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3

카와즈 2024. 3. 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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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 앉아 있는 얼굴이 예쁜 여성은 내 타입이라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보고 만다.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동작이 우아해서 어딘가 좋은 집안에서 자란 느낌을 받았다. 멋들어진 인테리어의 카페 안은 차분하고 사람도 적어서, 눈앞의 여성은 슈퍼에서 계산하는 나를 밀어내고 대신 돈을 낸 다음 "할 말이 있어."라고 억지로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 단발머리 정도의 파란 머리칼과 나른해 보이는 표정은 그녀의 미스테리어스함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 그래서, 저, 당신은……?"
 "날 몰라?"
 "어? 네, 네……."
 "흐응. 그럼 뭐, 그렇지, 적당히 시모키타자와 정도로 불러. 시모키타자와에 사니까."
 "에, 에?"

 나를 보는 눈동자의 바로 옆, 두 개의 핀이 반짝 빛난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깍지를 낀 시모키타자와 씨는 그렇게 말했다. 명백히 가명을 쓰는 그녀에게 나는 불신감을 느꼈다.

 "저, 저기, 저 종교나 다단계나, 그런 건……."
 "그럴 리가 없잖아. 이쿠요는 재밌구나."
 "에, 이, 이름, 어떻게 알고……."
 "어떻게일까? 탐정 놀이는 잘하거든."

 말하지도 않은 내 이름을 맞혀서 등줄기에 좌악 소름이 돋는다. 도망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때, 시모키타자와 씨는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고토 히토리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어?"라고 히토리 짱에 대한 걸 물어 왔다.

 "히, 히토리 짱이, 왜요?"
 "별로? 어디까지 알고 있나 하고. 가르쳐 줘. 협박하거나 겁주려고 온 거 아니야."

 시모키타자와 씨는 아이스커피의 얼음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그렇게 묻는다.
 히토리 짱에 대해서. 어쩌면 이 사람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생각한 나는 강한 태도를 취하려고 하지만 가늘게 뜬 눈동자에서 절대적인 압력을 느끼고 태도는 누그러졌다.

 "됐으니까 가르쳐 줘."
 "……뭐, 뭔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정도밖에."
 "도망치고 있다, 역시 이쿠요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역시라니 뭐예요. 히토리 짱은 뭐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건데요."
 "말 안 해 줄거야. 그 애가 말하지 않는다면."

 시모키타자와 씨는 빨대를 입에 물고는 커피를 빨아들였다. 눈은 아래를 향해서 긴 속눈썹이 흔들거렸다.
 도망치고 있다. 요전에 히토리 짱의 스마트폰에서 보여 버린 메시지에도 "마주봐야만 할 날이 올 거야."라고 적혀 있었다. 히토리 짱은 대체 뭐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거지? 블랙 기업이 아닌 건가? 너무나 모르겠는 게 많아서 머릿속이 정보로 넘쳐흘렀다.

 "당신은 히토리 짱의 뭐인 건가요?"
 "굳이 말하자면 동료? 하지만 친구이기도 해."
 "히, 히토리 짱은 그렇게 위험한 블랙 기업에……."
 "블랙 기업? ……하지만 뭐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 비슷한 걸지도."
 "저, 저기! 히토리 짱에게 말해 주세요! 쫓기고 있는 거 아니라고!"
 "실제로 쫓기고 있으니까 무리야. 위쪽은 필사적으로 봇……그 애를 찾고 있고 말이야. 시간 문제지."
 "……이미 당신한테 들키기도 했죠."
 "뭐 나는 그 애 신발에 GPS 붙였으니까. 반쯤 장난으로."

 떡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발에 GPS를 붙인다니,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히토리 짱 원래부터 도망치는 버릇이 있었던 걸까 하고 생각해 봐도 확실히 쉽게 상상이 가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위쪽한테 쫓겨다니고 있다니 히토리 짱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돈으로 볼 때 횡령!? 탈세!? 이제 뭘 믿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저, 저기, 히토리 짱은 왜 도망치고 있는 건가요?"
 "글쎄. 싫어졌다거나 그런 거 아니야?"
 "저, 횡령이나 탈세나……."
 "안 했어. 세무사도 회계사도 우리 쪽엔 있고."

 휴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렇다면 새로운 문제가 나온다. 그럼 더욱 히토리 짱은 뭐로부터 도망치고 있는가. 뭐에 쫓기고 있는가. 답을 쥐고 있을 눈앞의 여성에게 나는 물었다.

