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Steins;Gate SS]연가원앙의 밀키웨이-8 (恋歌鴛鴦のミルキーウェイ)
카와즈
2018. 1. 31. 23:34
연가원앙의 밀키웨이
제4장 긴양전가의 체셔 브레이크(緊嬢転伽のチェシャー・ブレイク) (2)
"뚯뚜루~♪ 마유시 냥냥이랍니다냥~! 주인님, 커피 리필해 드릴까냥?"
"아아, 마유리. 받기로 할까."
고양이귀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은 시이나 마유리가 커피 포트를 가지고, 수트를 입은 잘생긴 남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아, 오카린이다! 뚯뚜루~♪ 와아, 우와아, 한 순간 못 알아봤어~♪"
눈을 동그랗게 뜬 마유리가 실로 기쁘단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쪼르륵 커피를 부어 간다.
"왜 못 알아봐. 아침에 한 번 봤잖나."
"엣헤헤~. 그치만 오카린이 그런 모습인 건 드무니까, 마유시는 깜짝 놀랐어요. 아, 그렇지 오카린, 있잖아……."
"코스프레라면 안 한다."
"에에~ 마유시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닌가?"
"맞는데……."
말하기 전에 기선제압당해 어깨를 떨구는 시이나 마유리.
이것 또한 네 번째 타임 리프 즈음부터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회화이다.
"그럼 커피를 마시면 실례하도록 할까."
"에에~? 오카린 벌써 돌아가려고?"
"그래, 점심은 먹었고, 마유리 얼굴도 봤으니."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시이나 마유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오카베 린타로.
또 당연한 것처럼 머리를 내밀고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시이나 마유리.
그 모습은 그녀의 모습과 어우러져, 마치 인간에게 애무를 조르는 고양이 같았다.
점내 곳곳에서 들려오는 숨을 삼키는 소리, 뿜어져 나오는 살의.
페이리스 냥냥으로 모자라서 마유시 냥냥까지!
크으으 에이 리얼충 죽어라!
그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원망과 한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너는 초코를 나눠 주지 않는 건가?"
"지금부터 온 손님들에겐 줄 거야. 아, 혹시 오카린도 받고 싶었어?"
"아니, 이미 페이리스에게 받았다."
품에서 조금 전에 받은 봉지를 꺼내 시이나 마유리에게 보인다.
"와아, 그럼 마유시의 초코는 내일 랩에서 줄게!"
"그래, 그럼 기대하도록 하지."
솔직히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그녀의 수제 초콜릿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기대는 할 수 없다. 가게에서 사 온 걸 받는 편이 더 나을 정도……지만, 일단 지금은 이렇게 말해 두는 게 낫다.
조금 전에 어색하게 헤어진 후 오카베 린타로의 자리에 다가오지 못하는 페이리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례하도록 할까. 아무래도 페이리스는 바쁜 것 같으니, 네가 잘 말해 줘."
"응, 알았어. 그럼 오카린, 뚯뚜루~♪"
가게를 나온 오카베 린타로는, 하지만 그대로 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약간 가게에서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나다. 지금부터 '오퍼레이션 프리그' 개별 오퍼레이션 F의 제2단계로 이행한다. 그래, 알고 있다. 실패는 용서되지 않는다. 기관 쪽엔 다른 방면으로 손을 써 뒀다. 곧바로 이쪽 계획을 눈치채진 못할 거다. 뭘, 맡겨만 둬라. 온갖 미션을 모두 완수해 왔기에 바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 그래, 그러면 무운을 빌어 줘. 모든 것은 '운명석의 문(슈타인즈 게이트)'의 인도에 따라. 엘 프사이 콩그루."
휴대전화를 집어넣고 작은 한숨을 쉰다.
동료의 목숨이 걸려 있는 것이다. 원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연기 같은 걸 할 여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미션에 있어서, 지금은 어떻게든 호오인 쿄마일 필요가 있다.
오카베 린타로는 자신을 질타하듯이 가볍게 뺨을 두드렸다.
"냐냐? 쿄마? 돌아간 거 아니었냥?"
"아아, 전화가 와서 말이다. 잠깐 얘기를 하던 참이다."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장하고 뒤를 돌아본다.
선글라스가 햇빛을 반사해, 그 장면만 보자면 무척이나 멋진 거동이었다.
페이리스가 한 순간 영화의 한 장면인가 생각했을 정도이니 무리도 아니다.
"페이리스, 너야말로 이런 곳에 무슨 일이냐. 지금 가게는 천객만래가 아닌가."
"점심 시간은 지났고, 마유시랑 다른 애들이 와 줘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냥. 이 틈에 모자란 커피를 받으러 가는 거다냥!"
"과연 그렇군. 하지만 너는 가게의 간판 아가씨가 아닌가. 다른 사람을 보내면 되는 게 아닌가?"
"냐우우~,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지만, 오늘 내고 있는 커피는 페이리스가 어떻게든 부탁해서 준비한 스페셜 블렌드인 거다냥.
이걸 부탁할 수 있는 건 성격 까다로운 개인 업소의 점장님뿐이니까, 페이리스가 받으러 가야 한다냥……."
조금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하는 페이리스의 말을 들으면서, 오카베 린타로가 턱에 손을 대고 추억한다. 그가 생각에 잠길 때의 포즈지만 오늘만큼은 손끝에 닿는 수염의 감촉이 없어서 조금 위화감이 들었다.
