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어차피 될 대로 되게 되어 있어

카와즈 2023. 6. 20. 21:19

"미는 커플링은 한 번 헤어졌다 다시 시작한다는 업을 지게 만들고 싶은 파라서, 그런 얘기입니다.
미래 설정. 모브 남자/모브 여자가 나옵니다.
일부 원작 소재가 있지만 읽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야마다를 너무 멋있게 만들었는지도."

 

속편은 여기로→https://kawazu.tistory.com/118

속편의 비밀번호는 여기로→https://kawazu.tistory.co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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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히토리 짱…. 우리 친구로 돌아가자. 나 이제, 히토리 짱과는 못 사귀겠어…."
 "이, 이쿠요 짱! 저는…!"

 싫은 기억을 인화한 악몽에서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3시.
 또 이 꿈….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
 내 이 말에 새파랗게 질린 히토리 짱의 얼굴을 나는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있다.
 히토리 짱이 무언가 말하려고 했었지만, 결국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걸까….
 그로부터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

 그 날,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끝냈다.



 히토리 짱과의 대실연으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관계를 친구 겸 밴드 동료로 되돌리고,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
 원래 진학할 생각이 없었던 히토리 짱을 억지로 공부시켜서 같은 대학에 가자! 라느니 천진난만하게 신을 냈던 자신에게 화가 난다. 히토리 짱의 부모님에게는 꽤나 감사받았던가.


 악몽에 시달리다 눈을 뜬 날이라도, 밴드 연습은 빼먹을 수 없다.
 지금은 료 선배와 둘이서 연습 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지치 선배는, 급작스럽게 일손이 부족해진 STARRY에서 접수를 보고 있다. 일단락되면 이쪽으로 온다고 한다.

 "봇치는?"
 "좀 일이 있는 모양이라, 늦는다고 그랬어요."
 "흐응. 변함없구나."

 료 선배는 이 얘기엔 처음부터 흥미가 없었던 것처럼 베이스의 튜닝을 시작한다.
 '변함없다'는 건, 히토리 짱이 번번이 스튜디오 연습에 늦는 걸 가리키는 건 아닐 것이다.
 료 선배가 말하는 '변함없다'는, 히토리 짱이 늦는 이유에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히토리 짱은 변했다.
 원래 외모가 좋은 것도 있지만, 결속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인정받는 존재인 히토리 짱을 주위에서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대학이라는, 지금까지보다도 넓은 세계에 들어온 히토리 짱은 자주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게 되었다.
 그 가운데엔 순수한 팬이나,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 이외에, 히토리 짱을 연애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도 있겠지.
 말을 걸면 쫄래쫄래 따라간다.
 오늘도 그렇다.
 같이 STARRY에 가려고 하던 참에, 같은 대학 4학년이라고 생각되는 여자에게 불려서, 간단히 가 버렸다.

 딱히 전여친인 내가 무슨 말을 할 권리는 없다.
 없다….
 없지만! 적어도 내 앞에선 자중한다든가, 그런 배려는 없는 거야?

 짜증이 내 스트로크를 세게 만든다.
 세게 울린 그 소리에 료 선배는 얼굴을 찌푸리고, 또 짜증부리고 있다고 중얼거린다.

 "왜? 봇치의 현여친은 또 연상 폭유 인싸야?"
 "사귀는지는 아직 확정된 거 아니에요!"
 "그럼 섹파?"
 "좀 더 말을 골라서 해 주세요!"

 솔직히, 우리들이 사귀고 헤어진 것에 의해 가장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건 료 선배와 이지치 선배일 것이다.
 사귀기로 했다고 보고했을 땐 축복해 주었고, 친구로 돌아간다고 보고한 날에는, 그 료 선배까지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조금씩…, 정말로 조금씩이지만, 우리들 넷은 전과 같이 사이 좋은 밴드로 돌아갔다.
 둘에게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멋대로 밴드 내 연애를 하고, 멋대로 맨드 내 실연을 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제대로 생각해서 낸 결론이야.

