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아찔함과 괴수 - 4

카와즈 2023. 4. 11. 21:55

4. 괴수의 러브송 side : 고토 히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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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장에 틀어박혀 DVD 감상회.
 담백한 BGM을 차려입고, 고등학생 커플이 해안에서 마주보고 있다.
 둘은 파란 하늘 한가득 마음을 외친다.

 ''탓쿤을 좋아해요-!!''
 ''나도-! 레이나를 좋아해-!!''

 으웩……너무 눈부셔서 토할 것 같아…….
 더는 무리야, 일단 휴식. 다음은 좀 이따가.
 키타 씨가 좋아하는 거니까 예상하긴 했지만, 청춘 성분이 너무 강해서 나한텐 괴롭다…….

 하지만 이겨내야지.
 키타 씨 옆에 계속 있기 위해서는, 아싸인 채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방으로 기어 나왔더니, 퇴짜 가사를 갈겨 쓴 루즈리프가 엄청 어질러져 있다.
 내 센스만으론 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청춘 영화나 소녀 만화에서 프레이즈를 빌렸다.
 하지만, 전부 거짓말 같아.
 특대 크기의 한숨이 입을 뚫고 나온다.

 그러자, 거기에 엄마가 들어왔다.

 "히토리 짱? 밴드 친구가 놀러왔어."
 "흐엑!? 설마 니지카 짱!? 미안, 몸 안좋으니까 못 만난다고 말해 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멀쩡하잖아. 키타 짱이야, 키타 짱. 벌써 집에 들였어."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키타 씨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키타 씨는 접대용 미소를 지으면서, 조심조심 인사를 해 온다.

 "안녕~……히토리 짱, 잘 지내?"
 "아와와와와와와……!"

 이런 보잘 것 없는 메모를 보였다간 위험해!
 루즈리프는 전부 회수! 뭐든 좋으니까, 일단 벽장에 쑤셔 넣자!
 내가 당황하면서 정리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뒤에서, 엄마는 태평하게 키타 씨에게 웃음짓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렴~. 지금 마실 거 가져다 줄 테니까."
 "죄송합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엄마가 떠난 즈음, 키타 씨가 "실례합니다~……."하고 방 안에 발을 들였다.
 쾅! 하고 벽장을 꽉 닫은 나는, 벽장에 등을 대고, 억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저, 살해당하나요……?"

 자각은 있다. 아무리 그래도 진척이 너무 엉망이라 무서워져서, 적당한 꽝 가사를 보내고 말았다.
 솔직히, 그게 통과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적당한 녀석이다.
 예상대로, 료 씨가 꽝이라고 연락을 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일을 대충 하지 말라고!" 하고 혼날 가능성도 있었잖아!
 하필이면 실행범으로 키타 씨를 보내다니!
 역시 료 선배? 아니면 니지카 짱의 술수인가?
 어느 쪽이든지, 지금부터 나는 진척 야쿠자로 변한 키타 씨에게, 금속 배트로 흠씬 두들겨 맞을 거야~~~!

 "어- 그게……딱히 화 안 났는데?"
 "진짜인가요? 선배들이 시켜서 저를 도쿄만에 가라앉히려 온 건……."
 "그런 거 안 해. 내가 내 판단으로 멋대로 온 거야. 뭐든 좋으니까, 히토리 짱의 힘이 될 수 없을까 해서. 히토리 짱에게 있어서 중요한 노래가 될 거잖아?"
 "뭐어, 그런데요……."
 "아까 어질러져 있던 루즈리프는 전부 가사야?"
 "가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된 건 아니에요……. 의미 없는 메모라고 할까……."
 "하지만 그런 걸 쌓아서 점점 가사가 되는 거지? 대단해! 엄청 궁금한데……보면 안 되려나?"
 "하지만……어차피 퇴짜 맞을 테고……. 이런 미완성인 거, 도저히 보일 수 없어요……."