"흠, 듣고 보니 확실히 평소와는 향기가 달랐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냐! 쿄마, 역시 눈치채 줬던 거냥? ! "
"그래.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야기를 듣고 겨우 눈치챌 정도다만……그, 평소보다 향기가 농후하고 맛에도 깊이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잡미가 섞인……맛이란 건 이상한 표현이지만, 뭔가 이렇게, 몸 안에서부터 따뜻해지는 듯한……."
"그렇다냥 그렇다냥! 페이리스가 원하던 게 바로 그런 느낌의 블렌드였던 거다냥! 대단하다냥 대단하다냥! 쿄마한테는 테이스팅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냥!"
활짝 얼굴을 빛내며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페이리스 냥냥.
그 순진한 경의의 눈빛에, 오카베 린타로는 표정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표현은 7번째 타임 리프에서 그녀 자신에게 들은 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한 정도라고, 나는. 아까 말했듯이 너에게 듣고 나서 눈치챘을 정도란 말이다. 뭐, 평소보다 맛있었다는 건 사실이다만."
"그거면 충분하다냥. 페이리스네의 배려가 조금이라도 주인님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면, 그걸로 페이리스는 만족한다냥!"
"……페이리스는 장하구나."
"흐냣……! ?"
조금 전에 시이나 마유리에게 했던 것처럼, 페이리스의 머리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빗듯이 쓰다듬는다.
"냐으우~, 쿄, 쿄마……."
마치 진짜 고양이를 쓰다듬었을 때처럼, 칭얼대는 목소리로 가르랑거리는 페이리스.
"좋다, 그럼 상으로 내가 그 커피를 날라 주지."
"에, 쿄마, 그래도 되냥?"
"왜, 나로는 불만인가?"
"아니다냥! 하지만 쿄마는 그 랩에서 중요한 할일이……"
"'그'가 뭐야 '그'가. 너도 어엿한 랩멤이라고, 페이리스 냥냥이여. 그리고 이번에 메인으로 개발중인 건 다루와 크리스고 말이지. 내가 조금 늦게 돌아가도 문제는 없겠지."
"으음~……그럼 부탁한다냥! 실은 꽤 무거워서, 혼자 옮기는 게 꽤 큰일이다냥~."
"거 봐라. 사람의 호의는 고맙게 받고 보는 거다."
"알았다냐! 앞으로 쿄마한테 잔뜩 어리광부리기로 하겠다냐―!"
기뻐하면서 오카베 린타로에게 뛰어들어 팔짱을 끼며 달라붙는 페이리스.
"윽, 정도는 지켜라!"
"뿌뿌~ 쿄마, 아까랑 하는 말이 다르다냥!"
불평을 하지만 그것은 말뿐이고, 페이리스는 그야말로 기분 좋은 듯이 오카베 린타로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
……오카베 린타로는, 이 흐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약간 어색하게 헤어진 후, 낮의 혼잡때문에 오카베 린타로의 자리에 다시 다가갈 틈도 없었고, 그 다음엔 시이나 마유리가 상대를 해서 도무지 다가가기 어려웠다.
페이리스가 접객 도중에 몇 번이나 그의 자리로 시선을 향하던 것을, 오카베 린타로는 여러 수단으로……과거의 타임리프에서, 아마네 스즈하를 손님으로서 점내에 앉혀 계속 그녀를 관찰하게 시켜서……조사하여 확인해 두었다.
그리고 시이나 마유리 및 오후 담당 메이드들이 다가와서 점심때의 혼잡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면, 드디어 그의 자리로 다가와 다시 참견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기회를 빼앗고 그가 가게를 나가는 경우……
그가 어떤 타이밍에 가게를 나와도, 그녀는 높은 확률로 '오카베 린타로의 뒤를 밟듯이' 커피를 사러 외출을 한다.
그녀 나름대로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오늘의 오카베 린타로가 신경쓰여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일 테다.
남은 것은 되도록 그녀가 좋아할만한 선택지를 골라, 둘이서 거리를 나서는 것뿐이다.
오카베 린타로의 팔에 꼭 달라붙어서 당황하는 그의 모습을 즐기는 페이리스 냥냥.
그러나……그녀는 자신이 이미 몇 겹이고 둘러친 거미줄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다.
4-9:2011/02/13 13:32 아키하바라 뒷골목
쇼헤이바시도리와 추오도리에 끼인, 좁고 의연하면서도 활기가 있는 번화한 길.
그 길을 쿠라마에바시도리 방면으로 나아가며, 오카베 린타로는 페이리스와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단장의 고통을 안고 세계선을 건너, 그 세계와 결별한 것이다!"
"냐냐! 쿄마는 드디어 숨겨진 힘에 눈뜬 거냥? ! 다원우주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신들의 경계이동(디바 워크)'……설마 이미 얻었을 줄이야……!"
"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만. 실제로 어디로 가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혼돈, 그야말로 카오스! 므애드 사이언티스트인 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가! 후우―하하하하하하!"
"엄청난 자신감이다냐……페이리스도 질 수 없다냥! 지금이야말로 봉인된 쿄마와의 그 추억을 해방하고, 금단의 그것에 손을 댈 때가 온 것 같다냥……!"
"잠깐, 그 추억은 뭐야, 애초에 왜 봉인된 거야."
"냐냐~!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계기가 되는 '그 의식'을 해야만 한다냥! 쿄마! 놀고 있을 여유가 없다냥!"
"난 딱히 놀고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의식'은 뭐냐! ?"
페이리스절 전개인 대화에 궁지에 몰린 것처럼 뒷걸음질치는 오카베 린타로. 한방 먹였다는 것처럼 거리를 좁혀 팔에 달라붙으면서, 뺨을 붉히고 그를 올려다보는 페이리스.
