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4

카와즈 2024. 3. 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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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색 피크로 미니 기타를 쳐서 소리를 즐긴다. 한 음 한 음을 정확하게 치는 게 이 크기로는 어렵지만, 쳐지면 즐거웠다. 그 프레이즈를 저녁에 돌아온 키타 짱에게 들려 주고 칭찬을 받는다. 그게 기뻐서 또 친다.
 아마도 나는 쭉 칭찬을 원했던 거다. 그리고 잘한다고, 잘 친다고 말해 주길 원했던 거다.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 줬으면 했다.
 키타 짱은 나에게 뭐든지 준다. 뭐든지 주려고 하고, 뭐든지 이루어 주려고 한다. 키타 짱은 상냥하다. 나에 대한 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이 기타라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건 분명 키타 짱뿐이다. 레이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면 뻔한 거짓말일 거라느니, 봇치 짱에겐 안 어울린다느니 말할 게 틀립없다. 제공된 값비싼 기타를 들려 놓고 어울린다고, 쳐 달라고, 빨리 곡을 써 달라고. 정말로 싫었다.
 그 때 키타 짱이 있어 줬다면 달랐을까. 그런 건 안 해도 된다고, 말해 줬을까. 아니면 더 좋은 선택을 하게 해 줬을까. 그런 길은 이제 없지만.
 기타를 친다, 치고 또 쳐고, 부족한 것이 나온다. 손가락을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아무리 피크가 종횡무진 현을 뛰어다녀도 부족한 것. 그걸 잘 모르겠다. 나는 뭘 원했던 건지,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키타 짱이 직장에서 돌아와서 목욕을 하고 나와서 같이 밥을 먹고, 나는 소파에서 기타를 친다. 도롱도롱 소리로 놀면서 키타 짱은 즐거운 듯이 몸을 흔들어 준다. 기분이 좋아져서 더욱더 현을 튕긴다.

 "후후, 잘 치네, 히토리 짱."
 "그, 그런가요……?"
 "응, 정말 잘 쳐, 열심히 해 왔구나."
 "네, 네. 어렸을 때부터 해 와서……."
 "대단한걸,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구나."

 키타 짱이 계속 칭찬해 준다. 그래서 또 음을 쫓아, 뭔가 부족해진다. 이 부족한 건 뭘까, 뭔가가 부족하다,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계속 친다. 이 아쉬움,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 마음은 대체 뭐야, 뭐란 말이야. 이렇게 충족되어 있는데 나에게 대체 뭐가 부족하단 말인가.

 "히토리 짱, 히토리 짱."
 "……아, 네, 네."
 "깜짝 놀랐어, 뭔가 되게 초조해 보여서."

 키타 짱의 얼굴을 본다. 갑자기 빠르게 뛰는 심장, 열이 오르는 손끝. 내가 원하는 것, 알았을지도 모른다. 이건 소리지만 더 끈적한 소리다. 키타 짱이 가지고 있다, 분명 키타 짱이, 키타 짱만이.
 미니 기타를 테이블에 놓고 키타 짱의 어깨에 손을 놓고는 입술을 겹친다. 한 번뿐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그리고 풀어진 키타 짱의 입술 사이에 혀를 찔러넣어 깊게 입맞췄다. 어깨를 눌러 소파에 밀어 넘어뜨리자 열기를 띤 키타 짱의 흰 피부가 붉게 물든다.

 "히토리 짱……."

 키타 짱이 내 이름을 부르자 가슴이 괴로워졌다. 기뻐서 기뻐서, 심장이 오동작을 일으킬 것처럼 빨라진다.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자 키타 짱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키타 짱에게 키스를 받자 울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 다음에 옷을 벗고 살을 겹쳤다. 부드러운 몸 표면에 닿자 키타 짱이 작게 소리를 냈다. 찾고 있던 퍼즐 조각을 발견했을 때 같은 기쁨이 있었다. 나는 키타 짱을 원했던 거다. 키타 짱의 전부를, 남김없이. 전부를 알고 싶었다. 녹아 버리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다. 이대로 녹아 섞여서 하나가 되면 분명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 피부로 나뉘어 있는 게 문제다, 피도 눈물도 눈도 뇌도 공유해서, 아아 하지만 그래선 키타 짱을 끌어안을 수도 없고 키스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뉘어 있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태어난 그대로의 피부를 서로 겹쳐, 행위가 끝나면 서로 끌어안는다. 침대로도 이동하지 않고 소파에서 처음 한 섹스는 그저 기분 좋고 행복했다. 키타 짱의 가슴에 머리를 가져가 아직 빠른 고동을 듣는다. 두근두근두근. 여기서 키타 짱은 살아 있다. 어두침침한 거실에선 텔레비전만이 우리들을 비추고 있었다.

