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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11

카와즈 2024. 3. 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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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히어로는 커녕 Bocchi도 죽었다. 그렇게 세간은 하나도 모르는 채 나는 기타를 그만두고 반 년 가까이가 지났다. 덧글란에는 여러 억측이 엇갈렸지만 그래도 또 새로운 아티스트가 나오자 그쪽으로 관심은 옮겨갔다.
 솔직히 기대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베란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폐에 가득 담고는 도쿄의 거리를 내려다본다. 없어져 버린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도 멜로디가 떠오른다. 하지만 전하고 싶은 것도 그 사람인데 어째서인지 기타를 칠 수 없었다. 왼손은 아직 현을 기억하고 있을까. 연기가 끊어지는 시야 저편, 왼손을 바라보면서 어떠냐고 묻는다. 한숨을 쉬고 나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 거실로 돌아왔다. 계속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는 탤런트의 웃음소리가 방에 울리고 있었다.
 먼지가 쌓이지 않을 정도로 청소를 하고 밥은 배달. 그래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웃을 여유는 생겼다. 붉은 색이 시야에 들어오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아마 언젠가 잊어버리는 걸까 생각도 한다.
 키타 짱. 키타 이쿠요 짱. 지금도 잘 지낼까. 밥은 잘 먹고 있을까, 울고 있지 않을까, 병에 걸리진 않았을까. 내 지금 상황을 보고 조금 슬퍼해 주면 됐다. 아아 하지만 가사가 부담이 돼서 건강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벽에 세워진 채인 기타는 니지카 짱이 놓고 갔을 때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어쩐지 움직이기 싫었다. 사실은 옷장 안에 숨겨도 좋았지만 어쩐지 양심에 찔려서. 그래도 칠 수는 없다. 키타 짱이 없으면 나는 기타를 칠 수 없다.
 역시 키타 짱은 그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둘이 헤어져서 다른 길을 걸을 것을 그녀는 알고 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직전에 그 영화를 본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키타 짱은 나를 잊고 누군가와 같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절망을 뛰어넘은 체념. 같이 있을 수 있는 길은 없었던 걸까 매일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만이 어쩔 도리 없는 현실이고 사실이었다.
 인터폰이 울리자 나는 모니터 앞에 가서 인물을 확인했다. 금색 머리를 보고 중앙현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몇 분 기다리니 다시 한 번 인터폰이 울린다. 문을 열자 니지카 짱이 있었다.

 "안녕, 점심 사 왔으니까 같이 먹자."
 "오늘 일은요?"
 "오늘은 없어. 방 청소 제대로 하고 있어~? 오, 깨끗하네."

 니지카 짱을 집에 들이고 사 와 준 테이크아웃 규동을 낮은 유리 테이블에 놓았다. 크리스마스까지 1주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확 무거워졌다. 청춘 컴플렉스를 그다지 떨쳐내지 못한 나는 크리스마스 특유의 그 분위기가 싫었다. 어쩌면 키타 짱과 함께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굴 어둡네."
 "아니, 뭔가,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뭐 그렇지. 크리스마스라. 나는 꽤 좋아해. 일루미네이션이나 크리스마스 송이나, 뭔가 두근두근해."
 "밖에 안 나가서요……."
 "그것도 그런가. 자 먹자 먹자."

 규동을 눈앞에 놓고 젓가락을 받아 우리들은 식사를 시작한다. 올해 도쿄엔 눈이 내릴까 흐린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겨울은 춥지만 싫지는 않다. 여름은 싫지만. 키타 짱은 아마 여름을 더 좋아하겠지 생각하고 반팔인 그녀 옆에 선 인물을 상상했다. 가슴에 자리잡은 이 체념과 반쯤은 자해행위 같은 망상은 아무리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규동에 치즈 조합 어떻게 생각해? 아아 인터넷 밈은 상관 없이." (*1)
 "……저는 안 먹는 파예요. 애초에 간장 국물에 치즈는 좀."
 "그치. 그래도 아마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가 봐, 계속 메뉴에 있을 정도니까."
 "니지카 짱은 좋아해요?"
 "나는, 글쎄. 하지만 료가 가끔 먹는단 말이지."

(*1) 치즈 규동을 먹는 아싸 일러스트가 흥하면서 아싸=치즈 규동이라는 밈이 생겼음.

