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6

카와즈 2024. 3. 5. 15:00
더보기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쓰는 곡은 재미가 없다. 먹히는 것에 먹히는 것을 겹친 팝송이라니 어이없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시모키타자와의 팝 스타라니 너무 아이러니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곡은 더 어두침침하고 시커멓고 지저분한 금색인데.
 봇치는 바보다. 바보인 주제에 좋은 음악을 만드니까 짜증이 난다. 이쿠요를 손에 넣고, 만들고 싶은 음악을 손에 넣고, 천성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내게는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주제에 그러면서 하나밖에 필요 없다고 지껄이니까 바보다. 내가 봇치라면 전부 손에 넣는다. 진흙탕 싸움을 벌여서라도 전부 손에 넣었을 텐데.
 눈앞의 견갑골을 깨물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금색이 아프다고 중얼거렸다. 또 한 번 물자 그만하라고 말해 온다. 어쩔 수 없이 떨어지자 오른손이 뻗어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기에 다가가 끌어안고는 목을 깨문다.

 "야, 거긴 보이잖아, 그만해."
 "싫어."
 "싫은 게 어딨어."
 "……니지카, 내 매니저 해."
 "당연히 안 되지. 요구 잘 받아줄 것 같아서 그러는 거 뻔히 다 보이거든?"

 아까까지 할 거 다 했으면서 잘도 말하네.
 봇치가 없어진 그 날부터 니지카는 계속 봇치 생각만 하고 있다. 봇치 짱 괜찮은 걸까 봇치 짱 어디 있는 걸까 봇치 짱 잘 지내고 있을까, 그것뿐이다. 눈앞에 있는 애인을 내버려 두고 다른 사람에게 의식을 두고 있다. 그게 지긋지긋해서 봇치에게도 이쿠요에게도 못된 짓을 했다.
 봇치와 나는 많이 닮았다. 음악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면서 어쩔 도리 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발견해 버린 것. 어느 한쪽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러면 둘 다 잃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음악보다 니지카를 골랐다. 팝 같은 건 완전 싫다. 그러니까 내 음악을 좋아한다고 지껄이는 녀석들을 전부 다 바보 취급하고 있다. 그런 말을 하면 니지카에겐 혼나겠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연애니 사랑이니 파스텔 색으로 칠해져선 구역질이 난다. 새된 성원 같은 건 필요 없다. 니지카만 있으면 된다. 사실은 이런 음악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팔리면 팔리는 만큼 니지카가 기뻐해 주니까. 힘냈구나, 장하네, 역시 료야 하고, 잔뜩 칭찬해 주니까. 나를 봐 주니까. 그래서 하고 싶지도 않은 잡지 취재도 라이브도 악곡 제작도 열심히 한다. 니지카가 있으니까.
 그렇게 해서 자신이 죽어간다. 기타 히어로가 Bocchi가 될 즈음, 나는 그 애에게 말했다. "개성을 버리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그 시절에조차 자신의 음악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도.
 가장 바보인 건 나다. 봇치는 자신의 음악을 관철해 유명해져서, 이쿠요를 찾아내 기타를 버릴 각오를 했는데. 나는 그저 위에서 내려다보며 바보 같다고 웃을 뿐. 사실은 훨씬 훨씬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는데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봇치처럼 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조심조심 눈치 보며 사는 게 아니라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지금도 가슴을 펴고 니지카와 함께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나 같은 사람은 언젠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음악도 니지카도 나 자신조차 잃고, 텅 빌 것이다.

 "곡은 어때?"
 "그럭저럭. 신곡은 금방 될 거야."
 "역시 료야, 나 료 노래 진짜 좋아해."

 니지카는 그런 말 하지 마. 라고는, 속이고 있는 건 나니까 말하지 못한다.
 언제까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 되는 건지, 나는 슬슬 망가져 버릴 것 같다. 봇치가 이쿠요를 손에 넣은 상태로 자신의 음악까지 해 버린다면 나는 마침내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없으니까.
 가르쳐 줘 봇치, 난 어떡하면 될까.
 이쿠요가 물은 그 말을 그대로 나는 봇치에게 하고 싶다.


 드디어 봇치 짱이 있는 장소를 찾아냈다고 기세가 오른 3일 후, 설득에서 돌아온 니지카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설득에 응하지 않았단 걸 깨닫고 있으려니 니지카는 내게 폭 안겨 온다. 나는 니지카의 등과 머리에 팔을 두르곤 치하하듯이 쓰다듬었다.
 니지카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말해 나간다.

 "계약 그만두고 싶다고 그러더라."
 "그만둔다고?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안 돼, 봇치 짱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봇치 짱이라면 더 유명해질 수 있는데."

 니지카는 틀린 말을 하면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봇치는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 봇치가 바라는 건 이쿠요 오직 한 사람. 그것을 위해 기타를 버리고 옆에 있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니지카는 왜 그렇게 봇치에게 집착해?"
 "그치만 그렇게 대단한 사람 처음 봤는걸……. 기타도 노래도 가사도 곡도 뭐든 대단해서, 아아 이 사람은 세계로 갈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했던 걸까."
 "뭐 어때, 내버려 두면 되지. 그게 봇치 선택이야."

 그건 그렇지만, 하고 니지카는 말을 흐린다. 나는 굳이 다시 묻지는 않는다. 회사의 손실은 그럭저럭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니지카의 손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니지카의 심정뿐이라, 나는 봇치에게 질투했다. 니지카는 내 음악을 듣고 여기까지 말해 준 적이 없다. 대단하다고밖에 말해 주지 않는데, 봇치에 관해서는 이렇게까지 찬미를 보내고 있다. 짜증이 나서 어쩌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걸 말할 만큼 어린애가 아니다.
 말하자면 니지카는 봇치의 음악이 그리운 것이다. 본인이 보기엔 민폐 그 자체라도 니지카는 봇치의 음악을 갈구한다. 정말로 싫은 이야기다.

 "봇치 짱한테 미움받았을까?"
 "미움받아도 뭐 어때. 내가 있잖아."
 "회사 방침이란 말이야, 나라고 세게 말하고 싶은 건 아니야, 봇치 짱을 상처입히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음악을 그만두지 말아 줬으면 해서, 하지만 레이블에 돌아와 주지 않으면 나는 봇치 짱의 매니저로 있을 수 없으니까."
 "니지카."
 "너무하지, 그렇게 상냥한 애를 약점을 파고들고 변명을 늘어놓고, 봇치 짱의 소중한 사람까지 상처입히고, 나, 이런 짓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봇치 짱을 겨우 찾아냈는데, 이렇게……."

 나는 웅크린 니지카를 다시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이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니지카가 자신을 괴롭히지 않도록. 깊게 입을 맞추고 산소를 빼앗아 머리 회전을 느리게 만든다. 니지카를 안아올려 침질로 이동해 섹스를 했다.
 상처받은 니지카와 가슴에 뚫린 쓸쓸함을 위로할 방법을 바보인 나는 이것밖에 모르니까. 니지카를 만지고 살을 겹쳐 나 이외의 것을 사고에서 튕겨낸다. 봇치는 아무것도 안 해도 이쿠요랑 알아서 잘 하겠지.
 눈물을 흘리며 쾌감을 즐기는 니지카를 내려다본다. 우리들은 언제가 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