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Steins;Gate SS]피아망각의 어셈블리(彼我忘却のアセンブリ)

카와즈 2014. 5. 29. 23:51




『 ―… !  …―…! 』


누군가가 울고 있다.
괜찮아.
이건 꿈이야.


『…! …!……오―…!』


이 피웅덩이에 의미는 없다.
시야가 빨갛게 물들어도, 연기로 더이상 숨을 쉴 수 없게 되어도.
이건, 그냥 꿈이니까.


『 오 …카베 …―! 싫어…!』

연기 너머에서 누군가 손을 뻗었다.

『 …   …―! … …-!』

내 손은 아직 움직인다.
나는――스의 손을……

“떠올린다면 어떡하지?”

……잡을 수 없었다.

어중간하게 뻗어진 서로의 손.
서로 손을 뻗으면 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 이걸로 됐어. 」

내 말에, 크――가 뻗은 손이 순간 머뭇거렸다.

그 한 순간으로 충분했다.
열때문에 약해진 벽이 두 사람 사이로 무너졌다.

『 …!  ―… ! 』

이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리―의 그 늠름한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없는 건 아쉽다.

하지만 조금 안심했다.
내가 없어지면, 누구도 떠올리지 못한다.
분명, 이게 최선의――










비■■■■의러■■■ 











정오, 미래 가젯 연구소.


「망년회를 거행한다!」


랩에 들어오자마자 높이 선언한다.
12월에 들어 본격적이 된 추위를, 막 구입한 온풍기가 날려 주고 있다.

「아, 오카린이다~☆학교, 오전까지였구나ー」
「망년회라니, 온풍기 사서 가난에 허덕이고 있던 거 아녔어?」

소파에 앉아 두툼한 책을 읽던 크리스가 의아한 듯 이쪽을 보았다.
코스튬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마유리는…기쁜 듯은 하지만 망년회 때문인지 평소의 성격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뭐, 뭐라고ー”정도도 말하지 못하는 건가, 나의 랩멤들은.
어제까지 우리 연구소의 자금은 집세조차 위험할 정도였는데!

「……좀 더 놀래라. 이 호오인 쿄마에게 금전적, 그리고 물적 지원을 행하고 싶다는 동지는 무수히 있는 것이다!」
「와아ー오카린, 통 빵빵하네ー」

「통 크다고 말해라! 아무튼! 이번 망년회에 있어서 이 몸, 호오인 쿄마의 지갑은 무진장――」
「정확히는 페이리스의 지갑이다냥.」
「우옷, 페이리스!?」

바로 뒤에서 나타난 페이리스에게 말을 잘렸다.
그보다, 기척도 없었는데……?
이녀석, 하나만이 아닌, 설마 이중능력보유자(더블핸드 매지션)!?

아니, 문제는 거기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 페이리스가 그 발언을 해 버리면……

「페리스 쨩이다ー, 뚯뚜루ー☆」
「그래, 페이리스의 호의라는 거구나. 납득했어.」

「그런 거다냥. 어떤 고급 요리점이라도 문제없다냥!」
「와아ー, 멋있어 페리스 쨩!」
「부끄럽다냥ー」

크리스와 마유리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V사인을 하는 페이리스.
그대로 둘 사이로 들어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즉.」


「과연 대지주구나. 하지만 이런 데에 돈 써도 괜찮아? 오카베한테 알바라도 시키면 좋은데.」
「페이리스의 진짜 모습을 알고도 평범하게 대해 주는 몇 없는 사람들이다냥. 페이리스는 뭐든지 한다냥!」
「저기, 저기, 페리스 쨩! 마유시는, 트럭 한가득 바나나가 먹고싶어.」


「……아키하바라의 주인이 자금을 제공해주고 싶어질 만큼, 호오인 쿄마의 카리스마가 훌륭한 것이며…」


좀전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이 몸, 호오인 쿄마에게 말을 거는 자는 없다.


「……훗」

「――크, 크리스티나! 지금 네놈 웃었겠다!?」
「아니, 그치만, 그렇잖아? 후훗, 굉장히, 하찮습니다…후후훗」

「페, 페이리스여! 너 지금 알바 중이 아닌가!?」
「점심 시간이다냥. 그리고ー」

이쪽으로 다가와, 나를 올려다 본다.
음. 다루라면 죽는다. 파츠 숍에 들르거나 해서 늦는다고 했는데, 목숨을 건졌군.

「어제 메일로 한 약속 확인이다냥, 설마 잊어버리진 않았겠지냥?」
「응?」

메일? 약속?

「망년회 자금을 내면 뭐든 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했던 약속 말이다냥」


「「뭐어!?」」


「와아, 오카린하고 크리스 쨩 말이 딱 맞았다ー☆」

크리스와 말이 맞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지만, 지금 말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분명 메일은 했다. 내가 비용 낼테니 망년회 하지 않겠냥?이란 취지의 메일을.

하지만 내용은―



From 페이리스
sub Re4:시선 밖에 전사가 있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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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의 싸움을 또 한 해 마쳤다냥.

조직에 대항하는 자들의 용기를 키
우기 위해서라도, 내가 준비해서 망
년회를 하려고 하는데 어떨까냥?

단지, 거기엔 핏줄의 제한이 있다냥.
쿄마의 몸을 조르게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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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였다고!?

「어이, 기다려 페이리스, 어제 네가 보낸 메일은 확연히 중2――」

『단지, 거기엔 핏줄의 제한이 있다냥. 쿄마의 몸을 조르게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냥?』

제한.

몸을 조른다.

「――어? 그게?」
「그렇다냥.」
「잠깐 잠깐 잠깐! 그런 걸 눈치채겠냐! OK하긴 했지만 그건――」
「“내가 말하는 건 언제나 진실”…이 아니었던 거냥?」

「윽!?」

이, 이녀석――!?
“가져가는” 정도가 아니라 “이용”하다니!

「그 대답은 거짓말이었던 거냥…호오인의 이름도 한물 갔구냥ー……」

「……조…좋다!」

「오, 오카베?」

……실제로 페이리스가 돈을 내 주는 것이다. 여기서 거절하는 것도 면목 없다.
그렇다면, 강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마!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무엇이든 말하도록 해라! 후우하하하!」

「…안 되겠어, 이녀석.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저기 있지ー. 이런 걸 “자포자기”라고 하는거지ー?」
「그래, 마유리는 머리 좋구나~」
「엣헤헤ー☆」

크리스가 마유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페이리스는 즐거운 듯이 웃고, 그쪽을 향해 윙크했다.

「냐후후, 그걸 확인했으니 됐다냥. 그 부탁은 당일에 말하겠다냥.」
「하나만이야! 알겠지, 하나만이라고!」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냥. 페이리스도 점심밥 여기서 먹어도 괜찮을까냥?」
「…? 뭘 사양할 필요가 있나. 넌 소중한 동료다. 아무런 사양도 필요 없다고, 페이리스.」

「…그거, 다른 사람들한테도 말하고 있는거냥?」
「뭘 말이냐.」
「아무것도 아니다냥. 잘먹겠습니냥!」

「마유리는 정말로 머리가 좋구나ー」
「응~~아~~, 흔들리잖아아 크리스 쨩~」
「조수여, 마유리 머리, 빠지겠다.」

어쩐지 유난히 기쁜 듯이 도시락을 먹는 페이리스 옆에서, 어쩐지 크리스가 마유리 머리를 마음껏 흔들고 있었다.




며칠 후.
일찍 겨울 방학에 들어가는 곳도 많은 듯, 아키하바라에도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럼, 14호 상세한 기획은 정해졌어?」
「조수에게 기각당했다.」
「마키세 씨 용서 없슴다. 하지만 기각당할 거 예상하지 않았음?」

다루와 미래 가젯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파츠 숍을 돌아다닌다.
이거다 할만한 용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며 중력을 깨닫듯, 천재의 발상이란 것은 어디서 태어날질 모르는 것

이다.

