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7

카와즈 2024. 3. 5. 15:02
더보기

 마지막 빨랫감을 베란다에 널고 거실로 돌아오자 저녁을 만들 시간이 되어 있었다. 냉장고를 열고 오늘 저녁밥을 생각한다. 다진고기에 두부에 닭다릿살. 오늘 밤은 튀긴 두부 고기조림과 가라아게로 할까 하고 가루가 든 선반을 보자 녹말가루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요전에 썼던가 하고 기억의 단편을 보며 한숨을 쉬고 메시지 앱을 열었다. 하지만 한가지 생각이 났다. 니지카 짱에게 발각된 지금 숨어 지낼 필요는 없다. 게다가 키타 짱에게 사 와 달라고 하는 것도 업무로 지쳐 있을 테니 부담이 될 테고, 그렇다면 직접 사러 가면 되잖아.
 앞치마를 벗어 지갑을 들고 나는 선반에서 예비 카드키를 꺼내서 현관을 열고는 문을 잠갔다. 아직 이른 저녁인 지금 시간은 새하얀 구름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집에만 있었으니까 겨울이 된 것도 몰라서 윗옷도 안 입고 밖에 나와 버렸다. 빨리 빨리 사서 돌아가야지 결심하고 재채기를 하면서 슈퍼를 목표로 한다. 여기서 도보 10분 정도인 슈퍼는 평소에 걷지 않는 나에겐 꽤나 멀게 느껴졌다.
 슈퍼 안에 들어가 녹말가루를 살 뿐이니 바구니는 들지 않고 나아갔지만 장소를 알 수 없었다. 위의 분류를 보면서 걸으며 가루 코너를 찾는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던 그곳에 들어가자 녹말가루는 밀가루 바로 아래 있었다.
 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도중에 과자 코너가 있어서 앉으면서 바라본다. 슈퍼에 오는 건 얼마만일까. 4개월 쯤 됐다고 우라시마 타로 기분은 아니지만, 과자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아, 좋아하는 거, 하고 손에 든 과자 패키지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거나. 내 생각을 옆에 두고 세계는 천천히 바뀌어 나를 두고 갈 것이다. 료 씨가 말했었다. 앞으로도 쭉 키타 짱이 나와 같이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그런 예측은 빗나가서 키타 짱에겐 떨어지고 싶지 않단 말을 들었다. 나는 그걸로 괜찮다. 하지만 니지카 짱은 나를 데리고 돌아갈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5년 후, 아니 3개월 후 우리들 관계는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대담하게, 혹은 세세하게. 이 패키지처럼.
 나는 키타 짱이 좋아하는 과자를 손에 들고 계산대로 나아갔다. 셀프 계산대가 있어서 그걸 이용하곤 곧장 슈퍼를 나온다. 자동문을 지나 금방 뺨을 쓰다듬는 차가운 바람에 앗추워, 하곤 걷기 시작한다.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집. 키타 짱은 벌써 돌아왔을까.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가자 키타 짱이 내 이름을 외쳤다. 몸을 움찔하자 복도에서 키타 짱이 달려온다. 놀라서 키타 짱을 받아내니 그녀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키, 키타 짱?"
 "어, 없어진 줄 알고, 그래, 그래서……!"
 "슈퍼에 갔었어요, 녹말가루가 없어서."

 키타 짱은 안심했는지 스르륵 나를 끌어안은 채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나는 그저 키타 짱을 끌어안고 진정시키려 한다. 하지만 키타 짱은 계속 울면서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키타 짱, 키타 짱 하고 불러 보지만 등을 감싸쥐는 힘만이 세져 간다.

 "히토리 짱, 히토리 짱, 아무데도 가지 마, 계속 여기 있어, 나를 떠나지 마, 제발……!"
 "여기 있어요, 괜찮아요. 키타 짱, 괜찮으니까요."
 "싫어, 가지 마, 곁에 있어 줘, 방에서 나가지 마, 날 버리지 마, 착하게 있을 테니까, 부탁이니까……!"
 "키타 짱 진정해요. 괜찮아요, 전 여기 있어요."