"당연히 그거다냥……그때랑 같은 일을 하면 된다냥."
"그때……? 잠깐만, 그때란 건 뭐야, 그리고 난 뭘 했다는 거지? ! "
"키스……다냥. 쿄마는 페이리스를 정열적으로 끌어안고, 그대로 둘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눴던 거다냥……."
끈적하게 녹은 표정으로 가슴에 오카베 린타로의 팔을 부비면서 유혹한다.
물론 그녀의 일류 연기다. 오카베 린타로가 격하게 당황하면 풀어주고, 놀리면서 흘려넘길 심산인 것이다.
"냐……? ! "
그러나 그녀의 심산과는 달리……오카베 린타로는 페이리스를 다정하게, 그러나 강하게 끌어안았다.
"냐, 냐냥? ! 쿄마! ?"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리고 직후에 점점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눈을 굴리는 페이리스 냥냥.
"안 된다냥! 이거 놔라냥! 쿄마아!"
버둥거리면서 필사적으로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손발을 움직인다.
머릿속이 격력하게 명멸하고 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싫지는 않다. 싫을 리가 없지만.
하지만 지금은, 여기선, 이 모습으론 안 돼……!
정신차리고 보니 그녀는……오카베 린타로의 품 속에서 발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끌어안고 키스하라고 한 건 네가 아닌가."
"노, 농담을 진지하게 받는 사람은 싫다냥!"
저도 모르게 강한 어조로 그렇게 외치고, 그 팔을 뿌리치고 한 걸음 두 걸음 거리를 벌려……
……그러나, 세 걸음째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뛰어난 통찰력을 가시고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읽어 왔다.
그래서 어느 정도 다가가면, 어느 정도 떨어지면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항상 파악하면서 대화할 수 있었다.
조금 전처럼 키스를 조를 때에도, 그가 당황하든지 반대로 덮쳐 오든지, 그것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눈을 보는 것만으로 금방 알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 아슬아슬한 곳까지 발을 들이밀고 적극적인 스킨십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평소의 그였다면……이야기지만.
이번처럼 격렬하게 거절했을 때라도, 평소의 오카베 린타로라면 이 이상 떨어지면 당황하면서 쫓아와 사과해……주었을 터다.
그러니 지금도 분명 그렇게 해 줄 거다……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평소와 달리 그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페이리스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모습과 복장의 인상이 바뀌고, 색 있는 안경으로 시선이 감춰지고, 무엇보다도 조금 전부터 멈추지 않는 고동이 그녀에게서 냉정한 사고를 빼앗고 있다.
그것들은 그녀의 '체셔 브레이크'에 큰 장해가 되고, 그 발동을 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는 모른다.
이 이상 그에게서 떨어져도 제대로 쫓아와 주는 것인지, 그런 심한 말을 해도 그가 화내지 않을지,
'싫다'는 말을 입에 담고 말아서……그에게 미움받지는 않았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자신의 말이 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전해지고는 있는 건지 어떤지조차 모르겠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표면상으론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페이리스의 마음속은 아주 난잡했다.
오히려 평소에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능력을 봉쇄당했다는 불안이 그녀가 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그래도 어떻게든 될 것이다.
평온하지까진 않아도 언제나의 태도로 빠져나갈 수 있었을 터다.
하지만 상대가 그다. 호오인 쿄마인 오카베 린타로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절대로 미움받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그에게, 쿄마에게, 오카베 린타로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체 어떤 말투를 쓰면 될까. 어떤 태도를 취하면 될까.
평소였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오늘따라 떠오르지 않는다.
실수할 수 없는 대화……그런 건 어른의 세계에서 몇 번이고 해치워 왔는데, 왜 이렇게나 프레셔를 느끼는 것인가.
일일이 자신하게 물을 것도 없이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사람과의 인연을, 이 사람을, 절대로.
"페, 페이리스는 모두의 아이돌이다냥. 그러니까 한 사람의 마음에 답할 수는 없다냥."
겨우 그정도 말을 짜낸다.
하지만……오카베 린타로가 다음에 내놓은 말에, 그녀의 심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런가……그렇다면 '페이리스가 아닌 너'는 어떤가?"
"냣……? ! "
그의 말에 움찔 하고 몸을 경직시킨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가슴에 푹 꽂혔다.
'어째, 서……? 왜, 쿄마가, 그런 걸……! ?'
4-10:2011/02/13 13:39
"앗, 미안!"
"흐냐? ! "
어깨와 어깨가 툭 부딪힌다.
유난히 발이 빠른 사람이었다. 목소리로 보건대 여성이나 어린이일까.
페이리스는 밀쳐진 기세로 저도 모르게 넘어질 뻔했고……오카베 린타로가 끌어안아 그것을 막았다.
"괜찮나, 페이리스!?"
"아, 에, 네, 죄송해요……."
뺨을 물들이고, 오카베 린타로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살짝 풍기는 그의 냄새에 어딘가 모르게 무아의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중얼거리고……
거기서 페이리스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잠깐의 경직 후에 무언가를 퍼뜩 깨닫고, 조심조심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린다.
"……없어."
"음, 무슨 일이냐, 페이리스."
"없어, 없어!"
"페이리스?"
"어? 왜? 어째서?"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지만……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그녀의 머리에서……늘 착용하고 있는 그 고양이귀 머리띠가 사라져 있었다.
"어이, 무슨 일이냐 페이리스, 정신 차려!"
"어쩌지, 어쩌지……나, 아앗……."