 "히토리 짱, 처음이야……?"
 "네……."
 "나도, 처음이야."

 그렇구나, 처음이구나 하고 묘하게 감개깊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왠지 웃겨져서, 나는 후후 웃었다. 그러자 키타 짱도 따라 후후 웃는다. 그리고 웃음이 웃음을 불러, 우리들은 끌어안으면서 알몸으로 대폭소했다. 뭔가 우습다. 그야 처음이다, 서로 처음. 모든 것이 처음이다. 키스도 허그도 섹스도. 전부, 키타 짱이 처음.
 웃음이 잦아들자 갑자기 사랑스러워져서 세게 꼭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키타 짱 자신의 달콤한 냄새와, 미미하게 풍기는 땀을 느낀다. 눈을 감자 키타 짱이 세계가 되었다.

 "키타 짱과 만나기 전의 제가 불쌍해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히토리 짱을 만나기 전의 나도 마찬가지야."

 피부로 느껴지는 고동의 울림. 집중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정말로 미미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는 잘 알 수 있다. 내 몸에서 떨어진 내 반쪽. 분명 키타 짱은 내게 그런 느낌이다.

 "……왜 키타 짱은 그렇게 받아 주는 건가요?
 "그거야, 내가 히토리 짱을 좋아하니까 그렇지."
 "아무 말도 안 하는데도?"
 "말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신음하다 키타 짱의 품에 머리를 갖다댔다. 뒷머리에 손이 놓이고 부드럽게 쓰다듬받았다. 분홍색 피크, 그건 키타 짱이 나를 생각해서 사 준 것이다. 키타 짱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키타 짱을 좋아한다. 들어가야 할 곳에 들어간 것처럼 무척 잘 와닿는다.

 "키타 짱이 없으면 저 아무것도 못해요. 힘내지도 못하고 기타도 못 쳐요. 기타를 못 치는 저는 제가 아니라고 다들 그래요. 그런 저는 필요 없다고 다들 그래요."
 "너무한걸, 너무해서 이얍 하고 콧대를 꺾어 주고 싶어."
 "이, 이얍……."
 "그치만 그렇잖아? 히토리 짱은 여기 있는 것만으로 훌륭한데, 기타 같은 건 부가가치에 지나지 않아. 히토리 짱은 그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그치만 난 기타를 안 치는 히토리 짱밖에 모르는걸. 지금도, 몰라."

 기타를 안 쳐도 된다고 말해 준 건 분명 키타 짱뿐이다. 다른 모두는 치라고 치라고 시끄럽다. 나를 찾아내서 억지로 기타를 들려 놓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밖은 싫다. 둘만의 모형정원에서 계속 살고 싶다.

 "실제로 지금 그런 모습이잖아? 히토리 짱 아무 것도 안 갖고 있잖아. 그래도 나는 좋아한다고 느끼는걸."
 "……확실히,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 아무것도 없어도 돼."

 등과 머리 뒤에 느껴지는 키타 짱의 확실한 손의 온기. 배나 가슴이 딱 맞는 피부의 매끄러움. 서로의 땀으로 찰싹 달라붙은 머리카락 끝. 지금 우리들에겐 아무것도 없다.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내 안에 하나 있다. 내 가슴속에도 있는 또 하나의 키타 짱. 키타 짱을 좋아한다는 마음 이외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현관에는 날 찾아온 첫 손님. 일하느라 없는 키타 짱에게 말도 않고 사람을 집에 들인 건, 스크린샷으로 보내진 내가 있는 곳과, 키타 짱과는 이미 만났다는 얘기를 메시지로 들었으니까. 다만 위치정보만으론 방 호수까지는 알 수 없었는지 "확률은 6분의 1이야."란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알았다고 하자 곧바로 료 씨는 우리들 집 현관에 섰다.

 "잘 지냈어? 봇치."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거 이상한 기분이에요."
 "이쿠요는 모르니까."
 "키타 짱을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뭐 어때. 이제 와서 바꿀 생각도 없어."

