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아찔함과 괴수 - 7

카와즈 2023. 4. 11. 22:00

7. 부족한 채라도 side : 키타 이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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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풀이 후 나와 히토리 짱은 둘만이서, 밤의 시모키타자와를 목적지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히토리 짱이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타입인 건 알지만 있지?
 그래도, 역시 조금이라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조금 산책하지 않을래?" 하고 억지를 부려 버렸어.

 처음엔 미안한 일을 했을까 하고 불안이 어른거렸거든.
 하지만, STARRY의 모두가 안 보이게 되고 나서, 히토리 짱은 이렇게 말해 줬어.

 "산책하자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사실 저도, 키타 씨랑 같이 있고 싶어서……또 키타 씨가 먼저 말 꺼내게 해서, 면목 없어요."
 "또 사양하기는! 해 줬으면 하는 일이 있으면, 언제나 말하라고 했잖아. 그보다도, 존댓말, 존댓말."
 "앗,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미안. 아직 이런 거 익숙하지 않아서……."

 밤의 불빛을 받아, 히토리 짱의 옆얼굴이 반짝여 보인다.
 정돈해 준 아이라인 덕에 분위기가 어른스럽다.
 나른한 눈빛이 참을 수 없어…….

 히토리 짱의 손가락이 내 손에 몇 번쯤 부딪힌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빈도가 늘어 간다.
 그리고서 히토리 짱은, 손가락을 하나 얽어 왔다.

 놀라는 나에게 히토리 짱은 "으응……"이라고만 말을 흘린다.
 정말……치사한 짓을 한다니까.

 "왜애?"
 "손……잡아도 돼?"

 후후, 귀여워라.
 대답 대신 손을 잡아 주자, 히토리 짱의 뺨이 순식간에 빨개지고 말았다.

 우리들은 입을 꾹 다물고,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를 곱씹고 있었다.
 이 순간, 우리들 사이에 말은 필요 없었다.
 잡은 손의 감촉을 통해, 나와 히토리 짱은 서로를 원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달콤한 침묵 뒤에, 히토리 짱이 입을 열었다. 조심조심이란 느낌으로.

 "저, 저기, 오늘 키타 짱 노래……엄청 좋았어……."
 "후후. 그 말, 뒷풀이 때도 했잖아. 그래도 고마워. 몇 번이나 칭찬받아서 영광이야."
 "아, 그게, 그렇긴 한데, 그런 게 아니라……."
 "응?"

 히토리 짱은 말을 찾는 듯이 눈을 굴렸다.
 하지만, 이윽고 풀어진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어.

 "딴 사람들 앞에선 못 말했지만……그 신곡. 즐겁다는 듯이 불러 줘서."

 ……히토리 짱, 계속 신경 쓰고 있었구나.
 걱정 마.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됐어.
 '인간'이 되고 싶은 '괴수'의 노래.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외치는 노래.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사랑의 출발점을 상기시켜 주는 노래야.

 "그러고 보니, 그 후에 결국 러브송은 쓸 수 있게 됐어?"
 "아-, 일단 쓰긴 했는데……니지카 짱이 살짝 기분 나쁘대서 퇴짜 놨어……."
 "그게 뭐야! 기분 나쁘다니, 말이 심한걸!"
 "아니, 확실히 냉정하게 되돌아 보면 기분 나빴어……. 뭔가 요즘, 기분 나쁜 생각만 한단 말이지……."

 뭘 썼는데? 라고 물어 봤지만, 히토리 짱은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깐만, 그렇게 못 말할만한 걸 쓴 거야? 그러니까 오히려 불안해 지는데?
 추궁하자, 히토리 짱은 "구체적인 가사는 이제 기억 안 나지만"하고 운을 떼면서 이렇게 답했다.

 "아마 허그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츄리닝 어깨에 키타 씨 머리카락이 붙어 있어서……그걸 보자마자 머리가 와악~해 져서, 그 기세로 가사를 썼더니, 기분 나빠졌어……."
 "내 머리카락……?"
 "츄리닝에서 떼어낸 건 좋았는데, 키타 씨 거라고 생각하니까 버릴 수가 없어서. 지퍼백에 넣을까, 부적으로 만들까, 아예 먹어 버릴까~ 막 그런 생각 하고……."
 "에엑!?"

 왜 그런 걸로 고뇌하는 거야!?
 그냥 머리카락 한 가닥으로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마!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도 되니까!

 "결국 그 머리카락은 어떻게 됐어?"
 "책상 구석에 놓아 뒀더니, 모르는 사이에 엄마가 청소했더라……."

 그걸 듣고 안심했어.
 히토리 짱의 기행 파일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추가될 뻔 했잖아.

