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Steins;Gate SS]연가원앙의 밀키웨이-1

카와즈 2014. 3. 20. 23:41

연가원앙의 밀키웨이

제1장 적층의 리딩 슈타이너

 

1-1:2011/02/14 21:32 칸다『도라하치』

 "하아……. 뭐 하고 있는 걸까, 나……."

 마키세 크리스는 칸다에 있는 어떤 술집에서 카운터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 옆, 카운터에 올라앉아 있는 맥주잔에는 거품이 이는 황금색 음료가 부어져 있었다. 처음엔 넘치도록 담겨 있었던 것 같지만, 아마 기세로 반쯤 들이킨 후인 것 같다.
 아니, 그녀는 애초에 미성년이지 않은가. 반년 전에 내일했을 당시 18세가 된 직후였을 것으로, 음주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키세 크리스는 미국에 살고 있다. 이곳은 일본이니 적용되지 않을지 몰라도, 보통의 음주생활은 저쪽 법에 맡겨두고 있는 건…….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의외일 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음주연령은 일본보다 높은 것이다. 미국의 법이 아닌 사회 통속을 기준으로 한다면 확실히 이 나이로 마시고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그녀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너무도 맥주같은 음료는 무엇인가.

 아무런 일도 아니다. 이것은 그저 비어 테이스트…….이전엔 논 알코올 비어라고 불리던 물건이다.
 알코올 도수는 1%미만. 거의 무시해도 좋을 레벨이다.
 술집에서 이런 종류의 음료는 드물지만, 아무래도 경쟁의 격화와 작금의 음주 단속의 엄격화에서 도입을 결정한 가게인 것 같다.

 하지만 음주 경험이 없는 그녀가 대체 어째서 그런 음료를 주문한 것일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술의 맛은 결코 좋다고 하기 어렵다. 청량음료 쪽이 훨씬 입에 맞을 것이다.

 "바보 바보 바보, 나 바보!"

 카운터에 턱을 올리고 머리를 굴린다.
 자성과 자계의 말에 든, 어딘가 내던진 듯한 분위기…….
 요컨대 그녀는 비어 테이스트 음료를 통해 본래의 맥주와 같은 기분을 느껴 보려 시험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말해서, 즉…….

 '취해서 우울한 기분을 날리고 싶다'

라는 시험의 결과이다, 라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희미하게 담홍색으로 물들어 있다. 카운터에 상반신을 던져놓은 모습은, 확실히 어떻게 보아도 확실한 주정꾼이다.
 비어 테이스트 음료에도 일부 예외를 빼놓고는 약간의 알코올은 들어 있다……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이 만취상태는 수긍하기 어렵다.
 극단적으로 술이 약한 것인지, 분위기에 취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그 빨간 얼굴의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이전에, 말이다.
 묘령의 여성이 이런 변두리의 술집에서, 그것도 이런 시간에 혼자 쓸쓸히 술(맛이 나는 음료)를 들이키고 있다, 는 사실 그 자체가 (어지간히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에야) 조금 이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오늘이란 날의 달력상의, 아니 이벤트상의 의미에 있다.

 2월 14일.

 그것은 일반적으론 발렌타인데이라 불리는 날로, 일본에서는 여성이 마음에 품고 있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보내며 그 마음을 전한다는 대 이벤트이다.
 젊은 커플등은 이 시간쯤 되면 그런 이벤트같은 것은 진작에 클리어하고 화려한 가게에서 디너 등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이미 어딘가의 호텔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마키세 크리스는 그런 정보에 관해서는 실로 정석적인 지식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밤거리의 광경이 (망상이지만) 쉽게 상상이 가, 기분 나쁜 듯이 눈썹을 찌푸리곤 카운터에 엎어진 채로 화풀이처럼 외쳤다.

 "에에이, 리얼충 죽어!"

 그런 리얼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대사를 뱉고, 맥주(맛)잔을 들이킨다.
 세상의 커플들이 들떠 있는 시간에 혼자 술을 들이키는 그녀에게는 마음에 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일까.