 "왜 헤어진 거야?"
 "진짜 왜일까요…."

 이 질문도 몇 번째일까.
 파국 보고의 충격에서 다시 일어선 료 선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질문을 던진다.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옆에서 보면 내 행동은 이상하다.
 하지만 결속밴드를 위해, 히토리 짱을 위해, 그렇겐 말할 수 없는 나는 오늘도 애매한 대답밖에 할 수 없다.

 단지 지금도 내가 히토리 짱을 좋아한다는 것만은 료 선배에게도 전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


 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다.
 내게 음악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 사람.
 내게 사람을 사랑하는 기분을 가르쳐 준 사람.

 나를 사랑해 준 사람.

 이제 이 사람이 있으면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히토리 짱도 같았던 모양이다.

 계기는 료 선배의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였다.

 "봇치 가사, 좀 밝아졌네."

 움찔했다.

 "아 맞아~. 군데 군데 봇치 타령 들어가 있지만, 뭔가 괜찮은 느낌으로 마무리됐지!"

 이지치 선배도 히토리 짱의 가사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기쁜 듯한 목소리를 낸다.

 "그런가요? 저는 변함없이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알고 있었다.
 고고의 존재인 고토 히토리가, 그 개성이 사라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얼버무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척을 하고, 변하지 않는 히토리 짱을 계속 봐 왔다.
 하지만 STARRY 관계자, 레이블 사람, 팬 분들은 모두 입을 모아 히토리 짱은 변했다고 했다.

 바꿔 버린 건 나다.
 이대론 안 된다.
 결속밴드의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사가 바뀐다.
 밴드가 바뀌면 어떻게 되지…?
 해산 같은 건 싫다.

 한 번 도망친 나를 받아준 밴드를 잃고 싶지 않다.

 히토리 짱도 그렇다.

 기타가, 음악이 그녀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과장도 뭣도 아니고, 밴드가 없어지면 그녀는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내가 물러날 수밖에….



 "히토리 짱, 이거, 어떻게 생각해?"
 "아, 어떤 거요…?"

 어느 날 낮, 대학 안에서 같이 런치를 하고 있었던 히토리 짱에게 나는 인터넷 기사를 보여 줬다.

 '결속밴드의 리드 기타 고토 히토리, 또 팬을 데리고 돌아가다♡'

 속된 가십 기사.
 어느 라이브 날, 팬인 여성과 히토리 짱이 밤의 호텔로 사라졌다는 내용.

 "으아ㅣㄴ마ㅗㄹㅈㅔㅊ;ㅎ"

 역시나, 히토리 짱은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도 이 기사를 처음 봤을 때는 반쯤 사람 형상이 아니게 되었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어딘가의 말뼈다귀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걸 알고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보다 '또'라니 뭐야?

 "이, 이쿠요 짱, 화났어요…?"

 자력으로 인간으로 돌아온 히토리 짱이 머뭇머뭇 물어 온다.
 화났냐고요? 화났지요!

 "있잖아, 히토리 짱…, 이런 건 결속밴드의 평판에도 연결되니까 안 좋다고 생각해."

 네, 네. 어차피 전여친인 저한텐 화낼 권리 같은 건 없죠!
 그래도 밴드 멤버로서라면 얼마든지 불만을 말해도 용서되거든요! 안 됐네요!

 "아으, 죄, 죄송합니다…."
 "히토리 짱의 교우관계에 말을 얹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지치 선배나 료 선배한테 폐 끼치고 싶진 않잖아?"
 "마, 말씀대로입니다…."

 나에게 혼나고 있는 것과, 기사 내용의 부끄러움 때문인지, 히토리 짱의 낯빛은 빨갰다가 파랬다가 컬러풀해지고 말았다.

 "…다, 다음부터는, 팬이 아닌 사람으로 할게요!"
 "………응."