창백해져서 당황하는 페이리스의 말은, 어느샌가 어미에서 '냥'이 사라져 있다.
그뿐인가, 일인칭도 '페이리스'가 아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이기에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에겐 아직 그 자각이 없다.
"페이리스, 왜 그래, 얼굴이 새파래져선! 정신 차려! 메이퀸에 돌아갈까? ! 아니면 라보에서 쉬었다 갈래? !"
오카베 린타로가 어깨를 흔들면서 한 말에, 어째서인지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떨리는 몸에, 정리되지 않는 머리에, 필사적으로 지금 상황을 생각한다.
……어라?
지금 나는……누구지?
지금 나는 대체 어느 쪽이지……? !
"아……싫어, 그건 안 돼, 안 돼요……!"
'지금 자신'을 메이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랩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싫다.
그 중의 몇 명에게는 언젠가 스스로 밝힐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이 아니다. 지금은 아직 안 된다. 너무 이르다.
하지만 어쩌지, 어디로 가면 좋지. 나는, 대체 어떡하면……!
"진정해, 페이리스! 그럼 네 집은 어때! 가족은! 여기서 먼가? ! "
"앗……!"
그래, 여기서라면 집은 그리 멀지 않다. 게다가 거기에 가면 여벌 고양이귀가 있다.
오늘은 아무도 없고, 바로 돌아가서 스페어를 찾고 돌아오면……!
몸을 휘청거리는 페이리스를 오카베 린타로가 당황하면서 지탱한다.
최근 바빴던 탓인가 피로로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여태까지 기력으로 버텼던 것이 한번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걸을수 있겠어?"
"네, 네에, 괜찮아요……."
오카베 린타로의 팔에서 떨어져 한 걸음을 내딛으려 했을 때, 시야가 일렁거리며 흔들렸다.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의식이 명멸했다.
눈앞에 지면이, 아스팔트가 다가와……
"페이리스!"
……그리고, 오카베 린타로에게 뒤에서 억지로 끌어안겼다.
"오카베, 씨……."
멍한 머리로, 감기에 걸린 듯한 붉은 얼굴로, 잠꼬대처럼 중얼거린다.
평소처럼 '쿄마'가 아니라, 혼자 침대에서 중얼거리는 것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그녀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에에이, 페이리스, 자!"
오카베 린타로는 어이없다는 듯이 페이리스 앞에서 주저앉아 등을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업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저, 하지만, 제 집, 은……."
"환자의 헛소리 같은 건 안 듣는다! 얌전히 업히도록 해. 내가 네 집까지 에스코드해 주도록 하지."
한낮의 거리, 그것도 일요일이다.
주위엔 관광객부터 쇼핑 나온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만들고, 유난히 눈에 띄는 메이드복 소녀와 양복 차림의 늠름한 남자 사이의 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남자의, 그것도 연모하는 상대의 등에 업히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체셔 브레이크'를 쓸 것까지도 없이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을 페이리스는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편이 좋은 것은 틀림없다.
완전히 상태가 나빠진 페이리스는 주위의 찌르는 듯한 호기심 어린 시선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얌전히 오카베 린타로에게 업혔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 등에 살짝 뺨을 대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인가, 아니면 열병과 같은 그 마음 때문인가.
어느 쪽이든 겨울 하늘 아래,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흰 연기는 바람에 실려 사라져 간다.
마치 자신의 이 마음 같다……페이리스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천천히 일어나는 오카베 린타로의 등에서 웅크리는 페이리스 냥냥.
그 등에 업혀서 새삼스럽게 자신의 작음과 그의 등의 넓음을 실감한다.
이런 꼬마인 자신을, 과연 그는 여자로서 보고 있을까……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갑자기 든다.
그의 상냥함은 자신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렇다, 오카베 린타로는 누구에게나 상냥하다.
그러니 착각해선 안 된다. 기대해선 안 된다.
하지만……설령 그걸 알고 있더라도,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이 경종과도 같은 고동은……그렇다면, 대체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이 가슴의 두근거림이, 격렬하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등 너머로 그에게 전해지지는 않을까. 그에게 숨겨둔 이 마음을 들키지는 않을까.
그런 부끄러움 때문에, 검은 옷의 남자에게 업힌 작은 몸집의 고양이귀 메이드……지금은 고양이귀는 없지만……는 그 뺨 색을 더욱 붉게 만들고, 귓바퀴부터 목덜미까지 빨갛게 물들였다.
그런 소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당연하게도 주위의 통행인에게도 다 보이고 있었고,
그들은 마음속에서 선망과 동경과 원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평소였으면 그런 주변의 감정을 모두 파악해 버리는 그녀는 지금만큼은 그 힘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럴 것이, 자신을 업은 남자밖에……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엇……차. 목에 제대로 팔 둘러 둬라. 떨어지지 말고."
"네……."
오카베 린타로의 등에 댄 그녀의 뺨은 가끔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슬며시 문질러지고, 유난히 따뜻한 숨이 빌린 수트를 적셨다.
그의 목에 둘러진 팔은……마치 억지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런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얌전하고, 온순하고, 그리고 솔직한 모습으로……
페이리스는 오카베 린타로에게 업혀서 자기 집을 향했다.
4-11:2011/02/13 14:18 아키하 가
오카베 린타로는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미동도 않은 채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긴 아키하바 호화가에서 약간 떨어진, 고층 빌딩 최고층에 있는 페이리스의 집.
그리고 눈앞의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는 것이……바로 그 페이리스이다.