「무슨 소리냐. 캔따개도 아닌 병따개, 뚜껑이 뻑뻑해서 열리지 않을때 편리하잖아.」
「현실은?」
「…코웃음쳤어.」
「병뚜껑따개로 충분하지 않아?왜 굳이 병쪽을 자르는 거야.」
「로망이다.」

다루는 좀전에 들른 토라노아나에서 에로게를 샀다.
돌아가고 나서 한동안은 다루 주변의 공기가 이상해지겠지.

「나로서는 이렇게, 내 신부들을 입체투영하는 기계가 갖고싶음. 만질 수 있으면 더욱 좋음. 응, 만지고싶음.」
「그렇게 조수에게 제안해 보도록. 이 HENTAI!하는 소리를 안 듣는다면 콜라를 사 주마……음, 메일인가.」

착신음을 깨닫고, 휴대폰을 확인한다.。

「오오, 페이리스가 “망각의 제의”의 계획을 정리했다는 것 같군.」
「오카린, 요전까진 망년회라고 했잖. 언제 이름 붙인거임.」
「시끄럽다, 에로게이머. 흠, 내용은――」

페이리스의 메일을 읽어나간다.
조금 이르지만, 내 생일인 12월 14일에 쿠사츠에 있는 온천여관을 예약해 준 것 같다.

플랜의 가격을 확인해 보니, 닥터 페퍼를 몇천 병이나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페이리스한테 발 뻗고 못 자겠군.」
「과연 페이리스 땅! 우리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태연하게 해 내! 거기에 전율해! 동경해!」

페이리스는 집에는 비밀로 하고 참가한다는 것 같아서, 아키바 가의 차는 낼 수 없다.
이동수단으로서 뭐가 좋을지 얘기해 주면, 버스든 전철이든 예약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

「거기까지 내게 하는 것도 미안하지……음, 차로 가도록 하자.」
「오카린 면허도 차도 없잖음. 모에카 씨는……장거리는 무리인듯. 실력도 차도.」

「훗, 다루여. 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나?」
「어라, 부탁할 데 있음?」
「당연하다. 먼저 가서 기다려라. 찰나의 후, 너희들은 이 몸, 호오인 쿄마를 찬미할 것이다!」
「아마도 에로게 할테니까 무리. 그럼 먼저 랩 가있겠다능.」


브라운관 공방 앞에서 다루와 헤어지고, 나는 그대로 브라운관 공방으로 향했다.

전원을 태울 수 있는 차, 그리고 운전수.

보통 사람이라면 어려운 조건이겠지.
그러나! 아이작 뉴턴과 같이 IQ170을 가진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마!
그 회색 뇌세포는 이미 해를 끌어내――

「거절한다.」

「뭐라고!?」
「뭘 그렇게 놀라냐, 당연하잖아, 응?」
「미, 미스터 브라운, 위대한 랩멤들을 여관까지 데려다 준다니, 이런 영예로운 일이 또 있겠나!」
「꼬맹이들 배웅 마중의 어디가 영예냐. 천철 타라, 전철.」

브라운관 공방 안.
언제나처럼 한산한 가게의 점장, 미스터 브라운이야말로 조건을 만족시키는 인물!
…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거절당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어쩔 수 없지…모에카여!」

작전을 변경해, 뒤를 돌아보았다.
“브라운관 모에”라 적힌 앞치마를 두른 모에카가, 깜짝 놀란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
「너는 면허를 가지고 있지?」

「…장롱면허…지만」
「어이 어이, 이녀석에게 장거리 운전같은 걸 시켰다간 차를 못 쓰게 된다고?」
「하지만 미스터 브라운, 당신이 운전해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가 없다. 지압사, 브라운 관 공방 차의 여벌 열쇠는 가지고 있지?」

「알바…니까…일단은」
「음, 그럼 그걸로 가도록 하지.」
「뭐!? 너 이자식, 뭘 맘대로 우리 공방 차를 쓰려고 하는 거냐.」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미스터 브라운. 공방 알바가 망년회에 참가하겠다고 하고 있는 거다. 공방 차를 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뭐냐, 그 이론은. 애초에 그건 공방에서만 쓰는 차가 아니고…그러니까」
「어찌됐건, 쓸 예정은 없는 거 아닌가?」
「윽……」

“그” 하얀 왜건은, 아마도 SERN의 차일 것이다.
물론 아직 누구도 알리는 없고, 앞으로도 알 생각은 없다.
나는 당신과도 모에카와도――그리고 나에와도, “좋은 이웃”으로 계속 있을 생각이다.

「…그래도 안 돼. 빌려줄 생각 없다.」

그건 그렇고 만만치 않군. 여긴 모에카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휴대폰이 메일을 수신했다.


From 섬광의 지압사
sub 망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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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한거, 진짜야? 망년
회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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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한 사람은 “섬광의 지압사”.
눈앞의 본인은 휴대폰에서 이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신기한 듯한 얼굴을 했다.

「…왜 거기서 네가 의문을 가지나, 모에카.」
「나도…참가해도……돼?」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나? 너도 랩멤이 아닌가. 동료를 두고 갈 리 없잖아.」
「…! …고마워.」

「……」

「에에이, 인사따윈 필요 없다! 너도 미스터 브라운 설득을――」
「……알았다, 그 녀석한테 운전시키면 왜건이 못 버티니까, 내가 운전해 주마.」
「엥?」

갑자기, 미스터 브라운이 깨끗이 승인해 주었다.
아까 전까지는 그렇게 노려보았는데.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됐다. 어차피 이 몸, 호오인 쿄마의 카리스마인 거겠지.

「고맙다, 미스터 브라운! 훗, 너무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문제로군!」

「그 대신, 나랑 나에도 참가할거다.」
「물론이다.」
「…어?」

그쪽에서 말했으면서, 어째서인지 아연해하는 미스터 브라운.

「미스터 브라운, 뭔가 문제라도?」
「아니, 괴롭힐 생각으로 말한 거였는데…」
「사실 우리 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호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호오인 쿄마, 원조해주는 자에게 사례를 아낄 생각은 없다!」

「…오카베, 너 조금 다시 봤다.」
「그럼 집세 인하를」
「그런 극성맞은 부분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구만.」
「아차!」

「…후훗」

가벼운 셔터 소리와 모에카가 웃는 소리가 겹쳐졌다.

「어이, 알바. 뭘 찍는 거냐.」
「…즐거워 보였나?」

나는 한 번, 이것과 같은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건 모에카의 기억에는 없는, 나에게만 남은 “과거”.

「…응」

행동의 의도는 과거 그대로로,
그 미소에는 과거엔 없었던 활기가 있었다.


「뭐, 아무튼 잘 부탁하마. 잘 생각해 보면 눈 보양에도 좋은 기회 아냐! 헤헤헤헤.」
「…미스터 브라운, 전에도 생각했지만 그런 모습은 딸에게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야말로 칼에 찔린다고.



세세한 시간은 나중에 정하는 걸로 하고, 감사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이 시기에 입는 백의는 평범한 방한복이 되어서 훌륭하다.

「…그럼」

다루에게는 찰나 후라고 했지만, 이동수단과 날짜가 정해졌다.
상황을 보는 겸 해서, 루카코에게도 예정을 물어봐 두자. 마유리가 말하기로는 곧 겨울방학이라니 괜찮을 거라곤 생각하지만.


이동중, 페이리스에게 메일을 보냈다.

To 페이리스
sub Re7:시선 밖에 전사가 있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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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비까지 내게 하는건 미안하니
까, 대신 운전수와 차를 준비했다

미스터 브라운과 나에가 같이 올테
니 숙박 인수의 증가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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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보낸 뒤에, 확연히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랩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출은 어쩔 수 없다.
후우하하하, 페이리스여, 나의 양식이 되거라!


「……」


To 페이리스
sub 부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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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반대로 늘려 버려서 미안
하다

사죄로, 부탁한다고 했던 것 어느
정도 무리한 것도 들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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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정도는 하지 않으면 면목이 없지.




「아, 오카…쿄마씨, 안녕하세요.」
「음, 루카코여. 요즘엔 사미다레를 잘 가지고 다니고 있구나. 드디어 자각이 들었나.」

야나바야시 신사에는 여전히 사람이 적었다.
경내 청소를 하는 루카코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그게…점점, 익숙해졌어요….」

익숙해지다니.