 거 봐!!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히토리 짱은!
 사귀던 때도 눈치는 없었지만, 지금은 더 심하다. 조금은 나를 배려해 주라고! 전여친에 대한 애프터 케어 같은 거 몰라?
 …아니, 아니다. 심한 건 나다.
 화낼 권리가 없다느니 잘난 듯이 말해 놓고, 계속 짜증을 내고 있다.
 히토리 짱이 누구와 사귀든지, 누구와 자든지, 나에겐 관계 없다.
 자신 안에서 몇 번째인지 모를 문답을 반복한다.
 최악이야. 나 정서가 너무 불안정해….
 이제 좀 알아들어.
 히토리 짱은 내 게 아니라니까.

 "저, 저기…이쿠요 짱…?"
 "키타 짱~!"
 "히익!"

 갑자기 남자가 말을 걸어온 데에 놀라, 히토리 짱은 테이블 아래에 숨어 들어가 버렸다.
 
 "안녕하세요, 선배. 무슨 일 있으세요?"

 이 사람은 연구실 선배로, 과제나 시험으로 이것저것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니~ 키타 짱 귀여우니까, 어디 있어도 눈에 띈단 말이지~"
 "정말! 그런 거 됐어요!"
 "진짜야 진짜! 그보다 키타 짱, 오늘도 회식 안 올 거야?"

 덜그럭.
 히토리 짱이 움직여서 테이블이 흔들렸다.

 "글쎄요. 오늘도 밴드 연습이 있어서…."
 "또~? 뭐 어때! 가끔은 빼먹어 버려!"
 "아, 아뇨,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키타 짱 성실하긴~! 그럼 연습 끝나고 와! 우리들 여유로 3차까지 하니까!"
 "으음…, 연습 후엔 피곤해서…."
 "그럼! 그런 걸로! 잘 부탁해!"
 "에, 잠깐만요! 선배!"

 선배는 딱히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다. 친절하고 밝다. 얼굴도 미남인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취한 선배는 유달리 거리가 가까워지고, 맘대로 어깨에 손을 두르고 그래서 싫다.
 그런 건 히토리 짱 이외에겐 당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연습이 끝나면 죄송하다고 못 간다고 로인해 두자.

 "저, 저기, 회식 갈 거예요…?"

 테이블 아래에서 빼꼼 얼굴을 내미는 히토리 짱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안 갈 거야, 대답하려고 했더니 히토리 짱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네! 고토 히토리입니다! …에? 오, 오늘이요? 오늘은 연습이 있어서……. 아, 네. 그 뒤에라도 괜찮으면…네, 실례하겠습니다…."

 여자의 감이 발동한다.
 이건, 문제의 연상 폭유 인싸 선배다.
 그리고 얘기의 내용은 틀림없이 밀회 약속.
 에? 뭐야? 히토리 짱은 내가 회식 가는 건 신경쓰이면서, 자기는 다른 여자랑 데이트인가요?

 "갈 거야!"
 "에?"
 "회식. 나도 연습이 끝나면 갔다 올게."
 "아, 에…? 재, 재밌게, 놀다 오세요…."
 "응!"

 이젠 자포자기다.
 이제 나도 슬슬 과거의 연애를 질질 끌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 히토리 짱보다 멋진 사람은 잔~뜩 있거든!


---


 고등학생 때, 틀림없이 행복했다.
 기타가 있었다. 밴드에 들어갔다. 친구가 생겼다.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대충 내 인생에선 일어나지 않을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 바로 옆에는 언제나 이쿠요 짱이 있었다.


 "봇치 짱, 가사 밝아졌네!"
 "아, 그, 그런가요…헤헤."
 "그렇다구~! 이것도 사랑의 힘이란 건가요~?"


 니지카 짱은 언제나 내 가사를 칭찬해 준다.
 하지만 나는 불안했다.
 내가 행복해지면 행복해질수록, 가사의 방향성이 바뀌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 때문에, 무리해서 지금까지와 같은 암흑 워드가 잔뜩 들어간 가사를 료 씨에게 제출한 적이 있었다.

 "봇치. 이걸로 만족해?"

 그건 처음 가사를 보여줬을 때와 같은 말이었다.

 "…아니요, 하, 하지만, 저에게 기대하는 가사는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서…."
 "아니지 않아?"
 "에."