 료 씨가 "치즈 규동? 맛있잖아."라고 하는 그림이 떠올랐다. 그런 거 좋아할 것 같지, 확실히.
 치즈 규동은 미움받는 존재다. 먹는 것만으로 놀림받고 글자를 보는 것만으로 웃음을 받는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고 평범하게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있다. 키타 짱도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 애는 인터넷 밈 같은 건 모를 것이다.
 아마 너무 유명해진 내 음악도, 일부에선 미움받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보기엔 얄팍한 유행 취급을 받아서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건 누군가가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치즈 규동은 불쌍하죠. 멋대로 나쁜놈 취급 받고."
 "으, 응? 그, 그렇지?"
 "야유 받고 비웃음 받고, 치즈 규동은 아무 잘못 없는데. 대중의 심리는 읽기 어려우니까. 개발한 사람도 이런 형태로 화제가 돼서 슬프지 않았을까."
 "어? 어, 응."

 그냥 치즈 규동인데 자신과 겹쳐 보고 괴로워지기 시작하고 말았다. 치즈와 규동, 키타 짱과 나. 아아 왠지 많이 닮은 느낌이 든다. 상반되는 둘. 세간에서 기대받지 못하는 것. 불쌍하게도, 너희들도 나랑 똑같았구나.
 치즈 규동은 고락을 함께하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 우리들은 떨어지고 말았다. 동료라고 하기에는 유대가 너무 강해서 분명 그들은 나를 동료라고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우와, 왜, 왜 우는 거야!? 고작 치즈 규동인데!?"
 "그치만, 그치만……."
 "뭔데 뭔데, 뭔가 떠올리기라도 했어? 치즈 규동으로."
 "그치만……."

 니지카 짱은 규동을 테이블에 두고 내가 들고 있던 규동도 내려놓았다. 손을 쥐고 무슨 일이냐고 니지카 짱은 나를 바라봐 준다. 히끅히끅 오열을 흘리면서 눈물을 흘리자 니지카 짱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기억나게 해서 미안해."
 "저, 저는……."
 "응, 괜찮아. 개운해질 때까지 울어 버리자."

 그런 말을 듣자 눈물 양이 늘어난다. 슬퍼지면 눈에서 물이 나온다니 이상하다. 게다가 짜기까지 하다니. 달콤했으면 좋았을 텐데. 키타 짱이 울었을 때도 달콤하다고 웃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슬픈 분위기도 조금은 누그러져서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잊어버리려고 할 때마다 잊고 싶지 않다고 내 마음이 외친다. 잊지 말라고 플래시백시킨다. 목소리도 얼굴도 상냥함도 달콤함도 부드러움도, 전부.

 "키타 짱을, 보고 싶어……."
 "응, 응."
 "하지만 못 만나요. 키타 짱이 전 필요 없다고, 그랬으니까. 버려졌으니까, 이제, 못 만나요."
 "으응, 괜찮아."
 "전 아무것도 못해요. 같이 있지 못했어요. 하지만 키타 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아무것도 못한다고요."

 키타 짱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많은 걸 바랐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내게는 음악이 있었지만 그것도 키타 짱을 위한 거였고 필요 없다고 한다면 버릴 생각이었다. 실제로 버렸다.
 키타 짱은 알지 못했던 거다. 내가 기타를 드는 이유를. 알았다고 하면서 알지 못했다. 키타 짱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란 걸, 키타 짱 자신이 알아 주지 않았다.

 "……나도 있지, 봇치 짱한테서 키타 짱을 벗겨낸 쪽 사람이니까 아무 말도 못하지만, 그래도 봇치 짱의 음악은 엄청 좋아해."
 "거짓말 하지 마세요."
 "으응, 이건 진짜야. 그래서 있지, 처음엔 봇치 짱 음악을 좋아했는데, 봇치 짱을 알아갈수록 봇치 짱도 좋아하게 됐거든."
 "그럴 리가 없어요. 그치만 전 지금도 노래 못 만들고 있는데."
 "싫었으면 여기 안 있어. 매니저 실격이지만 난 봇치 짱의 친구로 있고 싶어. 그러니까 위쪽 명령도 흘려 듣고 있고 여기 있을 땐 일에 대한 건 잊어버려."

 등을 쓰다듬는 손길이 상냥해서 나는 딸꾹질을 한다. 괜찮아 괜찮아란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애처럼 울었다.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해도. 봇치 짱이 봇치 짱인 채로 있어 주면. 그야 그것만으로 봇치 짱은 대단한 사람인 거니까. 상냥하고 배려심 깊은 봇치 짱이 좋아."
 "그래도, 저."
 "키타 씨도 그런 봇치 짱을 좋아했던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키타 씨가 좋아하는 봇치 짱으로 있어 줘."