처음엔 집에 돌아와서 바로 고양이귀를 꺼내고 돌아갈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그녀의 몸 상태가 불안하다고 판단한 오카베 린타로에 의해 억지로 침대에 눕혀져서,
힘이 없어도 저항하던 페이리스는, 그러나 그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이윽고 생각과 달리 몸의 힘을 빼고, 그대로 빨려들어가듯이 잠들어 버렸다.
……실제로 페이리스는 상당히 피로가 쌓여 있었다.
발렌타인 이벤트의 발안, 준비, 홍보, 수제 초콜릿 제작 등등을 수행하면서 접객까지 하고 있었으니. 지치지 않는 편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경쟁점과도 옥신각신 했다는 것 같지만 그쪽 이야기는 자세히 모른다.
단지 과연 아키바를 모에의 거리로 만든 인물답게, 작으면서도 그녀의 기력은 상당하고, 평소엔 신경을 쓰면서 그런 모습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귀가 없는 상태……즉 하키하 루미호가 갑자기 밖으로 나왔을 때, 평정심을 잃은 쇼크로 그녀의 기력이 뚝 끊겨 버렸고,
그리고 쌓여 있던 피로가 단번에 흘러넘쳐 몸 상태를 망가뜨린 것이다.
오카베 린타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페이리스……아니, 아키하 루미호가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그정도로 몸을 망가뜨린 것은 그 때문이다.
그가 그런 술책을 부리지 않았으면 그녀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 터인데.
랩멤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오카베 린타로에게 있어서, 그것은 상당히 괴로운, 고뇌의 결단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두 번째 타임 리프 때 확인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녀는 다음날인 2월 14일, 메이퀸 냥냥에서 일이 끝나고, 마치 팽팽한 실이 끊어지듯이 점내에 쓰러지고 만다.
그대로 구급차로 수송된 그녀는 꽤나 위험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슬아슬하게 무리한 결과, 몸에 상당한 부담이 쌓인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그러니 이것은 필요한 조치다. 미션을 달성하고, 동시에 그녀의 몸을 쉬게 하기 위해서는.
오카베 린타로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조금 전의 술책을 실행했다는 말이다.
……그렇다, 그때 몸을 부딪혀 고양이귀를 빼앗은 것은 아마네 스즈하, 그리고 혼란에 빠져 냉정한 판단력을 잃은 그녀를 유도해 아무도 없는 이 집에 자신을 들이도록 한 것은, 전부 그의 작전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타임 리프를 반복해 집의 상황이나 그녀의 몸 상태 등의 정보를 얻고, 몇 번 전부터 이 상황으로 끌고 오는 데에 성공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최대의 열쇠는……그 고양이귀이다.
오카베 린타로는 과거에 다른 세계선에서, 고양이귀 머리띠를 벗은 그녀……아키하 루미호와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어른스럽고 단아한 아가씨로, 오카베 린타로를 연모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녀는 고양이귀를 탈착하는 것으로 페이리스와 아키하 루미호라는 연기를 자유자재로 나누어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아니었다.
아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
8번째 타임 리프에서, 아마네 스즈하의 발언이 마음에 걸린 오카베 린타로는, 우연을 가장해서 그녀의 고양이귀를 메이퀸에서 벗기고 만 것이다.
그리고……그는 보았다.
……그녀가 확연히 두려워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다른 메이드들은, 그리고 시이나 마유리는 그것을 단순히 '페이리스가 심하게 평정심을 잃었다'고 인식하고, 그녀를 가게 안쪽으로 데려가 쉬게 했다.
하지만 오카베 린타로는 깨달았다. 그녀의 본질을 본 적 있는 오카베 린타로만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그 모습, 그 언동은……
그때의 그녀가 페이리스 냥냥이 아닌, 아키하 루미호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즉 그녀의 인격 변경이 그녀의 의사로, 그녀가 바라서 이루어지는 것뿐만이 아닌, 고양이귀 머리띠의 유무에 따라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 자신은 고양이귀를 탈착하는 것으로 두가지 인격을 나눠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는 사이에 어느샌가 그 고양이귀는 정신적인 스위칭 장치로서 기능하게 된 것은 아닐까.
고양이귀를 벗은 페이리스 냥냥이 있을 수 없듯이, 고양이귀를 단 아키하 루미호도 없다……그렇게 그녀가 강하게 믿는 것으로 그 다른 사람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인격을 자유롭게 조종하고 있던 거라면, 확실히 그런 가설도 성립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그녀 자신의 의사로 연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고양이귀 메이드인 페이리스의 모습일 때도, 그녀는 오카베 린타로 앞에서는 가끔 아키하 루미호의 옆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세계선이라고 해도 그녀의 본심을 눈앞에서 본 적 있는 오카베 린타로는, 그 작고 희미게 보이는 본성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 그녀의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라면 의도적인 연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갑작스런 때, 예기치 않은 사태……
예를 들면 그 고양이귀 머리띠를 떨어뜨리거나, 빼앗기거나 했을 때, 그녀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인격 스위칭이 작동하는 것 같다.
그리고……오카베 린타로는 또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때 그녀가 그렇게 당황했던 것, 두려워했던 것은……명백하게 다른 사람, 그것도 가까운 사이에게 '아키하 루미호인 자신'을 보이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그녀는, 페이리스라는 고양이귀 메이드로서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페이리스라는 인격이기 때문에 자신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아키하 루미호로서의,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것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오카베 린타로는 그것을 이용했다.
길가에서 아마네 스즈하를 써, 그녀에게서 고양이귀를 빼앗고, 보호한다.
