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쿠치 마코토가 찌른 장검 끝이 미키의 낫에 가볍게 막힌다. 튕겨진 충격을 그대로 이용해 더욱 무겁게 휘둘러 내린다. 하지만 그 칼날이 어깨에 닿기 전에 미키는 스륵 하고 피해 버린다.
"으오오오오오옷!!"
되돌린 장검을 한 순간 잔상만을 남기고 위로 뛰어오른다. 턱을 노리고 베어올린 공격도 낫 손잡이에 받아넘겨져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그었다.
어째서. 단 일격도 닿지 않아――
이 녀석이 유키호를!!!!
"마코토! 너무 앞으로 나갔어! 물러서!!"
치하야의 필사적인 외침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코토의 시야에는 쓰러뜨려야 할 적의 불타는 듯한 붉은 눈밖에 비치지 않았다.
"아, 정말!"
이누미에 올라탄 히비키가 땅을 달린다. 마코토를 감싸려는 듯이 앞으로 나가, 히비키는 미키를 노려본 채로,
"치하야 말이 맞아! 일단――"
"이제 그런거, 질렸어."
우직 하고. 히비키의 몸이 이누미 등에서 굴러 떨어졌다. 눈 깜짝할 새보다 빨리 히비키 등 뒤로 돌아가 칼날을 휘두른 미키는, 재미 없다는 듯이 내뱉었다. 전신의 털을 거꾸로 세우고 있던 이누미가 신기루처럼 흔들리며 사라진다.
"가나하 상!!"
쓰러진 히비키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치하야의 절규도 어딘가 먼 곳에서 울리는 잡음 같았다. 그 어느 쪽도, 미키에게 다가서는 마코토의 발을 늦추지 못한다.
'유키호를――유키호를 잘도……!!'
'나 있지, 조금이라도 약한 자신을 바꾸고 싶어서 여기 온 거야.'
그렇게 말하고 덧없이 웃던 그녀와의 만남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유키호는 분명 강해졌다. 분노로 부들거리는 이오리의 앞에 튀어나가고, 격이 다른 힘을 가진 미키조차 처음에 덤볐을 정도로.
앞으로 더욱 더욱 강해질 터였다. 변해 가는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터였다.
그런데――
연두색과 빨강색으로 빛나는 칼날이 격돌하고 눈부신 섬광을 발한다. 밀어붙이는 두 팔에 더욱 힘을 담자, 마코노가 쥔 장검이 두른 불꽃이 점점 커져 간다.
"확실히 아까보단 훨씬 훨씬 강해. 하지만 있지, 분노나 증오의 검 같은 걸론 미키한텐 절대 안 닿아."
마코토와 칼날을 맞댄 채로 미키가 중얼거렸다.
"그런 거, 미키 쪽이 훨씬 훨씬 깊으니까."
손에 전해져 오던 진동이 갑자기 사라져, 마코토는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칼날에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린다.
'어라……. 난 왜, 이런 상태가.'
덮쳐올 격통은 왜인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사고가 천천히 돌아온다.
그래. 아이돌이 되면 여자애다운 여자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남이 들으면 웃어 버릴 것 같은 그것은, 분명 마코토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코토를 바보 취급하지 않았다.
마코토가 동경하는 소녀상이 그대로 구현화한 듯한 소녀.
마코토에겐 좋은 점이 잔뜩 있다고 웃어 주었던 소녀.
마코토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던 소녀.
가위를 움직이면서 유키호가 했던 말의 의미를 마코토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자신으로 괜찮다면. 소중히 생각하는 소녀를 지킬 수 있다면, 여자애다워지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힘이 빠진 오른손에서 장검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빛을 잃은 그것은 달그락 마른 소리를 내며 지면에 굴렀다.
'맞아, 이 검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검이었을 터였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던 소녀의 방패가 될 것이었다.
'어째서, 나는.'
하지만 지키고 싶었던 소녀는 눈을 뜨지 않는다.
모든 것이 늦고 만 뒤에.
미키는 낫을 뽑아 냈다. 마코토의 몸이 무너진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