 키타 짱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느낌이 든다. 미니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즈음이었을까. 무서워하는 내게 키타 짱은 나는 나 그대로로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내게 똑딱핀으론 치기 힘들다고 싸구려 미니 기타에는 안 어울리는 분홍색 피크를 사서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무서웠던 것이다. 키타 짱이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 키타 짱이 나를 잊어버리는 것. 그런 것이 무서웠다. 동시에 내가 키타 짱을 계속 좋아해도 되는 건지 불안했다. 이 마음을 키타 짱은 싫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
 하지만 키타 짱을 좋아하는 내가 지금의 나다. 내 형태 전부를 키타 짱이 만들고 있는 지금 키타 짱을 잊어버리는 건 분명 불가능하다.

 "키타 짱을 좋아해요."
 "응, 그래."
 "계속 같이 있고 싶었어요."
 "응, 응."
 "같이 쭈글쭈글해지고 싶었어요."
 "그러게."
 "키타 짱한테 계속 사랑받고 싶었어요."

 니지카 짱에게 끌어안겨 나는 그녀의 등을 꼭 쥔다. 한심한 오열과 함께 내 고름이 빠져나갔다.

 "좋아해요, 정말로 좋아해요. 하지만 이대로 나만 좋아해도 되는 건가 불안했어요. 그치만 키타 짱은 날 버렸는데, 두고 갔는데. 나만 계속 키타 짱을 사랑하는데."
 "괜찮아, 좋아해도. 봇치 짱 맘이야."
 "키타 짱밖에 없으니까 못 잊어. 잊으라니 무리야. 외로워, 무서워. 키타 짱이 없으면 안 돼. 나 아무것도 못해."
 "그래, 응. 맞아."
 "옆에 있어 줘 키타 짱, 싫어, 외로워."

 사랑해, 히토리 짱.
 현관에서 맞이한 오피스 캐주얼의 키타 짱, 상냥한 미소에서 나온 그 말과 체온을 잊을 수 없다. 나를 안아 줬으면 한다, 좋아한다고 말해 줬으면 한다, 키스해 줬으면 한다, 함께 밥을 먹어 줬으면 한다, 웃어 줬으면 한다, 사랑한다고 또 말해 줬으면 한다.
 이루고 싶다. 떨어지는 건 무리다. 내 반쪽을 손에 넣고 다시 찢겨진 아픔은 마음을 좀먹어서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
 
 "또 같이 있고 싶어, 키타 짱……."

 니지카 짱에게 세게 끌어안겼다. 나도 세게 끌어안으며 키타 짱을 그렸다.
 나는 어찌해도 키타 짱을 사랑하고 있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가가 얼얼해서 코를 훌쩍인다. 벽에 기대 있는 기타를 눕혀 케이스를 열고 기타를 꺼냈다. 레스폴이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 기그백에서 분홍색 피크를 꺼낸다. 조금 없어져서 일그러진 주먹밥 모양. 하지만 아직 칠 수 있는 그걸 집고 현을 튕긴다. 튜닝을 하고 흘러넘치는 멜로디 속에서 가장 좋은 걸 쳤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을 연주한다. 전부에 키타 짱이 있다.
 키타 짱은 헤어질 때 기타를 치는 나도 사랑했다고 말했다. 예쁜 우는 얼굴, 나를 놓아주고 자유로워진 그 아이. 놓아주고 싶어서 놓아준 게 아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놓아주었다. "키타 짱은 봇치 짱을 버린 게 아니야."라고 그 뒤에 니지카 짱은 내게 말했다.
 날아갔으면 좋겠다. 키타 짱은 내게 그렇게 바랐다. 지금도 그 방에서 내가 날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감동적인 영화 같은 결말은 바라지 않는다. 헤어진 뒤에 재회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키타 짱을 만나고 싶으니까.
 도로롱 기타를 울린다. 키타 짱을 향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만들고 싶은 곡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료 씨네 방 컴퓨터로 편곡 작업을 하고 있으려니 "정말로 이걸로 갈거야?"란 말을 들었다. 나는 신음하고는 "키타 짱 팝 좋아할 것 같잖아요."라고 답한다. 시큰둥한 얼굴을 한 료 씨는 우웩 하고 오열하는 척을 하더니 내 마우스를 빼앗아 데이터를 삭제해 버렸다.