예상대로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도 그녀의 인격 스위칭은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아키하 루미호가 거기에 출현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키하 루미호인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니 랩에도 메이퀸에도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그녀의 집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현재 아무도 없다는 것은 그것보다 이전의 타임 리프에서 이미 확인해 두었다.
그렇다, 오카베 린타로는……모두 계산한 상태로 그녀의 집에 침입을 마친 것이다.
오카베 린타로의 품에는……현재, 아마네 스즈하에게서 넘겨받은 고양이귀가 숨겨져 있다.
페이리스 냥냥……아니, 아키하 루미호가 눈을 뜰 때까지, 6시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4-12:2011/02/13 20:01
"으음……"
아키하 루미호는 천천히 눈을 뜨고, 멍한 시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의 조명은 보조등뿐. 주변은 상당히 어슴푸레하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평소처럼 침대 위의 램프형 스탠드를 켰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푹 잔 모양이다.
하지만 자기 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왜……
"……윽! ! "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침대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시간을 확인하려다……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있는 오카베 린타로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어느새인가 양복과 선글라스를 벗고, 평소와 같은 백의로 갈아입고 있었다.
"오카베 씨……! ?"
"……시간이 신경쓰이나? 딱 오후 8시쯤이다."
"그럴 수가……! ! "
경악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방은 어슴푸레하고, 창문엔 커튼이 쳐져 있다.
하지만 커튼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완전히 밤의 어둠에 녹아들어, 북풍이 윙윙거리며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왜……!"
왜 깨워주지 않은 것인가……라고 말하려다,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것을 그에게 요구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왜 깨우지 않았는가, 그리 말하고 싶은 건가? 그건 네가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흔든 정도론 전혀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깊게 자고 있었다고."
"아아, 어쩌지, 가게가……!"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몸을 떤다. 평소의 그녀라면 연기 이외론 절대로 보이지 않았을 표정이다.
"걱정하지 마라. 가게엔 네 몸이 안 좋으니까 오후는 쉬게 하겠다고 연락해 뒀다. 큰 일은 없으니까 침착하고 가게를 운영하라고도 말이지. 커피는 점주에게 사정을 설명해서 부탁해, 마유리에게 가지러 가도록 했다. 임시 바이트도 두 명쯤 소개해 뒀다. 한 명은 루카코다. 주역인 네가 빠진 대신은 못 되겠지만 마유리에게 서포트를 시키면 두 명 다 그럭저럭 쓸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일단 지압사에게 점내 상태 보고를 부탁해 두었다. 경우에 따라선 기사가 될지도 모르지. 가게의 자세한 상태는 나중에 그걸로 확인해라."
"아……."
참고로 다른 한 명의 알바는 당연하게도 알바 전사인 아마네 스즈하이다.
우루시바라 루카 쪽은 처음엔 고양이귀 메이드복 여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었지만 그가 필사적으로 부탁하자 결국에는 상낙해 주었고, 한편 아마네 스즈하는 옛 아키바의 명물이었던 메이드 카페의 제복을 입을 수 있다고 은근히 좋아했다.
"그리고 마유리가 병문안을 온다고 강경하게 주장했지만……네 집을 알려줘도 좋을지 몰라서 거절해 뒀다. 문제 없으면 나중에 전화라도 해 줘. ……미안하다. 괜한 일을 했을지도 모르겠군."
"아뇨, 그런……."
가게에 연락과 혼란의 억제, 상품의 조달과 인원 보충, 나중에 활용하기 위한 점내 상황의 기록……그리고 비밀 엄수. 실제로 오카베 린타로가 해 준 일들은, 그녀의 지시가 없는 상태로는 거의 최고의 대응이라고 해도 좋다. 감사한다면 모를까 그것을 질책하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잘못된 일일 것이다.
사실, 오카베 린타로는 그녀들에게 맡겨 두면 가게 쪽은 거의 잘 돌아갈 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 또한 두 번 전의 타임 리프에서 확인해 두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떤 의미론 당연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부족한 자신의 대처에 대해서, 이전 타임 리프에서 아키하 루미호 본인에게 물어 확인해 두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그녀 본인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수였던 셈이고, 본인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히려 필연이다.
다만……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아키하 루미호 본인 입장에서는, 오카베 린타로의 대처는 너무도 화려해서, 훌륭해서, 마치 손가락 하나로 무엇이든 해결해 버리는 마법사는 아닌가 착각해 버릴 정도다.
아니, 마법사라기보단……오히려 그것은 그녀가 늘 꿈꾸던……
"하지만 그렇게 길에서 휘청거릴 정도라면 언제 점내에서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쪽이 가게에도 손님에게도 폐가 됐겠지, 안 그런가?"
"……그럴지도, 몰라요."
정곡을 찔려, 드물게도 얌전해져서 고개를 떨구는 페이리스……아키하 루미호.
그녀 스스로도, 거기서 몸 상태를 망친 것으로 자신이 얼마나 무리를 하고 있었는지 자각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다.
"너는 뭐든지 너무 혼자서 끌어안으니 말이다. 아무리 너 자신이 경영하는 가게라고 해도, 너 혼자서 가게가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좀 더 주위를 신뢰하고 맡겨 보는 건 어떠냐. 마유리도 있고, 다루도 가게의 단골이잖나. 무엇보다도 너는 랩멤이다. 곤란할 때엔 언제라도 이 뭬드 사이언틔스트 호오인 쿄마가 도움을 주도록 하지. 사양 따윈 받지 않겠다!"
"오카베 씨……!"
오카베 린타로의 말에 감명을 받았는지, 잠시 말을 잃는 아키하 루미호.