 히토리 짱은 한숨을 쉬고, 작게 중얼거렸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제대로 다룰 줄 알게 되면 좋겠는데……."
 "또 어려운 생각을 하는구나."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걸로 고민하진 않겠지……. 역시 나, 남들보다 몇배는 늦은 몬스터 맞나봐……."

 히토리 짱의 이런 부분이, 보고 있으면 불안해진다.
 기행이 무서운 게 아니다.
 히토리 짱은 가끔, '좋아한다'는 마음의 무게로, 멋대로 자기 마음을 짓뭉개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히토리 짱이 머릿속 만으로 섣부른 결론으로 달려들어 버리는 게, 나는 가장 무섭다.

 '좋아한다'는 마음은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거라고, 나는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히토리 짱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히토리 짱의 감정이 치사량에 달하지 않도록, 조금씩 단계를 밟아 가야 하는 거겠지.

 ……그렇게 말은 해도, 나에게도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은 있기 마련인지라.

 "하지만, 나도 히토리 짱으로 이상한 망상 해 버릴 때 있어."
 "엣……저로 뭘 상상하는데요……?"
 "그건 저기……키스, 라거나……?"
 "키키키키, 키스……!?"

 히토리 짱, 더 빨개져서, 삶은 문어처럼 돼 버렸어.

 사실은 전에 딱 한 번, 키스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기타를 연습하고 있던 때에 어쩐지 서로 마주보는 느낌이 되어서.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더니, 히토리 짱은 튕겨나가듯이 몸을 빼 버렸어.
 "흥미는 있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됐으니까……."란 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선 물러설 수밖에 없지.

 나는 다시 한 번 히토리 짱에게 묻는다.

 "이 앞에 있는 공원이라면, 분명 보는 눈은 없을 거야."
 "그게, 그건 다시 말해……."
 "슬슬 마음의 준비는 됐어?"
 "우으……."

 히토리 짱은 손에 힘을 주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5분만 생각하게 해 줘……."

 텅 빈 공원의 벤치에, 우리들은 나란히 앉았다.
 히토리 짱은 크게 등을 둥글리고, 고뇌하는 석상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어쩌지, 긴장으로 입안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어……."
 "그럼 마실 걸 사 올게. 잠깐 기다려."

 히토리 짱도 혼자인 시간이 있는 편이 마음의 정리가 될 것 같으니까.
 하지만 자판기를 앞에 두고, 문득 마가 끼고 말았다.

 나는 주스를 하나만 사서 벤치로 돌아왔다.
 히토리 짱 앞에서 뚜껑을 따서, 일부러 먼저 한입.
 그리고 "여기" 하고 건넨다.

 "에……키타 씨, 내 건?"
 "예행연습으로 딱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아……."

 페트병을 받은 히토리 짱은, 가만히 병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각오를 굳힌 것처럼 심호흡, 그리고 히토리 짱도 주스를 한 모금.

 병에서 입을 뗀 뒤에도, 히토리 짱은 한동안 응답 없는 컴퓨터처럼 굳어 있었다.
 그리고서, 히토리 짱은 "우와악~~~!"하고 탁한 소리를 내고서, 하늘을 봤다.

 "틀렸어~, 역시 나 너무 기분 나빠……. 죽고 싶다……."

 히토리 짱은 눈을 팔로 가린 채, 진이 빠진 것처럼 말했다.

 "키타 짱의 립스틱 맛이 났어……."
 "엣……."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의 두근거림이 펄쩍 뛰어올랐다.
 어라……이상하다……. 간접 키스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히토리 짱이 주스를 돌려 준다.
 아무 것도 아닌 250밀리 페트병이 취급 주의 폭탄처럼 느껴져서,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내가 꼬셔 놓고 참 그렇지만, 키스 할 수 있는 건가?
 뭔가 나도 긴장되기 시작했어~~~ 어떡하지~~~!?

――따라라란~♪

 이럴 때 전화!?
 당황하면서 받아 보니, 가족이었다.
 거기서 겨우 "뒷풀이 갔다 올게요"라고 연락하는 걸 잊어버렸단 걸 깨달았다.
 밤이 돼도 내가 안 돌아오니까, 이렇게 전화를 걸어 온 거겠지.

 "미안, 미안. 지금……친구랑 같이 있어. 전철 끊기기 전에는 돌아갈 테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럼 끊어."

 히토리 짱이, 벙 찐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아, 완전히 저질러 버렸다.
 완전히 무드가 엉망진창이야.

 "뭔가…… 키스란 분위기가 아니게 돼 버렸네. 미안해."
 "아, 아니, 그건 괜찮은데……키타 짱, 괜찮아?"
 "시간은 아직 괜찮아. 가족하고도 방금 연락했고."

 하지만, 히토리 짱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내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화면이 보여서……로인, 쌓여 있지?"