 변함없이 종잡을 데 없는 기색으로 멋대로 집에 들어와선 나를 지나쳐 거실로 나아갔다. 등에 메고 있는 건 기타인지 베이스인지. 그 어느쪽이든지 나에겐 관계 없고 아무래도 좋다.
 말하지 않아도 료 씨는 소파에 앉아 기그백을 바닥에 놓는다. 나는 차를 가져와서 그녀의 눈앞에 놓았다. 담배를 꺼낸 료 씨에게 "여긴 금연이에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베란다를 턱으로 가리켰다.

 "끊었어요, 담배."
 "헤에, 끊을 수 있는 거였구나."
 "키타 짱이 안 피니까요."
 "많이도 물들었구나, 그렇게 기타가 싫어?"
 "네, 진짜 싫어요."
 "그럼 이 백엔샵 기타는?"

 료 씨가 손에 든 미니 기타를 나는 "돌려 주세요!" 하고 빼앗았다. 집어넣는 걸 까먹는다는 최대의 실태를 범하곤 미니 기타를 등 뒤에 감추었다. 료 씨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진짜 싫다면서, 응?"
 "……이건 기타가 아니에요. 우쿨렐레예요."
 "말은 하기 나름이라니까. 하지만 그래도 현은 만지고 있잖아. 그렇지?"
 "이건 기타 같은 거 아니에요."
 "여기 있는 파트너가 불쌍하다."

 료 씨는 시선만으로 가리켜 보였고 나는 설마 하고 전율했다. 건네줬던 여벌 열쇠를 쓴 건가 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고 그 기타가 내 눈에 들어오지 않게 얼굴을 돌렸다.

 "……그런 거 가져오지 말라고요."
 "좋은 기타인데. 오래된 레스폴 같은 거 지금은 평범한 사람은 못 사."
 "가치는 돈이 아니에요."
 "하지만 이 기타에겐 쳐 주는 사람이 없지. 그렇다면 가치는 돈밖에 없잖아."
 "왜 항상 료 씨는 돈 얘기뿐이에요?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가 됐든 곡을 쓸 거예요!?"

 나도 모르게 외쳤다. 료 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타를 바라보았다.

 "쓸 거야, 얼마든지."

 나는 진심으로 료 씨를 경멸했다. 돈만을 쫓아 자신의 음악을 버리고 대중을 노리는 료 씨의 어디를 긍정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은 견딜 수 있는가 어떤가다. 돈이나 프레셔를. 그리고 견디지 못하면 모두 역시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잘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잘못한 건, 치사한 건, 언제나 멋대로 기대하고 주문하는 그쪽이잖아. 내 마음은 어디 있는 건데, 어디서 존중해 주는 건데, 돈? 지위? 명예? 그런 건 조금도 탐나지 않는다. 그걸 애라고 웃는다면 나는 계속 애라도 좋다.

 "……료 씨는 몰라요, 제가 기타를 치기 싫은 이유 같은 거."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런 건."
 "그럼 오지 마요. 이제 돌아가 주세요."
 "기타는 놓고 갈게."
 "잠깐만요, 료 씨!"

 짐 없이 소파에서 일어서 료 씨는 대체 뭘 하러 온 건지. 복도를 향해 걷는 그녀와 거실에 남겨진 기그백. 나는 당황해서 료 씨를 쫓았다.

 "이쿠요와의 생활이 즐겁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해. 봇치는 검약가일 테고 분명 오래 가겠지."
 "뭐, 뭐라고요……?"
 "하지만 있지, 도망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돈이 얽히면 특히나. 언젠가 청산해야만 하는 날이 올 거야. 그건 오늘일지도 모르고, 내일일지도 모르고, 5년 후일지도 몰라. 하지만 반드시 올 거야."
 "료, 료 씨."
 "그렇게 되면 봇치는 절대로 이대론 있을 수 없어. 어느쪽을 고르던가 둘 다 고르던가. 애초에 이쿠요는 봇치를 고르지 않을지도 몰라."

 신발을 다 신은 료 씨는 뒤돌아보면서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공포로 소름이 돋아 기분 나쁜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되면 봇치한텐 기타밖에 없어. 기타를 치든가, 죽든가. 고르도록 해."
 "왜, 왜 그렇게 되는데요."
 "언젠가 마주봐야만 할 날이 올 거야. 말했지."
 "전 이미 마주보고 있어요."
 "그럼 기타를 쳐. 고집 같은 건 버리고 치면 되지."
 "게다가 키타 짱도 절 골라줄 거예요."
 "어떨까, 난 그렇겐 생각되지 않는데."