 아니……. 있다.
 그녀에게는 신경쓰이는 남성이 한 명 있었다.


 ……이름은, 오카베 린타로라고 한다.




1-2:2011/02/14 21:40 회상1

 작년의 7월이 끝날 무렵, 그녀는 강연을 위해 방문한 일본에서 목숨의 위기를 맞았다.
 양호하다곤 말하기 어려웠던 아버지와의 관계과 완전히 파탄하고, 게다가 아버지에게 날붙이로 습격당한 것이다.
 그곳에 당당히 나타난 것이 그……오카베 린타로였다.
 그와는 그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30분 정도 전에 같은 건물 안에서, 였지만.
 처음에 만났을 때, 그는 첫대면임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말을 중얼거렸다.

 "너를……구하겠어."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를 두고 빠르게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 표정은 뭔가에 대해 고민하고, 깊게 생각한 사람의 것으로, 묘하게 마키세 크리스의 인상에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고통은, 갈등은, 얼마 되지 않는 정보와 그의 표정, 그리고 그 강한 시선 끝을 고려하면……자신에게 향해진 것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쩐지 가냘프고 매달리는 듯, 하지만 동시에 강인하고 똑바르고 망설임 없이, 단고한 결의를 품은 눈동자였다.
 지금까지 남성 경험은 커녕 남자친구 하나도 없는, 연구가 애인인 듯 했던 마키세 크리스는 그런 강하고 진지한 시선을 여태껏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가족 이외이면서 거기까지 자신에게 집착했던, 자신을 강하게 생각하는 눈동자는, 한 번도.

 그래도 연구 동료나 대학 시절의 지인이라면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별난 취향이라고는 생각하겠지만.
 하지만 그때의 상대……. 백의를 입고 수염을 엉망으로 기른, 너무도 풍채가 좋아 보이지 않는 그 수구의 남자와는, 그녀는 전혀 면식이 없을 것이었다.
 인상에 남은 것이라면 날짜부터 시각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명석한 두뇌가 명확히 부정한다. 틀림없이 자신은 지금까지 눈앞의 남자와 만난 적이 없다. 첫대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의 눈동자는, 이 남자의 표정은 대체 무엇일까.

 적의나 악의는 아니다. 눈앞의 상대를 소중히 생각하는 눈동자, 그런 느낌으로 보였다.
 눈앞의 상대……라고 하면, 당연히 자신이다.
 물론 싫지는 않다. 남성이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고 싫어하는 여자가 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동시에 가볍게 혼란스럽다.
 왜인가 하면, 그녀에겐 그런 시선을 받을 이유가 전혀 짐작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누군가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안 좋은 마음을 먹은 스토커나 무언가인 것일까.
 그녀가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짧은 사이에……그는 사라져버렸다.
 다음에 만난 것은 닥터 나카바치……즉 마키세 크리스의 아버지가 타임머신 연구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는 회장에서였다.
 그녀는 뒷일은 생각 않고 그를 데리고 나와, 좀 전 일의 설명을 구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하다.
 눈앞의 남자는 어디부터 어디까질 보아도 좀 전과 같아 보였다. 입고 있는 옷에 이르기까지, 전부.
 그런데도……. 다르다. 좀 전까지 긴장되던 분위기가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빵빵한 풍선에서 공기를 빼버린 후인 것만 같다.
 게다가 그 태도도 기묘하다.
 자신에 대한 것을, 바로 조금 전에 만난 자신을 마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거동.
 표정도 눈빛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변화.
 대체 무슨 일인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결국 또다시 도망쳐버렸다.

 그 상반되는 인상을 받은 두번의 만남은, 마키세 크리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누구인 것일까, 어떤 사람인 것일까, 왜 그렇게도 태도나 모양이 달랐던 것일까.
 어쩌면 다른 사람인 것일까. 아니면 많이 닮은 쌍둥이인 것일까(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다만).
 하지만 어느 쪽이 됐든 처음에 만났던 때의 그 표정이, 그 깊게 생각한 눈동자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뭔가가 신경쓰인다.

