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아찔함과 괴수 - 6

카와즈 2023. 4. 11. 21:58

6. 방관자들의 에필로그 side : 이지치 니지카 & 야마다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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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 오늘 라이브도 반응 좋았네~.
 STARRY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손님들로 북적거려서, 언니도 바쁘게 접객을 하고 있다.

 다시금 둘러 봤지만 역시 여중 여고생 손님이 평소보다 많다.
 결속 밴드를 보러 온 손님, 꽤 많았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여자애가 말을 걸어 왔다.

 "실례합니다! MC분이시죠? 결속 밴드의……."
 "예이예~이, 이지치 니지카라고 해요~! 오늘은 와 줘서 고마워~"

 라이브 중에도 이름은 말했지만, 뭐어 한번에 기억하는 건 무리겠지.
 이 팬 친구, 얼굴 빨갛게 물들이곤 긴장하고 있는 것 같고, 아무튼 프렌들리하게 대해 줘야지!

 "라이브 하우스에서 무슨 일 있었어? 곤란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
 "저기, 리드 기타 분……고토 히토리 씨 계신가요? 그, 혹시 괜찮으면, 같이 사진 찍고 싶어서……."

 봇치 짱 이름은 기억하고 있는 거냐!
 아니, 그래도 요즘은 이런 애 많단 말이지.
 확연하게 봇치 짱을 노리고 온 애.

 "아- 잠깐만 기다려. 뒤에 틀어박혀 있을 테니까, 금방 불러 올게."

 팬의 부탁이니까 지금은 받아들이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늘어나면 대응을 생각해 봐야겠는걸.
 같은 나른한 생각을 질질 끌면서 대기실을 엿보자, 키타 짱이 봇치 짱과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둘이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라이브 감사합니다~♡ ……다음은 사진도 올리고 싶네. 히토리 짱, 같이 찍자?"
 "에, 또 투샷인가요? 너무 연발하면 은근 자랑하는 것 같고, 가끔은 멤버 전원이라든가, 점장님이나 PA씨도 섞는 편이……."
 "히토리 짱 몰랐어? 나랑 히토리 짱의 투샷이 제일 숫자가 많이 올라가거든?"

 들뜬 모습의 키타 짱 손에서, 나는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아앗!?"
 "키타 짱과 봇치 짱의 투 샷이 숫자가 많이 오른다고? 그야 그렇겠지, 밴드 SNS에서 멋대로 커플 유튜버 놀이를 하고 있는걸."
 "으악, 니지카 선배……!"
 "사이 좋은 어필은 좋지만, TPO는 신경쓰라구. 봇치 짱, 먼저 팬 친구랑 사진 찍어 주라."
 "에엑, 저요? 키타 씨나, 료 씨가 아니라?"
 "봇치 짱~? 왜 내 이름만 말을 안 해줄까~?"
 "아와와와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니지카 짱도 귀엽다구요, 뭣하면 제가 니지카 짱이랑 투샷 찍고 싶을 정도로……."
 "히토리 짱? 지금 발언은 무슨 뜻이려나?"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봇치 짱을 중심으로 소란을 피우는 우리들.
 그 모습을, 방 구석의 료가 어이없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봇치, 변명할 때가 아니야. 팬이 기다리고 있잖아."
 "그랬지! 죄송합니다, 다녀올게요!"
 "도망쳤어! 히토리 짱 비겁해!"

 아 진짜, 변함없이 소란스럽네!
 반 웃으면서 봇치 짱을 쫓아간다.

 눈을 반짝이는 여자애의 맹렬 토크를, 봇치 짱은 "앗 네." "감사합니다."의 두 마디만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도 팬이 보기엔 미스테리어스하고 멋있게 보인다나.
 작고 어두울 뿐인 목소리도, "낮고 쿨한 목소리가 멋지다"고 꺅꺅대고 있다.
 얼굴이 좋으면 그것만으로 어떤 행동도 용서받는단 걸까.

 "내가 찍어 줄게. 자, 나란히 서 봐-"

 여자애의 스마트폰을 빌려서, 둘에게 렌즈를 향한다.
 그렇다, 봇치 짱은 얼굴이 좋아졌다.
 화장을 하게 된 것과, 사진이 잘 받는 얼굴 각도를 배운 게 크다.
 명백하게 키타 짱 영향이다.

 키타 짱도 참 고생이지.
 봇치 짱을 귀엽게 만들어 놓는 바람에, 여러 여자애들이 봇치짱을 노리는 형국이라니.
 뭐어, 나는 봇치 짱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 준다면, 뭐라도 좋지만.