「…익숙해진다든가 말하지 마라. 그건 네 힘을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검이다!」
「네…소중히,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웃음짓는 루카코. 그 차분한 미소는, 이전의 쭈뼛쭈뼛하던 루카코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정말이지, 이 몸이 입원해 있던 동안에 세련되어졌구나.」
「쿄마씨…덕분이에요.」
「후우하하하, 당연하지!…그건 그렇고, 우리 랩 멤버+α로 망년회를 거행하게 되었다. 예정은 괜찮은가?」
「예…? 아, 네. 신사 쪽은…괜찮은, 데요…」

그렇게 말하고서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라, 겨울코미 전, 14일에 행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유리와 다루가 화낼테니.」
「아뇨, 저…그게…아니라.」

「음, 뭔가 예정이라도 있는 건가?」

「제가…참석해도…괜찮은가요…?」
「…」

「저…자주…랩에, 가지도 못하고…도움도…」
「……에에이! 왜 이놈이고 저놈이고 영문 모르는 말을 하는 거냐!」

루카로의 눈앞으로 걸어가, 양 어깨에 손을 걸친다.

「엣…?」
「루카코! 네가 지금! 옷깃에 달고 있는 건 뭐냐!?」

「래, 랩멤, 뱃지…예요.」
「그렇다! 그걸 달고 있는 자는 누구냐!? 랩멤이다! 동료다!」
「동료…」

「내가 그것을 넘긴 시점에서, 랩에 안 오건 두번다시 만나지 않건 기억을 잃건 원래는 적이었건 간에! 그 녀석은 랩멤이다! 알았겠지, 루카코!」
「……아, 네…!」

「감사…합니다…」

배지를 한 손으로 만지면서, 이쪽을 향해 명랑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보통 여자라면 이길 수 없을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남자다.




「……알았으면 됐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로라도 연락하마. 마음이 내키거든 사양말로 랩으로 오도록.」

「네, 조심해서 가세요…그, 엘, 프사이…콩가류」
「콩그루다! 루카코여, 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런 거 아니, 에요…! ……콩그, 루?」

「음, 그걸로 됐다.」

루카코와 헤어져, 계단을 내려가면서 머플러를 턱쪽에 다시 감았다.

「……」

하지만 남자다, 라.

다른 세계선에서는 루카코는 확실히 여자였던 때도 있었다.

약 반년 전.
α세계선, D메일을 보내기 전의 말을 떠올린다.


『이런 경험을 할 거였으면, 여자같은 거 되고싶지 않았다』


지금의 루카코는 그 마음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
내 등에서 감정을 토로했던 것도, 메일 송신 버튼에 올린 내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겹쳐, 바랐던 자신을 지웠던 것도.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나 혼자다.


……결국, 전부 자업자득이겠지.

그 고통을 겪도록 한 것은, 흥미 본위로 미래를 바꾸어버린 나 자신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상,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 때,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 때, 라디오관에서 나와서 메일을 다루에게 보내지 않았다면.


마유리를 몇번이나 괴롭게 하는 일도,

스즈하에게 그런 절망을 짊어지게 하는 일도,

페이리스에게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두번 경험시키는 일도,

루카코의 마음을 희생하는 일도,

모에카나 텐노지 부녀를 그런 결말로 이끄는 일도 없이.



――그리고, 크리스는 죽어 있었겠지.


내가 바꾼 것은 결국 그것뿐이다.

제3차세계대전을 회피했다는 것도 있다.

그러나, 결국 미래는 알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SERN이 타임머신을 완성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런 먼 일 보다는.


「……늦어. 금방 돌아오는 거 아녔어?」

지금 이 녀석이 랩에서 잘난 듯이 뽐내고 있는 기적을, 행복이라 생각하자.


「…다루는 어디로 갔지?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이 몸, 호오인 쿄마의 카리스마를 통감하게 해 주려고 했더니만.」
「돌려보냈어! 갑자기 옆에서 HENTAI 게임을 시작했다고!」
「마유리는 이미 익숙해졌어. “야하네~”정도는 말하지만.」
「그 정도로 물들긴 싫어! 오카베, 커피!」

묘하게 찌르는 듯한 말투.
커피를 타는 동안, 등 뒤에서 책상을 쿵쿵 치는 소리와 발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교대로 들려왔다.
덧붙여서 차와 운전수를 멋지게 확보한 것을 전했더니 「그래」한 마디만 했다.

「…조수여, 뭘 안절부절 못하고 있나?」
「…별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거 아냐.」

등 뒤에서 들려온 부정의 말은 확실히 초조해하는 것처럼 들렸다.

「왜 그러나. 뭔가 고민이 있으면 말해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테니까.」
「………」

커피를 두 잔 타서 테이블에 두었다.
크리스 쪽에는 각설탕을 두 개 넣었다.

처음에는 취향을 알고 있다는 데에 놀라기도 했고, 뭔가 떠올릴 듯 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익숙해진 듯 자신도 모르는 기억이 이러저러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있다.

「넌, 소중한 동료니까.」

α세계선에서 효과가 컸던 대사.
지금도 당연히, 크리스에겐 유효――

「………」

갑자기 크리스의 눈이 번쩍였다.
어라? 화났다? 지금 대사로? 어째서!?

「팔방미인.」
「뭐?」

이쪽을 노려본 채로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위험해. 무섭다. 한시라도 빨리 달래고싶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
「네.」

호오인 쿄마가 나오질 않는다. 본래의 한심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그렇겠지.」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이전에도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 루카코의 고간을 만지작거렸을 때였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불공평하잖아!?

「딱히, 너한테 거기까지 기대 안 해.」

얼어붙는 듯 했던 크리스의 시선이, 갑자기 흔들렸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

압도적이었던 태도가, 갑자기 연약해져 간다.
크리스는 불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환기하려고, 창문 열어뒀었거든.」

「아래에서 얘기하던 거, 들렸어.」

「조금 전에 우루시바라 군한테서 메일이 왔어. 엄청 기쁜듯한 말투로.」

「며칠 전인가에도, 페이리스한테.」

띄엄 띄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무릎 위에서 손이 꽉 주먹을 쥐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나. 가끔, 자신이 이해가 안 가.」
「크리스티나.」

「오카베, 나」

「…그 날이냐?」
「…응. 그 날, 오카베와 재회한 뒤부터, 나는―」

「아니, 그게 아니라. 한 달에 한번 있는, 여성 한정의」


아. 크리스의 털이 거꾸로 서


「오카베에에에에!!」
「기다려 크리스티나! 책상은 그만둬! 다른 캐릭터야 그건!」


……놀리는 듯한 말을 한 건 본심이 아니고,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표정과 그 목소리가 라디오관의 어둠속에서 떨고 있던 크리스와 겹쳐져서, 불안한 거라는 걸 알고 말았다.

그건 착각이다.
넌 이해하지 못했다.
『동료』와『좋아한다』는 다르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소중한 동료이기도 하고, 더욱 소중한 여자이기도 하다고.

지금 이 마음을 전해 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여러 세계선에서 길러진, 사라지는 일 없는 이 마음을.

재회한 당초에는 당장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배지를 건네거나 랩으로 안내하거나, 여러가지 관계있는 단어를 말해서 떠올리게 하려고 했다.
크리스와, 그 3주간의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서.
마지막 말의 다음이 듣고 싶어서.

……하지만.

문득, 생각했다.
크리스의 리딩 슈타이너가 만약 완전히 발동한다면, 그 녀석은 타임 리프 머신도 떠올리게 된다.
분명 크리스는 세계에 그것을 공표하려고 하겠지. 자신이 대성시킨 이론을 세상에 공표하지 않는다니, 뼛속까지 과학자인 그 녀석엑겐 불가능하다.

현단계에서는, 아직 SERN은 타임머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미래에 제3차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을 보면, 각국도 개발 의욕은 당연히 있다.
거기에 갑자기 나타난, 타임 리프 이론. 크리스는 당연히 노려질 것이다.

크리스를 또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 뿐만이 아니다.