 신경쓰인다, 마음에 걸린다,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그 충동에 마키세 크리스는 주저했다.
 그것은 그 시점에서는 아버지와 재회한 고양 앞에서 가볍게 지워질 정도의 것이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그런 마음……흥미, 집착이 그녀의 마음 속에 자그마한 싹을 틔우고 있었다.



1-3:2011/02/14 21:45 회상2

 재회의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그가 그때 중얼거렸던 의문에 싸인 말의 의미도.
 반쯤 붕괴했던 회견 직후, 아버지와의 오래간만의 해후.
 마키세 크리스의 아버지, 일본에서는 닥터 나카바치라고 불리는 괴짜 발명가로 유명한데, 본인은 그런 평판을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학회를 증오하고, 자신을 괴짜로서밖에 보지 않는 세간을 증오하고,  그리고 자신의 논문을 논파한 딸을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미워하고 있었다.
 성공하지 못하는 모든 이유를 전부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럼에도 타인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칭찬을 바라는 자기과시욕 덩어리, 그것이 그때의 그의 실태였던 것이다.
 당연히 아버지로서의 관계 수복을 바라는 마키세 크리스의 말 따위는 듣지도 않고, 게다가 그녀의(이전 자신이 발표하려 했던 것과 같은 테마의, 하지만 그것보다 우수한) 논문을 도작하려고까지 했다.
 충격을 받고 그것을 지적한 딸의 말조차 그에게는 심한 명예훼손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 숨겨 둔 나이프를 꺼내, 하필 자신을 부정하려 했던 방해꾼을……자신의 딸을 찌르려 했다.

 거기에……그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진심인지 허세인지 잘 알 수 없는 호언장담을 뱉고, 마키세 크리스의 앞에 서 위험한 칼날 앞에 자신의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서 그녀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대로……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주변은 피투성이에.
 당황하면서 자신의 몸을 확인해 보아도 아무런 상처도 없고.
 그리고……그 남자의 모습도 아버지의 모습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경찰에게 신고해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현장에 남아 있던 피는 그녀의 것도 아버지의 것도 아니었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피웅덩이의 주인은 한 명밖에 짐작가지 않았다.
 그 때 아버지에게 찔려 피를 흘리고 있던 그 남자다.
 현장에는 그 혈액 이외의 혈흔은 없었고, 또 그녀 이외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즉 그 남자는 그녀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쫓아내, 그리고 자신은 그 발로 현장을 떠났다, 라는 것이 된다.
 이 정도의 피를 흘리고서……. 이 출혈량이라면 목숨에 관계된 상처였음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막 만난 참인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지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오직 혼자서.

 도움을 받았다. 구해 주었다. 그 사람은 말했던 대로 자신을 구해 주었다.
 착란 상태였던 그 아버지조차 상처입히지 않고.

 그녀는 아는 만큼의 사정을 경찰에게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도망치고, 습격당했다는 당사자가 상처가 없는 데다, 중상일 것인 피해자가 행방불명이라는 기묘한 이 사건의 진전은 순조롭지 않았다.
 더욱이 아직 경찰에게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수색이 아닌 상해사건을 일으킨 범인……즉 닥터 나카바치의 행방이다.
 그녀의 은인인 그 남자는 참고인으로서 일단 수색되었지만, 아무래도 발자취를 잡을 수 없었다.
 어쨌건 현장에서 이어지는 혈흔은 복도가 아닌 빌딩 위로 이어져, 어찌된 일인지 옥상에서 끊겨 있었다.
 이래선 마치 그 수수께끼의 인물은 투신자살했거나, 우주로 사라져 버린 것 같지 않은가.

