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 왜 모르는 거야! 미키랑 하루카는 이제, 이런 세계는 필요 없어! 하루카도 아이돌이잖아! 잠자는 공주의 절망을 알았잖아! 어째서!!!!"
절규하는 미키가 두 팔을 들어올리고 천천히 공중의 삼각형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루카가 언월도로 크게 공중을 베자, 거기서 폭염이 피어올랐다. 생겨난 불꽃은 아무런 기반이 없는데도 어두운 밤을 집어삼키며 점점 번져 간다.
"'아이돌'이라서가 아니야. 내가 '아마미 하루카'라서도 아니야――"
빛나는 삼각형이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덮쳐 오는 그것을 불꽃으로, 스스로의 검으로 떨쳐내며 하루카가 외쳤다.
"난――아마미 하루카니까!"
백 년 전의 '하루카' 같은 건 모른다.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지금 여기에 있는 하루카다.
나 같은 사람에게 웃어 주었던 하루카다.
네가 거기 있어 준다면.
나도 마지막 한 조각까지 이 목숨을 불태우리라.
대지를 차고 하늘을 뛰어간다. 네 옆으로.
기세가 약해진 불꽃 앞으로, 남아 있는 모든 힘으로 방패를 편다.
부서질 것 같은 두 팔을 앞으로. 이 손이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도록.
연두색 섬광이 사라지고 시야가 트였다. 하루카와 함께, 더욱 위로. 미키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정지하자, 미키는 들어올린 채로 있던 두 팔을 우리들에게 내밀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키의 절규에 호응하듯이 공중의 삼각형이 세 배로 늘어났다. 그것들이 그녀의 손바닥 앞으로 모여, 겹쳐져, 거대한 육망성을 밤의 어둠에 그려 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해, 저건. 저런 지독한 건 백 년 전의 나도 꺼낸 적 없어."
간신히 쓴웃음을 지으면서 하루카가 한숨을 쉬었다.
눈앞에는 잔혹할 정도로 아름다운, 연두색으로 반짝이는 절망의 빛.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은 평온했다.
힘을 전부 쓴 내가, 애초에 이렇게 공중에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몸 깊은 곳에서 조용히 맥동하는 이 힘의 근원이 무엇일지, 나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힘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하루카를, 모두를 지키는 건 나다. 다른 누구에게 넘길까보냐.
미키가 만들어낸 육망성이 폭발적인 빛으로 공중을 찢고 부수었다.
방출된 힘의 격류에 삼켜지면서, 하루카와 함께 정면에서 그것을 받아 낸다.
옆에 있는 하루카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뻗고 있는 팔도 이제 오래 견디진 못할 것 같다.
하루카가 날 보았다. 그 눈이 내 눈동자를 비추고, 쓸쓸히 웃었다.
아직 아무것도.
네게 전하지 못했지만.
이 마음은 전해지는 것일까.
힘을 계속해서 방출하는 미키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이 힘……. 너도 아이돌의 힘을 가졌단 말야――?"
미키는 누군가 한 사람을 깊게 사랑했던 거겠지. 굵은 줄기 같은 확실한 마음은, 하지만 그것만으로 계속 서 있기엔 불안정했던 건지도 모른다.
하루카는 분명 모두를 사랑했다. 하지만 뿌리처럼 뻗은 그 마음에는 절대적인 기반이 될 누군가가 없었던 것이겠지.
두 사람의 마음이 틀렸던 게 아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거다.
먼 아래 지상에서 쌍둥이가 외친다.
"안 돼! 새로운 잠자는 공주가 태어나버려!!"
거기엔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옆에도,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
확실한 인연을 키운 모두가 있다.
어쩔 도리 없는 마음 끝에, 그대가 있다.
"하루카."
살짝 이름을 부른다.
하루카는 한 순간 결심한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곧 내가 정말 좋아하는 웃음을 짓고, 내게 손을 뻗었다.
"――치하야 짱이라면, 괜찮아."
분명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도, 있었던 것이다.
자.
내 전부를 빼앗을 수 있다면 해 보라고.
"――하루카. 나, 아이돌이 될게."
하루카의 손을 꼭 잡는다.
이 손 만큼은 놓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대지에 서서 하늘로 줄기를 뻗는 벚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듯이.
지금. 그 때의 약속을 이루자.
빛에 둘러싸여.
내 바람이 아이돌의 옷을 만들고,
내 기도가 아이돌의 힘을 양손에 쥐게 한다.
천천히 눈을 뜬다.
먼 아래 지상에서 은발 소녀는 말한다.
"한 쪽 뿐인 붉은 눈. 설마――"
분명 지금 내 의식은 모두를 향한, 모두의 마음이 붙잡아 주고 있는 것이겠지.
하루카를 향한 마음도, 슬픔의 연쇄 중 하나로 끝내게 두지 않는다.
만약 긴 잠에서 깨어나 곁에 아무도 없게 되더라도.
나, 널 잊지 않을 거야.
내가 사랑한 세계를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
양손에 잡은, 칼날이 없는 그것을 휘두른다.
푸른 빛이, 넘쳐나는 절망을 계속해서 쏘는 잠자는 공주의 힘, 미키를 집어삼킨다.
푸른 반짝임이 아침의 빛처럼 학원으로 쏟아져 내렸다.
오직 혼자서 모든 것에 도전하려던 소녀의 눈에선 붉은 빛이 사라지고.
밤의 어둠이 밝아져 간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