 "둘 다, 뭔가 포즈 안 취해도 돼?"
 "히토리 씨……그거 하지 않을래요? 하트 만드는 거."
 "하트? 음, 이런 느낌으로……?"
 "슬슬 괜찮아? 찍는다~."

 신호를 하자, 봇치 짱은 약삭빠르게 멋진 표정을 보였다.
 오~ 꽤나 분위기 나는데.
 봇치 짱, 정말 귀여워졌단 말이지.
 사랑하는 여자는 빛나 보인단 말은 들었지만, 봇치 짱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단 기분이 든다.
 좋겠다……나도 사랑 해 볼까.
 
 ***

 오, 찍는다 찍는다.
 그리고, 촬영회를 하고 있는 봇치와 니지카를, 내가 옆에서 찰칵.
 그러자 옆에서, 또 다른 셔터 소리가 들렸다.
 과연 이쿠요. 분위기를 타는 건 천하일품.

 "료 선배, 이거 맞나요?"
 "완벽해. 봇치를 찍는 니지카를 찍는 나를 이쿠요가 찍고……다음은 뭐지."
 "히토리 짱이 저를 찍으면 영구기관이 완성되네요!"
 "……너희들 바보냐? 손님 배웅 째고 뭐 하는 거야."

 오오, 우리 점장님이 납시었군.
 깨닫고 보니 라이브 하우스의 손님이 싹 없어져 있다.
 점장님이 돌려보낸 거로군. 근무 수고하셨습니다.

 "점장님. 오늘 최고로 활약한 밴드의 베이시스트에게, 위로의 드링크를 주십시오."
 "그 뻔뻔함, 점점 히로이를 닮아 가는구만……."
 "부끄러워라~"
 "칭찬한 거 아냐. 자."

 점장님이 가까운 테이블에 오렌지 주스를 두었다.
 어라, 농담이었는데, 설마 정말로 나오다니.

 "점장님 상냥해……평생 따라가겠습니다."
 "타산적인 녀석……서버에 애매하게 남아 있었거든. 아까우니까 이 자리에서 다 마셔 버려."
 "예이."

 참고로 점장님과 얘기하는 사이에 이쿠요는 봇치가 있는 곳으로 튀어갔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팬이 봇치에게 말을 걸고 있었으니까.
 이쿠요도 참, '"슬슬 닫을 시간이니까, 미안해~" 라고 하면서 팬을 꾹꾹 밀어 내고 있다. 필사적이네.

 이쿠요, 변함없이 사랑이 무겁구만~.
 봇치가 저 애랑 하트 만들고 있었을 때도,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듯이 거무칙칙한 오라를 내뿜고 있었지.
 옆에서 보는 입장에선 재밌으니까 상관 없지만.

 "키타 씨, 요전에 골라 준 화장품, 어디 거였더라."
 "무슨 일이야, 갑자기?"
 "쌍액 어디 거냐느니, 파데 뭐 쓰냐느니, 이것저것 질문 받아서……."
 "에~ 기억 안 나!? 일부러 하라주쿠까지 사러 나갔었잖아!"
 "그 때는 거리의 반짝반짝 오라에 눈이 멀었었으니까, 솔직히 아무것도 기억이 없어……."

 하하, 웃겨라.
 봇치라면 틀림없이, 괜한 고민하다가 정체불명의 파리피 패션으로 약속 장소에 갔겠지.

 그러고 보면 이쿠요가, 봇치 용으로 중고옷 코디를 상담한 적이 있었던가.
 왜 이쿠요가? 라고 생각했지만, 이쿠요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가서, 현지에서 갈아입히고 있는 거겠지.
 나도 니지카한테 글러먹은 여자란 말을 듣지만, 자기 옷은 스스로 고를 수 있으니까 내 승리야. 이예~이.

 "어쩔 수 없네~. 그래서 그 애한텐 뭐라고 했어?"
 "드럭스토어에서 제일 싼 걸 적당히 고르고 있다고 해 버렸어."
 "히토리 짱 바보! 왜 솔직하게 남이 골라 줬다고 안 말했어!"
 "남이 골라 줬다는 게 들키면 촌스럽다고 생각될까봐……."
 "왜 거기서 또 잘난척하는 버릇이 나와~~~! 싼 거 쓴다고 생각받는 편이 부끄러워! 일단 이거, 10대용이라곤 해도 백화점 화장품이거든?"
 "히익~~~~ 나대서 죄송합니다……제대로 공부할게욥……."