 무엇보다도 키타 씨를 생각하며 쓴 가사를, 키타 씨 본인이 본다니, 분명히 부끄러워서 죽어 버릴 거야!
 하지만 내 답에, 키타 씨는 "그렇구나." 하고 힘없이 웃었다.

 "히토리 짱이 싫다면 억지로 부탁할 수는 없지. 하지만 나, 히토리 짱이 생각하는 걸 알고 싶어……. 히토리 짱이 뭔가 고민하고 있다면 내버려 둘 수 없으니까……."
 "키타 씨……."

 정말 올곧고 반짝이는 사람이다.
 나도 참, 뭘 하고 있는 건지.
 키타 씨가 이렇게 걱정해 주고 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가 하면, 부끄럽다 부끄럽다 하면서 내 안에 틀어박혀만 있다.
 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러브송을 쓰기 시작했을 터인데, 이래선 지금까지의 나와 다를 게 없잖아.

 나는 벽장 문에 손을 댔다.

 "별로 재미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히토리 짱……!"

 키타 씨의 눈이 반짝인다.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루즈리프 뭉치를 건네자, 키타 씨는 콧김을 내뿜으며 내용물을 꼼꼼히 읽었다.

 "헤에……프레이즈 후보가 잔뜩……아, 여긴 라임을 맞췄으니까 선을 그은 거구나……어순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너무 꼼꼼히 읽으면 부끄러워요……."
 "'좋아해×10'……그렇구나, 좋아해를 몇번이고 외친다는 거구나! 이걸 히토리 짱이 썼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귀여운 느낌이 들어……."

 그악~~~너무 부끄러워~~~!
 키타 씨랑 사귀는 꿈을 꿔 버려서 그때 기세로 써 버린 물건이야~~~!
 암만 그래도 너무 기분 나빠서 뺐는데! 왜 찢어서 버리지 않은 거야!

 "어라? 이 타이틀은 본 적이……혹시, 내가 추천한 영화야?"
 "네……쓸 수 있을 것 같은 프레이즈나 정경을 찾아서 가사에 넣어 보거나……."
 "뭔가 본격적인 걸 하고 있구나! 히토리 짱, 열심히 하는 게 너무 대견해!"
 "가, 감사합니다……."

 그런 대단한 게 아니다.
 키타 씨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가져온 프레이즈라면 좋아해 주지 않을까, 그런 얄팍한 생각의 산물이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써도 거짓말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서……저한텐 안 어울리는 게 아닐까 하고."
 "거짓말 같다고? 나는 다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들었어?"
 "'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츳코미를 넣고 싶어진달지……그 왜, 저는 러브송을 멀리하는 가사도 쓴 적 있잖아요."

 볕이 드는 장소를 피해서, 자의식만을 키워 왔다.
 그런 과거의 자신에게 계속 얻어맞고 있다.
 그 녀석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가사를 쓰고 싶다.

 돌려받은 루즈리프를 다시 읽어 봤지만, 역시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기서 키타 씨가, 어마어마한 질문을 끌고 왔다.

 "히토리 짱,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으왁!? 콜록, 켈록!!"

 너무 놀라서 사레 들렸어! 
 본인한테 직접 듣는 건 심장에 너무 안 좋다고!

 "와, 히토리 짱 얼굴 빨개졌어! 반응이 알기 쉬운걸……."
 "역시 이상한가요? 제가 사랑이라니."
 "전혀 그렇지 않아! 단지……."
 "단지?"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러브송을 쓰는 것에 집착하는 기분을 역시 모르겠달지……. 만든 노래로 상대한테 프로포즈하고 싶다거나?"
 "그런 안쓰러운 짓은 안 해요……. 어느 쪽이냐 하면, 제 안의 각오 같은 거려나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똑바로 마주볼 수 있게 되고 싶다.
 해피하고 반짝거리는 말들을, 비웃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키타 씨 같은 노래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키타 씨 옆에 있을 수 없다.
 만약에 키타 씨가 허락해 준다고 해도, 키타 씨에게 애타는 내 연심이 그런 어리광을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같은 말은, 키타 씨 앞에선, 절대로 못 하지만 말이야.

