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아찔함과 괴수 - 3

카와즈 2023. 4. 11. 21:54

3. 멋대로 해 side : 키타 이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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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STARRY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제가 된 것은 히토리 짱이 보내 온 가사.

 니지카 선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거, 어떻게 봐도 러브송이지……?"

 히토리 짱은 수라장 모드에 들어간 모양이라, 알바를 쉬면서까지 작사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겨우 보내 온 초안은 우리들을 간 떨어지게 만들었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
――그 동작이 뇌리에 새겨져 떨어지지 않아
――넘치는 이 마음을 어떡하면 좋아

 놀랄 만큼 직구인 러브송.
 이걸 히토리 짱이 썼다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히토리 짱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이야?

 내가 벙 쪄 있는 옆에서, 니지카 선배는 "으음~" 하고 곤란하단 듯이 신음하고 있다.

 "어찌저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마무리해 놓은 건, 봇치 짱도 이제 익숙해졌나? 싶은 감은 있는데 말이지~. 단지……."
 "메시지가 너무 흔해 빠졌어. 결속 밴드가 하는 의미는 없네."
 "우-와, 딱 잘라서. 하지만 나도 동감이야. 팬 친구들도 이런 건 기대 안 하고 있을 거라구."

 니지카 선배는 테이블에 엎드려서, "애초에 있잖아," 하고 불만스런 눈으로 말했다.

 "봇치 짱한테 러브송은 역시 무리가 있지 않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거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되는 거야? 봇치 짱, 웃겨 보겠다고 이상한 짓 하곤 하니까, 이번에도 그래서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데……."
 "나도 처음엔 반대했다고. 하지만 봇치는 진심이었어."

 니지카 선배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료 선배는 조금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료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렇게 단언했다.

 "그렇게 불타는 상태의 봇치라면 분명히 재밌는 걸 들고 올 거야. 그러니까, 좋은 게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쓰게 해야지."
 "료 선배……."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관계라고 생각했어.
 표현자로서 서로 인정하고 있다……고 할까.
 이런 걸 보고 말았으니, 이제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러고 나서도, 니지카 선배는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야 퇴짜 놓는 쪽은 마음 편하지만 말이야. 리테이크 지옥에서 과연 봇치 짱 멘탈이 버텨 줄지 어떨지……."
 "아니, 이번 건 아마도, 봇치도 스스로 재미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계속 소식이 없으면 아무리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니까, 일단 적당히 그럴듯한 걸 보낸 거겠지. 일하고 있어요 어필. 나도 자주 해."
 "뭔가 흘려넘길 수 없는 발언이 들렸는데!?"

 료 선배가 부럽다.
 나 같은 것 보다도 훨씬, 히토리 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거야.
 그에 반해 나는……더 보잘것 없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저, 히토리 짱은……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걸까요?"
 "그런 거겠지. 그보다 이쿠요가 더 잘 아는 거 아냐? 봇치의 교우관계 쯤이야 복잡해 봤자일 테고. 같은 학교인 이쿠요라면 한순간에 후보가 나올 것 같은데."
 "확실히 같은 학교긴 하지만요……저한텐 짐작 가는 데가 없어서……."

 그래, 같은 학교이기 때문에 더욱 쇼크가 크단 말이야.
 히토리 짱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애가 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일단 히토리 짱의 인맥은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어떨까. 문화제 라이브 덕에 히토리 짱의 존재도 널리 인지되게 됐고.
 반이 다르니까 24시간 히토리 짱을 시야에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안 보는 데서 어마어마한 지인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실제로 SICKHACK의 히로이 씨 같은 예도 있었고…….

 "뭐, 봇치도 여고생이고. 마음에 그리는 사람 한둘쯤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그건 둘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냐? 하지만 그렇지……. 봇치 짱, 리얼충에 동경 같은 마음은 있었던 거 같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있을 법한 얘기긴 한가~."

 그런가……히토리 짱, 역시 사랑을 하고 있는 거구나…….
 그것도 러브송을 쓰고 싶다고 열망할 정도로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니.