 경찰의 조사가 난황을 겪는 중……그녀 자신도 또한 그 남자를 찾기 시작했다.
 닥터 나카바치의 열광적인 팬이 아닌 이상에야, 그런 변두리 발표회에 일부러 멀리서 찾아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닥터 나카바치의 팬이 아니란 것은 회장에서의 그의 태도로 보아 명백하다.
 즉 그는 그 근처에 살고 있거나, 통근 혹은 통학하고 있고, 발표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주변에서 찾으며 걸어다니면 의외로 금방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마키세 크리스는 그런 추론을 이끌어 냈다.
 원래 며칠만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도 전하지 않은 채 되돌아가 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실례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를 2, 3일은 수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녀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그만큼 찾아 돌아다녀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깔끔히 포기하고 돌아갈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1-4:2011/02/14 21:54 회상3

 하지만……찾기 시작하고 금세, 그녀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방일하고 나서 며칠, 동경하는 아키하바라 거리도 그 나름대로 걸어다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발을 옮긴 것은 주로 큰 길가의 가게로, 한가닥 벗어난 뒷길이나 골목은 그다지 돌아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찾는 사이 그런 뒷길도 다니게 되어, 본 적 없는 길을 조금 두근거리며 들여다보고, 그리고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길을 걸으면서……문득 생각했다.

 어라, 이 길을 지나간 게 오늘이 처음이던가……?
 ……하고.

 처음 도는 모퉁이, 처음 들어간 길. 그런데도 마치 몇번이나 걸었던 듯한 감각, 기시감.
 저 앞에는 전파상이 있고, 거기엔 서점이……있다. 정말로 있었다.
 분명 거기엔 전파상이 있었지……하고 생각했던 곳이 모에계 숍이 있거나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적중해 버린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 남자가 마음에 걸린다.

 그렇지만 떠오른다, 매일 떠오르는 것이다.

 그의 옆얼굴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그 백의를 걸친 뒷모습이.
 과장된 행동, 호통치는 듯한 큰 목소리, 드높이 그리고 뻔뻔하게 웃는 모습, 한심하게 고개를 숙이는 익살맞지만 유머러스한 뒷모습.
 그것들이 아키하바라를 걷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꿈에서까지 보게 되었다.
 분명 그날 봤던 그의 강렬한 이미지가 플래시백하고 있는 것이겠지. 마키세 크리스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그 정도로 강하게 인상에 남은 것이다, 그에 관한 기억이 장기기억이 되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매일 매일 생각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은 그렇게도 그에 대한 것이 신경쓰이는 것일까.
 떠오르고는 사라지고, 사라져서는 떠오르는 그 남자의 모습.
 꿈 속에서, 그의 뒷모습……. 그 백의를 자신도 모르게 시선으로 쫓고 있는 자기가 있다.
 왜 이렇게나 신경쓰이는 걸까. 왜 이렇게나 마음에 걸리는 걸까.
 엊그제보다 어제, 어제보다 오늘, 더욱더 선명하게 떠올라 계속 신경쓰여서.
 미국에 돌아갈 날은 하루, 또 하루 뒤로 미뤄지고 있었다.

 이윽고……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까지의 밝은, 장난치는 느낌의 인상에서 일변, 어쩐지 괴롭고, 헤메이고, 고민하고, 주저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다, 마침 처음 만났던 그 때 그의 표정……. 고민에 일그러진 표정에 점점 가까워져 가는 것이다.

 괴로워하고, 번민하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쳐, 그 모든것이 헛수고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래도 발버둥치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그리고 그 때마다 그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 마모되어, 결손되어, 부서져 간다.
 그런 모습, 그런 상태.
 단순한 자신의 망상 치고는 이상하게 생생한 그의 초췌함과 오뇌, 그리고 통곡.
 그런 그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마키세 크리스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가슴이 도려내지는 듯한 아픔과,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안타까움과.
 마치 심장에 통각이 생겨, 거기에 하나 하나 바늘이 찔리는 듯한 감각.
 점점 강해지는 그 마음은……. 그와 처음 만났던 그 날로부터, 대략 3주간 정도 지나서 피크에 달했다.

