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아찔함과 괴수 - 5

카와즈 2023. 4. 11. 21:57

5. 말해 줘 side : 키타 이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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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RRY에서의 알바 휴식 시간.
 니지카 선배가 헤벌쭉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아~~~ 엄청난 곡이 나와 버렸네~."
 "니지카, 그 말 하는거 오늘만 세 번째야."
 "미안, 미안. 하지만 정말 회심의 완성도라서~. MV 재생수도 코멘트도, 엄청 늘고 있고!"

 그로부터 히토리 짱은 하룻밤만에 가사를 써 왔다.
 '러브송을 쓰고 싶다고 바라는 노래'――히토리 짱의 날것의 목소리로 짜여진 가사에, 선배 둘은 입을 떡 벌렸다.

 나도 그 때는 압도당했지.
 가사가 태어나는 과정을 지켜본 것도 있어서, 모든 프레이즈가 묵직하게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달지.
 '말의 무게'란 사고방식이 이전엔 잘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 가사를 읽은 순간, 히토리 짱의 전 체중을 실은 스윙이 우리들 마음속의 심을 시원하게 후려친 것이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범타 끝에 태어난, 특대급 홈런.
 특히 니지카 선배는 대단히 마음에 들었는지,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틈만 나면 가사를 읽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사가 좋지. 앨범의 가사 카드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
 "……내 트랙은?"
 "아-! 물론 료 곡도 좋았지! 하지만 료도 봇치 짱한테 끌려서 평소보다 더 잘 나온 거 아냐?"
 "그건 있어. 나로서는 좀 더 잘난척 성분이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 봇치의 신경지가 얼핏 보인 건 틀림없지. 역시 봇치는 재밌어."
 "맞아 맞아-! 전체적으로 비굴한 건 봇치 짱다운데, 그래도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부분이라든가……봇치 짱, 정말로 성장했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단 말이지."
 "아- 오히려 나는 거기가 좀 싫었을지도……. 봇치는 앞으로도 사회 부적합 아싸 몬스터였으면 해……."
 "거 참~! 사회성 제로인 괴짜한테 휘둘리는 거 진짜 큰일이거든?! 봇치 짱은 심성은 착한 애니까, 료 같은 악인이 쓰레기의 길로 끌고 가면 안 된다고? 알고 있어?"
 "이쿠요 살려줘……니지카가 엄청 매도해……."

 아하하……. 나는 두 사람이 말하는 거, 둘 다 알 것 같은걸.
 결속 밴드의 활동을 통해서, 히토리 짱이 성장해 가는 걸 보는 건 동료로서 기쁘다.
 하지만 너무 많이 성장해도, 내가 히토리 짱의 버팀목이 되어줄 여지까지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조금 무섭다.

 하지만 내가 이 노래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은, 그 이상으로 복잡해.
 그야 이 노래는, 나에게 있어선 실연의 노래이기도 하니까.

 그 날, 아무튼 웃으면서 히토리 짱을 응원하기로 결심했었는데.
 돌아갈 때 히토리 짱이 손을 붙잡고, 그런 식으로 마음을 부딪혀 오고.
 그랬더니 깔끔히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에 불이 붙어서, 무심코 눈물이 나와 버렸다.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자리를 '마지막'으로 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뭔가 잘 되지 않아서…….
 히토리 짱의 얼굴을 볼 때마다, 좋아하는 마음이 흘러넘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히토리 짱과의 기타 연습은 쉬고 있다.
 내가 히토리 짱을 향한 미련을 떨쳐낼 때까지, 되도록 얼굴을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알바를 할 때도 대화는 필요최저한으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버티지 못한다. 밴드 연습 시간이 되면, 그 신곡을 불러야만 하니까.

 나는 그 노래를, 아직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있다.
 도중에 숨이 가빠져서, 목소리가 떨려 버리거든.
 영상 코멘트 란에는 "보컬의 괴로워하는 듯한 창법이 한층 더 가슴에 꽂힌다"느니 하는 말이 적혀 있었던가.
 사실은 그런 게 아닌데.
 인생에서 처음으로, 칭찬하는 소리를 기분 나쁘다고 생각해 버렸어.
 지금은 그저, 히토리 짱의 소중한 노래를 올바르게 전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그러고 보니 봇치는?"
 "또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충전하고 있나 보지. 휴식 끝나면 돌아오는 거 아냐?"

 히토리 짱은 지금쯤, 마음에 그리는 사람과 로인이라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풀어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우리들 눈을 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 히토리 짱이 행복하다면, 나는 그거면 됐어.

 하지만, 그렇게 히토리 짱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었던 건……결국 도피에 지나지 않았다.
 그걸 나는 금방 통감하게 된다.