크리스 이외의 리딩 슈타이너도, 절대로 반가운 것은 아니다.
미스터 브라운이나 모에카, 나에가 발동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치명적이고, 마유리도 루카코도 페이리스도, 나 때문에 지게 된 고통을 떠올리게 되어 버린다.
슈타인즈 게이트에 도착한다는 나의 행동은, 스즈하가 태어난다는 미래를 미확정으로 만들었다.
다루에게 있어 딸을 없애버린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나는 모두에게서 원망받겠지.

……그건, 아주 무서우니까.

“리딩 슈타이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동시키려 해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부터,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두었다.
고백은 분명 트리거가 될 테니까.
결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내보이지 않도록 했다.


누구도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않는 게 가장 좋다.


……그래도 떠올리고 만다면 무엇이 원인이지?
『누구』의 행동이 원인이지?

나는, 누구 곁에도 있어선 안 되는 게 아닐까?


「――오카베?」

가라앉아 있던 사고가 크리스의 목소리로 부상한다.

「…무슨 일인가, 조수여. 커피 리필인가?」
「요즘, 자주 그러네.」

「말없이 가만히 있는 것 말인가? 천재는 사고량이 방대하다.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예전엔 원래 그랬다.」
「그런 어두운 얼굴로?」

그 말을 듣고 놀라 크리스의 얼굴을 보았다.
눈썹을 찌푸리고, 그 눈은 아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나.」
「엄청. 오카베는 금방 얼굴에 나오니까.」
「음…조수도 상당하다만.」
「후훗, 그럴지도.」

둘이서 웃는다.

……역시, 나는 이 시간을 버릴 수 없다.

이 무슨 우유부단.
혼돈의 미래를 바라는 호오인 쿄마쯤 되는 자가, 정말이지 한심하다.

「조금 더 용기가 있으면 말할 수 있을텐데.」
「음?」
「망년회, 기대할게.」
「망년회가 아니다, 크리스티나여. “망각의 제의”라고 해라!」

「네 네, 중2병 중2병. 돌아갈테니까 바래다 줘.」
「조수여…사람에게 부탁할 때에는」
「아아, 벌써 밖이 깜깜하네. 저녁 밥도 아직이고, 요시노가도 괜찮으니까 먹고 가자.」

크리스가 컵라면 용기에 들어 있던 마이 포크를 꺼내, 주방에서 가볍게 씻는다.

「…적당히 하고, 젓가락질 연습을 해야겠군.」
「그럼 포크같은 거 선물 안 했음 좋았잖아.」
「젓가락을 잘 쓸 수 있게 되면 다음엔 마이 젓가락을 선물해 주마.」
「…연습해 볼게.」


그런 느낌으로 나날을 보내고.
12월 14일, “망각의 제의” 날이 찾아왔다.








『…심야――…히야마 빌딩에서, 화재가…―… ―』 






비■■■계의러■레■ 







 『탄…―에서 대…생…― …베 린타로…씨의 시신이…―』










당일 오후, 쿠사츠의 온천 여관 「에키나리야」에서.


「「우와아ー! 커다란 방이다ー!」」

「나에씨와 발언이 똑같다니 왜임, 마유 씨.」

마츠노마라고 불리는 그것은, 원래 15인 이상 손님들이 쓰는 방이라고 한다.
30평은 될 것같은 광대한 면적에는 깨끗하게 다다미가 깔렸고, 족자에 생화, 둥근 창문에서 보이는 정원,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뭐, 즐거워 보이니까 된 거 아냐?」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흥분하고 있다니. 빈곤하구나, 조수여. 푸어세븐으로 별명을 바꿔줄까? 응?」
「앞구르기 하면서 말하지 마! 네가 훨씬 흥분하고 있잖아!」

「냣, 쿄마 재밌어 보인다냥! 페이리스도 할래냥!」
「판치라라고 해서 왔습니다.」
「아, 안 돼요, 페이리스 씨.」

「캬아, 평소 운전하던 것보다 배로 지쳤어. 어이, 알바. 어깨 주물러 줘.」
「………」
「…누가 진동 켠 휴대폰을 어깨에 갖다대라고 그랬어.」

짐을 두고, 잠시 차를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온천 전세냈으니까 모두 같이 들어가자냥.」
「자, 잠깐! 남성진도 있는데 무슨 생각을…」
「조수여, 전세냈다고 하더라도 남녀는 평범하게 나뉘어 있다.」

「…아.」

「크리스 쨩, 야하네~」
「아, 아냐.」
「마키세 씨 말야, 솔직히 이 중에서 제일 에로하다고 생각함. 발상이.」
「하…하시다한테 들으니까 힘빠져…」

「에로스티나.」
「오카베에!」
「왜 나한테만 화내는거야!?」

「아빠, 이 족자 재밌어. 비싯! 이래!」
「…뭐야, 그건.」
「세, 세계관은…이어져 있으니까요…」
「…혼돈…」



몇시간 후.



「이야ー. 온천 전세라니,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을 줄은 몰랐구만.」
「정말이다. 조직에게 쫓기는 몸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아니면 안심하고 쉴 수가 없다.」
「저, 노천 목욕 자체가, 처음이에요…대단한, 경치네요.」
「혼욕이라면 더 좋은 경치였을텐데.」

「들려, HENTAI!」


날이 저물기 시작하고 나서 모두 같이 온천에 들어가기로 했다.
남녀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곳은 노천 욕탕.
말소리는 서로 잘 들린다.


「무슨 일이냐, 에로스티나여. 처음에 혼욕이라 생각했던 건 누구였지? 응?」

「아아ー크리스 쨩, 그거 마유시 비누야ー. 던지면 안 돼요.」
「핫, 미, 미안 마유리. …오카베! 너 나중에 두고 보자! 그리고, 그거 진짜 좀 봐 줘.」

「후우하하하! 자신의 경솔함을 저주하거라!」

「어라? 페리스 쨩이 없는데ー?」

「서, 설마 이쪽에!? 내 디카 방수 됐던가!?」
「비닐을 써라, 하시다!」
「…올 리가 없잖아, 변태들.」

전에도 생각했지만, 미스터 브라운과 다루는 그쪽 방향으론 마음이 잘 맞는 것 아닐까.

「…아빠?」

「나, 나에! 아니란다, 아빠는 어디까지나 일반론을」

「……윽!?――윽!」

칸막이 너머에서 들린 이상한 소리에 미스터 브라운이 당황하기 시작한 직후,
여탕에서 물을 튀기는 큰 소리가 들렸다.

「푸하아! 역시 모에카는 크다냥!」
「…그, 그만…!」
「재밌어 보인다ー. 마유시도 끼워줘ー」

계속해서 들려오는 여러 웃음소리.

「오, 오카베 씨.」
「루카코여, 내 이름은?」
「아…쿄, 쿄마 씨, 하시다 씨가…」
「응?」
「코피를…」
「내버려 둬라. 머리에 몰린 피를 좀 빼야지.」
「테, 텐노지 씨도…」
「……그 두사람한테 가까이 가지 마라. 너한테도 카메라를 들게 해서 특공시킬테니.」

그렇다곤 해도, 거유 삼인방이 장난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머리에 피가 몰릴 것 같다만.

「괜찮아, 크리스 언니. 나보다는 크잖아?」
「나에, 그건 위로가 안 돼….」

활기찬 목소리에 섞여서 크리스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도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내버려 두도록 하자.








「아ー, 일단은, 수고했다! 그렇게 말해 두마!」



「어이, 하시다. 나에 옆에 앉지 마. 나에~, 아빠랑 알바 사이에 앉자~」
「잠깐, 텐노지 씨 너무함. 확실히 요즘 시끄럽긴 하지만.」
「모에카 언니, 이거 뭐야?」
「……아마도, 조개…? 다 못 먹으면, 먹어 줄게…」
「있지 있지! 마유시도 먹어 줄게!」


「격동의 1년이었다! 우리들은 세계의 지배구조를 파괴하고, 혼돈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온천을 마음껏 즐기고 방에 돌아오니 이미 연회 준비가 끝나 있었다.
나는 직사각형으로 놓인 상의 짧은 면에 앉아, 건배의 선창을 하고 있다.


그랬을 텐데.