 "히토리 짱은 뭐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건가요."
 "안 가르쳐 줄 거야. 하지만 힌트 정도는 줄게."
 "힌트?"
 "응. 고토 히토리에게 있어서 아주 소중한 것."
 "소, 소중한 것? 그럼 왜 도망칠 필요가 있는 건데요."
 "글쎄. 소중하니까 도망친 걸지도."
 "말장난은 그만두세요."

 말장난 같은 거 안 했다고 시모키타자와 씨는 내게 말했다. 소중한 것은 지키는 게 보통이다. 그걸 말장난이라고 안 하면 뭐라 한단 말인가.
 
 "윗사람은, 경찰이나, 그런 거엔 의지하지 않는 건가요?"
 "내가 막아 주고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 주자고. 하지만 이제 무리일지도 몰라."
 "호, 혹시, 붙잡히면……."

 시모키타자와 씨는 빨대를 입에 물면서 나를 힐끗 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글쎄, 몰라."
 "어, 어떡하면 되나요? 어떡하면 히토리 짱은 자유로워질 수 있나요?"
 "자유로워질 순 없을지도. 그런 일이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그 애가 고른 거야. 그러니까 도망치는 건 허락되지 않아. 도망치더라도, 제대로 마주봐야지."

 마주봐야만 할 날이 올 거야. 혹시 그 말은, 시모키타자와 씨 게 아니었을까. 분명, 보낸 사람은, 보낸 사람은 누구였지. 뭐라 적혀 있었지. 기억나지 않는다, 왜 중요한 데를 잊어 버린 거야.

 "저, 저는, 히토리 짱 곁에 있을 수 있나요……?"

 시모키타자와 씨는 아이스커피를 다 마시고 빨대로 소리를 냈다. 맨 위의 얼음을 집어 입에 넣고 씹고는 나를 시험하듯이 웃었다.

 "이쿠요가 원한다면. 하지만 괴롭고 험한 길일지도 몰라."

 유리컵에 맺힌 물이 테이블에 떨어진다. 히토리 짱은 대체 뭘 끌어안고 뭐에 괴로워하고 있는 건지, 나에겐 짐작도 가지 않는다. 히토리 짱은 생각보다도 큰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건 여러 사람이 휘말려서 대소동으로 발전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져서 눈썹을 찌푸리자, 시모키타자와 씨의 웃음이 깊어진다. 도망치고 싶어졌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푸른 눈동자 속 히토리 짱 자신은 대체 뭘 보고 있는가?

 슈퍼 봉지가 손을 파고드는 아픔도 잊고 어떻게 돌아온 건지도 모른 채 집의 문을 연다. 시모키타자와 씨의 번호를 받은 다음 "윗사람한테는 그 애가 있는 곳 입 다물고 있어 줄게. 그리고 나랑 만난 건 비밀로 해 줘."란 말을 들었다.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을 알고 싶어졌다. 왜 시모키타자와 씨는 험한 길이라고 한 건지, 시험하듯이 웃었던 건지. 그녀는 히토리 짱의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나는 불이 켜진 거실에 다녀왔어라고 말한다. 찰팍찰팍 슬리퍼가 마루바닥을 달리는 소리와 함께 히토리 짱의 얼굴이 보였다. 진심으로 안심하며 어서오라는 말을 듣는다. 히토리 짱이 내 눈앞에 와서 허그를 하고, 키스를 했다. 가늘어지는 눈동자가 사랑스러워서 다시 한 번 겹치자 놀랐는지 작게 히토리 짱의 어깨가 튀어올랐다. 하지만 받아들여 줘서, 달콤한 키스를 마친다.
 무거웠죠, 죄송해요 하고 히토리 짱에게 슈퍼 봉지를 건네자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자 평소처럼 목욕을 했다. 저녁밥은 카레였다.

 이를 닦은 뒤에 자기만 하면 되는 상태가 됐을 때, 문득 소파 위에 놓인 작은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손에 들고 손가락을 걸어 튕기자 뚱 하고 저렴하고 싸구려 같은 소리가 났다. 기타의 원리는 잘 모른다. 기타리스트는 뭘 어떻게 해서 그런 다채로운 소리를 내는 걸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이걸 히토리 짱이 여기 뒀다는 것뿐.

 "히토리 짱,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아, 그게, 옷장 안에 있어서……. 정리할 때 발견했어요."
 "아, 정리해 줬구나. 고마워. 이런 게 다 있었구나."
 "네. 소리도 잘 나요."