 우와, 히토리 짱 날카로워!?
 확실히 내 로인은 안 읽은 메시지가 대량으로 쌓여 있다.
 으음, 알림 배지가 2백 개 정도?
 평소에 수다 떠는 친구나, 오늘 라이브를 보러 와 준 친구들의 메시지라거나.
 그런 게 이것저것 쌓여서 이 꼴이 됐단 느낌.

 "키타 씨, 나랑 사귀기 전에는 틈만 나면 친구들한테 답장 했었지……?"
 "확실히 그랬지만……아무리 그래도 애인이랑 같이 있는데, 지금 스마트폰 만지진 않아."
 "그걸 신경 써 주는 건 기뻐. 그냥, 걱정이 돼서. 나 때문에 키타 씨의 사교 생활이 정체되고 있진 않은지……."

 으으으……히토리 짱의 걱정은 사실 꽤 맞는 말이다.
 히토리 짱과 사귀게 되고 나서, 친구들과 거리가 생긴 건 사실이란 말이지.

 "나한텐 키타 씨밖에 없으니까, 언제나 키타 씨 생각만 하지만……그건 단순히 내가 외톨이라 그런 거고……. 키타 씨가 나한테 맞춰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부탁이니까, 무리만은 하지 마."

 ……모르겠어.
 히토리 짱은, 자주 나를 '올곧은 사람'이라고 해 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히토리 짱이 더 올곧잖아.

 "별로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야. ……초조해하고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초조하다니……뭐가?"
 "히토리 짱은 자기를 외톨이라고 그러지만……오늘도 팬 친구들한테 인기 만점이었잖아? 요즘, 밴드가 잘 되면 잘 될수록, 히토리 짱이 멀리 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히토리 짱의 세계가 넓어져서, 나 이외의 선택지가 생기면……히토리 짱은 어떡하는 걸까, 싶어서."

 그런 만큼, 빨리 애인으로서 단계를 진행시키면 조금이라도 히토리 짱을 묶어 두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키스를 조른 것도 그런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토리 짱의 마음을 들은 뒤에는, 그런 내 타산 같은 건 하찮게 느껴져 버리네.

 왜 이렇게나 스케일이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음료를 돌려 마시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를, 별 것 아닌 한마디로 두근거리게 만들거나.
 나밖에 없다고 말해 준 그 입으로, 내 사교 생활을 걱정해 주거나.
 너무 멋있어서 치사해.

 입을 삐죽 내민 나를, 히토리 짱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키타 씨, 혹시 질투하는 거야?"
 "실망했어?"
 "아~……아니. 후후후."

 어라, 히토리 짱 웃는 거야?
 뭔가 기분 나쁠 정도로 히죽거리고 있는데!?

 "미안. 설마 키타 씨가 질투해 줄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웃을 일이 아니야! 이쪽은 히토리 짱을 뺏기는 건 아닌가,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거든!"

 내가 항의해도, 히토리 짱은 들뜬 기색으로 웃음을 띄울 뿐이었다.

 "와……쩔어……나 인기쟁이잖아……이런 거, 뭔가 엄청나게 기쁘다……."

 뭔데 뭔데, 아까까지 엄청 부끄러워했으면서, 갑자기 여유로운 척 하고!

 "히토리 짱이 좋아도, 내가 안 좋아!"
 "글쎄 미안하다니까. 애초에 나, 키타 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좀 더 자신 가져도 되는데."
 "그런 입에 발린 말 해도, 곤란해……."
 "후우, 어쩔 수 없네……. 잠깐 눈 감고 있어봐."
 "응……?"

 히토리 짱이 갑자기 내 손목을 잡는다.
 그리고 반대 어깨를 휙 끌어당겨서, 히토리 짱을 보게 했다.
 눈을 감을 틈 같은 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히토리 짱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기다려"란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이미,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
 이거, 혹시 키스……?

 손목을 세게 붙잡혀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통감한다.
 그 억지스런 느낌이, 어쩐지 히토리 짱이 아닌 것 같아서.
 하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상황에, 아찔해진다.

 입술이 떨어지자, 히토리 짱은 평소와 같은 어색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이걸로 사과……는 안 되려나?"
 "……기습은, 치사해."

 고동이 크게 울려서, 히토리 짱을 계속 직시할 수가 없다.
 휙 시선을 돌린 나는, 자그마한 중얼거림을 흘리는 게 고작이었다.

 "……한 번 더, 제대로 해 줘."
 "에에……."
 "왜 그렇게 싫다는 듯한 반응 하는 거야."
 "지금 것도 꽤 용기 필요했는데……오늘은 이제 무리……."