「페이리스 땅이 우리들을 위해 돈을 대 주었으니, 이것은 이미 수제 요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그릇 더, 될까ー?」
「뷔페도 아니고.」
「페이리스 씨, 이런 맛있어 보이는 식사……저, 처음 봤어요…」
「냐후후, 다같이 먹는 밥은 뭐든지 맛있다냥.」


「이것은 이야기의 1막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들은 앞으로도 혼돈의 미래를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그를 위한 용기를 여기서――」


「자ー, 나에 쨩은 주스고, 다른 사람들은 맥주야ー」
「그런데, 성인인 건 나랑 알바 뿐 아니냐? 술 괜찮은 거냐.」
「뭐어 그런 부분은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것도 중요하잖음, 상식적으로.」
「저…여관 분은…괜찮을, 까요?」
「페이리스의 힘으로 만사 오케이냥.」
「…만능…」


「――에에이, 내 이야기를 들어라, 너희들!」


일갈해 보아도, 나같은 건 내버려 두고 수다를 계속하는 랩멤들.
이미 연회가 시작된 것처럼 소란스럽다.


「호오인 쿄마 씨, 힘내라ー」

어느새인가 옆에 앉아 있던 크리스가 히죽히죽하며 나를 보았다.

「조수여, 뭘 웃고 있나.」
「나의 지갑은 무진장이다ー하고 말했을 때를 떠올렸어.」
「………」
「완벽한 리더십이네ー, 대단하네ー, 동경해버리겠는걸ー」

제, 젠장!

「그, 그럼 네가 정리해 봐라!」
「내가? 상관 없는데.」

내 대신 일어서는 크리스.
이 나조차도 정리하는 데 고생하고 있다. 조수 따위가――

「자, 모두들, 건배할테니까 잠시 조용히. 그리고, 자리에 앉아.」

――크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마자, 모두가 대답하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
「뭐…라고…」

「좀 이르지만, 망년회입니다. 아무개씨의 생일도 겸해서 하는 것 같지만.」

맥주를 손에 들고, 크리스가 건배 선창까지 말하기 시작한다.

「저에게 있어서도, 이 1년, 아니 반년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었습니다.」

「내년엔 더욱 휘둘릴 것 같지만…뭐어, 그걸 위한 기력을 여기서 기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내가 조금 전까지 하던 말을 토대로 한 것 같은 인사.
……뭐, 인정해 주도록 하자.
마유리에게서 맥주를 받아 다른 사람들처럼 눈 앞에 들었다.


「미래 가젯 연구소 및 브라운관 공방의 발전과, 모두의 건승을 기념하면서, 건배!」



「「「「「「「「건배!!」」」냥」」」」…배」



어미에 냥이 들리거나, 묘하게 타이밍이 어긋나서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전원 건배가 끝나고 무사히 “망각의 제의”가 시작되었다.

「어때?」
「…완패다.」(*건배와 발음이 같음)

크리스의 잔에 내 잔을 부딪혔다.

요즘 내가 말하는 것보다 크리스가 말하는 것을 랩멤들이 더 잘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 현재 상태를 보면 일목요연하지만.

「아, 건배랑 완패를 엇걸어 말한 거구나. 오카베 센스있는데.」
「그런걸로 칭찬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다.」
「아무도 안 받는 휴대폰에 얘기하는 것도, 조직과 싸우거나 하는 것도 소재를 위해서란 거구나.」
「그럴리가 있겠냐!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다, 조직도 SER――」

“……그래도 떠올리고 만다면 무엇이 원인이지?”

「―…너는 이전부터 계속 태클 걸고 있잖는가. 진실이라는데.」
「뭐 그렇지. 점점 대처법도 익숙해졌고.」

「재회했을 즈음에는 그렇게나 솔직했는데.」
「위험하게 우루시바라 군처럼 전부 믿을 뻔 했어. 자, 마시자.」
「…그렇군, 모처럼의 호화로운 식사다.」

「크리스 쨩, 마유시도 크리스 쨩이랑 건배할래~」
「네 네. 지금 그쪽으로 갈 테니까 기다려.」

「좋아, 일단 모두하고 건배하러 가야겠다.」

모두와 잔을 맞대며 맥주를 위에 흘려넣었다.
생일이기도 하고, 망년회다. 이런 날쯤,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한 시간 후.

「…그래, 나로서도 예상외다…이것도 운명석의 문의 선택인가. 엘 프사이 콩그루.」

「있지 있지, 오카린.」
「……뭐냐, 다루여.」

「「리얼충은 죽어버려.」」
「왜 미스터 브라운까지 똑같은 말을 하는 거냐!」

「오카린은~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거야~?」
「어이, 마유리. 눈의 초점이 안 맞는데. 그건 내가 아니고 찻잔이다.」
「페이리스랑 얘기하고 있었다냥.」
「누, 누르지 마라, 주정을 부리다니! 너와 얘기같은거 안 하고 있었다!」

「…훌쩍…훌쩍…어차피 난 빈유야…미국도 여기도, 왜 모두 거유인 거야!」
「아, 알았다! 알았으니까 떨어져라, 조수여! 가까워! 얼굴이 가까워!」


아비규환이었다.
남성진은 루카코가 멍하니 조금 몸을 흔들흔들거리는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여성진은――

「…훗, …후후훗, 후후후후훗……」

「모에카 언니가 무서워…」
「모, 모에카 씨, 웃는 주벽은 그런 호러가, 네 죄송합니다.」
「눈 마주친 거 가지고 겁먹는 거 아니다, 하시다.」

모에카는 호러 영화처럼 머리가 흐트러친 채로 계속 큭큭 웃었고,
마유리는 내 무릎 위에서 뒹굴면서 찻잔에게 말을 걸고 있다. 아무래도 그 찻잔이 나인 것 같다.
페이리스는 내 등을 누르면서, 귓가에서 신경써줘, 신경써줘, 하고 속삭이고 있다.
다루였으면 죽는다. 아니, 나도 죽을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위험한 것은…

「오카베도, 어차피 거유가 좋은 거지!? 주변 사람들 전부 크잖아!」
「크, 크리스티나! 유카타가! 유카타가 벌어지니까 날뛰지 마!」

크리스다.
술을 마시는 게 처음인데도 맥주를 『꽤 마시기 좋네, 이거.』하고 평가한 시점에서부터 불안했다.
걱정대로 엄청 마셔서 헤롱헤롱 취한 데다, 주정에 우는 주벽을 드러내 주셨다.

그보다 가깝다. 술냄새보다도 강하게 풍기는 달콤한 냄새에 뇌가 마비될 것 같다.

「쿄마는 거유를 좋아하는 거냥? 페이리스는 자신 있다냥!」
「그, 그만해라 페이리스! 갖다대지 마, 진짜 그만 둬! 에에이 다루! 코피 흘리면서 사진 찍고 있지 말고 도와줘!」

「아, 오카린. 좀 더 머리 숙여줄 수 있음? 뒤에 페이리스 땅 얼굴이 안 찍힘.」

「다루ー!」
「어이 하시다, 나중에 나한테도 현상해 줘라.」

안 되겠어 이녀석들. 도움이 안 되는군!

「역시 큰게 좋구나…? …욱, 훌쩍…」
「우, 울지 마라 조수여! 나는 오히려 작은 쪽을 좋아한다!」
「…정말?」

「그래, 정말「정말인가요!?」
「루카코!?」

「그렇죠! …역시, 중요한 건…여성으로서의, 내면이고…외견이나, 성별이나, 그런 사소한 건…」
「잠깐! 지금 뭔가 아주 중요한 것까지 사소한 것 취급하려고 했어!」

루카코를 주정꾼 리스트에 추가한다, 젠장!

「어라~? 오카린이 둘이다~. 이상하네~ 에헤헤ー」
「…마유리, 찻잔을 두고 이제 그대로 자라.」

앞문의 마유리, 뒷문의 페이리스.
더욱이 좌우로 크리스와 루카코에게 포위당했다.
이것은 주정꾼들 상대를 끝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




「……지쳤어」

밤도 깊었다.
결국 그 뒤, 그 녀석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는 꼴이 되었다.
마유리, 루카코, 페이리스는 이미 자고 있다.

점점 술이 깨기 시작한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바, 바람좀 쐬고 올게!」
하고 방에서 나간 크리스를 찾아, 나는 복도를 걷고 있는 도중이었다.