 즐거워 보여서 잘 됐네.
 그리고 나와 같은 것을, 옆에 걸터앉은 점장님도 생각한 모양이다.

 "뭐 잘 됐어. 잘 정리돼서 말이야."
 "어느 쪽이 먼저 죽는 소리를 할지 내기 안 할래요? 전 봇치 쪽에 5천엔."
 "인간관계를 내기 대상으로 삼는 거 아냐."
 "체에. 그럼 체키 하죠. 한 번에 천 엔으로 봇치랑 투샷."

 그렇게 말했더니, 점장님이 주먹돌리기를 해 왔다. 
 아야아~~~, 내 회색 뇌세포가 죽는다~~~.

 "그쪽 계열 아이돌의 부킹은 거절하고 있는데, 왜 록밴드인 너희들이 체키를 하는 거야."
 "개성은 곱셈으로 태어난다고, 어딘가의 인플루언서가 말했어요."
 "절조가 너무 없잖아. 애초에 체키 같은 거, 사는 쪽도 파는 쪽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뭐가 좋단 거야 그런 게……."

 점장님은 긴 한숨을 쉬고는, 곁눈질로 나를 봤다.

 "솔직히 어때. 같은 밴드 안에 커플을 끌어안고 있는 기분은."
 "별로 아무렇지도. 남은 남, 나는 나."
 "결속 밴드란 이름인 주제에 드라이하단 말이지. 조금은 초조하거나 그러지 않아?"
 "뭐어 니지카 같은 반응이 보통인 거 아니에요? 전 괴짜니까요."
 "또 카리스마인 척 하는 쓰레기 베이시스트가 잘난척은……."

 빠직. 은근 진심으로 말하고 있그든요 이쪽은.

 "……점장님은 체키가 팔리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요? 그럼 아이돌 같은 상업이 성립되는 이유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얘기 되돌리기는. 그래, 전혀 이해 못하겠어. 처음엔 인기 없는 남자의 도피처인가 했는데, 실제론 귀여운 여자애 팬도 꽤 있잖아. 무슨 심리로 성립되는 거야?"
 "간단해요. 다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서 견디질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랑에 자기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까지도 실으려 하죠. 하지만, 그런 너무 무거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그러니까 아이돌이 태어나는 거예요. 아무리 무거운 사랑을 떠안겨도 용서되는, 형편 좋은 우상으로서……. 뭐어, 이건 별로 아이돌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벙 찐 얼굴의 점장님.
 뭐셔, 내가 진지한 얘기 하는 게 그렇게 신기해?

 "연애란 건 호의의 응수잖아요? 남한테 받는 호의에 어리광부리는 건 익숙하니까, 그 쪽은 별로 문제 없는데요. 하지만, 그 반대는 견딜 수가 없어요. 내 쪽에서 남한테 호의를 뒤집어씌운다니, 도무지 저는 못 할 것 같네요……."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
 그것만으로 내 아이덴티티는 충분하다고.
 알겠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실로 죄 많은 행위야.

 "그러니까 저는, 기둥서방은 돼도 애인은 안 만들 거예요."
 "너 진짜 쓰레기 같은 발언 하고 있는 거 알아?"
 "쓰레기밖에 질 수 없는 십자가도 있단 얘기예요."

 나는 그렇게 딱 잘라서 인생을 살고 있는데 말이야.
 다시금 스마트폰으로, 봇치의 신곡 가사를 되읽어 본다.

 역시……봇치는 긍정할 수 있게 된 거구나.
 자신이 남을 좋아하게 되는 걸.

 한 말을 또 하는 것 같지만, 애인이 있는 것을 부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이쿠요를 좋아하는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되겠다고, 봇치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히토리 짱, 아까 중단했던 이소스타용 사진 찍자!"
 "아, 이번엔 나한테 보정 맏겨 주지 않을래……? 가끔은 불꽃이나 쇠사슬 같은 거 붙이면 재밌지 않을까 하고……."
 "보정앱 프리셋에 그런 소재 없거든!"
 "에에~~~, 멋있는 노선은 커버 안 해 줘~?"
 "그걸 멋있다고 생각하는 센스가 위험한 거야! 이런 건 분위기만 잡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일단은 공부부터!"
 "우에~~~~엥!"

 아마도, 지금도 봇치는 계속 싸우고 있는 거겠지.
 러브송을 쓰려고 했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봇치,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렇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면서, 오렌지 주스를 한 입.
 이소스타에는 곧바로 이쿠요와 봇치의 사이 좋은 투샷이.

 "……새콤달콤하구마안."

 

원작: 제노의 사람(ジェノの人) 님

원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