 키타 짱을 떠날 리가 없는데 하고 등을 쓰다듬는다. 키타 짱은 계속 나를 원하며 울고 있다. 여기 있는데 마치 내가 안 보이는 것 같다.
 마치 엄마를 잃은 어린이 같다. 울음을 그치지 않고 소리를 높여 나를 찾는 모습은 무척 연약하고 덧없다. 여기 있어요, 괜찮아요, 해도 키타 짱은 계속해서 운다. 바지 왼쪽 주머니에 들어 있는 과자가 바스락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아무 데도 가지 마, 미안해, 미안해, 붙잡아서 미안해, 싫어, 가지 마, 옆에 있어, 날 골라 줘, 히토리 짱."
 "키타 짱 옆에서 안 떨어질게요."
 "거짓말, 어디 가 버릴 거잖아, 날 두고 갈 거잖아, 싫어, 여기 있어, 옆에 있어, 날 버리지 마, 나만 봐."
 "네, 보고 있어요. 키타 짱 옆에 있어요. 아무 데도 안 가요."
 "사랑해, 정말 사랑해, 제발 옆에 있어 줘."

 키타 짱은 울면서 나를 계속 찾는다. 내 말을 들어 주지 않고 엉엉 울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우리들은.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만나 버렸으니까 이렇게 서로를 좋아하게 되어서, 놓아주고 싶지 않아져 버렸다.
 이 형태는 일그러졌는데, 그래도 키타 짱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무서웠다.

 깜깜한 침대 위, 키타 짱의 등을 보면서 나는 잠들지 못하고 있다. 겨울 도쿄는 추웠고 그럼에도 절전으로 난방을 하지 않은 방 안은 둘이서 한 침대 속에 있어도 쌀쌀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키타 짱이 있는데 유달리 멀게 느껴졌다.
 키타 짱의 이 강박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은 어떡하면 사라질까. 기타는 옷장 깊은 곳에 들어가 이제는 빛을 볼 일이 없을 텐데. 나는 키타 짱을 골랐다. 키타 짱을 좋아하니까. 그걸로 우리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데 키타 짱은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떠나갈 요소는 하나도 없는데.

 "키타 짱은 뭐가 무서운 거야?"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든 숨소리가 안 들리니까 아마 일어나 있다.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쓸쓸하다.

 "……히토리 짱이 내 곁에서 없어지는 거."

 아까도 한참 들었던 그 말. 없어지지 않는다고 몇 번 말해도 키타 짱은 믿어 주지 않는다. 그뿐인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불안은 커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떡하면 키타 짱은 안심해 줄까. 어떡하면 웃어 줄까. 니지카 짱이 있는 곳으론 절대로 가지 않는다. 절대로. 그야 거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키타 짱 곁이야말로 내가 있을 곳이다. 어떡하면 알아 줄까. 기타는 이제 치지 않는다. 왼손가락도 약간 둔해지고 있다. ……왼손?
 하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침대를 기세 좋게 빠져나와 속옷을 입었다. 히토리 짱? 하고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거실에 들어와 불을 켰다. 속옷 차림의 방은 추위가 피부에 스며든다. 주방에 들어가서 식칼을 꺼내들었다. 예리한 칼끝이 내 얼굴을 비추며 매끈하게 빛났다. 도마를 깔고 왼손을 그 위에 올렸다. 이런 손가락이 있으니까 문제다. 되돌아갈 수 없는 데까지 가 버리면 된다. 그러면 키타 짱도 겁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나는 식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내려치려고 손잡이를 꼭 쥐었을 때 "안 돼!!"하는 외침이 들렸다.
 몸에 쿵 하고 전해지는 충격. 손에서 식칼이 빠져나와 덜그럭 바닥에 떨어진다. 나도 바닥에 떨어져 당황했다. 키타 짱이 날 멈췄으니까.
 키타 짱은 손바닥을 펼치고 몇 초간 그대로 있더니 꼭 쥐어 천천히 내리고 내 왼손을 붙잡아 펼쳤다. 손바닥을 잡는 키타 짱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 대고 흑흑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짓을……."
 "이, 이렇게 하면, 키타 짱이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미안해……미안해……."
 "사, 사과하지 마요, 제발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울지 마세요, 미안해요."
 "미안해……미안해……."
 "키타 짱, 울지 마요. 제발,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키타 짱."

 키타 짱은 조용히 울기를 계속한다. 조용히, 조용히. 나는 왼손에서 흘러들어오는 키타 짱의 따스함을 느끼면서 계속 사과하는 그녀에게 사과를 돌려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키타 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손쓸 방도가 사라진 나는 키타 짱에게 면목이 없어서 울었다. 똑같이 둘이서 흑흑 눈물을 흘리자 그 소리만이 주방에 울려퍼졌다.
 어떡하면 좋을지 정말로 모르게 되어 버렸다.
 키타 짱이 싫어하는 왼손은 내 손목 끝에 아직도 붙어 있다.