 "아아아! 잠깐만요 뭐 하는 거예요!"
 "팝 같은 거 쓰지 마. 기타리스트잖아."
 "이제와서 노선 변경이에요!?"
 "록이나 해 록. 내가 베이스 쓰고 쳐 줄 테니까."

 패배자의 음악이니까 먹힐 게 당연하다고 료 씨는 컬렉션 안에서 베이스를 하나 고르곤 둥둥 울렸다. 데이터를 삭제당한 지금 복구보다도 다시 만드는 편이 빠른 나는 기타를 들고 앰프를 꽂았다. 프레이즈를 다시 만들고 입력해 나간다. 료 씨는 베이스를 치면서 내 보조를 해 주었다.
 외톨이였던 나는 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분류는 팝이겠지만 료 씨만큼 왕도적인 곡은 만들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체질에 잘 맞는 느낌도 든다. 록은 패배자의 음악. 그러고 보면 기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도 록이었지. 결국 동료는 찾지 못하고 혼자서 슬금슬금 해 왔지만 어쩌면 누군가와 밴드를 결성하는 미래도 있었을지도.
 베이스를 치는 료 씨는 평소보다 즐거워 보여서 나도 리듬을 탄다. 그녀가 록을 좋아하는 걸 몰랐기에 료 씨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해서 기뻐졌다.

 "록 좋아하는군요."
 "응, 좋아해. 니지카랑 밴드 한 적도 있었는데 그만둬 버렸어. 멤버 안 모여서."
 "니지카 짱? 기타로요?"
 "아니, 드럼. 꽤 잘 쳤었어."
 "헤에, 니지카 짱 드럼이라니 의외네요."
 "소리가 큰 게 마음에 들었다나 뭐라나."

 그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뜬 료 씨는 다시 베이스를 쳤다. 몸집이 작은 니지카 짱이 드럼을 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멋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나 그런 데서 봇치랑 만났으면 밴드 했을지도 모르지."
 "그러게요. 의외로 팔렸을지도."
 "어땠으려나. 하지만 자기 음악은 할 수 있었겠지."

 료 씨는 베이스를 울린다. 나도 기타를 울린다. 곡은 2시간도 되지 않아서 완성되었고 첫 번째 곡보다도 좋은 느낌의 러브송이 되어 있었다. "좋네, 마음에 울리는 러브송이야."하고 료 씨는 칭찬해 주었고 베란다에서 한숨 돌린다. 니지카 짱은 출장가 있어서 오늘은 없다고 한다. 담배에 불을 붙인 료 씨를 따라 나도 하나를 핀다.
 담배 막 펴도 되겠다며 웃는 료 씨는 의외로 외로움을 타거나 할까 하고 "기왕 할 거면 우리집에 와."라고 편곡의 연락을 했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니지카 짱이 없으니까 조용하네요."
 "그야 둘이 사는 집이니까. 내일이면 돌아올 거야."
 "혹시 료 씨 외롭거나 해요?"
 "……그럼 안 돼?"
 "아뇨, 좋다고 생각해요."

 아까 만든 곡의 멜로디를 따라갔다. 기타와 드럼, 베이스. 처음 만든 록풍 곡이 스스로도 맘에 들어서 앞으로 그런 테이스트를 줘도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봇치는 왜 갑자기 곡 만들기로 했어?" 라고 료 씨가 내게 물었다.

 "키타 짱을 계속 좋아하고 싶고, 키타 짱도 계속 절 좋아해 줬으면 해서요."
 "그거 좀 이상한데."
 "그런가요?"
 "그야, 서로 좋아한다면 같이 있어야지. 떨어진 곳이 아니라."

 료 씨가 하는 말은 핵심을 찌르고 있다. 하지만 키타 짱은 기타를 치는 나와는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타를 그만뒀을 때처럼 모든 가사를 해치우는 건 분명 무리다. 그야 기타를 쥐어 버리면 집안일은 못하게 되니까.

 "하지만 저 기타를 들면 그것만 하게 되는걸요."
 "기타를 치는 이유가 이쿠요인데?"
 "그래도요. 저 한가지밖에 못해서요."
 "봇치는 이쿠요랑 싸운 적 있어?"
 