 "죄송해요. 그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 노래를 써 내면,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은 한 걸음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저는 그 사람한테서 배웠으니까요."

 아차, 마음이 앞서서 안 할 말까지 말해 버렸다.
 키타 씨가 흐뭇하단 느낌으로 싱글벙글 지켜보고 있어……. 부끄러어…….

 하지만 기분탓일까, 키타 씨, 한 순간 괴로운 표정을 지은 것처럼 보였어…….
 "그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다" 같은 내치는 식의 말은 하지 말아야 했을지도.
 대화를 너무 못해서 괴롭다…….

 하지만 키타 씨는 금방 상냥한 웃음을 되찾고는, 이렇게 말해 주었어.

 "히토리 짱이 그런 식으로 말하게 하다니, 엄청나게 멋진 사람인 모양이네. 나, 히토리 짱의 사랑을 응원할게."
 "가, 감사합니다……?"

 키타 씨, 사람이 너무 좋아!
 더욱 더 사실을 말하기가 힘들어져 가……!
 뭐어, 적어도 이 노래를 완성시키기 전까진 프로포즈를 할 예정도 없으니까 별로 상관 없지만!

 그래, 결국 문제는 가사라고.
 어떡하면 나나 료 씨가 납득할만한 러브송을 쓸 수 있을까.
 키타 씨와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잠겨 있자니, 문득 키타 씨가 고개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생각한 건데……러브송 그 자체가 아니라, 러브송을 쓰고 싶다-! 하는 마음을 노래하면 어때?"
 "에?"
 "아, 미안! 하지만, 지금 내가 제일 알고 싶은 히토리 짱의 마음은, 왜 그렇게 러브송을 쓰고 싶은지였으니까……."

 러브송을 쓰고 싶은 자신을 노래한다?
 그런가, 그런 길도 있었나……."
 눈이 확 뜨인 기분이다.
 하지만 정작 키타 씨는 "나도 참, 쓸데없는 말을 했네." 라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내가 말해 놓고 뭔가 머릿속이 뒤죽박죽 돼 버렸어. 이래선 괜히 더 혼란스럽지?"
 "아니요……그거라면 쓸 수 있어요."
 "그래!?"

 지금의 꼴사나운 나를, 듣기에 그럴듯한 프레이즈로 포장하기만 하면 되는걸.
 맨날 하는 일이고, 낙승이야.
 하지만 좀…….

 "쓸 수 있기는 한데요……그건 치사하지 않아요? 감상문을 써 오란 말을 들은 초등학생이 뭘 쓸지 못 정한 끝에, '감상문을 써 오라'는 과제 그 자체에 대한 감상을 써 왔다, 같은 얍삽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들으니까 확실히 좀 아니꼽네……히토리 짱, 역시 표현력이 대단해……."
 "아니, 그런 걸 칭찬해 주셔도."
 "뭐, 뭐어, 아무튼!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단은 러브송을 쓰고 싶어-! 란 노래를 만들고, 그 다음에 진짜 러브송을 써 보는 건 어때? 애초에 사람이란 금방 바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라.
 확실히 잘 생각해 보면, 자신도 타인도 신음을 흘릴만한 러브송까지 한걸음만에 도달하려고 하다니, 너무 뻔뻔한 발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야심만 커다란, 잘난척꾼의 안 좋은 부분이 나와 버렸네.

 "그리고 단계를 밟아 나가는 편이, 팬 친구들도 안심하지 않을까 하고. 앞으로는 러브송도 할게요! 라고 노래로 전하면, 다음부턴 좀 더 러브송을 쓰기 쉬운 '분위기'가 되잖아?"

