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그것은, 맨발 그대로의 사랑이었습니다. - 역자 후기

카와즈 2015. 10. 2. 11:53

안녕하세요, 카와즈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셨나요?
이 작품은 제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작품입니다. 처음으로 끝까지 번역한 장편 소설, 처음으로 번역한 아이돌 마스터 SS, 처음으로 커뮤니티에 올린 번역물. 그리고 제 번역 방식이 크게 바뀐 계기이기도 합니다.

원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소설엔 시적인 표현, 운율, 상징 같은 것들이 무더기로 나옵니다. 제가 눈치챈 부분은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잘 된 건지…….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아.'하고 느껴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가사에서 따온 부분도 많이 있지요. 자신 REST@RT, 눈이 마주치는 순간, 똑딱똑딱, Shiney Smile……. 그것들 또한 제가 눈치챈 부분에 한해서, 현재 돌아다니는 가사 번역에 가깝게 해 두었습니다.

어제 올린 세 편의 반응이 상상 이상으로 좋아서, 회사 일이 바빴음에도 조금 무리해서 전편을 다 올리게 되었군요. 읽어 주신 모든 분들, 덧글을 달아 주신 모든 분들, 추천을 눌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덧글들을 읽으면서, 2개월동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번역에 매진했던 나날이 모두 긍정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또 무언가를 번역할지도 모릅니다만, 일단 당분간은 좀 쉬고 싶어요. 회사에서 서류작업을 하는 척하면서 번역을 했던 나날이여…….

아무튼 그런 느낌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P.S. 이 소설의 분량은 UTF-8 메모장 기준으로 번역 전 604KB,  번역 후 526KB로, 소설 템플릿에 올리면 몇백 페이지가 우습게 나오는 양입니다. 번역 보조 프로그램이 계산한 고유 문장 수는 8550문장이었습니다. 돌아보니 까마득하네요.


………

……


...그리고 이상이 아이커뮤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카와즈입니다. 아이커뮤와 동시에 올리려고 생각했던 게, 어쩌다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한 달도 더 전 얘기입니다. 번역이 끝난지는 훨씬 더 오래 됐습니다. 두 번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교정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pdf가 하나 있습니다. 이것도 공개해 두겠습니다. (링크)

저걸 가지고 제본을 할까 생각도 했는데, 생각보다 제본 값이 비싼 데다 표지를 어떡할지 못 정해서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뭘 하고 있냐 하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절찬 프로듀서 활동중입니다. 아니 물론, 전혀 공부를 안 한다는 건 아닙니다만. 프로듀서 활동의 비중이 이상하리만큼 높을 뿐입니다.


아이커뮤 쪽 어떤 분께서, 이 소설에 대해서 '하루치하의 이상향'이라는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글을 쓰신 건 작가님이지만 괜히 저도 마음이 들떴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대본식 글보다 산문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ss계열은 암묵의 룰처럼 대본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많은 ss가 2ch에 투고되고 있는 만큼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소설다운 물건을 읽고 싶다……그런 생각을 늘 해 왔습니다. 그리고 픽시브에서 만난 이 소설. 압도적 분량. 압도적 구성. 그런데 어째서인지 국내에는 번역본이 없다. 그렇다면, 번역에 관심이 있는 프로듀서로서,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결과가 이거야!


하고 싶은 말은 한도 끝도 없이 있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 배운 것들 등등. 번역 보조 프로그램을 쓰기 때문에 역주를 본문에 삽입하지 않은 것도 있어서, 아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역주에 적어야겠다!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는 바람에 못 적은 게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능숙한 상냥함'이라는 표현입니다.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아아, 대체 상냥함과 요령 좋음을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가. 그리고 적당히 타협한 게 능숙한 상냥함이었습니다만 마음에는 들지 않습니다. 한창 고민을 하고 자기 나름대로 답을 내린 치하야. 그 치하야가, 자신에게 상냥함, 친절함을 능숙하고 요령껏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짓는 장면이란 말입니다. 아주 치하야답고 함축적인, 파워풀한 한마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훌륭한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여태껏 번역한 어떤 작품보다도 (애초에 수가 적긴 합니다만) 공을 들였습니다. 목표는 '평소에 순수문학을 많이 즐기는 사람이라도 문체를 신경쓰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직역 위주의 번역+약간의 의역이란 식으로 번역을 했습니다만, 이 소설은 의역의 비중을 훨씬 높여 보았습니다. 스타일이 바뀐 게 중간쯤이어서 결국 앞부분은 다시 번역하는 꼴이 되고 말았지요. 저 자신이 애초에 이과인데다, 평소에 문학을 즐기지도 않고, 작문 능력이 처참하기 때문에 정말 이게 잘 하는 짓일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국문학과 친구에게 검수를 부탁할 정도였죠. 그 친구는 '이거면 됐다'고 말했지만 결국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치고 고치고.


그런 고로, 작품을 즐겁게 읽어 주셨다면 그 이상 기쁜 일은 없겠습니다. 왠지 후기까지 길어지고 말았습니다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또다른 재밌는 물건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