밤의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빨아들였다.

…지금 이대로로, 됐다..
자신의 마음을 재확인한다.
이대로라면, 누구도 떠올리지 않는다면, 모두 행복한 채――



「오랜만이야.」


――그리고, 나는


「오카베 린타로.」


있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내가 모든 것을 떠올렸을 땐, 전부 끝난 후였고』

  




비관■■계의러■레■ 






『계속 계속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할 상대는, 이미 없어져 있었다.』







밖의 공기는 찌르는 듯이 차갑다.
그런데, 어째서 땀이 흐르지?

「스즈…하?」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스즈하였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고? 정말로?
실마리는 그 근처에 있다.

「과거를…개변하러 온 건가?」

타임머신으로 놀러왔다던가.
망년회를 이 시간에 했다는 걸 듣고 그 시대로 참가하러 와 보았다던가.
어쩌면, 그런 단순한 이유로――

「그래, 오카베 린타로. 나는 과거를 개변하러 왔어. 바라지 않는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

――무너질 듯한 몸을, 벽에 손을 짚고 어떻게든 지탱했다..

여기서, 겨우 깨달았다. 스즈하가 나를 부르는 명칭이 “오카베 린타로”가 되었다.
오카린 아저씨가, 아니다.
평화로운 미래에서 찾아왔다면, 나를 풀네임으로 부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왜 나를 오카베 린타로라고 부르나.」

안 된다, 그걸 물어선 안 된다.
그걸 물어보면, 분명 나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어 보아야만 한다.

「리딩 슈타이너가…발동한 건가.」


「…발동했어. 나 뿐만이 아냐. 오카베 린타로와 가까운 인간, 전원.」


이번에는 미처 지탱하지 못했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듯이 주저앉았다.

역시, 안 됐어.

결국 타임머신을 만들고 말았다.
과거를 개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나는 모두의 곁에 있어서는 안 된다.

「나를, 죽이러 와 준 건가?」

내가 죽으면 분명 누구도,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는다.


「…내가 타고 온 타임머신을 만든 건, 크리스 아줌마야.」

「그런가.」

아무런 신기할 것도 없다.
이론은 이미 구축되어 있고, 그 녀석은 나도 인정하는 천재다.
하지만 이런 일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들게 하고 만 것이 마음아팠다.

「이런 역할을 맡겨서, 미안하다.」
「…오카베 린타로. 너는 조금 착각을 하고 있어.」

스즈하가 쪼그려 앉아서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나는 네 목숨을 구하러 온 거야. 크리스 아줌마 뿐만이 아냐. 모두의 소원으로서.」



…한 순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구했지만…」

뒷머리를 긁는, 눈에 익은 행동.
……나를, 구한다고?

「역시 원인은 화재가 아니었던 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단지 개변 내용이 나를 구한다는 긍정적인 일인 덕분일까.
조금 전까지 내 머리에 끼어 있던 안개가 점점 걷혔다.
사고가 평범하게 움직이기 시작함에 따라 의문가 차례차례 떠오른다.

「무슨 말이지? 이미 과거를 개변한 건가? 기억은? 개변했다면 왜 가지고 있지?
 애초에 내가 죽는다면, 누구도 리딩 슈타이너는 발동하지 않는 거 아닌가?」

「에 그러니까, 진정해, 오카베 린타로. 순서대로 설명할게.」


「먼저, 이 세계선. 슈타인즈 게이트라고 β세계선에서 오카린 아저씨는 불렀었지.
 이 세계선에선, SERN의 타임머신 연구가 좌절되는 방향으로 수속이 일어나.

 새가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로 LHC가 오버히트하거나, 아무튼 여러가지 요인으로 연구가 저해돼.
 그 중 하나로, 라운더 관리 일본부지, 오히야마 빌딩 화재가 있었어.」

「그 빌딩이, 화재…!?」

브라운관 공방, 미래 가젯 연구소가 있는 오히야마 빌딩.
확실히 통신회선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시설이었던 건가.

「화재가 일어나는 건 오늘 7시 넘어서. 조금 전에 확인해봤는데, 화재는 발생했어.
 여기 있는 것으로, 너는 화재에는 휘말리지 않았어.
 조금 상황을 봤지만, 다른 요인으로 같은 시간에 죽을 것 같지도 않고. 오늘 이 시간에 오카베 린타로가 죽도록 수속하고 있지는 않아.」

…위화감.
다른 누군가와 이런 회화가 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기다려, 스즈하. 그 화재로 나는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음은 어디까지나 SERN의 연구 좌절에 대한 수속에 휘말려드는 형태이기 때문에, 내 죽음에 대해서는 수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에서 나를 끌어내는 것으로 나를 구하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그런 말이지?」

「응.」

「그럼, 네 기억은 개변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변 전의 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 뿐.
내 죽음의 원인이 화재고 그것을 지금 막는다면, 스즈하의 기억은 재구축될 것이다.

「미래에 일어난 일들은 더 개변돼 있어. 하지만, 난 기억 개변의 영향을 안 받았다는 거지.」

「…?」

「나는 크리스 아줌마한테 화재가 일어나는 것, 오카베 린타로가 죽는 것을 들었지만,
 그 두 개의 연결점은 몰라. 즉, 나는 “화재가 원인이 되어서 오카베 린타로가 죽는 게 아닌가”하고 예상했을 뿐이야.
 크리스 아줌마가 세계선 변동에 의한 기억개변으로부터 내 기억을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정보를 제한했다고 생각해.」

「…음, 그러니까…」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는 오늘 있었던 화재로 죽었던 것 같다.
화재 장소에서 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적어도 미래는 바뀌었을 것이다.

미래가 바뀌었다면, 그 미래에서 온 스즈하도 개변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크리스가 스즈하에게 가르쳐 준 과거의 내용은 제한되어 있었다.
사실만을 알려 주고 관계성은 스즈하에게 예상하게 하는,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 두는 것으로
모순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즉 나는 지금 살았지만, 다른 요인으로 죽게 된다는 건가.」

「…내가 아직 여기 있는 이상, 그렇다고 생각해.
 괜찮아, 모두 리딩 슈타이너가 발동해서 원인이 무엇인지는 짐작하고 있어.」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죽는다면, 왜 크리스는 리딩 슈타이너를 발동할 수 있었지?」
 
「너는 자신이 곁에 있기 때문에 그게 발동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아니야.
 확실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네 행동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극하기 쉬워.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리딩 슈타이너가 발동하는 데에 충분한 자극을 너 없이도 얻을 수 있어.
 나는 크리스 아줌마한테서 들은 걸로 발동했고.」

확실히 그렇다.
나 자신은 리딩 슈타이너가 강하게 발동하는 것 뿐이고, 딱히 다른 사람들의 그것을 발동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만 갖추어진다면 누구라도 기억해 낼 가능성은 있다.

「오카베 린타로가 죽은 뒤, 크리스 아줌마는 유품 중 하나인 대나무 헬기 카메라를 받았어.」

그것은 α세계선에서 헤어질 때 내가 건네주었던 물건이다.


         “선물이다, 가지고 가라.”


「받았던 물건, 그 때의 기분, 그것이 말하는 것.
 모든 것이 “언젠가 있었던 일”과 링크해서…그 때, 전부 떠올렸대.」


「……너무하군.」

……내 얘기지만,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 크리스의 감정을 생각하고 자학적이었던 자신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스즈하가 자신을 죽이러 온 게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 이제 와서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있던 미래에서 타임머신 이론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

「…뭐? 하지만, 크리스는 타임머신을」

「만들었지. 전부 떠올리고, 모두 함께 타임머신을 만들었어.
 공표하지 않고, 자신의 공적을 버리면서. 바라지 않는 미래――네가 없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오카베 린타로, 오직 너를 구하기 위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치만 그 녀석은 연구자라고.」

크리스는 SERN이 타임머신을 극비로 개발하고 있던 것에 화내고 있었다.

「맞아.」


「과거 개변도, 자신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자신은 과거를 쌓아 올려서 여기에 있는 것이니 그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단언했었다.