 분위기라.
 정말로 키타 씨 다운 사고방식이다.
 키타 씨 본인은 자신이 없는 건지, 금방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얕은 생각인가?"
 "아니요, 팬을 향한 결의표명을 겸한 곡이란 건 그럭저럭 예가 있어요. 제가 요즘 마음에 들어서 계속 반복재생하고 있는 곡이 있는데……얼핏 보면 겉도는 짝사랑 노래로 들리는데, 배경을 파 보면 '밴드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앞으론 팔리는 노선의 곡을 쓸 각오를 했다'는 결별의 노래가 되거든요."
 "심오한걸……그런 노래가 있는 줄은 몰랐어. 역시 난 한참 공부가 부족하구나."
 "자기도 모르게 그 발상에 도달한 게 더 대단한 것 같은데요……."
 "그럴 리가. 나는 그저, 히토리 짱에게 바라는 걸 그대로 입밖에 냈을 뿐인걸……. 오히려 바람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할 정도야."
 
 아아, 키타 씨는 어디까지나 내 마음을 알고 싶어해 주는구나.
 미안하다고 키타 씨는 말하지만, 미안한 건 내 쪽이다.
 내가 숨기고 있는 건 기껏해야, 키타 씨를 좋아한다는, 그런 흔해 빠진 욕망에 불과한데.

 내가 비겁한 침묵을 관철하고 있는 뒤에서, 키타 씨는 표정을 찌푸렸다.

 "역시 소중한 친구가 어떤 마음인지 모른다는 건 불안하고……나한텐 료 선배 같은 육감도 없으니까, 제대로 말로 전해 줬으면 해. 이런 진부한 생각을 해 버리는 건 내가 아무런 특기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도 너무 혼자 끌어안는 면이 있으니까……키타 씨가 와 주셔서 살았어요."
 "그래……그럼 다행이야."

 나는 기운을 얻었는데, 어쩐지 이번엔 키타 씨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네…….

 키타 씨는 언제나, 내가 앞으로 나아갈 계기를 주는 사람이다.
 적어도 지금 나는, 키타 씨가 와 줘서 구원받았다.
 그것만이라도 전해 졌으면 좋겠는걸. 어떡하면 전해질까.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에 올려진 키타 씨의 손.
 새하얗고 윤기가 난다. 스킨 같은 걸 쓴다고 그랬었지.
 버석버석하고 거친 내 손하곤 전혀 다르다.

 어떡하지……나 같은 게 만져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건, 그, 절대로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니고…….
 아니~~~그래도 뭔가 성희롱이 될까봐 무서워~~~.

 그런 식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더니, 키타 씨가 바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기껏 집중하고 있었는데 방해해 버렸네. 나 슬슬 돌아갈게."
 "아……."

 키타 씨가 가 버려……!
 잘 생각해 고토 히토리! 저런 무거운 표정인 채로 키타 씨를 돌려보내도 되는 거냐!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지도?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그렇게 고민하면서, 몇번이나 타이밍을 놓쳐 왔잖아!

 키타 씨와 쌓아 온 시간을 믿어!
 동료와의 유대도 믿지 못하는 놈이 사랑을 노래할 수 있겠냐!
 나도 되고 싶다고! 키타 씨 같은 올곧은 사람이!

 키타 씨의 손을 꼭 잡는다.
 역시나, 키타 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히토리, 짱……?"
 "키타 씨 덕에 고민이 걷혔어요. 저, 이번 작사를 시작하고 나서 계속,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고민하기만 하고……정말 괴로워서……하지만 키타 씨가 받아들여 준 덕분에, 지금 엄청 편해졌어요."

 키타 씨 손을 가져와서, 다시금 양손으로 감싼다.
 겹쳐진 온기를 통해서 내 마음이 전해지고 있기를 바라면서.