 집이 먼 히토리 짱이 먼저 돌아간 후, 점장님이 우리들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점장님의 얼굴은 꽤나 험악하다.
 화가 담긴 어조로, 점장님은 말을 꺼냈다.
 
 "야 너희들, 뭔가 봇치 짱이 큰일 난 것 같은데, 괜찮은 거냐?"
 "봇치 짱이? 무슨 일 있어?"
 "울고 있단 말이야. 사람들 눈 없는 데서, 맨날 소리내서 울고 있다고. 너희들 몰랐어?"

 히토리 짱이 매일 울고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깜짝 놀라서, 선배들과 얼굴을 마주본다. 니지카 선배도 료 선배도, 짐작 가는 데가 없단 느낌.
 니지카 선배가 당황해서 점장님한테 물었다.

 "언니, 뭔가 들은 거 있어?"
 "뭔가……신곡이 잘 안 됐다고는 그랬어."
 "뭐? 팬들 반응도 좋고, 언니도 좋은 곡이라고 그랬잖아."
 "아니, 다들 기뻐하고 있다는 건 전했는데……그래도 봇치 짱 본인은 납득하지 못했나 보더라고. 인터넷에 올린 MV도 사실은 지우고 싶다고, 그런 것까지 말했었지……."
 "에- 어째서! 제대로 좋은 곡이잖아! 뭔가 맘에 안 드는 거지~!?"

 ……심하게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그런 노래 부르고 싶지 않았어.
 좋아하는 사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향해 쓴 러브송 같은 거.

 그래도, 히토리 짱에게 있어서 중요한 노래라고 생각해서, 여러 것들을 참으면서 노래했는데.
 히토리 짱 만은 그 노래를 사랑해야 하는 거잖아.
 아무리 그래도 용서할 수 없다.

 "히토리 짱, 아직 돌아간 지 얼마 안 됐죠. 쫓아 갔다 올게요."
 "키타 짱!?"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밤의 시모키타자와를 달려 나간다.
 전부 털어놓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히토리 짱을 좋아한다고.
 러브송 만들기를 도와준 것도, 사실은 엄청 힘들었다고.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노래를, 다른 사람도 아닌 히토리 짱이 깎아내리다니, 너무해. 

 히토리 짱은 맨날 하는 자기비하처럼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상처입힌다고.
 러브송을 잘 못 쓰겠다고? 그래, 그야 그렇겠지. 히토리 짱한텐 평생 무리야.
 사랑을 받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러브송 같은 걸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개찰을 빠져나오자, 마침 전철이 떠나고 있었다.
 한발 늦었나――그렇게 생각하고 홈을 둘러보자, 거기 있었다.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서, 엉엉 우는 히토리 짱이.

 히토리 짱의 모습을 본 순간,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어.
 이런 보는 눈이 많은 데서도 울어 버리면서.
 점장님한테도 들켰으면서.
 왜 우리들 앞에선, 한 번도 울어 주지 않은 거야…….

 히토리 짱 앞을 가로막아 선다.
 그 때 나는, 꽤나 냉랭한 눈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히토리 짱. 할 얘기가 있는데."
 "신곡 말이죠……정말 죄송해요……그런 처참한 실패작을 세상에 내놓아 버려서."

 글쎄 그만두라니까.
 안 그래도 히토리 짱에게 차여서 상처받았는데.
 우리들의 소중한 노래까지 상처입히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해.

 "히토리 짱은 그 곡의 뭐가 싫은 거야?"
 "그건 제가 묻고 싶어요……."
 "에?"
 "그치만 키타 씨, 그 노래 부르는 거, 늘 싫다는 듯한 표정이잖아요……."

 퍽. 하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내 탓이었던 거야?
 확실히 나는 그 노래를 좋아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내 제멋대로인 사정 때문이고, 그 노래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뭐가 문제였던 거예요? 우물쭈물해서 그래요? 결국 자기 생각밖에 안 해서 그래요? 좀 더 반짝이는 게 아니면 안 됐던 거예요? 저, 어떡하면 키타 씨한테 사랑받을 수 있는 거예요……?"
 "아니야! 좀 생각하는 바가 있었을 뿐이지, 히토리 짱의 가사는 아무 것도 잘못되지 않았어!"
 "생각하는 바라는 게 뭔데요? 그 가사를 쓰고 나서 키타 씨, 명백하게 저랑 거리를 두고 있잖아요……. 저 그렇게 키타 씨를 상처입힐 만한 걸 쓴 건가요? 그 노래 때문에 키타 씨가 상처받는다면, 차라리 불태워 버리는 편이 나아요!"

