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목이 이렇게나 비통한 소리를 낼 수 있단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 외침은 어두컴컴한 돌로 된 복도에 허망하게 울릴 뿐, 누구 귀에도 닿지 않는다.
'그만둬, 놓아줘!'
말 없이 양 팔을 붙잡고 끌고 가는, 강인한 두 남자에게는 닿지 않는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부탁이야, 허니……살려줘…….'
누구보다도 얘기하고 싶은 그 사람에게도, 닿지 않는다. 지금은 분명 멀리 있을,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 사람에게는.
'허니'라 부르며 사모했던, 미키의 전부였던 사람에게는.
그것은 호시이 미키가 백 년의 잠에 들기 전의 마지막 기억.
자신이 갇힌 방과 똑같은 깊이의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왜 잊어버렸을까, 미키는 생각한다.
허니를 지키기 위해 아이돌이 됐는데.
하지만 잠자는 공주를, 하루카를 쓰러뜨린 미키에게 달려오는 허니를 당시의 학원 사람들은 위험하다며 억지로 말렸다. 그렇게 미키는, 외톨이. 소중한 사람에게서 떨어져 땅 밑의 어두운 방에 처넣어졌다.
허니의 얼굴도 제대로 떠올릴 수 없는데. 자고 있을 때의 기억까지 되살아난다.
계속 이어지는 어둠.
몇 년이 지났을까. 아니, 몇 년이든 관계 없다. 어차피 미키가 눈을 떴을 때, 거기에 허니는 없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잠자는 공주든 뭐든 되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이런 슬픈 일이 미키 이전에도 계속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분명 앞으로도. 누군가가 어쩔 도리 없는 절망을 끌어안고, 하지만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백 년의 잠에 들게 되겠지.
그런, 그런 세계는 말야.
'미키가, 끝내야 해――'
이 연쇄를 끝내야 해. 누군가가 슬퍼하기 전에. 이 손으로.
그 파괴충동도 틀림없는 미키의 바람.
아직 보지 못한 누군가를 향한 작은 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이 조금 형태를 바꾸어버린 것을, 누구도 눈치채 주지 않았다. 그야 요 백 년간, 아무도 옆에는 없었는걸.
단 한 명의 소중한 사람조차.
긴 절망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 미키는 더이상 아무런 기억도 남아있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과 보냈던 추억조차. 하지만.
오직 하나 마음에 있던 등불과 같은 소망을 가슴에, 혼자 뿐인 세계에서 미키는 다시 낫을 잡는다.
눈앞의 두 소녀를 향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채찍질한다.
칼날이 치하야에게 닿기 직전에 이오리가 그녀와 함께 번개가 되어 단번에 미키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금방 원래 몸으로 돌아온 이오리가 비틀거리고, 치하야가 그 윗몸을 받쳤다.
그런 두 사람 앞에 조용히 진홍빛 불꽃이 일었다.
그 안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미키에게 슬프고도 결의가 담긴 눈을 향하는 것은.
――하루카. 이제 끝내자.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