 무언가 해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다, 힘이 되고 싶다, 이 사람의 힘이……!

 그런데도……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망상 속에서 떠오른 자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작 잘난 듯이 적당한 충고를 보내는 것 뿐.
 그의 도움이 되고 싶은데, 옆에 서서 같이 고난을 나누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대학을 학년을 건너뛰어 졸업하고, 고작 18살에 빅토르 콘드리아 대학 뇌과학 연구소의 연구원이 된 자신의 두뇌를 가지고서도, 그를 그 괴로움에서 구해낼 수 없다.

 그리고 그는 모든 고난과 고뇌를 혼자 짊어지고, 마치 만화에서 나오는 고행자처럼,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가 버린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두고, 매달리는 자신을 내버려 두고 새로운 여행길로.
 그 앞에……절망이 기다리고 있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기다려! 가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말아줘! 듣고 있어?! ●●●! 저기!"

 필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부를 때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는 날도 있었다.
 뺨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전해져 온다. 아무래도 자면서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망상 수고……. 아니 정말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눈가를 닦으며 뺨에 붉은 기가 돌았다.
 자신의 망상에 취해서 눈물을 흘리다니 아무래도 한심한 이야기가 아닌가.

 처음 그와 만났던 그 날, 한 순간이라도 스토커일지 모른다고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확실히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도 없고, 게다가 정보도 부족하다. 그러니 여러가지를 상상력으로 보완하려 하는 것도 뇌과학상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하지만 맘대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마음대로 망상하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게다가 이런 꿈까지 꾸고 있는 자신은 대체 무슨 꼴일까.
 자신이 맘대로 상상한 모습을 현실의 그에게 갖다 붙여서, 이렇게 오늘도 그를 찾아 아키하바라를 방황하려 하고 있다.
 이래선 마치 자신이 스토커같지 않은가.

 마키세 크리스는 생각해 낸다.
 현실의 그 사람은……아버지에게 찔렸다.
 자신과 아버지와의 불화인데, 새빨간 남인 그가 몸을 던져서.
 배에서 피를 흘려서, 바닥이 그렇게 될 정도로 피를 흘려서까지 자신을 구해 주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어째서 전혀 모르는 자신에게 거기까지 해 준 것인가.
 그정도의 출혈이다. 상당한 중상일 것이다. 그곳에서 떠난 후 그는 무사했던 것일까.
 살아 있는 것일까, 혹시 죽어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가슴이 꽉 조이는 듯 했다.
 마키세 크리스는, 마치 자신의 심장을 쥐어뜯는 것처럼 잠옷 위로 가슴을 눌렀다.

 불안하다, 걱정된다.
 확실히 하고 싶다, 확인하고 싶다.
 만약 살아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가르쳐줬으면 한다.
 그러니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다……!

 마키세 크리스는 큼직한 베개를 끌어안은 채,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꿈속에서 언제나 다투는 것 같은 장난같은 말을, 그 사람과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이름이다.

 그때 그는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던 듯한 느낌이 든다.
 호오인……이었을까, 하지만 당황하고 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만약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다. 그의 이름을, 그 사람의 이름을.
 그렇게 한다면……. 이제 잊지 않는다.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저기, 알고 싶어……가르쳐 줘, 당신의 이름을……."

 끌어안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외로워……."

 전혀 면식이 없던, 오직 하루밖에 만난 적 없는 상대가 곁에 없다.
 그것만으로, 어째서 이렇게나 안타까워지는 것일까.

 ……베개의 귀퉁이는 어느새인가 눈물로 젖어 있었다.
 돌아갈 계기를 잃은 채…….
 그렇게 해서 마키세 크리스는, 실로 2개월 가까이 아키하바라를 방황하고 있었다.