 러그에 앉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히토리 짱은 어딘지 즐거워 보였다. 작은 그 기타를 히토리 짱에게 내밀곤 "뭔가 쳐 줘."라고 나는 말한다. 그녀는 잠시 생각한 뒤에 그걸 들고 테이블에 놓여 있었던 똑딱핀으로 현을 튕겨 도롱도롱 소리를 냈다. 나도 들은 적 있는 오래된 노래. 작은 기타를 다뤄서 히토리 짱은 정확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나도 러그에 앉고는 히토리 짱이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신난다는 듯이 치고 있다. 진심으로 기타 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몸을 흔들면서 미소 지으며,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다 치자 나는 박수를 쳤다. 히토리 짱은 부끄러운 듯이 웃고는 뒤통수에 손을 대고 있다.

 "진짜 잘 친다, 했다던 악기가 기타였어?"
 "뭐어, 네. 꽤 했었어요."
 "히토리 짱 기타 칠 줄 안다니 멋지다."
 "그, 그런가요……? 키타 짱한테 그런 말 들으니 기뻐라……."

 부끄러운 듯한 웃음을 띄우는 히토리 짱을 보고 그 싸구려 기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모처럼이니 좋은 기타를 선물해 줘야겠다 생각해 히토리 짱을 보자, 유리 너머로 바라보던 트럼펫을 처음으로 선물받은 소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타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럼 제대로 된 기타를 선물해 줄게. 여기 벽 꽤 두껍고."
 "아, 아뇨! 필요 없어요! 저한텐 이걸로 충분하니까……."
 "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그거 백엔샵에서 산 건데?"
 "그래도! 그래도 이게 좋아요……. 제대로 된 기타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작은 기타를 꼭 끌어안고 웃음이 사라져 비통한 듯이 히토리 짱이 말하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됐다.
 누구든지 좋은 걸 갖고 싶은 게 당연하다. 연필보다 샤프, 노 브랜드보다 브랜드, 큐빅보다 다이아몬드. 그런데, 히토리 짱은 그런 작고 싸구려에 만듦새도 나쁜 어린이용 기타로 됐다고 말한다. 어린이용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주제넘을 정도인 것을, 히토리 짱 레벨로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 강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타에 대한 거절, 그런데 손에 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갈망. 히토리 짱은 아마도 기타에 얽매여 있었다.
 시모키타자와 씨의 말. 히토리 짱이 마주봐야만 하는 것. 나는 아주 조금 예상이 갔다.
 아마도 히토리 짱은 기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히토리 짱은 기타를 원하고 있다.


 술집 카운터석 구석 자리, 나는 메뉴를 노려보면서 레몬 사워를 들이킨다. 점내는 왁자지껄해서 조금 시끄러울 정도인데, 그래도 상담하기엔 딱 맞는 장소였다. 맥주를 들고 벌컥벌컥 부피를 줄여 나가는 삿츠는 내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는지 조용했다.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 낮부터 마시러 가자고 하다니 별일이네."
 "으음, 고민이랄지 곤혹이랄지 정보의 정리랄지……. 좀 스스로도 잘 모르겠는 일이 일어나서……."
 "요전에 말한 그 사람 얘기?"
 "뭐 그렇긴 한데……."

 히토리 짱의 비밀. 왜 내게 비밀로 하는 건지, 시모키타자와 씨는 그런 말을 한 건지. 단서 없이 진실을 붙잡는 건 어렵다. 아니, 단서는 있다. 히토리 짱의 기타. 그걸 조사하면 이름 정도는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건 내 약함인지 상냥함인지. 어느 쪽이든, 알아 버리면 그 시점에서 히토리 짱과는 같이 있지 못하게 되어 버릴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요전에 말이야, 그 사람이 혹시 감당할 수 없을만한 사람이면 어떡하냐고, 삿츠가 그랬었잖아."
 "응."
 "어쩌면, 내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라."
 "흐응."
 "반응 밋밋하네."
 "하지만 안 나갔으면 좋겠는 거잖아?"
 "그, 그렇긴 한데……."

 그럼 무리라거나 안 된다거나 그런 말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삿츠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눈앞에 놓인 풋콩은 아직 다섯 개도 먹지 못했다.

 "요전에 그 사람 동료를 만났어. 그 사람에 대한 건 안 가르쳐 줬는데, 같이 있는 건 험한 길이란 말을 들어 버렸어." 
 "결국 그 사람 뭐 하던 사람인데?"
 "몰라. 그치만 대충 짐작은 가."