그녀는 이윽고 아주 조금 뺨을 물들이고, 말을 고르듯 사죄했다.
"그……렇죠. 죄송해요, 오카베 씨. 폐를……끼쳤습니다."
자신의 입장, 그 정체……그녀는 가능하면 그것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등에 있는 권력이나 재력에 의해, 상대가 자신을 보는 눈이 바뀌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좀 더 모두를 믿어도 될지 모른다. 그처럼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조금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대도 있으니까……
"…………?"
……어라?
아키하 루미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대체 언제, 어디에서 그에게 정체를 밝혔던 것일까.
아니, 들키지 않았다. 밝히지 않았다. 그랬을 것이다. 자신은 그에게조차, 단 한 번도.
그렇다면 당황해서 몽롱해져 있었다곤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그를 이 집에 안내한 건 안 좋은 일이 아닌가……?
"……오카베, 씨?"
그럼, 왜……
왜 그는, 자신이 카페 메이퀸 냥냥의 오너란 것을 알고 있는가……?
"왜 내가, 네가 그 가게 오너인지 아느냐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군."
"윽! ! "
움찔 하고 침대 위에서 그 몸을 경직시키고, 표정을 굳히는 아키하 루미호.
이럴 때 가장 먼저 의심되는 것은 산업 스파이나 재산을 목표로 하는 자들이다. 실제로 그녀는 지금까지, 입장상 그런 사람들과 엮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키하 루미호는 눈앞의 남자가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곤 눈꼽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면……그 선글라스를 벗은 지금 그의 얼굴에선, 자신을 향한 걱정과 배려가 넘칠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악의 같은 건 한 조각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 자신의 입으로 들었다."
"그럴리가……저, 그런 말, 한 번도……."
"지금 네가 아니다. 다른 세계선의 너에게서, 다."
"에……세계, 선……?"
한 순간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놀란 눈을 깜빡이는 아키하 루미호.
"낮에 말하지 않았나. 나는 몇 번이고 세계선을 건넌 적이 있다고. 그 중 하나에서, 나는 너에게서 가게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 그건……설마, 그럴리가, 진짜로……?"
"네 '체셔 브레이크'라면,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알 텐데. 그렇지……루미호?"
"……윽! ! "
아키하 루미호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틀림 없다. 그가 말하는 것에 거짓은 없다.
오카베 린타로의 표정과 그 말이, 그녀 자신의 그 특이한 능력이, 그녀를 그렇게 확신하게 만들었다.
그야, 만약 자신이 그에게 정체를 밝힌다면……확실히 그에겐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루미호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리고……동시에 그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들어, 그 뺨에 확연히 붉은 기가 퍼져 나가는 것을 자각한다.
"전부,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새삼스레 자신이 페이리스가 아닌 아키하 루미호 말투가 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러면서도 그 앞에서 어떤 위화감도 기피감도 느끼지 않는 자신에 놀라고 있었다.
"그래……전부 들었다. 네 고민도, 네 괴로움도……네, 마음도."
"그랬, 군요……."
꿈뻑.
거기까지 말하고, 아키하 루미호는 눈을 깜빡였다.
……있잖아, 잠깐만.
지금, 그는, 대체 뭐라고 말했지?
"내, 마음……?"
한 순간 이상하단 얼굴로 오카베 린타로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금방 그 진의를 깨닫고, 눈 깜짝할 새에 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그런, 저는……!"
무슨 짓을, 무슨 말을 해 버린 거야.
아니,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말하지 않았지만!
다른 세계의 자신은, 이 가슴에 감춘 마음을……이미 그에게 전했단 말인가.
그건 즉 그는 바로 자신의 이 마음을, 숨겨둔 마음을 전부 알고 있고, 그런데도 자신만은 그런 것은 눈치채지도 못하고, 평소처럼, 당연하단 듯이 그를 대하고 있었고,
적어도 이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자신에게 변명을 하면서, 실낱같은 마음을 가슴에 품은 채 그에게 장난을 쳤다는 말이고……!
"~~~~~~~~~~~~~~~~~~! ! ! "
원래 뜨거웠던 얼굴이 한층 더 뜨거워 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고열이 날 때처럼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그거, 그치만, 어디까지 말한 거야? 다른 세계의 자신은 그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고백한 거야?
그것도? 그런 것도? 설마 그런 것까지! ?
설마 밤의 침실에서의 그런 마음이라든가, 저런 행위라든가, 그를 향한 그런, 그런 음란한 간원이나 서원까진 말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믿고 싶지만……!
그 부분은 어떤데! 자신!
"저, 저기, 전, 저는 오카베 씨에게 무슨 이야기를……?"
"음? 분명히……백마 탄 왕자님이라느니 뭐라느니……."
"꺗! ?"
작은 비명을 지르면서 입에 손을 대고 귓불까지 빨갛게 물들인다.
마치 그에게 마음속 깊은 곳까지 보여져, 알몸인 자신을 내보인 것만 같다.
그래, 평소엔, 평소였으면, 언제라도 상대의 마음을 읽고 농락했던 그녀가……
오늘만큼은, 오카베 린타로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4-13:2011/02/13 20:14
오카베 린타로에게 있어서 그것은 도박이었다.
과거 그가 만났던 그 세계선의 페이리스……아키하 루미호는, 어디까지나 그쪽 세계선에서의 기억과 행동에 의해 구축된 그녀이고,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 자체는 아니다.