1-5:2011/02/14 22:20 칸다『도라하치』

 어렴풋이 의식을 되찾는다.
 아무래도 잠시 졸았던 것 같다.
 데굴 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볼이 타는 듯 뜨겁다.
 어깨를 수그리고 마키세 크리스는, 생각지 않고 내뱉듯이 중얼거렸다.

 "……무슨 수치 플레이야, 이건."

 결국 마키세 크리스가 오카베 린타로와 재회한 것은 그 날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나서였다.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고는 해도, 알맹이만 따져서 수분도 만나지 않았던 상대를 특별한 단서도 없이 2개월이나 계속 찾아다니다니, 정상적인 사태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했다. 하고 말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렇게 어떻게 해서라도 그와 만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재회는 실로 깔끔하게도, 처음 만난 그 빌딩 앞, 아키하바라의 복잡한 속에서 서로 스쳐 지나갔다.
 서둘러 뒤돌아 보았을 때는……그는 이미 이쪽을 보고 있었고.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상냥하게 미소지었다.

 그 뒤…….
 그, 오카베 린타로가 갑자기 랩멤(래버러토리 멤버라는 뜻이라고 한다)으로서 맞이해 주어, 그에게 끌려 '미래 가젯 연구소', 그의 랩에 안내된 그녀는 거기에서 시이나 마유리와 하시다 이타루와 해우한다.
 둘 다 실로 싹싹한 인물로(하시다 이타루에 대해서는 금방 상당히 중증인 HENTAI라는 것이 판명되기는 했지만), 마키세 크리스는 그들과 금방 사이가 좋아졌다.
 좋게 말해도 눈매가 좋다곤 말할 수 없고(본인도 자각하고는 있지만), 의논을 좋아하고 논리가 앞서는 날카로운 말을 하는 마키세 크리스는, 미국의 연구소 동료들을 제외하면 아무튼 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타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처럼, 금방 마키세 크리스의 마음속 풍경에 녹아들어 버렸다.

 정말로 신기한 감각이었다.
 평소였다면 좀더 거리를 두는 기간이 길었을 텐데…….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오카베 린타로는 실로 기쁜 듯이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그……오카베 린타로는, 마키세 크리스가 '상상'한 그대로의 인물이었다.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자칭하고, 호언장담을 뱉고, 항상 잘난 듯한 태도의 불손한 사람.
 그날 댔던 이름……호오인 쿄마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그 매드 사이언티스트로서의 별명이라는 것 같다.
 한편 진짜 오카베 린타로는 성실하고 동료들을 생각하는 좋은 사람, 거기에 조금 소심하다.
 그렇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놀랄 정도로 마키세 크리스가 망상했던 대로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단지……그녀의 상상과 약간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상냥함.
 오카베 린타로는 상냥하다.
 말투는 잘난 듯 하지만, 동료들인 랩멤을 대할 때는 언제나 친절했다.
 마키세 크리스의 환영회로 그날 밤에 열렸던 소소한 연회.
 거기서 소개받은 다른 랩의 멤버들……우루시바라 루카, 페이리스 냥냥, 키류 모에카(어느 쪽이든 모두 미인이었다).
 그녀들도 또한 그의 본질을 알고 있고, 연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마키세 크리스는, 자신에게는, 자신에게만큼은 그는 잘난듯한 말을 뱉을 거라고, 계속 뱉을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아니었다.
 그것만큼은, 그는 그녀의 망상과는 달랐다.

 확실히 평소에는 그녀를 대하며 놀리는 말을 한다. 몇 번이나 자신의 이름은 마키세 크리스라고 말했지만, '크리스티나'라느니 '조수'라느니 부른다. '셀레세븐'이나 '널러'같은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필사적으로 반박하는 것을, 어딘가 즐거운 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마키세 크리스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해지면, 마치 사람이 바뀐 듯이 걱정한다.
 보고 있는 주변이 부끄러워 할 정도로 친밀하게 대해 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마키세 크리스는, 오히려 주변의 랩멤들 이상으로 부끄러워져서 생각지 않게 그를 떠밀고, 심한 말로 거리를 두어 버린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 이상 그의 품에 안겨서, 걱정하는 얼굴을 가까이에 들이대고, 이 이상 그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서 속삭이면, 평정한 상태로 있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조금 말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를 상처입혔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걸고 구한 여자가 이런 귀염성 없는 애라니, 분명 경멸했을 것이다.
 하지만……만약 이래서 그에게, 오카베 린타로에게 미움받는다면…….