 기타리스트나 그에 가까운 무언가. 하지만 나는 음악은 잘 모르고 조사해 보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히토리 짱이 만약 그렇다 치고, 시모키타자와 씨 말대로 옆에 있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히토리 짱은 미니기타를 손에 넣고부터 마치 어린애처럼 되었다. 히토리 짱 자신은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타를 손에 들면 그 이외의 것을 잊어버린다. 집안일 사이에 치면 시간을 잊어버려서 내가 돌아왔을 때 처음으로 몇 시간이나 치고 있었던 걸 깨달을 정도니까. 그런 히토리 짱의 모습은 정말 안쓰럽다. 유아퇴행 같은, 싫은 일을 잊고 그 싸구려 기타에 몰두하는 모습이, 대체 그녀의 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아픔을 상상하는 것은 용이했다.

 "아마 있지,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었던 거야."
 "대단한 사람?"
 "뭔가를 갈고 닦던 사람이고 나름대로 유명했을 거라고 생각해. 얘기하고 있으면 아는데,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거든. 오히려 연약하고 지나치게 상냥해. 그러니까 갈고 닦는 도중에 분명 망가져 버린 걸거야."
 "그거랑 키타가 감당할 수 없단 얘기는 어디에 관계가 있는 거야."
 "……마치 새장 속 새야."

 삿츠는 의도를 이해해 준 것인지 눈을 가늘게 떴다. 히토리 짱이 그런 기타가 아니라, 좀 더 큰 진짜 제대로 된, 어른용 기타를 칠 수 있게 된다면. 비닐이 아니라 철로 된 현을 칠 수 있게 된다면.
 하지만 히토리 짱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 싸구려 기타를 치는 히토리 짱은 전에 없이 즐거워 보여서, 아픔을 잊는 듯해서.
 본질적으로 아픔을 잊거나 하는 건 분명 불가능하다. 아마도 히토리 짱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타협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애에게 그 둘 중 하나라도 줄 수 있을까.

 "키타는 있잖아, 그 사람을 구해 주고 싶은 거야?"
 "……응. 그야 소중한 사람이고, 멍울진 걸 보는 건 괴롭고 근질거려."
 "하지만 아마 그 사람한텐 그 사람 페이스가 있을걸."

 알고 있다고 입 밖에 내지는 않고 잔을 움켜쥔다. 기성품인 말이나 행동으로 히토리 짱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 버릴 것 같은 자신이 무서웠다.

 "결국은 그 사람 하기 나름이지. 하지만 시간도 타이밍도 무시해 버리면 키타는 그 사람을 괴롭힌 무언가랑 다를 바 없어. 그럼 키타랑 같이 있는 것도 괴로워질지 몰라."
 "……어떡하면 좋을까."
 "어차피 키타는 망가진 그 사람밖에 모르니까, 망가진 그대로 전부 받아들여 주면 어때? 키타는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해."

 내가 모르는 히토리 짱, 나는 알고 싶은가 알고 싶지 않은가. 만약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누군가였다 해도 히토리 짱을 받아들여 주고 싶다. 같이 있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둘째치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무력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일단은 그 싸구려 기타를 치는 히토리 짱을 받아들여 줘야지. 그런 비닐 현이라도 소리는 나니까.

 "새장 속 새란 말이지. 하지만 다쳤으면 날 것도 못 날 거 아냐."
 "……그렇지."
 "뭐어 뭘 하던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다시 건강해지면 좋겠네."

 삿츠는 미소지으면서 유리컵 내용물을 다 마시고 또 맥주를 주문했다. 나도 잔을 비우고 풋콩을 입에 넣는다. 술로 일그러진 시야는 약간의 용기를 주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아주 조금 긍정해 주었다.

 아직 해도 떨어지지 않은 오차노미즈의 거리는 악기점 같은 덴 처음 들어가는 거라 긴장되었다. 악기 같은 건 만지지도 봐 오지도 않았고 점원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히토리 짱의 소중한 걸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졌다. 자동문을 지나 점내에 들어가자 1층에는 주르륵 관련상품이 놓여 있었다. 2층에는 기타가 있다고 한다. 계단을 오르자 빼곡하게 놓인 기타를 끝부터 차례대로 살펴본다. 어쿠스틱 기타에 일렉 기타. 파스텔 색도 있고 자극적인 색도 있다. 히토리 짱은 어떤 기타로 연주했을까 하고 상상하면서 아마 검정 아닐까 그녀의 성격을 생각했다. 그런 싸구려 기타가 흉내냈을 큰 어쿠스틱 기타는, 현이 4줄이 아니라 6줄 있다.
 그 기타를 히토리 짱이 사랑하는 이유. 그건 분명 순수하게 즐기고 있으니까. 이 커다란 기타를 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 한켠으로, 하지만 사랑하는 기타를 치고 싶다는 마음은 억누를 수 없고, 히토리 짱은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1층에 내려와 피크가 눈에 들어오자 분홍색으로 된 하나를 손에 들었다. 주먹밥형이라고 불리는 피크는 그 똑딱핀보다 훨씬 치기 편해 보여서, 세 개를 손에 들고 나는 계산대로 나아갔다. 기뻐해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핀으론 분명 치기 불편하다. 싸구려 기타라도 기타는 기타다. 그렇다면 치기 편한 쪽이 분명 좋을 거다.