 료 씨는, 평소 이상으로 진지한 눈으로 이쪽을 본다. 뭐, 나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지만.

 "아무도 봇치한테 이런 가사를 써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 안 해."

 에, 내 가사 기대 못 받고 있어!? 가사대신 해고!?
 그렇게 되면 이젠 정말 내 존재 가치가 없어져 버려!

 "봇치 있잖아, 내가 봇치 가사를 처음 읽었을 때 했던 말 기억해?"
 "에, 그, 그건, 아까처럼, 이걸로 됐느냐고…."
 "'개성을 버린다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
 "죽…?"
 "봇치의 개성은, 이렇게 겉치장을 해서 자신을 숨기는 거야?"

 어라? 료 씨 혹시 화내고 있는 건가?
 역시 내 가사가 글러먹어서?
 으으, 죄송합니다. 저는 작사대신을 사임하겠습니다….

 "제, 제 개성은, 어둡고, 아싸고, 눅눅하고…."
 "귀여운 여친이 있지."

 료 선배가 말을 끊었다.

 "인싸고, 인기 많고, SNS중독에, 밴드의 기타 보컬을 하고 있는 이쿠요랑 사귀고 있어."
 "새, 새삼스럽게 들으니까 뭔가 부끄럽네요…."
 "그것도 지금의 봇치의 개성 아니야?"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사람의 근본, 심이 되는 부분은 안 변할 테니까."

 아, 지금 굉장히 가사를 쓰고 싶다.

 "'봇치가 쓰고 싶은 대로 써.'"

 그것도 그 날과 같은 말.

 "연애를 해도 봇치는 봇치고. 실연해도 봇치는 봇치니까."
 "재수 없는 말 하지 마세요!"

 어느새인가 료 씨는 평소와 같은, 밴드 후배를 놀리는 심술궂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좋은 동료를 뒀다. 이렇게나 좋은 동료는 나한텐 아깝지 않을까. 대체 전생에 얼마만큼 덕을 쌓은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나. 덕을 쌓았으면 외톨이 인생을 보낼 리가.

 그래도, 나는, 결속 밴드가 좋다.
 설령 어두침침 인싸인 초 허접 민달팽이라도, 옆에 있어 주는 모두가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이쿠요 짱이 좋다.
 고교 시절, 조금씩이지만, 자존감이란 걸 배우고 있었다. 이런 나날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은, 인생에서 가장 최악인 날로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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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잠깐~! 키타 짱 잔 비었잖아~! 더 마시자! 여기요~! 깔루아 밀크 하나!"
 "아, 아뇨, 전 그렇게 술 안 세서…."

 나 왜 이런 데 있는 걸까.
 스튜디오 연습을 끝내고, 정리를 하고, 평소였으면 거기부터 한참 수다를 떠는데, 허둥지둥 STARRY를 뒤로했다.  히토리 짱이 말을 걸려고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얘기할 말이 없다.
 보잘것없는 고집을 부려서 나는 2차 도중이었던 연구실 회식에 합류했다. 금방 후회했지만.
 잘 하지도 못하는 술. 그래도 분위기로 첫 잔은 맥주를 주문해서, 긴 시간을 들여서 겨우 잔을 비웠는데, 선배는 곧바로 두 잔 째를 주문한다.
 게다가 깔루아 밀크.
 이 집 깔루아 밀크는 세단 말이지. 그보다, 원래 깔루아는 20도 정도 되는 술 아니었던가.
 게다가 걱정했던 대로, 선배는 내 옆자리에 진을 치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오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있잖아, 이쿠요라고 불러도 돼?"

 대체 언제부터 그런 분위기가 되었었는지,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작은 소리로 말하는 선배.

 "아뇨, 그건 좀…."
 "에~? 뭐 어때! 키타 짱 친구, 고 어쩌구 씨는 그렇게 부르잖아."
 "그건…."