「그랬댔지.」


그런데 그 녀석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면서까지, 몇십년이나, 단지 날 구하기 위해서?


「나는……」


「오카베 린타로. 너는 어떻게 여기에 왔지?」


「응?…그건, 페이리스가 망년회를 하지 않겠냐고 말해서」

스즈하는 나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데려왔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우리들이 여기 오게 된 계기는…페이리스의 메일이다.

「페이리스 아줌…언니한테 부탁했어. 이 날 다른 장소에 모두를 모아줄 수 없겠냐고.」


…모순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잠시 생각하고 겨우 위화감의 정체를 잡았다.


「잠깐…페이리스는 너를 모른다.」

스즈하 쪽을 보자, 내 옆을 지나쳐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내가 걸어온 방향.

그쪽은…우리들이 망년회를 행한, 그리고 지금도 크리스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있는 마츠노마.

「기, 기다려, 스즈하!」

스즈하가 하려는 일을 이해하고 막으려 한다.
그러나 앉은 채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움직임이 늦고 말았다.

쫓아가서 어깨를 붙잡으려던 직전.
스즈하가 장지문을 열었다.

「안냥~」

언젠가 들었던 태평한 인사.
일어나 있던 남성진은 모두 어이없어 하면서――


「스, 스즈하!?」
「알바…가 아니라, 스즈 씨…!」
「아…스즈하…씨?」


――모두가 지금 말한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너희들, 왜 이 녀석의 이름을…?」


「아~! 스즈하 쨩이다~!」


남자들이 소리치는 소리에 일어난 것이겠지. 마유리가 스즈하 품에 뛰어들었다.

「아까 한 질문의 답이야, 오카베 린타로.」

나에 이외의 모두가 일어나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도 스즈하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마유리에게 안긴 채, 스즈하가 이쪽을 보고――


「크리스 아줌마 이외에는, 진작에 리딩 슈타이너가 발동했어.」


――그런 말을 했다.

「무, 무슨 말이냐…! 그럴 리가 없다!」

전에도 생각했던 일이다.
크리스 이외의 리딩 슈타이너도 절대로 반가운 것이 아니다.

마유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나는 여러 마음을 잘라내 왔다.
그 마유리조차 몇번이고 괴롭게 하고 말았다. 전부, 나의 자업자득으로!

「너희들, 부탁받은 건가? 알고 있는 척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떠올렸을 리가 없다, 떠올렸다면…!」

나를, 이전과 똑같이 대해 줄리가 없다.
나를, 원망하지 않을리가 없다.

「저기 있지, 오카린.」

내게 가까운 위치에서 마유리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스즈하 쨩이 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유시랑 다른 사람들은 오카린이 해 준 일, 전부 기억났어.

 하지만 오카린은 떠올리게 하기 싫은 것 같아서, 말할 수가 없었어.
 드디어 말할 수 있겠네. 구해줘서 고마워, 오카린.」


――몇번이고 괴롭게 했던 마유리가,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눈을 보면 고민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냥.
 만약 그게 페이리스랑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거라면, 착각도 정도껏이다냥!

 쿄마는 아버지랑 행복한 기억을 잔뜩 만들어 줬다냥.
 …나에게 있어서, 린타로 씨는 왕자님이야. 기억하고 있지?」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두번이나 경험했던 페이리스가, 나에게 웃어 보였다.


「다같이 얘기했었음. 그리고 오카린한텐 입다물고 있기로 했음.
 적어도 오카린이 우리한테 말하기 전까지는, 떠올린 건 입다물고 있기로.
 뭐, 스즈하가 있다는 건 비상사태일 테니까 말하는 거지만…

 오카린, 너무 걱정이 심함. 게다가 고민도 많음. 좀 더 우리들을 믿어줬음 한다능.
 곁에서 그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들이 오카린을 나쁘게 본다고 생각함?」


――딸과 재회한 기억을 지우고 그 존재 가능성조차 흔들었던 다루가, 나를 격려하고 있었다.


「격려하고 싶었지만…저희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오카베 씨의, 상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저 자신의 기억은, 조금 부끄러웠지만…그래도, 그 이상으로, 기뻤어요.
 그런 멋진 경험…떠올려서, 정말 다행이에요.」


――마음을 폭로당하고 희생된 루카코가, 나에게 미소지었다.


「…마유리 씨에게 사과하고…용서…받았어.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생각하니, 무서웠어.
 하지만…그 기분 그대로 있는 건, 더욱…괴로웠으니까…

 당신은, 나랑 달라서…구하기 위해 행동한 거니까…좀 더, 자신을 가져…
 …날 용서해 줘서, 고마워.」


――원망받고, 증오받고. 살인까지 강요당한 모에카가, 나에게 감사를 했다.


「―뭐, 그 뭐냐. SERN쪽에 찌를 생각은 없어.
 장소를 알면, 반대로 들키지 않게 얼마든지 할 수 있기도 하고.
 내가 원래 싫어하면서도 따르던 거라고, 너한테는 가르쳐 줬잖아.

 그리고 알바…모에카 말야. 물어봤는데, 나에는 걱정하지 마라. 떠올리지도 않았고, 내 눈이 검을 동안에는 그런 일은 하게 안 둬.
 아직 꼬맹이니까, 헤메지 말고 앞으로 팍ー하고 달려 나가라고!」


――잔혹한 마지막을 맞이하고 딸을 광기에 몰리게 했던 텐노지 유고가, 나를 격려했다.


「…알았어? 오카베 린타로. 아무도 너를 원망하거나 하지 않아.
 크리스 아줌마가 그랬어, 손을 뻗지 못했다고. 서로가 손을 힘껏 뻗었다면, 잡을 수 있었는데.
 너의 “이걸로 됐다”는 말에, 한 순간 주저하고 말았다고.
 오카베는 그걸 바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았다고.
 
 얼마 안 있어 너는 위기에 직면하게 돼.
 분명 그건 서로 손을 뻗으면 구할 수 있는 위기야.
 ……오카베 린타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바닥 없는 절망을 짊어졌던 스즈하가, 나의 등을 밀었다.


멋대로 동료들의 심정을 오해하고, 그게 원인이 되어 더욱 동료들을 괴롭게 했다.

「쿄마, 페이리스의 소원, 지금 쓰겠다냥.」

서로 고민하고, 서로 주저하고.
그 결과, 그런 미래를 만들고 마는 것인가.

「쿄마가 하고싶은 것, 맘대로 해 줬으면 한다냥.
 지금까지처럼 참거나 주저하거나 하지 말고.

 크리스를 믿고, 전부 이야기하고 왔으면 한다냥…」

「…그게 네 소원인가? 페이리스. 그렇다면, 무의미하군.」
「…쿄마.」

「…왜냐하면, 부탁하지 않아도 할 테니까다! 후우하하하!」
「냐!?」

나는 정말 바보였다.
“어떻게”할 거냐고? 하나밖에 없지!


「나의 친애하는 랩멤들이여!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준 데에 감사한다!
 그렇다, 이 몸은 호오인 쿄마. 그 위대한 인망 앞에서는, 이런 고민따위 무의미했던 것이다!」

「거기서 중2병이냐, 하고 태클걸고 싶지만, 하지만 상황이…움찔 움찔」
「다루 군, 그거 충분히 태클 걸고 있다고 생각해ー」

「그래, 나의 목적은 혼돈의 미래의 창조, 혼돈을 두려워하며 거절하다니, 이 무슨 어리석은!
 …감사를 표하지. 너희들이 지금 한 말은 평생 잊지 않겠다!」

「데레하는건지 연기하는건지 어느 한쪽으로 하라능.」
「그…제가 말했던 거…점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지금부터 미래를 바꾸고 오겠다.
 더욱 혼돈하고, 더욱 내가 바라는 미래로 말이지. 독선적, 좋은 울림이다! 나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냐후후, 그래야 쿄마다냥!」
「…후훗」

마지막에 모두 함께 웃고, 등을 돌렸다.


「그럼 다녀오마. …스즈하, 신세를 졌구나.」

「뭐야, 뭐야. 이런거, 꽤 자랑스럽다구?
 …그리고, 이걸 너한테 보여주라고 크리스 아줌마한테 부탁받았어.」

그건 작은 종잇조각이었다.

