갔을 때밖에 안 마셔요!"
 "그럼 괜찮지만……."

 지금 거 혹시 얼버무린 거야? 라고 키타 짱이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런 말을 하니까 영문을 모르게 되어서, 하지만 떨어지지 말았으면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나는 그저 입을 뻐끔뻐끔 움직였다.

 "러브송이라니 상대는 있는 거야?"
 "어, 어어어없어요."
 "그거 어느 쪽이야?"

 키득키득 웃는 키타 짱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의 근육이 이완되자 살랑 풍겨온 그녀의 달콤한 냄새를 후각이 감지했다. 안심되는 잠기운이 다가오자 배에 놓인 손을 감싸쥔다. 나보다 작고 보들보들한 예쁜 손. 손끝은 그렇게 단단한데 신기하다.
 내 심장 시끄럽지 않을까.

 "있잖아……히토리 짱."
 "네……?"
 "그 러브송이, 다 되면……나, 들으러 갈게……."

 키타 짱의 목소리는 반쯤 꿈에 녹아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키타 짱의 말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라이브로, 들으러, 갈 테니까……."

 한 순간만 꼭 배가 조이고 금방 힘은 빠져 키타 짱의 작은 숨소리가 내 등에 빨려 들어간다. 나도 눈을 감자 금방 의식은 어둠에 녹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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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