 사귀던 때의 흔적이에요, 라곤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헤어진 다음, '키, 키타 짱'이라고 히토리 짱에게 들었을 때 심하게 동요했다.
 그건 마치, 둘이 사귀고 있던 게 없었던 일이 된 것 같아서 싫었다.
 호칭을 갑자기 되돌리면 부자연스럽고, 팬들이 의심한다느니, 그럴듯한 말을 한 결과 히토리 짱은 지금도 나를 '이쿠요 짱'이라고 부른다. 거기에 사귀던 때의 달콤함은 없지만.
 히토리 짱,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니, 뭐한 일을 하고 있겠지, 분명.
 나랑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밖에 한 적 없는데….
 그 타이밍에 내 눈앞에 놓인 깔루아 밀크를 단번에 들이킨다.

 "오! 키타 짱 잘 마시네!"

 히토리 짱이 나 이외의 사람과 살을 맞대고 있다. 그런 멋대로인 상상을 지우고 싶어서, 나는 알코올로 도망쳤다.



 눈을 떴을 때는, 나는 선배에게 어깨를 감싸여 있었다.
 다행이다. 업혀가기 전이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세웠다.

 "아, 키타 짱 일어났어? 근데 막차 벌써 끊겼거든~"

 일부러인듯 히죽히죽 웃는 선배.
 뭔가 기분 나빠.

 "괜찮아요…. 근처에 아는 사람이 살거든요, 거기 갈게요."

 기분 나쁜 건 선배뿐만이 아니다. 내 기분도다. 너무 많이 마셨다….

 "에~, 그럼 우리 집으로 와! 여기서 가깝고!"
 "아, 아뇨, 정말로 괜찮아요…."

 위험하다. 못 서 있을지도.

 "거봐! 키타 짱 비틀거리잖아. 괜찮아, 아무 것도 안 할 테니까!"

 그건 뭔가 하는 사람 대사다.
 하지만, 이제 상관 없나.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나도 히토리 짱을 잊기 위한 행동을 해야지….

 "그, 그럼…."


 "이, 이쿠요 짱!"

 아무래도 나는 상당히 취해 있는가 보다.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나를 '이쿠요 짱'이라고 부르는 건 히토리 짱밖에 없다.


---


 아아, 큰일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이쿠요 짱은 귀엽고, 술에 약하니까, 회식 같은 데에 가면 틀림없이 취해서 업혀가 버려!

 "봇치 짱~. 오늘 뭔가 집중 못하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아, 니지카 짱…. 이, 이쿠요 짱이, 오늘 대학의 회식에 간대서…."
 "아아, 그래서 키타 짱 곧장 돌아가 버렸구나."

 그렇다. 기타의 보충 연습 같은 말을 해서 이쿠요 짱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쿠요 짱은 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재빠르게 STARRY를 떠났다.
 다행히 대화 조각으로부터 시모키타 주변에서 마신다는 건 알고 있다.
 쪼, 쫓아가야 해…!

 "별일이네~. 키타 짱 술 약하니까, 회식 간단 얘기 잘 안 하는데 말이야."
 "이쿠요는 라이브 뒷풀이에서도 거의 안 마시지."
 "우리가 너무 마시는 것도 있지만, 늘 뒷처리 맡겨 버려서 미안하지~."
 "저, 저기…! 이 주변에, 학생이 단체로 갈만한 술집은 어디인가요?!"

 술집이라고 하면, 나는 결속밴드가 자주 가는 '카오미세' 정도밖에 모른다. 하지만 그 가게에 학생 집단이 갈 것 같지는 않다.
 술집 체인 같은 데는 인싸고 파티 피플인 사람 말곤 들어가면 안 될 테고….

 "에~? 그런 곳 잔뜩 있으니까…. 키타 짱한테 직접 물어 보면 되지 않아?"
 "으…, 가, 가능하면 그거 이외의 방법으로…."
 "봇치는 뭘 하고 싶은 거야?"
 "에, 그, 그건, 이쿠요 짱이 꽐라가 돼서 업혀가는 걸 저지하고 싶달지, 그…."
 "왜?"
 "이, 이쿠요 짱의 정조를 지키고 싶달, 지…."