 키타 짱의 얼굴이 떠오른다. 붉은 색 머리를 나부끼는 내 천사. 만약 그녀가 나를 골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소중한 것이 고르는게 항상 자신이라곤 장담할 수 없어. 언제나 자신의 수중에 있는 선택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저희들은 언젠가 헤어질 거라고요?"
 "글쎄,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몰라."

 료 씨는 문을 열었다. 몸을 미끄러뜨려 나를 돌아보고 입을 연다.

 "니지카는 봇치를 반드시 찾아낼 거야."

 그렇게 말하고 료 씨는 잘 있으란 인사도 없이 문 저편으로 사라졌다. 정말로 폭풍 같은 사람. 거실에 돌아와서 그녀가 두고 간 내 전 파트너를 바라본다. 이전 같은 공포는 느끼지 않는다. 그냥 물건이다, 기타다. 키타 짱이 나를 긍정해 준 지금은 무섭지 않다.
 기그백의 지퍼를 열고 내용물을 지키던 천을 저편으로 넘기자 오랜만에 보는 검은 레스폴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얼굴을 흡수해서 검게 번뜩인다. 넥을 잡고 오른쪽 허벅지에 본체의 오목한 부분을 맞추었다. 키타 짱에게서 받은 피크로 다운 스트로크. 역시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

 "……히어로 따위, 이름뿐이야."

 내가 만든 곡을 친다. 벤딩도 피킹도 녹슬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있다. 고토 히토리는 여기에 있다. 보고 있냐 기타 히어로? 네 말로다, 네 미래다. 히어로 같은 건 될 수 없는 그냥 인간, 마을사람A다. 그 이름의 모든 것이 건방지다. 나는 무엇도 되지 못하고 여기 있다,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있다. 텅 빈 나다.
 연주를 마치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에 떠도는 먼지가 반짝이고 있다. 결국 나에겐 기타밖에 없다.
 잘 가, 기타 히어로. 어서 와, 굽은 등의 호랑이. 나는 키타 짱을 위해 기타를 칠게. 누구도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그 애 앞에서라면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직장에서 돌아온 키타 짱은 기타를 치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키타 짱은 걸어 다가와 내 곁에 걸터앉고는 "뭔가 들려줄래?"라고 말했다. 그러니 친 것은 내 대표곡. 내가 만들었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키타 짱은 좋은 곡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게 기뻐서, 손끝이 뜨거워서, 어떤 곡이라도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녁밥 먹는 속도가 느린 키타 짱은 몸이 안 좋은 건지 조금 얼굴이 빨갛다.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말하자 미안하단 말을 듣고 식사가 끝났다. 소파에 앉아 축 쳐져 있는 키타 짱의 열을 체온계로 재 보자 38도나 됐다. 나는 놀라서 키타 짱을 서둘러 침대에 옮기고 이온음료를 마시게 했다. 키타 짱의 눈은 멍했고 초점이 애매했다.

 "어디 아프거나 힘든 거 있어요? 속이 안 좋다거나."
 "그건 괜찮아. 그냥 열이야."
 "방 더워요? 추워요? 모포 한 장 더 필요해요?"
 "그렇게 예민하게 안 굴어도 괜찮아."

 키타 짱은 괴롭다는 듯이 웃는다. 그 얼굴에 가슴이 아파서 손을 쥐었다. 기도하듯이 감싸 이마에 대자 손바닥은 무척 뜨거웠다.

 "자면 나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겐 못 해요, 무서워요."
 "죽고 그러진 않아. 내일은 분명 열 내릴 거야."