 싫다.
 그건 싫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큼은 절대로 싫었다.
 어쩌지.
 미움받으면 어쩌지.
 만약 그에게, 오카베 린타로에게 미움받는다면, 나는……!
 그런 비장한 마음으로, 마키세 크리스가 그에게 얼굴을 향했을 때…….

 ……그때의, 그의 상냥한 얼굴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마키세 크리스는 귀까지 새빨개져서, 입에서 지리멸렬한 뇌과학 전문용어를 말하며 밤바람을 맞고 온다고 랩을 뛰쳐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빌딩 옥상에서, 양 볼에 손을 대고 자신의 달아오른 뺨을 열심히 식혔다.

 왜일까, 왜인걸까.
 확실히 극적인 만남이었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회하기 전엔 단 하루, 그것도 단 몇 분밖에 만나지 않은 상대이기도 했다. 그럴 것이었다. 그럴텐데.
 그런데 왜……그 충격적인 만남보다도 찾아다니던 날들 쪽이, 찾아다니던 날들보다도 재회한 지금 쪽이, 그를 대하는 마음이 커지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나.

 마키세 크리스는 확실히 자각했다.
 지금까지는 은인이 어떻다는 둥, 이대로 돌아가면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둥, 필사적으로 변명해 왔다.
 하지만 안 된다,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키세 크리스는, 오카베 린타로를……연모하고 있다.
 자신이 느끼고 있던 것은 가슴의 두근거림……그를 원하는 '애타는 마음'이라고.




2-0:2011/02/14 21:34 아키하바라, 미래 가젯 연구소

 "하아……."

 마키세 크리스가 술집에서 주정을 부리던 바로 그 때.
 오카베 린타로는, 불을 끈 랩에서 신기하게도 마키세 크리스와 똑같이 테이블에 엎어져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몇번이나 몇번이나 기운 빠진 한숨을 쉰다.
 그가 엎어져 있는 테이블 근처에는 아무래도 수상한 장치가 몇개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랩의 메인 테마인 미래 가젯들이다.
 하지만……테이블 중앙 부근에 있는 것은, 그 중에서도 조금 기묘했다.

 테이블 위에는 전자레인지.
 그리고……테이블 밑에도 전자레인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전자레인지는 조금 옛날 것 같지만, 보통 전자레인지처럼 보인다.
 한편 테이블 밑에 놓여진 전자레인지는, 어쩐지 그 문이 뜯어져 있고, 그 상부에 굉장히 낡은 것 같은 PC머신이 붙여져 있는데, 거기서 몇개인가 기묘한 배선이 나와 있다.
 그리고 그 배선의 한 끝에 있는 것은……헤드폰.

 그렇다, 이제와서는 의심할 필요도 없다.
 소침한 오카베 린타로의 발치에 둔좌하고 있는 그것은 그가, 그들이 과거 발명하고, 그리고 폐기했을 터인 멋진, 그러나 꺼림칙한 발명품…….




 타임 리프 머신, 이었다.

 

---

 

슈타게 2차창작 위키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굉장한 물건이 있길래 읽고 감탄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번역.

이 정도 길이의 글이 20편이 넘게 더 있다. 읽는 내내 정말 재밌었지만 몇편은 안타깝게도 비공개로 올라갈 것 같다. 블로그 차단당하기는 싫으니까 (...)

말해두지만, 에로파로입니다.

다 읽고 나면 크리스가 술마시고 오카베가 한숨쉬는 부분이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