 아까부터 심장이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힘들다.
 히토리 짱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친구로서 응원해 줘야 하는데.
 솔직하게 환영하지 못하는 자신이, 정말로 싫다.

 "키타 짱, 아까부터 얼굴빛이 안 좋은데 괜찮아? 봇치 짱의 연애사정을 노래하는 게 싫다거나 하면, 사양하지 말고 말해도 되니까, 알았지? 부르는 건 키타 짱이니까."
 "아니요, 전혀 괜찮아요! 러브송은 좋아요! 단지, 히토리 짱이 고민하고 있는데,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게 한심하다~ 싶어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히토리 짱이 빛날 수 있도록, 내가 옆에서 계속 버팀목이 되어 주자. 그렇게 정했는걸.
 하지만 지금 나는 그 결의조차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저는 두 분이랑 다르게 록은 잘 몰라서……히토리 짱의 가사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지 못할 것 같아요."

 지금 히토리 짱의 가사안도, 나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통과시켜 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만들어 준 걸 거절하는 건 히토리 짱이 불쌍한걸.
 하지만 그래선 밴드 활동으로서는 옳지 못하다. 그것도 이해한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가지지 않고 살아온 인간이었으니까.
 이런 중요한 때에, 히토리 짱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걸 무엇 하나 말하지 못한다.

 왜 나는 건방지게 질투 같은 거나 하고 있는 걸까.
 나 같은 밍밍한 사람은 히토리 짱에게 어울릴 리가 없는데.
 히토리 짱의 세계가 넓어지기만 한다면, 나 같은 건 두고 가 버리는 게 당연한 걸지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머리 안쪽이 꽉 조이는 느낌이 들어서,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가슴 속의 응어리가 독가스처럼 나를 괴롭히고, 폐를 녹슬게 한다. 그런 괴로움.

 "윽……나, 는……."
 "키타 짱!? 뭔가 이상하게 땀 흘리고 있잖아! 진짜 괜찮아!?"
 "……이쿠요, 잘 들어."

 료 선배의 예리한 눈동자가, 나를 꿰뚫는다.

 아아, 내가 반한 그 얼굴이야.
 전부 다 안다는 얼굴을 하고서.
 내 안에 잠자는 충동의 스위치를, 순진하게 누르려고 해.

 "나는 곡 자체의 퀄리티. 니지카는 밴드 전체의 방향성. 사람의 가치관은 제각각이니까, 각자가 케어할 수 있는 영역도 당연히 달라져. 그러니까, 이쿠요밖에 할 수 없는 일도 있을 거야."
 "나밖에……할 수 없는 일……?"
 "그렇다기보다도, 이쿠요가 지금 하고 싶은 일. 딱히 우리들 방식에 맞추지 않아도 돼. 괜한 참견을 하고 싶으면, 멋대로 하면 돼――적어도 나는 멋대로 하고 있어."
 "야 야 야! 그런 말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내가 하고 싶은 일. 그거라면 있다.
 히토리 짱이 생각하고 있는 걸 알고 싶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건지. 무엇에 괴로워하고 있는 건지.

 아마도 분위기를 맞춰서 얘기를 들어 주는 것밖에 못 하겠지만.
 하지만 적어도, 친구 옆에 있어 주는 건 자신 있으니까……!

 그러고 료 선배는, 니지카 선배의 츳코미는 듣는 체 마는 체 하고, 일부러란 듯이 딴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고 보면 봇치도 계속해서 얼굴 안 비추고 있고, 누가 생존확인 하러 다녀와 주면 좋을 텐데~. 힐끔힐끔."
 "앗……! 죄송합니다! 몸이 안 좋아서 오늘은 조퇴할게요! 점장님한테 전해 주세요!"
 "에에!? 잠깐만 키타 짱!?"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나는 STARRY를 뛰쳐 나왔다.
 목적지는 하나.
 히토리 짱을 만나러 가야지……!

 

원작: 제노의 사람(ジェノの人) 님

원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