 어라? 하지만 왜일까.
 나랑 이쿠요 짱은 2년도 전에 헤어져서, 그 사이에 이전과 다름없는 친구로 돌아갔을 텐데.

 "봇치는 자기는 맘대로 하고 다니면서, 이쿠요가 그러는 건 싫구나."

 그렇다. 나는 문란한 관계를 몇개나 가진 그것 참 훌륭한 밴드맨이 되었다.
 이런 내가 이쿠요 짱을 속박하려 하다니 주제넘은 일이다. 이제 사귀는 것도 아니고….

 역시 그만두자.
 내가 이런 일을 한대도 이쿠요 짱에게 폐를 끼칠 뿐이다.
 이제 못 사귀겠다고, 친구로 돌아가자고 말한 건 이쿠요 짱이었잖아.

 〜〜〜♪

 스마트폰이 진동하면서 경쾌한 착신음을 울린다.
 아, 그랬다. 나도 오늘 예정이 있었지.
 전화를 받으려던 차에, 누군가가 손을 붙잡았다.

 "술집은 몇 군데 있지만 장소는 집중돼 있으니까, 그 길목에서 기다리는 건 할 수 있지 않아?"

 료 씨….
 착신음이 멎는다.

 "좋아! 우리들도 찾으러 가자!"
 "그건 싫어."
 "야!"

 둘에겐 이미 들킨 게 분명하다.
 내가 이쿠요 짱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걸.
 그걸 알면서, 내 등을 밀어 주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나도 꾸물거리고 있을 순 없어…!

 "저, 저기! 괜찮아요! 저, 저 기다릴 테니까요!"

 이제 미움받아도 좋다.
 그렇더라도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응, 이제 귀찮은 건 질색이야."
 "료는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봇치 짱하고 키타 짱이 걱정이라고 말하면 될 걸!"

 그 시절과 변함없이. 나는 최고의 동료를 가졌다.

 ""다녀와, 봇치(짱).""

 "다녀올게요!"



---


 "아, 그게, 너, 너무 마셨잖아~! 이, 이쿠요 짱~"
 심하게 부자연스러운 말투와는 반대로, 자연스럽게 선배로부터 나를 떨어뜨리는 히토리 짱.
 어째서? 왜 여기 있는 거야? 이건 환각인가?

 "아, 아이 참~, 죄송합니다~. 그, 그게, 이쿠요 짱은 제가 맡을 테니까요, 시, 실례합니다아…."
 "아니, 잠깐…!"

 선배의 제지를 뿌리치고 가까이 서 있던 택시에 히토리 짱은 나를 밀어넣었다.


 갑작스런 히토리 짱의 출현. 히토리 짱답지 않은 행동에 놀라서 조금 술이 깼다.
 도착한 건 히토리 짱이 자취하고 있는 아파트. '친구'인데, 나는 혼자서 여기에 온 적은 없었다. 여기 올 때는 언제나 결속밴드의 누군가와 함께였다. 그야,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
 원룸에 발을 들이고 제일 처음 신경쓰인 것은 시트가 구깃구깃한 침대.
 아아, 그런가. 그러고 보면 히토리 짱, 오늘 그 사람과 만났던가.

 "이, 일단은, 물 마시세요!"

 히토리 짱은 넘치기 직전까지 따른 컵을 내밀어 온다.
 내 시선은 변함없이 구깃구깃한 침대에 있다.

 "못 마셔."
 "에."

 나는 취해 있거든. 조금 억지를 부려도 용서될 거야.

 "있잖아, 먹여줘."
 "에, 그, 그건 무슨…?"

 찰랑.
 동요한 히토리 짱 손에서 물이 흘러 넘쳤다.

 "나한텐 못 해?! 다른 사람들하곤 잔뜩 하고 있잖아?!"
 "이, 이쿠요 짱, 좀 진정해…."

 취했다는 걸 면죄부 삼아, 히토리 짱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히토리 짱, 귀여워.

 "아~아. 나 취했는데 말이지! 물 마시고 싶네!"
 "저, 정말…!"

