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13

카와즈 2024. 3. 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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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에서 하는 수록이나 MV 제작 등 아무리 급하게 진행했다고는 해도 그럭저럭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키타 짱은 들어 줬을까 하고 카페트에 뒹굴면서 도쿄의 밤하늘을 바라보고 배에 올려 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다.
 내가 만들었지만 좋은 곡이 됐다고 생각한다. 키타 짱을 향한 마음을 충분히 부딪혔고 멜로디도 MV도 최고의 완성도다. 이제 키타 짱에게 전해지기를 기다릴 뿐. 키타 짱이니까 벌써 나 같은 건 잊고 다른 누군가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한텐 키타 짱밖에 없으니까 곡에 진심을 계속 담을 수밖에 없다. 언젠가 키타 짱이 나를 돌아봐 줄 날까지, 계속.
 그야 나는 키타 짱을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러니 나는 곡을 계속 만들어 키타 짱에게 나를 새긴다. 계속해서 부풀어오른 키타 짱을 향한 마음을 조금씩 내보내서 내가 펑크나지 않도록. 내가 키타 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녀가 잊지 않도록.
 쟝 하고 F코드를 울리자 스마트폰이 길게 진동했다. 료 씨인가 생각해 스마트폰을 들자 키타 짱이란 글자가 떠오른다. 기세 좋게 몸을 일으켜 기타를 치우고 통화 버튼을 떨리는 손으로 눌렀다. 천천히 귀에 대고 "여보세요……?"라고 머뭇머뭇 말을 건다.
 스피커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그맣게 코를 훌쩍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키타 짱……? 키타 짱이야……?"

 대답은 없다. 불안에 물들어 가는 마음은 점점 애가 타지만 그래도 나는 상대의 말을 기다린다.

 "키, 키타 짱. 키타 짱이지……?"
 "미안, 해."

 잘못 들을 리가 없는 키타 짱의 목소리가 들렸다. 키타 짱은 내게 사과하고 있다. 그 목소리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 나, 히토리 짱을 상처입혔는데, 전화해서, 미안해."
 "아, 아뇨, 괜찮아요. 기뻐요, 전화해 줘서."
 "나 결심했어, 히토리 짱하곤, 두번다시 안 만나겠다고. 계속 모두의 Bocchi로 있게 하려고, 그렇게 결심했었어."

 키타 짱의 오열이 목소리에 섞인다. 나는 말을 흘리지 않는다. 일언반구도 놓치지 않도록 집중했다.

 "나, 히토리 짱을 좋아해. 히토리 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못해. 정말로, 아무것도 못해."

 비통한 키타 짱의 외침에 내 가슴이 세게 죄었다. 주먹을 쥐고 미간을 찌푸려 눈을 감는다. 괴로워하고 있구나, 키타 짱은. 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안해, 히토리 짱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서, 미안해. 밀쳐낸 주제에, 매달려서 미안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아서 그저 고개를 옆으로 흔들길 계속했다. 보이지 않아도 부정하길 계속했다.

 "하지만 보고 싶어.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나 히토리 짱이 없으면, 제대로 못 사니까."

 나는 일어선다. 이제 됐다, 이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키타 짱은 너무 상처받았다. 나보다도 훨씬. 그 목소리만으로 알 수 있다. 나는 키타 짱에 대한 건 잘 알고 있으니까.

 "사랑해, 히토리 짱."

 지금부터 갈게요라고 한 마디 전하고는 나는 전화를 끊고 지갑만 챙겨 집을 뛰쳐나왔다. 아파트를 뛰어나와 코인세탁소 바로 옆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져나와서 큰길에 접한 보도에서 택시를 불러세운다. 굴러들어가듯이 타서 완전히 익숙해진 주소를 입에 담았다. 택시는 달리기 시작해 한밤중의 도쿄에 으르렁거린다. 여기서 키타 짱의 집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다. 빨간불을 재촉해서 계속 달리는 차, 라디오에선 내 노래가 들렸다. 키타 짱을 향한 노래다. 사랑한다고 외친 노래다. 그걸 이제부터 전하러 가는 거다. 남김없이, 4분 남짓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의 마음을 폭발시켜서, 그 애에게 전하는 거다.
 택시에서 내려서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키타 짱의 방 번호를 누른다. 몇초 후에 열린 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키타 짱이 사는 층을 연타해 금방 철상자에서 내렸다. 약 15걸음, 키타 짱 집 앞에 도착해, 나는 일부러 인터폰을 누르지 않는다. 두꺼운 문 앞에서 나는 말을 건다.

 "키타 짱, 왔어."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문 앞에 키타 짱이 있기를 바라며.

 "나, 계속 키타 짱을 보고 싶었어. 그야 아직 안 한 말이 잔뜩 있으니까. 말하지 않으면 성에 안 차. 키타 짱은 내 얘기 안 들어 줬고, 게다가 키타 짱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도 못 들었어."

 문 저편, 키타 짱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한다. 폐에 공기를 채워서.