 제대로 마음을 받지 못했던 건, 아무래도 내 쪽이었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실연을 한 건 내 안에서만 있었던 일이고.
 히토리 짱에게는, 나는 지금도 소중한 친구……일 거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그럼 잘 가, 같은, 그런 박정한 짓을 할 애가 아니지.
 히토리 짱을, 너무 얕보고 있었어.

 "미안해. 나, 여러모로 잘못 생각했나 봐. 히토리 짱을 싫어하게 된 게 아니야. 그 노래도, 사실은 싫지 않아. 단지, 내 마음의 정리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을 뿐이야……."
 "역시, 그 노래가 키타 씨를 상처입힌 거군요."
 "그건, 그게……그러니까……."

 ……어라, 이상하다.
 '히토리 짱을 좋아한다'고 말해야겠다 생각하고 STARRY에서 뛰쳐나왔는데.
 무서워서 목소리가 안 나와.
 히토리 짱은 나를, 이렇게나 친구로서 소중히 여겨 주고 있는데.
 그런데 나는, 히토리 짱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질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니.
 그런 꼴사나운 본성을 들키면, 틀림없이 미움받을 거다.

 "아무튼! 모처럼 만든 노래를 불태워 버리고 싶다느니, 그런 말은 하면 안 돼! 내가 괜찮아도, 이번엔 그 노래를 좋아해 준 선배나, 팬들이 슬퍼한다고!"

 도망쳐 버렸다.
 주변 사람들을 방패 삼아, 중요한 건 말하지 못한 채.
 내 사랑은 이렇게, 누구의 눈에도 들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불썽사납게 썩어 가는 거구나. 
 나 같은 비겁자에겐 잘 어울리는 결말이겠지만.

 그 때 나는, 완전히 히토리 짱에게 사랑받을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히토리 짱은 나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결심했어요. 그 노래는 없었던 걸로 하죠. 니지카 짱에게 부탁해서, MV도 지우게 할게요. 이 이상 키타 씨가, 그 노래에 고통받지 않아도 되게."
 "그것만큼은 그만둬! 나를 걱정해 주는 건 기쁘지만, 부탁이니까 섣부른 일은 하지 마……!"
 "섣부른 거 아니에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깊게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에요. 전 세계 사람들이 칭찬해 줘도……키타 씨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그 노래는 만든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럴 수가……왜 그렇게까지……."
 "왜냐고요?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히토리 짱이 급작스럽게 일어섰다.
 내 두 팔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거리를 좁혔다.

 "대체 왜 알아주지 않는 건가요! 키타 씨만을 생각하면서 만든 거라고요! 키타 씨한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저 같은 사회성 제로의 쓰레기 아싸 몬스터라도, 조금씩 나아가면, 언젠간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키타 씨 같은 반짝이는 사람이!"
 "잠깐만……히토리 짱이 좋아하는 사람, 설마……."

 혹시 우리들, 처음부터 서로 좋아했던 거야?
 그것도 모르고 계속 엇갈리고 있었어……?
 잠깐, 잠깐만, 머릿속 정리가 못 따라가고 있어!

 "드디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맞는 길에 발을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키타 씨는 오히려 저한테서 멀어져 가고……. 저 뭘 잘못한 거죠? 전 단지, 키타 씨한테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에요……. 키타 씨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히토리 짱, 변함없이 생각하는 게 엉망진창이야.
 히토리 짱은 내 상상 같은 건 간단히 뛰어넘는 애였단 걸 완전히 잊고 있었어.
 나, 오늘은 앞으로 몇번 놀라면 되는 걸까.
 기쁘고 슬프고를 넘어서, 뭔가 웃기기 시작했어.

 "잘못됐어……. 처음부터 전부."
 "아하하, 그쵸. 저 같은 게, 키타 씨를……그, 사랑……한다니, 말도 안 되죠……. 제가 보기에도 기분 나빠서 극혐이랄까……."

 에이, 다 그만두자.
 나는 무릎을 굽혀서, 히토리 짱을 꼭 끌어안았다.

 "흐에? 키타, 씨……?"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변하지 않아도 돼. 나는 지금 히토리 짱이 좋아. 히토리 짱이 못하는 것들을 다 극복해 버리면, 내가 있을 곳이 없어져 버리잖아."
 "하지만 저, 키타 씨한테 폐만 끼치고, 상처만 주고……."
 "그럼 하나만 배워 두자.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데에 멋들어진 러브송은 필요 없어. 단 한 마디만 있으면 난 아무리 휘둘려도 상관 없어. 그러니까……히토리 짱 입에서 듣고 싶은데."