 싸움이란 말을 듣고 짧았던 키타 짱과의 동거 생활을 돌아보았다. 싸움 같은 건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키타 짱에게 화가 난 적도 없다. "없어요."라고 말하자 료 씨는 흐응 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나랑 니지카는 1주일에 한 번 꼴로 싸워."
 "에, 그, 그렇군요."
 "응. 대체로 내가 나쁘고 니지카가 화내. 가끔 니지카가 집을 나갈 때도 있어."
 "크, 큰일이네요."
 "그래도 대부분 다음 날에는 화해해. 길어도 3일. 내가 사과하고 끝."

 교제하고 꽤 시간이 지났을 두 사람이라도 싸움은 하는구나 하고 의외라 생각했다. 아마 료 씨니까 집안일을 안 한다든가 옷에 담배 냄새가 배었다든가 술 캔을 안 버린다든가 그런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니지카가 내 글러먹은 부분을 지적해 주는 게 기뻐."
 "에, 그래요?"
 "응. 그야, 말 없이 멀어지는 쪽이 싫으니까. 니지카는 상냥하지만 제대로 그걸 알고 있어. 상냥하기만 한 게 아냐."
 "그렇군요……."

 료 씨의 니지카 짱을 향한 신뢰나 깊은 유대가 얼핏 보였다. 상냥함과 무른 것은 다르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니까 니지카 짱의 성격이 부럽다. 전부 다 둘 사이에 있는 신뢰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봇치는 이쿠요랑 제대로 부딪혀본 적 있어?"
 "에, 아, 그게."
 "떨어지기 전에 제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했어?"

 료 씨의 올곧고 순수한 눈이 나를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 그야 많이 있었다. 왜 떨어져야 하는 거냐든지, 기타보다 키타 짱이 소중하다든지, 키타 짱만 좋아하는 거 아니라든지. 그 중에는 본인에게 한 말도 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각오를 굳힌 키타 짱은 나를 쫓아내는 데에 급급해서 내 말을 아무것도 들어 주지 않았고, 나도 쫓아가지 못했다. 거절당하는 게 무서웠으니까.

 "못 말했어요."
 "안 말해도 돼?"
 "말하고 싶어도 수단이 없잖아요. 그치만 키타 짱은 저랑 안 만나 주고요."
 "수단이라면 있잖아."

 료 씨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현을 잡고 피크를 긁어내렸다. "쟈가쟝~."하고 입으로 효과음을 내고는 에어기타를 했다. "최고의 수단, 봇치는 가지고 있어."라고 료 씨는 내게 말했다.

 "전부 노래로 만들어. 한 곡이 아니라 몇 곡이라도. 이쿠요한테 전해질 때까지. 말했잖아, 마주보라고. 둘이 둘인 채로 같이 살아가는 길도 있으니까."
 "……키타 짱한테 닿을까요?"
 "닿을 거야. 그야 이쿠요는 봇치를 좋아하니까. 안 닿을 리가 없어."

 료 씨는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었다. 내가 곡에 담은 마음은 전부 키타 짱을 향한 것이다. 그게 닿지 않는다면 나는 키타 짱의 나를 향한 마음을 의심하게 된다. 애초에 똑같은지는 모르지만, 같은 만큼의 질량이 있었으면 한다.

 "닿으면 좋겠네요, 아니, 닿게 만들게요. 제가."
 "응, 봇치라면 할 수 있어."
 "네. 그러니까 최고의 곡 만드는 거 도와주실 수 있나요?"

 키타 짱의 눈을 닮은 색이 가늘게 호를 그리고 기뻐 보이게 되었다.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끈 료 씨는 추운 듯이 거실로 이어지는 문에 손을 댔다.

 "물론이지. 봇치는 내 친구니까."

 나보다도 조금 큰 등을 쫓아 거실로 돌아왔다. 키타 짱을 생각하면 또 새로운 멜로디가 떠오른다. 잇달아 떠오르는 그것들에 한동안 곡이 모자랄 일은 없겠다 하고 웃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쪽을 봐 주지 않는다고 우는 건 이제 그만두자. 어차피 아무리 울어도 키타 짱이 내 옆에 돌아와 주지는 않으니까. 미니 기타를 치던 시절처럼 끌어안아 주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음악으로 뒤돌아보게 만들자. 키타 짱이 좋아한다고 외치고 부끄러워질 정도로 사랑을 전하자. 바보 같은 나는 그 정도밖에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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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