 그럼 됐어. 이번엔 이쪽에서 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얼굴을 가져갔더니――

 톡, 하고 내 입가를 손으로 막아 버렸다.

 "안 돼요. 오늘은 끝이에요."
 "어째서."
 "이 이상은 내 심장이 파열된다니까……!"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습니까!
 히토리 짱만 멋있게 굴고, 이기고 도망가다니 비겁해!

 으그그그……하고 얼굴을 밀어 보지만, 히토리 짱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반대로 밀어 온다.

 "한 번 더~~~"
 "안 돼 요~~~"
 "안 해 주면 삐질 거야!"
 "그런 협박엔 굴하지 않아요! 반대로 묻겠는데, 키스란 건 몇 번이나 하고 싶은 거야……?"
 "하고 싶지! 좋아하는 사람이랑이라면 몇 번이라도 하고 싶어! 여자애는 다들 그렇잖아!?"
 "나는 그렇지만도 않은데. 몇 번이나 하는 건 그……고마움이 없어지지 않아? 지금은 처음 한 키스의 여운을 음미하고 싶은 기분이야……."

 머리카락 먹고 싶다느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주제에, 왜 그런 데는 퓨어한 건데!
 내가 불만을 얼굴에 내비치고 있어서인지, 히토리 짱은 한숨 섞인 말을 했다.

 "그럼……하루에 한 번까지."
 "내일도 해 줄 거야?"
 "매일 할게. 그러면 키타 씨도 쓸쓸하지 않겠지? 그리고 말이야."

 갑자기, 히토리 짱이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게 무슨 일인지 가슴 아래를 만지게 했다.
 자 자 잠깐, 가슴이 엄청나게 손에 닿고 있는데요……!

 "히토리 짱!? 그, 가가가, 가슴이――!"
 "들어 봐. 내 심장 소리."

 둥, 무거운 울림이 손끝에 전해져 온다.
 앰프의 폭음을 마주했을 때처럼, 내 몸이 공진했다.
 히토리 짱, 나랑 키스하고 이렇게 두근거리고 있었던 거야……?

 히토리 짱이 진지한 어조로 말을 걸어 온다.

 "나, 키타 짱을 죽을 만큼 좋아해. 지금도 키타 짱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 ……이 두근거림으로, 믿어 주지 않을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완전히 묶일 수밖에 없잖아.
 언제나 히토리 짱은 상상을 뛰어넘어서 눈부시다.
 그런 히토리 짱에게 푹 빠지고 말았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올려다 보기만 하다 혼자만 남게 되는 건, 그건 그거대로 싫어.
 억지스런 말을 한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히토리 짱,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해 준 거 일주일만이야. 알고 있었어?"
 "그렇게 말 안 했었어? 그보다 세고 있었구나……."
 "전부터 말하고 있잖아. 말로 해 주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구. 죽을 만큼 좋아한다면, 내가 너무 행복해서 죽어 버릴 정도로 몇 번이나, 히토리 짱 입에서 '좋아한다'고 말해 줬으면 좋겠어……."

 철렁하게 만들어 주는 건 기쁘다.
 하지만 그것과 같은 정도로, 나는 안심하고 싶다.
 공들인 퍼포먼스 같은 건 없어도 되니까.
 아무것도 아닌 때에, 아무것도 아닌 '좋아해'를 입에 담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왜 알아주지 않는 걸까.
 지금도 히토리 짱은 와닿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고.

 "그치만……매번 그냥 '좋아해'라고 말할 뿐이면, 재미 없을까 싶어서……."
 "정말~~~! 또 그렇게 성가시게 생각한다니까!"
 "이제 알았으니까 괜찮아. 키타 씨한테 매일 키스하고, 매일 '좋아해'라고 말할게."
 "약속이야. 잊어버리면 화낼 테니까."
 "……후헤헤."

 또 히토리 짱이 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히토리 짱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답했다.

 "아니이, 사랑이란 어렵다 싶어서."
 "어려운데 웃은 거야?"
 "재밌는걸. 좋아하는 키타 씨에게 휘둘리는 거."

 히토리 짱이 일어서서 손을 뻗었다.
 차다 만 달을 등에 지고, 히토리 짱은 살짝 웃고 있었다.

 "키타 씨는 어때? 지금 재밌어?"
 "……응."

 끄덕이고, 히토리 짱의 손을 잡는다.
 아직 완벽하다기엔 부족한 부분 투성이인 우리들이지만.
 이미 낙원에 도착해 있는 듯한, 그런 기분도 들어.
 그러니 분명, 앞으로도 우리들은 괜찮아――잡은 손의 분명한 감촉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세상에, 제가 또 번역을 하다니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원작: 제노의 사람(ジェノの人) 님

원본 링크: 目眩と怪獣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62007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원본 소설도 북마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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