 "와 준 게 키타 씨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키타 씨가 없으면 전 정말 글러먹은 놈이네요."
 "그런……치사해."
 "에?"

 키타 씨 눈에서 눈물이 넘쳐 흘렀다.
 에, 잠깐만, 혹시 저질러 버린 거야?

 "키타 씨, 왜 울고……."
 "미안해. 히토리 짱은 아무 잘못도 안 했어……다 내가, 우쭐해 있었을 뿐이야……."
 "우쭐해 있었다고요? 저, 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마. 나도 히토리 짱하고 얘기해서 다행이야……. 있지, 하나만 부탁해도 돼?"
 "부탁이요? 완전 오케이예요! 하나만이 아니라 몇 개라도 하세요!"

 이쪽은 내심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이 실태를 되돌릴 수 있다면 뭐라도 하겠습니다! 란 느낌.
 하지만 키타 씨의 '부탁'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귀여운 것이었다.

 "……조금만 더, 내 손, 잡고 있어 줄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요."
 "고마워……. 이걸로 진짜로, 마지막으로 할 테니까……."

 '마지막'이란 게 무슨 말이지?
 혹시, 키타 씨는 더이상 안 놀러 온다는 말인가?
 나 미움받아 버린 건가?
 하지만 싫어하는 상대한테 '손을 잡아 달라'고 부탁하진 않지?

 어쩌지. 키타 씨 마음을 모르겠어.
 ……그렇구나, 아까 키타 씨가 말한 건 이런 거였던 거야.
 괴로워하는 것만은 확실히 알겠는데,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소중한 사람이 울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게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기분인지.
 실제로 자신이 겪어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한다니, 나는 정말 쓰레기 자식이야…….

 "키타 씨……. 저 어떡하면 좋죠……? 어떡하면 키타 씨 눈물을 멈출 수 있나요……?"
 "신경 쓰지 마. 하지만 그렇지……우리들, 계속 '친구'인 거 맞지?"
 "그야 당연하죠! 저, 키타 씨가 없으면 곤란해요. 나머지는 뭐어, 키타 씨가 저한테 정이 떨어지지 않으면, 되겠죠……?"
 "그렇지……미안해, 이상한 거 물어 봐서. 우리들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지내자."
 "네……물론이죠……."

 왜일까. 아무렇지도 않은, 새삼스러운 말일 터인데.
 '친구'라는 한마디에, 이별하는 듯한, 서글픈 울림이 깃든 것처럼 들린다.
 분하다. 내가 키타 씨처럼 커뮤력이 흘러넘치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마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키타 씨의 마음도 알아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키타 씨가 돌아간 후, 나는 펜을 움직이는 데에 몰두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으면 이상해져 버릴 것 같았다.

 아아, 이제 좀 '인간'이 되고 싶어.
 네 아름다운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제대로 된 '인간'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바라는 주제에 결국 너를 상처입히기만 하고.
 네가 집에서 울고 있을 때 나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런 노래를 짓고 있어.

 남들보다 몇배는 늦게 살아 왔으니까 아직도 이런 데서 발만 구르고 있는 거야.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지 않을래?
 네게서 받은 마음으로 겨우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거든.

 기타밖에 몰랐던 괴수가 너와 만나고 말을 배웠어.
 밤을 지새는 대화의 맛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걸 알았어.
 
 괴수 옷을 벗고 드디어 땅에 발이 닿은 느낌이 들어.
 하지만 있는 그대로 어리광부릴 순 없으니까 조금만 발돋움을 하게 해 줘.
 일단은 꼴사나운 나를 죽이는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너를 웃게 하는 노래.

 네가 준 축복으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단 말이야.
 네게 쏟아지는 저주를 걷어 주고 싶단 말이야.
 있잖아, 그러니까 부탁이야.
 이런 나라도 사랑을 노래하게 해 주지 않을래?

 

원작: 제노의 사람(ジェノの人) 님

원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6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