 홱 컵을 기울여서 히토리 짱이 물을 마시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에는 입술이 겹쳐져 있었다.
 미지근한 물이 히토리 짱으로부터 보내져 온다.
 아아, 기뻐라. 나 히토리 짱과 키스 하고 있구나.

 "이, 이거면 됐나요…?"

 입가에 흐른 물을 소매로 닦으면서, 새빨간 얼굴로 이쪽을 보는 히토리 짱.
 이건 좋지 않다. 뭔가 불끈해졌다.

 "…아직, 부족해."

 술취한 응석받이 모드를 계속해서 히토리 짱에게 다가간다.
 어떡할래? 히토리 짱?
 너를 거절한 내가 이렇게 다가가서, 아무리 그래도 화를 낼까.
 제멋대로 굴지 말라고.
 차라리 아예 싫어해 줘.
 나 같은 사람한테 상냥하게 굴지 말아줘.

 "이, 이제 안 할 거예요…!"

 잘 거절하지 못하는 히토리 짱에게서의 명확한 NO.
 드디어. 드디어 내가 심판받을 때가 온 모양이다.
 그래. 더 날 거절해  줘.
 이쿠요 짱 따위 싫다고 말해 줘.


 "이쿠요 짱을, 정말 좋아하니까…."


 귀를 의심했다.
 히토리 짱이 쥐어짜낸 말은 내가 바란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 2년 전에도, 말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니까, 헤, 헤어지기 싫다고…. 하지만 이쿠요 짱, 저랑 있으면 괴로워 보여서, 그러면, 헤어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모르는. 내가 모르는 히토리 짱의 본심.
 그 날 내가 가로막은 히토리 짱의 말이 톡톡 떨어져 간다.

 "……그야,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 날, 전부를 말하지 못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대로 같이 있으면, 히토리 짱이 변해 버리니까! 결속 밴드도! 있을 곳이 사라져 버리니까!"
 "이, 이쿠요 짱…?"
 "나도 같이 있고 싶었어!! 누구한테도 히토리 짱을 넘겨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너를 바꿔 버렸으니까!!"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큰 소리로 울면서 외치는 술 취한 여자에게, 히토리 짱이 드물게도 강한 태도로 큰 소리를 냈다.

 "…라고, 료 씨가 그랬어요…."

 전언철회. 역시 히토리 짱은 히토리 짱이다.

 "저, 저도, 이쿠요 짱과 사귀고, 변했다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어요…. 하, 하지만, 그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성장했다는 뜻이고…. 그건, 이쿠요 짱이 있어 준 덕분이고…."
 "…하지만, 그건, 히토리 짱의 개성이 없어져 버리니까."
 "제 개성이란 게 뭔가요?"

 드물게도 눈을 바라보면서 히토리 짱은 묻는다.

 "히토리 짱의 개성은…."

 기타를 잘 치는 것. 얼굴이 무지막지하게 잘생긴 것. 가슴이 큰 것. 그런데도 자세가 구부정해서 이리저리 허사가 되는 것. 사람과 엮이는 걸 싫어하고 비굴한 것. 부탁받으면 거절하지 못하는 것. 엄청 상냥하고, 기타를 잘 가르쳐 주는 것. 평소엔 허약한데 사실은 엄청 강한 심을 가지고 있는 것.
 더 있다. 스테이지 위에선 나밖에 볼 수 없는 멋있는 옆얼굴이라든가. 손을 바라보는 그 진지한 눈.

 그 눈은 지금, 똑바로 나를 보고 있다.

 "변하는 저도, 변하지 않는 저도, 전부 같은 고토 히토리예요. 가사는, 확실히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걸로 괜찮다고, 모두가 말해 줬다고요…."
 "히토리 짜…."
 "이쿠요 짱을 좋아하는 저도, 저라고요….
 "나, 난…!"
 "이쿠요 짱을 좋아해요. 계속 곁에 있어 줬으면 해요."