 익숙한 햄버거 체인점에서 평일 점심을 먹고 있는 청발의 선배 옆에 앉아서 바닐라 셰이크를 홀짝였다. "점심밥 그걸로 됐어?"라고 묻는 그녀에게 식욕이 없다고 답하자 흐응 하고 흥미 없는 듯한 리액션이 들려왔다.
 스마트폰은 집에 두고 왔다. 위치정보가 달려 있고 키타 짱이 불안해하니까. 하지만 우리들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집에서 나온 거 혹시 처음이야?"
 "아뇨, 세 번째예요. 첫 번째는 키타 짱을 병원에 데려갔을 때, 두 번째는 슈퍼에 갔을 때예요."
 "아아 그러고 보니 니지카도 말했었지. 탐정이 병원에 들어가는 히토리 짱을 봤다고."
 "설마 그걸로……?"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 니지카도 참 끈질기지."

 그 때 들켰다니 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다가, 이미 벌어진 일을 탄식해도 소용 없으니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게 최선책이었다. 무엇보다 괴로워하는 키타 짱을 눈앞에 두고 밖에 나가지 않는단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고 나는 내 사정보다 키타 짱을 우선했다. 그것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있잖아, 니지카가 봇치 짱 봇치 짱 시끄러워서 있지. 어떻게 좀 해 봐."

 료 씨는 말투와 달리 호소하는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곡을 만들던 시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농담 섞어 말하곤 했던 "니지카를 돌려줘."란 말.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저는 돌아갈 생각 없으니까, 혹시 니지카 짱, 료 씨의 매니저가 돼 줄지도 몰라요."
 "……니지카는 안 그럴 거야."
 "전 돌아갈 생각 없어요."

 료 씨는 어딘가 짜증난 기색으로 햄버거를 물었다. 눈동자는 가늘어져 딴 곳을 향하고 있다. 나도 셰이크를 홀짝이며 키타 짱의 슬퍼하는 얼굴을 떠올리고 입 안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니지카는 봇치만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기를 쓰고 데려오려고 하고 눈 아래 계속 다크서클 만들고 있어."
 "그런 거 몰라요."
 "좋겠네 봇치는, 원하는 건 다 손에 넣어서. 음악도 사람도 재능도 다 갖고 있는데."
 "……료 씨도 마찬가지잖아요."
 "난 아니야. 난 봇치처럼 특별하지 않아."

 뭘 이제와서, 하고 료 씨의 얼굴을 힐끗 보자 농담의 기색은 없었다. 어쩐지 어색해져서 셰이크를 마시자 그 차가움으로 위가 있는 곳이 확 느껴졌다.

 "팝 같은 건 사실 안 좋아해, 하지만 내 음악을 해도 안 팔리니까, 그러니까 안 만들어."
 "돈 받으면 쓴다고, 요전에 그랬잖아요."
 "쓰지, 쓸 수 있어. 니지카가 기뻐해 주니까."
 "확실히 니지카 짱 칭찬 잘 하죠."
 "……그게 요즘은 봇치 얘기뿐이야. 곡을 만들어도 나중에 듣겠단 말만 하고 나 같은 건 봐 주지 않아."
 "료 씨……."
 "나한테서 니지카를 빼앗아 놓고 또 도망치는 거야? 이제 그만 좀 해, 니지카를 돌려줘. 봇치가 돌아와 주지 않으면 니지카는 날 안 봐 준단 말이야."

 료 씨의 노려보는 눈동자에, 나는 따라 노려보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본다. 그야 거기에 난 상관 없으니까. 그건 료 씨와 니지카 짱 둘 사이의 문제에 불과하다. 나한테 말해도 곤란하다.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왜 니지카 짱도 키타 짱도 포기해 주지 않는 건가요. 음악은 이제 만들 생각 없고, 키타 짱 곁을 떠날 생각도 없는데, 어째서."
 "내가 묻고 싶어, 그런 건."
 "이런 손가락 필요 없어요, 기대 같은 것도 받기 싫고, 기대 받을 만한 사람도 아니에요. 애초에 저한텐 아무것도 없어요. 기타도 음악도 이제 필요 없는데, 왜 포기해 주지 않는 건가요……."
 "……몰라."
 "슈퍼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 키타 짱이 울고 있었어요. 나가지 말고 곁에 있어 달라고, 자길 버리지 말아 달라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는데. 분명 어딘가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키타 짱 곁을 떠날 거라고, 그러니까 그러는 거예요. 절대로 안 그럴 텐데. 그래서 왼손을 잘라내려고 했더니, 그것도 울면서 제지당했어요."