 키타 짱은 "자, 히토리 짱은 히토리 짱 할 일 해." 하고 나를 침실에서 쫓아냈다. 그렇게 말해도 벌써 집안일은 끝나서 할 일은 없다. 키타 짱은 졸릴 테니까 자게 두자 싶어서 나는 기타를 들었지만 시끄러우면 안 되니까 금방 집어넣었다. 할 게 없다, 걱정돼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떡하면 좋을까 하며 텔레비전을 껐다. 스마트폰을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메시지 앱을 보자 알림이 꽤나 쌓여 있었다. 전부 읽지도 않고 무시하고 있다. 니지카 짱이 보내온 마지막 메시지에는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까 돌아와"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말에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아서 누군가를 위해 기타를 치던 옛날 자신을 떠올린다.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기타를 치는 건 힘들다. 자신을 위해 치면 재미없는 곡이 돼서 다들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쓰고 싶지도 않은 곡을 쓰고 치고, 기뻐하는 걸 보고 이게 정답이었던 건가 의심했다. 키타 짱을 위해 쓰는 곡이라면 수많은 프레이즈나 가사가 떠오르는데,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쓰려고 하면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샘솟지 않는다.
 하지만 곡을 만드는 건 좋아하니까 또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써서 처음부터 다시 할까 생각하고 있으려니 침실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쿵! 하는 둔탁하고 큰 소리가 났다. 나는 소파에서 내려와 종종걸음으로 침실 문을 연다. 불을 켜서 명확해진 소리의 정체는 키타 짱이었고,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키타 짱!? 하고 내가 다가갔지만 의식은 없었다. 얼굴은 새빨갛고 숨도 거칠다. 눈물을 머금은 눈꺼풀 틈은 괴로워 보였다. 체온계로 열을 재 보니 40도를 넘어 있었다. 어떡하지, 이건 큰일인데, 나는 생각한다. 이걸로 혹시 키타 짱이 죽기라도 한다면.
 나는 내 상황은 신경쓰지 않고 아파트 앞에 택시를 부르고는 키타 짱의 지갑을 들고 안에 있는 보험증을 확인했다. 키타 짱을 업고 밖에 나와 집 문을 잠그고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간다. 신중하게 신중하게, 실수로라도 떨어뜨리지 않게 걸어서, 가까이 있었는지 생각보다도 빨리 도착해 준 택시에 키타 짱을 태우곤 나는 "가까운 병원으로 가 주세요." 하고, 기사님은 밤에도 진찰을 하는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숨이 흐트러진 키타 짱의 머리를 내 무릎에 올린다. 그저 뜨겁다. 마치 불덩어리 같다. 생명이 불타는 소리와 열기. 다 불타지 않으면 좋으련만. 키타 짱이 다 불타 버린다면 나는 마침내 이 세상에 머물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니까.

 병원에 도착해 키타 짱이 진료 침대에 눕혀지고 의사 선생님은 진찰을 해 나간다. 바이러스성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링거 호스를 손목에 단 키타 짱은 너무나 환자란 느낌이라, 금방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무섭다. 병원은 싫다, 이 냄새도 분위기도. 여기엔 명확한 죽음이 곁에 있는 느낌이 드니까.
 의사 선생님은 의식이 없는 키타 짱을 부른다. 신음할 뿐인 키타 짱은 눈을 뜨지 않는다. 내게 의사 선생님은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미리 유행병이니 독감이니 요로감염이니 하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사해 보고 불안에 빠져 있던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2시간 정도 링거를 맞고 영양제나 해열제를 처방받은 후 나는 다시 키타 짱을 업고 택시로 돌아간다. 그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달라고 부탁해서 젤리와 스포츠 드링크를 구입했다. 링거로 어느정도 나아졌는지 키타 짱은 왔을 때보다도 호흡이나 열이 안정되어서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 내리겠다고 안심했다.
 슬슬 체력의 한계가 가까워졌을 때쯤 나는 마침내 집 카드키를 대고 안에 들어갔다. 키타 짱을 침대에 누이고 스포츠 드링크 뚜껑을 따고 다시 닫아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 두었다. 해열 시트를 갈아 주고 침실 문을 닫고는 나는 소파에 누웠다. 하늘은 벌써 밝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이미 몸은 근육통인 상태다. 하지만 키타 짱은 지켜냈다. 그것만으로 달성감이 있고 기쁘다.
 
 깨어난 키타 짱은 아직 열은 있었지만 몸은 괜찮았는지 내가 사 온 젤리를 열어서 먹고 있었다. 약을 건네자 눈을 껌뻑여서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키타 짱에게 미안하단 말을 듣는다. 나는 사과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키타 짱에게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해도, 표정은 굳은 채였다.
 집안일이 끝나자 나는 또 까만 레스폴을 든다. 떠오른 프레이즈를 치면서 곡으로 바꿔 나간다. 가사는 남김없이 전부 키타 짱에 대한 것. 완성되면 언젠가 키타 짱에게 들려 주고 싶다.
 키타 짱 앞에서 노래한 적은 없지만 어떤 반응을 해 줄까. 기쁘다고 웃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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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