 더는 무리였다.
 붙들고 있던 고집은 어디로 가 버렸을까.
 깨닫고 보니 나는 히토리 짱의 품 안에 있었고, 매달리듯이 그 등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히토리 짱…! 히토리 짱! 히토리 짱!"

 눈물로 화장이 번져서 히토리 짱의 저지가 더러워졌을 것이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1시간? 아니, 어쩌면 10분쯤일지도….

 "저, 저기, 이쿠요 짱, 그래서, 그, 대답은…."

 침묵을 깬 건 어쩐 일로 히토리 짱.
 그래, 답을 해야지. 히토리 짱이 불안해지잖아.
 그렇게 생각했지만, 히토리 짱의 어깨 너머로 구깃구깃한 침대가 보였다.
 끌어안고 있는 자세니까, 히토리 짱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있잖아, 히토리 짱, 날 좋아하는데 왜 그런 일을 한 거야?"

 더 내리깐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한참 울고 난 내 목소리는 코맹맹이 소리가 되고 말았다.

 "에, 에, 그런 일…?"
 "여러 사람이랑 사귀고, 호텔 사진도 찍히고…."
 "그, 그건, 어떻게든 해서 이쿠요 짱을 잊을 수 없을까 해서, 저, 이쿠요 짱을 그런 눈으로 봐 버리니까, 치, 친구로 돌아갔는데…."

 완전히 나 때문이잖아.
 그나저나 히토리 짱, 날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구나. 조금 기쁘지만, 그래도 아직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그 침대에서 온갖 일을 했단 말이지…."
 "아, 여, 여기선 안 했어요…."

 '여기선'이란 말이 마음에 걸리지만, 사진도 찍혔었지. 그런 일은 호텔에서 했다, 고.

 "…오늘도 했어?"
 "아, 안 했어요!"
 "그치만, 오늘 전화 했었잖아…."
 "아, 안 갔어요! 거절했어요! 이쿠요 짱이 더 중요하니까!"
 "흐응."

 나는 히토리 짱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삐친 듯한 소리를 냈다.

 "저, 저기…."
 "이제 그런 거 하지 마."
 "아, 안 해요! 이쿠요 짱을 좋아하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 보지 마."
 "에, 에, 그건 어려울지도…."
 "보지 마!"
 "아, 네."
 "키스해 줘!"
 "아, 네. …에, 에에에!?"
 "빨리!"
 "에, 그게, 시, 실례합니다…."

 히토리 짱과의 키스는 심하게 그립게 느껴졌다.


---


 봇치를 보내고 난 뒤, 우리들도 니지카 방으로 퇴장해, 지금은 둘이서 침대 속에.
 이제 잘 거라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니지카가 목소리를 냈다.

 "이야~ 길었다~."

 한숨을 쉬는 듯한 목소리.

 "2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네~."
 "그 둘한텐 필요한 시간이었던 거야."
 "그치만! 봇치 짱한테 뭔가 있을 때마다 키타 짱 짜증내고 말이야!"
 "봇치도 실연송 양산했었지."
 "그렇다구! 덕분에 오튜브 코멘트란이 무슨 실연한 여자들 일기장 상태였잖아!"
 "그러니까 말했잖아, 코멘트란 닫자고."

 오튜브 어카운트 개설 당시에 내가 걱정했던 그대로가 되어서, 그건 정말이지 비참한 몰골이었다.

 "그래도 잘 됐네. 봇치 짱도 키타 짱도."
 "아직 다시 붙었는지는 몰라."
 "아니 아니, 그래 놓고 안 사귀면 영문을 모르겠잖아!"
 "그럼, 내기 하자. 나는 다시 붙었다에 걸게."
 "잠깐만! 그럼 내기가 안 되잖아! 나도 붙었다에 걸 거니까!"


 결국 내기는 성립되지 않은 채, 다음날 스튜디오 연습에 나란히 지각한 봇치와 이쿠요를 보고 모든 걸 깨달은 것이었다.

 봐, 어차피 될 대로 되게 되어 있어.

 

원작: 카와우소(かわうそ) 님

원본 링크: どうせなるようにしかならない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61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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