 취기의 열이 조금 식었을 즈음 나는 집에 도착해 카드키로 문을 연다. 다녀왔어 하고 방쪽에 말하자 히토리 짱이 현관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복도 저편에서 어서오세요 하고 내게 다가온다.
 다녀왔어의 키스를 하고, 술 냄새 난다고 눈썹을 찌푸리는 히토리 짱에게 한번 더 키스를 한다. 그녀는 으히히 웃었고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가려고 하는 히토리 짱을 불러세워 가방에서 종이봉투를 꺼낸다. 그러자 히토리 짱은 눈빛을 바꾸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시, 싫어! 오, 오지 마!"
 "어, 잠깐, 히토리 짱."
 "싫어, 싫어!"
 "괜찮으니까, 괜찮아, 진정해."
 "또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시킬 거잖아! 난 로봇도 기계도 아니야! 그냥 사람이라고! 사람인데……!"
 "히토리 짱, 아무 짓도 안 해."

 뭐가 잘못된 건지 종이봉투만으로 이렇게나 겁먹어 버리다니. 나는 당황해서 어떡할까 고민하다 소파에 놓여 있던 미니 기타를 집어서 히토리 짱에게 뛰어가 그걸 들려 주었다. 히토리 짱은 눈물을 흘리면서 끌어안고, 으으 신음 소리를 낸다.

 "싫어, 싫다고……!"
 "아니야, 미안해, 겁주려던 게 아니었어."
 "그치만 그 종이봉투, 악기점 거, 맨날 쓰던 악기점 종이봉투인걸……!"
 "히토리 짱, 늘 핀으로 치잖아? 불편하겠다 싶어서, 제대로 된 피크를 사 온 거야. 그뿐이야."

 나는 종이봉투를 겁주지 않도록 열고 내용물을 손바닥에 꺼냈다. 분홍색 피크 세 장. 봐 봐 하고 천천히 히토리 짱에게 보이자,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하나를 집었다.

 "뺏어가거나 안 그래, 그냥, 이 쪽이 더 재밌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싫으면 버릴게."
 "지, 진짜로, 커다란 기타, 치라고 안 해……?"
 "안 해 안 해. 난 잘 모르고. 게다가 그 기타가 더 좋은 거지?"
 "잘 못쳐서 어이없어하고 안 그래……?"
 "왜 어이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물려준 이런 걸 기뻐해 줘서 나도 기뻐."
 
 히토리 짱은 피크를 들고 미니 기타를 울린다. 핀보다 훨씬 치기 편해 보여서 전보다도 명료한 소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 히토리 짱이 얼굴을 들고 나를 본다. 피크를 쥔 손은 떨리고 있어서 불안불안하다.

 "저, 정말로, 이 기타 쳐도 돼……?"
 "물론이지. 잔뜩 쳐서 귀여워해 줘. 싸구려지만."
 "이런 기타소리로 기뻐해 주는 거야……?"
 "어떤 기타라도 히토리 짱이 쳐 준다면 좋아. 그야, 기타도 그렇지만, 나는 히토리 짱을 좋아하니까."

 히토리 짱은 잠깐 굳었다가 입술을 꽉 깨물고 떨다가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삿츠의 말을 떠올렸다. 그냥 옆에 있어 줘. 히토리 짱은 외로웠던 걸까 싶어서 미니 기타째로 끌어안아 준다.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어린이 같은 체온으로 우는 히토리 짱이 가여워서, 귀여워서, 지켜 주고 싶어졌다. 동시에 히토리 짱을 이렇게 약하게 만든 누군가가 미웠다. 몰아붙인 건 분명 기타가 아니다. 기타를 통해 히토리 짱을 상처입힌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누구라도 강요받으면 좋아했던 것도 싫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모닝콜로 하면 싫어지듯이. 히토리 짱으로부터 좋아함을 빼앗은 그 사람을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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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