 료 씨는 아무 말 없이 햄버거를 쟁반에 놓았다. 내 손에 있는 셰이크는 점점 고체에서 액체가 되어 간다. 투덜거리고 싶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기타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이런 왼손이 없으면 전부 해결되잖아요. 기타를 못 치게 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료 씨도. 그렇잖아요?"
 "그건……안 돼."
 "거짓말, 니지카 짱에 대한 거 원망하고 있잖아요."
 "그거랑 이건 전혀 다른 얘기야."

 료 씨는 빨대로 콜라를 홀짝이곤 나를 보았다. 변함없이 맑고 예쁜 눈을 하고 있다. 평소대로의 무표정을 띄우고 료 씨는 잘려나가지 않은 내 왼손을 보는 동작을 하더니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니지카가 그랬어, 봇치가 그만두는 건 아깝다고. 세계를 노릴 수 있다고."
 "……멋대로 기대해도 곤란해요."
 "니지카는 진심이야. 음악에 대해선 언제나, 옛날부터. 봇치 노래 처음 들었을 때도 훨씬 흥분해 있었어. 내 노래 들었을 때보다 훨씬."
 "……이제 곡은 안 만들어요. 기타도. 이제 전 Bocchi가 아니에요."
 "아니야, 봇치는 착각하고 있어. 니지카는 봇치의 매니저지만, 돈이든 명성이든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거야. 그 애는 이상한 데서 고집스러우니까."

 눈이 한 순간 내게서 빗겨가 감긴다. 금방 열린 눈동자는 나를 보고 있었고 어딘가 표정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니지카는 봇치의 음악을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포기할 수 없고 계속 쫓는 거지. 봇치의 음악을 듣고 싶으니까. 옆에서 보고 싶으니까."
 "……그럴 리가 없어요, 회사 방침일 거예요."
 "아니 알아, 애인인걸. 회사 방침은 그렇겠지만 니지카의 마음은 달라."
 "저는 키타 짱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료 씨는 내게 니지카 짱을 돌려 달라고 했다. 니지카 짱은 내게 또 곡을 만들라고 했다. 키타 짱은 내게 기타를 그만두라고 했다. 나는 기타를 그만뒀다.
 키타 짱은 웃기는 커녕 울고 있다. 하지만 기타를 들어도 운다. 소중한 사람은 내가 곁에 있는 한 어찌하든 행복해지지 못하고, 하지만 나는 키타 짱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역시 이런 왼손, 필요 없어.

 "……나는 늘 봇치가 부러워."

 료 씨는 내 눈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니지카 짱과 계속 함께 있는 료 씨 쪽이 내가 보기엔 훨씬 부러웠다.
 키타 짱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나와 함께 행복해졌으면 한다. 옆에서 웃어 줬으면 좋겠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바람은 이 왼손이 있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글쎄, 하지만 좀 더 욕심 부려 보는 게 어때."
 "무슨 뜻이죠?"
 "직접 생각해. 나는 돌아갈게."
 "엑!? 거기까지 말해 놓고 그런 게 어딨어요!"
 "마지막은 봇치 뜻이니까. 어떡하고 싶은지는 스스로 정하라고."

 그렇게 말하고 햄버거를 쑤셔 넣곤 료 씨는 정말로 가 버렸다. 정말로 종잡을 데 없는 사람이다. 걸어갈 때마다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리는 몸을 배웅하면서 나는 가게의 컬러풀한 천장을 올려다본다.
 어떡하고 싶은지, 그런 건 모른다. 그야 어떡하든 키타 짱은 슬퍼하니까. 그럼 아예 아무 것도 안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현상유지, 그걸로 키타 짱이 슬퍼져 버리면 곁에 있다고 하면서 위로해 주면 되겠지. 웃지 못해도, 둘이 같이 있을 수 있다면.
 행복이란 게 뭘까. 인간이 되다 만 나는 이제 잘 모르게 돼 버렸다.

 

---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