「마키세 크리스에게 마음을 전하고 와 줘. 마키세 크리스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해 줘.
 그게 모두가 너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야. 나는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간소하게 적힌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크리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너에게 감사 인사, 못 했었어. 랩멤 배지, 고마워.
 …이번에야 말로, 미래에서 다시 보자.」

이제, 두려움은 없다.







「조수여, 술은 깼나?」

「…! 오, 오카베.」

탈의실 입구 앞에 있는 자판기 벤치에 크리스는 있었다.
조금 당황한 듯 나에게서 눈을 피했다.

「왜 그러나, 이제 울면서 달라붙지는 않는 건가? 응?」
「…으으, 없었던 일로 하고싶어.」

「옆에 앉아도 되나?」
「…응.」

벤치에 걸터앉아 곁눈질로 크리스를 보았다.
아직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는지, 불편한 듯 허벅지에 손가락을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응?」

「자신이 한 일을 없었던 걸로 할 수 있다면, 넌 할 건가?」
「…아깐 그 정도로 부끄러웠단 이야기야.
 지금의 나는, 지금까지의 과거를 쌓아서 만들어졌어.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아.」

「…전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엄한 말투가 갑자기 흔들렸다.

「일본에 와서, 오카베네 랩의 일원이 되고, 나날을 보내면서…
 내 사상이나, 신념이나, 그런 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어.
 그러니, 만약 오카베랑 다른 사람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서…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을 때, 그걸 바꿀 수 있다면――」

「――큭큭」

자연히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처음 타임 리프를 실행에 옮겼을 때, 크리스가 자신이 도약하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뭐야, 떠올려도, 떠올리지 않아도…크리스 자신은 변함 없잖아.


「자, 잠깐, 오카베! 모처럼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크리스여, 나는 조금 전에, 러브레터를 받았다.」
「…뭐?」

크리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러브레터 말이다, 러브레터. 사랑을 엮은 편지.」
「그, 그래. …잘 됐네.」
「그래,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윽.」

「그 러브레터에는, 지금 네가 한 말이랑 똑같은 게 적혀 있었어.」

「…뭐?」
「정말이지, 진짜로 실행에 옮기다니. 과연 천재소녀, 라고 해야 할까.」
「잠깐, 기다려. 그건」

심호흡을 한다.
괜찮아,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다.
지금 가슴에 있는 것은 드디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기쁨.

상당히 멀리 돌아 오긴 했지만――드디어, 가장 소중한 걸 깨달았다.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마음을 전해도 되는 것인지. 떠올리게 해도 되는 것인지.」

「……」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그것을 폭탄처럼 취급하고 말았다.
 ――그 녀석 자신의 마음을, 깊게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말이지.」

「……용기 냈구나.」

「모두에게…크리스에게서 배웠어. 자신이 믿어야 할 게 무엇인지를.」


어느쪽이랄것도 없이 마주본다.


「…그렇구나. …난 아직, 용기 못 내겠는데.」
「…혼자서는 어렵지.」


약간 젖은 크리스의 눈을 보면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용기, 내게 해 줄래?」


천천히, 크리스를 끌어당긴다.

크리스의 입술이, 내쉬는 숨이 가까워지고――


「크리스…좋아해.」


――그대로, 겹쳐졌다.

계속 억누르고 있던 마음을 말과 함께, 입술에 싣는다.
입술의 감촉이, 얼굴에 느껴지는 숨이, 풍기는 달콤한 냄새가, 잊을 수 없는 그 날과 똑같아서 강한 현기증을 느꼈다.


「…음」

입술을 떼고,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나도――오카베를――좋아해.」

그 말은, 이전에는 완전히 전해지지 않았던 말이었다.


「…기억해, 냈구나.」

「…기억해냈다기보단, 납득했다고 해야할까.」
「납득?」

「처음에 만났을 때 오카베가 했던 말이나, 막 만났는데 오카베에게 느꼈던 기분이나, 여러가지.
 그 때 그 마음도, 확실히 기억 났다구? …하지만.」

크리스가 나에게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지금이, 훨씬 그 마음은 강해.」

…그건, 반칙이다.
자칫하면 덮칠 것만 같은 마음을 얼버무리고, 다른 질문을 계속했다.

「타임 리프 머신의 이론은 기억하고 있지?」
「…글쎄? 리딩 슈타이너가 완벽하지 않았던 걸지도. 전혀 기억 안 나.」

확연히 거짓말이란 걸 알 수 있는 익살맞은 어조.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는 건…그런 의미겠지.

「…괜찮은가?」
「타임머신 같은 거, 있어선 안 되는 물건이야. 설령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뭐, 하지만, 만약 오카베나 다른 사람들한테 무슨 일이 있다면 세간에는 비밀로 하고 만들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고 웃는 크리스.
지금까지 마음을 짓누르던 무거운 것이 깨끗이 없어져 간다.

「큭큭, 독선적이구나.」
「윽. 너도 날 구했잖아. 실제로 타임머신 만든 녀석한테 듣기는 싫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너도 실제로 만들어서 날 구한 주제에. 그것도 고작 그것만을 위해서.」

「…아까도 말했었는데, 그거 진짜야?」
「넌 전혀 관측하지 못했으니까. 기억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녀석들은, 관측했지만 잊어버렸겠지.」

일어서 크리스에게 손짓했다.

「따라 와라, 전부 이야기해 주마.」


마츠노마에 돌아왔을 때, 당연히 스즈하는 없었다.
주머니 속의 편지도 사라져 있었다.
크리스와 키스를 했을 때 느낀 현기증은, 역시 세계선 변동의 증거였던 거겠지.


우리들이, 서로를 신용하는 세계선.
이 앞의 위험도, 모두 함께 극복해 가는 세계선.


스즈하가 여기에 왔던 사실이, 없었던 일이 된 세계선.


「…무르구나, 세계여.」

내 기억에는 확실히 남아있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도, 떠올리지 못할 뿐이지 존재는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떠올리게 하자. 없었던 일로는 두지 않는다.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것.
지금 내가 모두에게 품은 감사.


끄트머리에서 본다면 기적이겠지.――하지만 그것은, 일어나야 했기에 일어났던 필연이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이 녀석들과 공유해 간다.



「친애하는 랩멤들이여! 내가 한 이야기를 들려 주마!

 비관측세계에서 찾아온 전사와, 그 녀석이 짊어진 수많은 마음의 이야기다!」



그것이, 운명석의 문의 선택이다.












“헬로. 분명 전해지겠지.”


“스즈하가 향한 시간에는 나 이외의 모두가 기억해 냈으니까, 이미 너도 용기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해.”



Steins;Gate



“「나를 되살리기 위해 타임 머신을 만들다니, 너답지 않군.」”

   
“넌 분명 그렇게 말하겠지. 하지만, 네가 죽은 원인도 타임머신이잖아?”



Short  Story



“D메일을, 타임리프를, 타임머신을 썼기 때문에 더욱 괴로워하고”


“나는 살았지만 너는 혼자서 고민하고, 네가 없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해 낸다.”


“그런 결말, 나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아.”







비관측세계의러브레터 







“언젠가 있었던 과거도, 바라지 않은 이 미래도, 전부 나에게 말해줘.”


 “그리고 혼나도록 해. 바보 취급 받도록 해. 감사 인사를 듣도록 해.”


“그 말의 다음을 듣도록 해.”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전부 당하도록 해.”



404  Future Not Found




“――이 편지가 없던 일이 되기를 빌며”


                “마키세―…크리―――……















・나에 쨩의 Q&A

나에「어이, 오카베 린타로.」

오카베「잠깐, 난 왜 묶여 있」

나에「알겠냐, 도려내버린다. 마지막에 스즈하는 없어졌는데 왜 다들 여관에 있는 거지?」

오카베「…페…페이리스가 미약하게 RS를 발동한 것 같다.」

나에「호오」

오카베「…」

나에「헤에」

오카베「…」

나에「흐응」

오카베「주, 죽여! 죽여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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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폭 글꼴로는 레이아웃이 예쁘게 안 나옵니다.


2017/02/02 수정 : 오역을 아주 일부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