그때 그녀가 품고 있던 마음을, 그렇기에 이 세계선의 아키하 루미호가 똑같이 품고 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더욱 말하자면 '백마 탄 왕자님'이란 말, 그것은 그 세계선의 그녀만의 표현일지도 모르고, 그날 4℃인지 뭔지의 측근들한테서 그가 몸을 던져 그녀를 지켰던 것에서 그렇게 부른 것뿐일지도 모른다.
이 세계선의 아키하 루미호가 그 말에 반응할지 어떨지는……말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큰 도박이었다.
……11번째 타임 리프까지는, 이지만.
지금 오카베 린타로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세계선에서 그녀도 또한 그 단어로 자신을 보고 있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신경쓰이는 존재였음을.
그리고 시이나 마유리를 배려해서 그 마음을 열심히 억누르려 했던 것을.
그 모든 것을 아는 채로……오카베 린타로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루미호……."
"오카베, 씨……."
그가 설명한 다른 세계선 운운하는 것은, 기억이 전혀 없는 그녀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아까 전부터 본명으로 불리고 있는데도, 공포나 기피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을 내비친다는 것은 그렇게 싫은 게 아닌 것일까. 혹시 정체가 들켜도 다들 변함없이 대해줄까.
아니면……이 사람만이 특별한 것일까.
아니, 공포 같은 게 아니라 오히려 아까부터 그에게 이름을 불릴 때마다 심장이 두근 두근 크게 뛰고, 자신의 뺨의 붉은 색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솔직한 자신을 보인다……그렇게 느끼는 것만으로 멋대로 고양하고 마는 그녀……아키하 루미호의 마음, 그리고 그 몸.
더 불러줬으면 한다. 자신의 이름을.
더 바라봐 줬으면 한다. 자신을, 자신만을.
그런 비열한 마음이 문득문득 그 속에서 솟아나와 넘칠 것 같아,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제하려 한다.
괜찮아, 괜찮아.
자신을 억누르는 훈련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해 왔으니까……!
하지만……그런 필사적인 노력도, 오카베 린타로가 자신을 바라보는 강한 시선에 점점 녹아내려, 그 마음은 금방 구깃구깃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자신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전신을 복숭아색으로 물들이고, 서둘러 시트를 잡고 자신의 목부터 아래를 감싸 몸을 감추려고 했다.
"루미호,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과거에 나는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네 마음을 무로 돌린 적이 있었다."
오카베 린타로가 말하는 것은 그녀가 보낸 D메일……그것을 취소하는 것으로 그녀가 필사의 마음으로 되찾은 부친을 다시 지워 버린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으로부터……아키하 루미호는 그것을, 자신이 올곧은 마음으로 고백한 그 마음을 그가 거절했다,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 버렸다.
왜일까. 마음이 소란스럽다.
실제로는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용기 같은 건 조각도 없었는데.
시이나 마유리를 변명 삼아, 계속 입에조차 담지 못했던 겁쟁이인데.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닿지 못했다는 것이……이렇게나, 원통하다.
왜 자신의 마음은 무로 돌아가 버린 것일까. 뭔가 중요한 사명이 있었던 것일까.
이 사람은 동료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다. 랩의 누군가가 위기에 처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것을 위해, 무언가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이'마음에 답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럼……그 대의란 건, 뭐지?
이 마음을 거절할 정도로 소중한 것?
그건 자신의 마음보다도……자신보다도, 소중한 사람인 거야?
알고 싶어. 가르쳐 줘. 왜, 어째서 내 이 마음을……!
아키하 루미호는, 어느새인가 다른 세계선에서의 자신의 마음과, 그녀 자신이 감춘 마음을 완전히 동화시키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감정이입을 해서 끌려 들어가 버렸다고라도 해야 할까.
그것이 그녀의, 남들보다 강한 리딩 슈타이너의 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두 개의 인격을 완벽하게 나눠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이라 할만한 과잉한 연기력의 산물인지는 모른다.
어느 쪽이든 그녀는 고백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자기 자신이 그에게 차인 것처럼 느껴, 격렬한 회오와 질투를 일으키고 말았다.
"하지만 '오퍼레이션 라그나로크'는 완수되었다. 세계는 구원받았고, 랩도 동료도 모두 구원받았다. 그러니까……."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오카베 린타로의 올곧고 상냥한 눈. 강한 의사를 느끼게 하는, 그녀가 강하게 동경했던 눈.
그런 그의 눈에 담긴 것에 저도 모르게 고양감을 느끼는……아키하 루미호.
"그러니까 지금 확인해 두고 싶어. 루미호, 네 마음을."
"제, 마음은……!"
이미 '말했'는데. 진작에 '전했'는데.
이 사람은 또 자기 입으로 말하게 시키는 것인가.
"너무해요……!"
"응?"
너무하다……어쩜 너무한 사람일까.
오카베 린타로의 물음에……그녀의 몸은 '답하는' 것보다 빠르게 '답하고' 말았다.
시트를 젖히고, 윗몸을 앞으로 내밀어 그에게 다가가……그대로, 침대 옆에 있는 오카베 린타로를 끌어안은 것이다.
"제 마음 같은 건……진작에, 알고 있으면서……!"
너무도 작은 그 체구로, 오카베 린타로의 목에 달라붙어 몸을 기대는 아키하 루미호.
오카베 린타로의 귓가에서 속삭여진 그녀의 목소리는 뜨겁게 젖어 있었고……
그 말에는……억누를 수 없는 고양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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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백만년만에 카와즈입니다! 백만년만에 슈타게입니다! 유후!
잊을만할때 되어서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명작이었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다시 번역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편은 모두가 바라는 앗흥입니다.
너무나도 늦었습니다만 아무튼 열심히 마저 해보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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