 "나도 사랑해, 키타 짱. 지금도, 지금까지도 계속. 그러니까 이 문 열어도 될까?"

 키타 짱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문고리에 손을 올린다. 하지만 그건 내가 돌리지 않아도 멋대로 돌아가 안쪽으로 열렸다.
 모습을 드러낸 키타 짱의 모습에 나는 말을 잃는다. 아름다웠던 머리는 윤기를 잃고 뺨은 핼쑥하게 들어갔고 몸의 부피는 헤어지기 전의 2분의 1 정도가 되어 있었다. 나를 보는 눈동자는 공허했고 계속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키타 짱──"
 "이런 나라도 좋아해 줄래?"

 그 말에 가슴이 괴로워져 집에 들어가서는 키타 짱을 세게 끌어안았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키타 짱의 몸이 드러났다. 근육과 지방이 줄어든 몸, 담배의 쓴 냄새, 눈을 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덧없는 분위기. 나는 키타 짱을 두번다시 놓지 않으려 힘을 준다. 등에 둘러진 팔은 연약하고 가늘었다.

 "그래도 사랑해, 정말 좋아해, 키타 짱."

 키타 짱에게 제대로 전해지도록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인다. 갑자기 오열을 흘리는 키타 짱은 가느다란 팔에 힘을 주었다. 어깨를 쥐고 허리를 붇잡고, 세게 세게 끌어당겼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밀쳐 냈는데, 미안해."
 "괜찮아요, 사과하지 마요."
 "미안해, 사랑해, 미안해."
 "사과 안 해도 괜찮아요, 나야말로 미안해요."
 "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야, 미안해."

 니지카 짱과 료 씨의 모습이 플래시백했다. 우리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서로 사과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아는 것이다. 완전히 이해해서 어떡하면 이대로 둘이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을지. Bocchi도 기타 히어로도 전부 끌고 와서, 내가 고토 히토리인 채로 키타 짱 옆에 있기 위해서라도.

 "키타 짱, 우리들에겐 말이 부족해요."
 "아무 말도 안 해서, 미안해."
 "으응, 아니야. 말해 줬으면 해, 뭐가 키타 짱을 그렇게 몰아붙였는지. 왜 내가 지켜 주지 못했는지. 그걸 알고 싶어."
 "그건,"

 키타 짱은 내 말을 천천히 음미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서두르지는 않는다, 천천히면 된다. 천천히, 키타 짱의 말로 나는 전해 줬으면 한다.

 "히토리 짱이 좋아서, 하지만 Bocchi도 좋아서, Bocchi는 모두에게서 사랑받는데, 근데 내가 있으면, 히토리 짱은 Bocchi가 될 수 없으니까."
 "키타 짱이 있으니까 나는 Bocchi가 될 수 있는 거야. 전제가 틀렸어. 키타 짱은 이상한 데서 자존감이 낮아."
 "그치만, 히토리 짱은 기타 들면 기타 말고는 잊어버리잖아."
 "분담해요. 전처럼 집안일 전부는 못하겠지만 나도 힘낼 테니까."
 "지금 내 방 보지 마."
 "엄청난 상태네요. 나중에 둘이서 정리해요."

 여기까지 약해진 키타 짱을 보는 건 처음이다. 일단 방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밥을 만들어서 둘이서 먹자. 앞으로의 일은 그 다음에라도 제대로 이야기하자. 일단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 키타 짱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키타 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예요. 그래도 기타를 들면 못하는 게 늘어나요. 그걸 키타 짱이 메꿔 준다면 분명 둘이서 해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히토리 짱은 Bocchi인데."
 "그래서 그게 왜요. 나도 사람이에요. 집중은 하지만 소홀해지진 않을 거예요. 키타 짱 앞이고. 그러니까 둘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둘이서 찾아요. 청소 한 다음에라도."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 키타 짱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 상한 머리, 다시 윤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뼈와 가죽만 남은 몸도 영양 있는 걸 잔뜩 먹여서 건강하게 만들자. 키타 짱이 다시 웃을 수 있게, 이제 상처받지 않게.
 
 "미안해, 히토리 짱."

 지금은 미안하단 말보다도 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

 "미안하단 말보다, 고맙단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키타 짱은 그걸 듣자 천천히 어깨에서 얼굴을 들고 몸을 조금 떨어뜨려 나를 보았다. 뺨에 손을 가져가 엄지손가락으로 빨개진 눈가의 눈물을 닦고 나는 미소짓는다. 가늘어진 눈이 나를 보았다.

 "고마워, 사랑해, 히토리 짱."

 기뻐서 나는 키타 짱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입술은 까슬까슬했지만 그것보다도 기쁨이 이겨서 외로움을 메꾸듯이 긴 시간 우리들은 입을 맞췄다.
 간단한 것을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곤 한다. 답은 언제나 가까이 있는데 우리들은 언제나 멀리를 보고 있었다. 등을 맞대고 있던 서로를 눈치채지 못한 채.
 둘이 있기 위한 노력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파랑과 금색의 두 사람은 그런 소중한 것을 등으로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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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