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두 사람이 쓰러졌다. 이쪽이 세 명 줄어서가 아니라. 미키의 속도는 하루카가 나타나기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 혼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초조와 공포가 등을 차갑게 쓸어내린다.
"――준비체조는 끝인 거야."
몸을 뒤집은 미키가 여러 개의 광탄을 쏘며 달려든다. 날아오는 연두색 빛을 벽을 출현시켜 막으면서 후퇴. 두 장의 벽을 미키를 향해 쏘아도, 미키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것을 피하고 눈 앞에서 낫을 휘둘렀다.
"――큿."
직전에 새로운 벽을 만들어 내지만, 직격한 기세를 꺾지는 못하고 더욱 뒤쪽으로 날려간다.
단 일격으로 이 위력…….
흙먼지를 날리며 굴러가 지면에 온 몸을 맞는다. 바로 일어서려던 두 다리가 무너졌다.
다시 미키는 화살처럼 거리를 좁혀 온다. 몸을 어떻게든 지탱하고 있는 두 팔이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이제――
미키가 승리의 웃음으로 이를 보였을 때.
한 줄기의 번개가 나와 미키 사이의 지면을 굉음과 함께 날려버렸다. 미키가 뛰어서 물러나고 낫을 정면으로 고쳐 잡는다. 원형으로 파인 그 중앙에,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똑바로 서! 치하야!"
늠름한 목소리가 밤의 어둠에 울린다. 긴 머리칼을 흔들며 주변을 둘러본 그녀는 미키를 보고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꽤나 심한 꼴인걸."
"미나세……상?"
뒤돌아본 그녀가 무언가 분한 듯이 시선을 떨구었다. 금방 그 눈을 내게 똑바로 향한다.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는데――난 어떡하면 돼?"
"그녀를――미키를 멈출 거야. 힘을 빌려줘."
미나세 상은 손을 뻗어서 날 일으키고 나서, 미키에게 찌르는 듯한 눈을 향했다. 평소의 자신과 자랑스러움을 깃들인 씩씩한 웃음을 그 얼굴에 띄운다.
"네가 '미키'구나. ――좋잖아."
"뭐가 뭔지 모르겠는건 미키 대사인 거야! 맨날 맨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방해만 잔뜩!!"
"안심해도 돼. 이 이오리 짱이 온 이상, 이걸로 마지막이야."
분노로 얼굴을 찡그린 미키에게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미나세 상의 오른손이 분홍빛으로 빛나는 번개를 둘렀다.
"드디어 봐주지 않고 쏠 수 있겠――네!"
공중을 때리듯이 휘둘러진 손에서 미키를 향해 전격이 쏘아졌다. 그것을 낫을 일섬하는 것으로 튕겨낸 미키가 우리들을 보고 질주해 온다.
"이 정도론 의미가 없나. 덤으로 무시무시하게 빠른걸."
"속도로는 못 이겨! 방어에 전념해!"
"그건 어떨까. ……야요이한테는 쏴 놓고 자기한테 쓰는 건 주저한다니, 그런 바보같은 얘기 있을 리가 없겠지."
중얼거린 미나세 상의 몸이 발끝부터 반짝임에 싸여 간다. ――아니, 이번엔 두르는 게 아니다.
미나세 상 자신이, 번개가 되어 간다――?
"될 것 같네. ――어때? 꽤 빠를 것 같지 않아?"
온몸을 분홍빛 번개로 재구성한 미나세 상이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미키의 등 뒤로 돌아갔다.
경악의 표정을 띄운 미키는, 하지만 무시무시한 반응속도로 돌아보듯이 낫을 휘둘렀다. 그 몸이 공중으로 튕겨나갔다. 미키를 쫓듯이 분홍빛 번개가 하늘을 달린다.
미키 주위를 돌면서 미나세 상이 하는 공격을, 미키는 전방위로 낫을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계속 방어한다.
저런 식의 능력 사용――조금이라도 컨트롤을 잘못하면 미나세 상의 사지는 입자가 되어 산산히 흩어질 것이다.
동체시력을 한계까지 강화해서 어떻게든 쫓아갈 수 있는 속도로 미나세 상은 전격을 쏘고, 주먹과 다리를 내지른다.
애초에 상대는 그 미키다. 미나세 상도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것만으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무섭지는, 않은 것일까.
……아니. 날 일으켜 준 손은 분명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약함은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듯이.
지금 미나세 상은 공포나 포기마저 자신의 힘인 것처럼 주먹에 싣고 있다. 그것이 일격을 빠르게, 무겁게 만든다.
그녀는 저렇게 강했었던가――
미나세 상이 미키에게 육박해 초근거리에서 전격을 쏜다. 번개에 어깨가 타면서도 한 순간만 움직임을 멈춘 사람 모양의 번개에, 미키가 칼날을 휘둘렀다.
"위험해!"
광속의 공방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는 대지를 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뻗었다. 출현시킨 벽에 낫의 궤도가 빗나가고, 미키는 증오스럽다는 듯이 같은 고도로 향하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쓸데없는……참견, 이야."
미키와 거리를 벌리고 내 옆에서 번개화를 푼 미나세 상이 어깨를 들썩이며 평소대로의 말을 던졌다.
평소엔 좀 신경에 거슬리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무척이나 마음이 든든하다.
"그것 치곤 상당히 괴로워 보이는데?"
