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아찔함과 괴수 - 1

카와즈 2023. 4. 11. 21:49

1. 눈이 멀 정도의  side : 키타 이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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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내 생활은 히토리 짱으로 알록달록하다.
 그걸 깨닫고, 내 마음에 사랑색 꽃이 피었다.

 "그, 그럼, 같이 맞춰 볼까요……."

 교사 구석에서 둘만의 기타 연습.
 나보다 훨씬 난도 높은 리프를, 히토리 짱은 매끄럽게 쳐 낸다.
 내가 있는 곳은, 가장 가까이서 히토리 짱의 기타를 즐길 수 있는 특등석이라고 생각해.

 히토리 짱이 잔향을 지우기 위해 꾹 현을 누른다.
 그 순간에 보이는 나른한 표정에, 아찔.
 
 "……?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앗, 아니야! 변함없이 히토리 짱의 기타는 대단하다 싶어서!"
 "에헤헤,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키타 짱 연주도 전보다 좋아져서 놀랐어요."

 히토리 짱에게 칭찬받아서, 가슴이 천천히 따뜻해진다.
 어제보다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오늘의 자신.
 그런 게, 나한테는 엄청 신선하고 기쁜 일이야.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그저 만연히 분위기를 읽고, 주변하고 발을 맞추기만 할뿐인 인생이었으니까.

 돌아가는 길의 건널목, 저녁의 어둠을 찢고 전철이 달려 간다.
 문득 생각이 나서, 눈을 감아 보았다.

 "눈을 감아~…… 어둠에 비치는 후광~……"

 히토리 짱의 가사가 입을 뚫고 나온다.
 분명 현대 문학 교재에서 읽었었던가――
 사람은 말을 통해 세상을 본다고.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아.
 나는 지금, 히토리 짱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아니면――
 히토리 짱의 말로, 내 세계가 물들어 있는 걸지도.

 눈을 뜨니 굉음의 벽이 내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사람이 만지면 간단히 튕겨져 나갈 기세로, 전철은 달려 나간다.

 압도당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은 닿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개성으로, 내 마음을 후려쳐 줬으면 좋겠어.
 반짝이는 동경을 쫓기 위해서라면, 난 얼마든지 달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전철이 떠나고, 바람만이 속도의 잔향을 느끼게 한다.
 건널목 저편에, 료 선배가 있었다.

 저녁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선 료 선배.
 전철이 지나간 뒤 한 순간의 바람으로, 료 선배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그 서 있는 모습만으로, 세계의 뒤편을 전부 아는 듯한, 알 수 없는 믿음직스러움을 느끼고 만다.
 
 "료 선배!"

 나도 모르게 뛰어서 다가가고 싶어지는 반짝임.
 그래, 난 이런 게 좋아.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그 반짝임이, 꼭 아름다운 그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이쿠요. 마침 잘 됐다."
 "으음……? 이 흐름,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요……."
 "감 좋네. 지갑이랑 정기권 잃어버려서 집에 못 돌아가. 돈 빌려 줘."

 지갑이랑 정기권이라니, 많이 큰일인 거 아니에요!?
 저도 도와 드릴 테니까, 일단 잃어버린 걸 찾으러 가자고요!

 그리고 료 선배가 들른 장소를 전부 확인해서, 어떻게든 분실물을 찾아 냈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제일 곤란했던 건 료 선배의 대답.
 "분명 저 가게에서……뭘 봤더라……" 같은 애매한 느낌이라.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니, 료 선배, 머리가 너무 텅 비었어…….
 내 안의 미스테리어스한 이미지가,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간다…….

 물건을 찾고 나서도, 료 선배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처음부터 지갑과 정기권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는 느낌.
 어쩐지 료 선배의 세계는 료 선배만으로 완결되어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옆을 걷고 있는데 혼자서 지내고 있는 느낌이야.

 "미안. 솔직히 말하면 신곡 생각밖에 안 하고 있었어."
 "막히기라도 했나요?"
 "봇치가 하고 싶은 곡이 있대. 기합이 들어갔길래 나도 그에 어울리는 곡이 쓰고 싶어서."

 가슴 깊은 곳이 따끔 하고 아팠다.
 그런 얘기, 히토리 짱은 나에게 한 마디도 알려 주지 않았다.

 결속 밴드에서 히토리 짱과 가장 오래 지낸 건 나일 텐데.
 그런 것도, 료 선배나 히토리 짱 같은 '진짜'인 사람들에겐 상관 없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발을 들일 수 없는 깊은 영역에서 서로 통한다.

 지금 나는 유행하는 사진으로 얻은 수천 수만의 팔로워나 좋아요보다도, 나만의 '특별'한 연결점을 가지고 싶었다.
 자만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히토리 짱에게 있어서, 나는 대신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고등학교에서 유일한 친구고.
 히토리 짱이 사실은 대단한 사람이란 것도, 내가 제일 가까이서 보고 있고. 
 사람들 앞에서의 기행을 커버해 주는 것도, 대인관계에 자신 있는 나니까 할 수 있는 일이야.

 료 선배와는 다르게, 히토리 짱의 매력은 일목요연하지는 않다.
 크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것으로 마침내 빛날 수 있다.
 사실은 재미있다. 사실은 귀엽다. 사실은 멋있다.
 그러니까 내가 버팀목이 되어 줘야지. 나라면 히토리 짱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나를 압도하는 반짝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가 발을 들여놓을 여지가 있다.
 그런 기적 같은 사람, 히토리 짱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걸 깨달아 버린 후로, 히토리 짱을 향한 마음은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

 "히토리 짱이 하고 싶은 곡, 어떤 느낌인데요?"
 "못 말해.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받았어."

 하지만 역시, 일방통행에 불과한 걸까 싶어서.
 나는 밤하늘의 눈부신 샛별을, 그저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서로 짝사랑하는 보키타가 이어질 뿐인 해피한 이야기.
그뿐인 일을 적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원작 다 읽었습니다만 내용은 애니 범위입니다."

 

원작: 제노의 사람(ジェノの人) 님

원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