 코앞에서 마주 보는 우리들.
 히토리 짱의 눈물로 젖은 얼굴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지만.
 하지만 괜찮다. "나 같은 걸로 괜찮아?" 같은 멋없는 질문은, 이제 와서 입에 담지 않는다.
 그런 건 서로 남 말 할 처지가 못 되지.
 그러니 일단은, 가장 중요한 마음을, 말로 해 두자?

 밤의 소란이 의식 밖으로 사라져 가고, 세계가 새하얗게 물든다.
 히토리 짱의 벚꽃색 입술이, 말을 자아냈다.

 "저기, 그……키타 씨를, 좋아해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키타 씨를 좋아……해요."
 "나도! 히토리 짱을 엄청 좋아해!"

 내가 대답하자, 히토리 짱 눈에서 또 커다란 눈물방울이 넘치기 시작했다.

 "어, 어라? 이상하다……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요? 이런 행복한 일이 있어도 되는 걸까……뭔가 전신이 붕 뜬 느낌이고, 역시 꿈일지도……."
 "무슨 소리야! 현. 실. 이야! 에잇!"

 히토리 짱의 볼을 쭈욱!
 아하하! 양쪽으로 꼬집었더니 찰떡처럼 늘어났어!

 "아하요~! 나주세효~!"

 그렇게 간단히 놓아 줄까봐? 이얍이얍!
 히토리 짱한테 말해 주고 싶은 거 아직 잔뜩 있거든!

 "히토리 짱 바보! 왜 그렇게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거야! 처음부터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해 줬으면 좋았잖아!"
 "키타 씨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피할 것까진 없었잖아요! 너무해요! 엄청 상처입었다고요! ……이건 복수예요!"

 히토리 짱은 지지 않겠다는 듯이 내 볼을 꼬집기 시작했다.
 하지마~ 아야야!
 그렇게 꼬집어 대면, 나도 복수해 줄 거야~!

 ……뭐 그런 식으로, 이런 귀여운 아픔이, 울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럽다.
 히토리 짱의 새빨개진 뺨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분명 내 뺨도 똑같이 빨개져 있겠지.
 밤바람이 스며드는 느낌이, 잘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무척 기분 좋다.

 히토리 짱은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뭔가 좋네요, 이런 거. 같은 아픔과 행복을 곱씹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이렇게나 만족스러운 거였구나……."

 앗, 그거야! 같은 아픔과 행복!
 히토리 짱은 왜 이렇게 감정을 말로 끄집어 내는 걸 잘 하는 걸까…….

 "키타 씨한테는 배우기만 하네요. 늘 생각해요. 이런 중요한 것도 모르고 살아온 게 정말 부끄럽다고……."
 "정말, 또 그런 말 한다니까."

 히토리 짱은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나도 히토리 짱에게서 많은 걸 받고 있는데.

 "나도 히토리 짱한테서 배우고 있는데?"
 "기타 말인가요? 요즘은 키타 씨도 실력 많이 늘었고……제가 가르칠 수 있는 건 금방 없어질 텐데요."
 "아니, 그것도 있지만……더 중요한 거."

 히토리 짱이 자아 내는 모든 게, 나에겐 사랑스러워.
 갈고 닦인 기타.
 섬세하고 개성적인 어휘.
 히토리 짱의 기행이 일으키는 소란도, 멋진 청춘의 한 페이지.
 그리고, 궁지에 몰렸을 때 보여주는 멋있는 순간도.

 앞으로도, 히토리 짱의 좋아하는 부분을 발견해 나갈 자신이 있어.
 내 사랑으로, 자신을 싫어하는 히토리 짱도 조금은 가슴을 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있지, 히토리 짱. 한번 더 좋아한다고 말해 줘."
 "에-……부끄러워요.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실제로 해 보니까, 엄청 낯간지럽고, 진정되질 않는달지……."
 "그게 좋은 거잖아! 부탁이야, 딱 한번만 더!"
 "어쩔 수 없네요……한 번 뿐이에요?"

 꼼지락거리며 내 얼굴을 살짝 올려다 보는 히토리 짱.
 후후, 앞으로 몇번이고 말하게 할 테니까, 지금 익숙해져 둬야지.
 그 부끄러움 때문에라도, 히토리 짱은 분명 새로운 걸 만들어낼 거잖아? 

 있잖아, 난 히토리 짱에게 마음을 줄게.
 그러니까, 히토리 짱은 나한테 말을 주지 않을래?

 "키타 씨, 좋아해요. 앞으로도……계속 같이 있어 주세요."

 

원작: 제노의 사람(ジェノの人) 님

원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