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

카와즈 2024. 5. 5. 21:28

"보키타와 료니지 이야기

인용  <별자리가 된다면>  작사  히구치 아이  작곡  나이토 히데마사  편곡  미츠이 리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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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크 상자는 그 안에 있는 케이크보다도 더 많은 행복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안에 숨긴 생크림의 보물들을 소중히 소중히 지키는 새하얀 케이스. 아빠가 다녀왔다고 말하며 거실에 들어와, 엄마와 후타리가 어서와 다음에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에 헉 숨을 삼기고 기쁜 듯이 달려가는 것을 나는 소파에서 바라본다.
 안에 들어 있을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에 기쁨과 아주 조금의 열등감이 마음을 스쳤다.
 케이크는 물론 케이크 상자를 닮은 사람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다. 누군가의 행복을 지키는 사람, 누군가를 웃음짓게 만들 수 있는 사람, 무대 뒤에서 누군가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사람.
 천장을 올려다보며 문득 왼손 엄지와 중지를 비비자 단단해진 피부가 거칠거칠 작은 소리를 냈다.
 닮은 사람을 하나 알고 있다. 밴드의 리더로 늘 밝고 천진난만한, 내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녹아도 터져도 "그게 봇치 짱이야."라면서 저버리지 않는 사람. 눈부시고, 그러면서 상냥한 금색 머리를 가진 그 사람.

 "히토리도 먹자. 좋아하는 거 사 왔으니까."
 "응, 고마워 아빠."

 테이블에 앉아서 엄마가 케이크 상자를 열자 네 개의 화려한 케이크가 얼굴을 보였다. 살랑 코를 스친 달콤한 향기에 행복이 가슴을 채웠다. 엄마도 후타리도, 그리고 아빠도 뺨을 풀고 그것에 살며시 손을 뻗는다.
 나도 손을 뻗어 하나를 집고는 접시에 올렸다. 포크로 작게 잘라 입으로 옮기자 달콤함이 부드럽게 몸에 퍼져 나간다. 맛있다, 하고 말이 흘러나왔다.
 이것과 닮은 사람도 하나 알고 있다.
 모두가 원하고, 어디에 가든지 사람들이 따라오고, 상냥하고, 원하는 말을 해 주는 그 아이. 나와 정반대인, 전혀 공통점이 없는 그 아이. 오렌지색에 조금 빨강을 섞은 듯한 머리의 그 아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 아이. 달콤하고 조금 쌉쌀한 그 아이.
 
 "맛있니? 히토리."
 "응, 맛있어."

 하지만 그 아이에게 있어서 상자가 열렸을 때 처음 보는 얼굴은 내가 아니다. 분명 다른 누군가로, 더 상냥하고 강하고 제대로 된 사람이다.
 이런 기타밖에 못 치고 사람 눈도, 그 아이 눈도 보지 못해서 계속 아래를 보고 있는 나 같은 게 아니라, 키가 크고 멋지고 경제력이 있는, 뭐래.

 "언니, 한 입 주라."
 "아아, 응. 그래."

 아니다, 그런 어두운 생각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지금은 케이크가 맛있다는, 단지 그것뿐이다.

 "결속밴드가 그 빌보드 재팬 차트 20주 연속 1위 획득이라니. 아빠 케이크 사 와 버렸지 뭐야."
 "그러게 정말. 설마 히토리 짱이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말야."
 "아, 아냐. 내가 아니라 다른 멤버가 대단한 거야. 나, 나도 조금은 공헌하고 있다곤 생각하지만……."
 "그러니, 아니. 그래도 아빠는 정말 기쁘단다."

 아빠와 엄마가 정말 기뻐 보이고, 올해 고등학생이 돼서 약간 반항기 계속중인 후타리도 기뻐 보이는 게 나도 기뻤다.
 
 "히토리도 노래 잘 하게 됐구나."
 
 단 하나를 빼고. 문득 스쳐 지나간 그 아이의 괴로워 보이는 미소가 가슴을 꽉 죄었다. 풀어져 있던 표정근이 긴장해서,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내 부모님이니까 눈치채이고 말았다. "잠깐 아빠."하고 엄마의 메마른 줄칼 같은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진다.
 얼굴을 든 아빠와 엄마는 미안하단 듯했고, 후타리도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내가 분위기를 망쳐 버렸나 보다. 늘 그렇다. 내가 망쳐 버린다. 그런 거 아니라고 눈치있는 말을 한 마디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케이크 맛있었어. 그럼 나 기타 연습 할 테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거실을 나와 계단을 올라 내 방에 들어가서 벽장에 틀어박힌다. 헤드폰을 귀에 대고 우리가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의 결속밴드 곡을 튼다.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잊어 버린 그 아이의 목소리가.

 "키타 짱……."

 이제 여기에 그 아이는 없다. 알고 있는데, 아직 난 모르는 척을 하고 있다. 언젠가 불쑥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맞으면 내가 녹아서 없어져 버릴 것 같은 빛을 두르고, 다시 내, 우리 앞에 나타나 주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말하지 못했던 말과 아직도 맺혀 있는 가슴속이 그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내게 그런 배짱은 없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는 케이크 상자가 되고 싶었다. 니지카 짱처럼 모든 사람을 끌어안아 웃음짓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만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니지카 짱조차도 멈추지 못한 그 아이를 어떻게 내가 멈출 수 있었겠는가. 신이 만드는 도중에 단념해서 생겨난 인간을 체현한 듯한 내가, 어떻게.
 그러니 나는 케이크 주변에 붙어 있는 필름이다. 성가시고 벗기려고 하면 손이 더러워져서 언제나 거북해하는, 누구에게도 기쁨받지 못하는 그 투명 필름. 반짝이는 그 아이에게 달라붙어서 언제까지고 잊지 못하는 나다.

 그래도 나는 케이크 상자가, 키타 짱을 지킬 수 있을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네가 소중하다고,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때 말할 수 있었다면 그 아이는 지금도 결속밴드의 기타 보컬로 있어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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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장편입니다. 해피엔딩, 15편 예정.

현생이 바빠서 업데이트가 느릴지도 모릅니다.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愛される君に愛されたい僕の歌を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45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