"시끄러. 네가 손을 안 댔으면 지금쯤 저 녀석은 지면에서 울상을 지었을 거라고!"
이를 드러낸 미나세 상이었지만 금방 표정을 진지하게 만들고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이 번개화는 앞으로 한 번, 덤으로 아주 잠깐밖에 못 갈 것 같아. 네 얄팍한 벽으론 미키 머리에 혹을 만드는 정도밖에 못 할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결정적인 일격을 때려 넣을 거야."
"얄팍한 벽이라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그 능력, 쓰게 해 줘. 일단――"
미나세 상이 제안한 작전에 가볍게 끄덕여 보인다. 과연, 확실히 의표를 찌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지면에서 허수아비처럼 멍하니 서있던 너한테도, 하나쯤은 생각이 있겠지?"
"……귀 좀 빌려줘."
미나세 상의 번개화. 그것을 가장 적절하게 살릴 방법.
"――미나세 상, 할 수 있지?"
"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뭐, 일단은……."
시선을 동시에 미키에게 향한다. 이쪽에 등을 돌리고 한 손을 뻗은 그 끝에, 맥동하듯이 떨리며 점점 커져 가는 에너지 구체.
"저걸 막아 내야, 겠지."
미나세 상 앞으로 뛰쳐나가 양손을 앞으로 내미는 것과 동시에, 미키가 뒤돌아보며 손끝을 우리들에게 향했다. 그녀 등에 있는, 키의 다섯 배 정도 되는 구체에서 수백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리들을 향해 허공을 달려 오는 그것을, 내 등 뒤에서 쏘아진 미나세 상의 전격이 차례로 쏘아 떨어뜨린다. 그녀가 다 막지 못한 것은 내 벽으로 튕겨 낸다.
연두색으로 빛나는 구체 표면을 깎아내듯이 생겨나는 빛의 선이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쏟아진다. 방어를 빠져나간 그것들은 내 팔을 스치고 미나세 상이 작은 비명을 지르게 했다. 하지만――
에너지를 모두 방출한 구체가 작아져서 사라졌을 때, 온 몸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우리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너무 끈질긴 거야!"
미키가 소리치면서 붉은 눈을 찡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우리들을 지면에 내팽개치기 위해 돌진해 온다.
"치하야!"
"알아!"
들고 있던 오른손을 내리고 한 장의 벽을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처럼 방어를 위한 세로가 아니라.
한 변을 미키에게 향하고 눕혀서 출현시킨 벽이 우리들에게서 굉장한 속도로 미키에게 뻗어 나갔다.
"엿차."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서 그걸 피한 미키는 그대로 올라타, 더욱 가속하면서 낫을 쳐들었다.
"일부러 길을 만들어 주다니 친절한 거야!"
물론 그런 걸 위해 준비한 건 아니다. 만들어 낸 반투명한 벽의 표면을 변화시킨다.
벽에 휘감는 것은, 물.
"미끄러뜨려서 떨어뜨리려고 해도 소용 없어."
"그렇지. 하지만 비 오는 날에는 넘어지는 것 말고도, 또 하나 주의하는게 좋은 게 있어."
속도를 늦추지 않는 미키를 향해 미나세 상이 엷게 웃었다. 그 손이 살짝 벽 위에 올라가는 것을, 우리들 눈을 계속 노려보던 미키는 결국 눈치채지 못했다.
미나세 상의 손이 고출력의 전격을 만들었다. 물에 젖은 벽 표면을 순식간에 달린 그것은 발밑부터 미키에게 덤벼들었다.
"윽!!"
자세를 무너뜨린 미키에게 이어서 또 한 장의 벽을 만들어 똑같이 그녀에게 쏜다. 다음에 그 표면에 휘감은 것은 처음부터 번개.
"두 번이나 같은 수는 안 통하는 거야!"
미키에게로 뻗는 그것을 그녀는 몸을 돌려 피하고 날 향해 다가온다.
"텅 비었어, 미키."
등 뒤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미키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벽에 붙인 것은 내가 만들어낸 어중간한 전격 뿐이 아니라.
"으랴앗!!!!!!!"
번개화해서 순식간에 미키 뒤로 돌아간 미나세 상이 혼신의 주먹을 미키의 명치에 내질렀다. 호흡을 멈춘 그녀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지면으로 떨어져 간다.
미키를 쫓아 우리들도 지면으로 내려왔다. 저 고도에서 강렬한 일격을 맞고 떨어졌다. 이제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연기가 나는 금발을 흔들면서 홍안의 소녀가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째서……!"
미나세 상의 목소리가 공포와 경악으로 떨렸다. 하지만 추가로 한 발을 날리려던 그녀 손에서는 한 줄기의 약하디 약한 번개가 미키 발 밑으로 떨어졌을 뿐.
"……미키는, 이 세상을――부숴야만 해."
"왜 그렇게 되는데! 너……'허니'를 위해서 아이돌이 된 거 아냐!?"
미키가 눈썹을 움찔거렸다. 무슨 얘기지? 미나세 상은 미키에세 똑바른 시선을 향하고 말을 이었다.
"구교사 로커에 있던 네 일기를 읽었어. 거기에 소중한 마음이 잔뜩 써 있었잖아! 왜 전부 없었던 것처럼 부수겠다느니 하는 거야!!"
"――허, 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미키의 눈에서,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눈물이 한 줄기 조용히 뺨을 타고 떨어졌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