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Run through the Bluespring!!!!

카와즈 2024. 3. 6. 12:48

"운동회입니다. 계절 같은 건 상관 없습니다. 제가 보고 싶을 뿐입니다. 돈이라면 좋은 가격으로 낼 테니까 한껏 청춘을 달려나가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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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인 이상 그 날을 피해갈 순 없다. 몇번 캘린더를 봐도 그 행사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1년에 한 번 최저최악인 지옥의 제전, 운동회.
 안 그래도 체육 수업만으로 우울한데 그런 지옥을 축제라고 부르며 신나서 떠들다니 내가 보기엔 제정신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 없는 친구 중 하나인 키타 짱이 바로 그래서, 종목을 정하는 날 아침부터 전신으로 두근두근을 체현. 키타 짱은 운동 신경 좋으니까 어떤 경기에 나가도 분명 활약하겠지…….
 우리 학교는 한 사람이 적어도 2종목에는 출장하도록 되어 있다. 하나는 학년 공통 종목으로, 2학년은 이인삼각으로 정해져 있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꽤나 힘들다. 이 흐름은 그거다. '그럼 2인 1조 만들어~'라고 선생님이 말하고 남겨지는 패턴인 녀석이다. 그래서 사이 좋은 3명 중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가 마지못해 나랑 한 조가 되는 거야……. 설마 종목 정하기 단계에서 이런 수난의 때가 시작되다니. 아아 신이시여. 어째서 이런 가혹한 시련을 제게 주십니까…….

 "그럼 키가 비슷한 사람끼리 조를 짤까."
 에?
 조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선생님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제안을 받아 당황하는 사이에 앞자리에 앉은 키타 짱이 기세 좋게 돌아보고 추가타를.
 "그럼 히토리 짱, 나랑 같이 하자!"
 만면의 웃음을 띄우고 계신다.
 "에, 아, 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평소와 같은 느낌으로 나도 모르게 끄덕이고 말았다.
 아니아니아니아니. 냉정히 생각해 봐 나야. 운동 신경 발군인 키타 짱과 다섯 살 애한테 술래잡기에서 지는 내가 이인삼각이란 고행을 함께 뛰어넘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이라면 아직 되돌릴 수 있다! 역시 지금 건 없던 걸로!
 "저, 저기, 키타 짱……!"
 "밴드에서 일궈 낸 우리들의 유대를 모두에게 보여 주자!"
 눈부셔!
 "……아, 네."
 키탕~한 웃음으로 주먹을 꼭 쥐는 키타 짱에게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 다음은 개인 종목을 정하는 시간이 되었고 제1희망 종목인 줄다리기는 희망자가 많아서 제비뽑기가 이루어져 낙선. 줄다리기, 다같이 하니까 힘없는 나라도 눈에 띄게 전력외란 걸 내비치지 않아도 되는데. 그 다음도 재밌어 보이는 경기는 연이어 추첨이 이루어졌고 어떻게든 운동 신경과는 그렇게 상관 없어 보이는 종목, 물건 빌려오기 경주를 따냈다. 계주라느니 100미터 달리기 같은 건 발이 자랑인 운동부 사람들이 나가면 된다. 발 같은 건 빨라 봤자 장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막 출발하려는 전철에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져 들어가는 정도겠지. 무리하게 타지 마시고 다음 열차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날부터 키타 짱과의 특훈이 시작되었다.
 사사키 씨가 제3자 시점에서 조언을 해 준다고 해서 점심 시간에 셋이서 모였다.
 일단 먼저 다리를 묶지 않고 호흡을 맞추는 연습부터.
 "잘 부탁해, 히토리 짱."
 "아, 이, 이쪽이야말로."
 키타 짱이 손을 뻗어서 그것에 맞춰 어깨동무를 한다. 옆에서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키타 짱은 역시 몸이 가늘다. 유난히 얇은 어깨가 신경쓰여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자 시선을 눈치챈 키타 짱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알고는 있었지만 이 거리는 꽤나 가깝다. 그런 지근거리에서 늘 내 손을 끌어 주는 키타 짱의, 어쩐지 여자애다운 연약한 일면이 보여서 두근거렸단 말은 못 한다. 아니아니, 키타 짱은 항상 여자애답지 않은가,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는.
 "하나, 둘, 하나, 둘……응! 괜찮은 것 같네! 역시 우리들은 평소부터 같이 밴드 하고 있으니까 호흡이 딱 맞네!"
 "아, 그, 그렇네요! 이 정도라면 완전 낙승이에요!"
 "고토 바로 우쭐해져서 웃기다. 낙승이면 이제 다리 묶어도 되는 거 아냐?"
 사사키 씨에게 끈을 받아, 빨간 그것을 키타 짱이 얌전히 받아든다.
 "그럼 준비는 됐어? 히토리 짱."
 "앗 네. 잘 부탁드려요."

 ……라고 기합을 넣었던 내 체력은 5분도 버티지 못했다. 그렇다, 내가 키타 짱의 체력에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윽……. 키타 짱, 전 됐으니까, 먼저 가세요……."
 "히토리 짱……! 안 돼! 같이 골인하겠다고 약속했잖아!"
 "신나 있는데 미안하지만 이인삼각은 그런 경기 아니니까."
 사사키 씨가 조용히 딴죽을 넣는다.
 "고토, 일단 심호흡하자. 자, 들이마시고- 내쉬고-."
 완전히 내 전속 트레이너가 된 사사키 씨 말대로 천천히 숨을 쉰다. 아아 그렇구나. 내게 부족했던 건 산소였구나. 생명활동을 지탱하는 근원이라 할 수 있는 O2 분자를 몸 한가득 들이마신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호흡하고 있지만 엄청나게 고마운 거였구나, 더 음미하면서 호흡하는 편이 좋을지도.
 점점 숨이 안정되어서 코로 호흡을 바꾼다. 아까 전에 호흡의 중요함을 깨달은 나는 그 냄새도 즐기는 편이 좋을까 싶어서 신중하게 숨을 들이쉰다.
 뭔가 좋은 냄새. 무슨 냄새지? 달콤한, 꽃 같은 냄새.
 킁킁 소리를 내면서 냄새의 근원을 쫓자 어째서인지 사사키 씨가 뿜었다.
 "고토~, 그쯤 해 둬. 키타 새빨개졌거든."
 "어……."
 그 말을 듣고 옆에서 밀착해 있는 키타 짱을 보자, 그 선명한 머리색과 같은 색의 얼굴을 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히, 히토리 짱, 그, 너무 냄새 맡는 건……."
 "죄, 죄송해요! 그럴 생각 아니었어요! 그, 저기, 엄청 좋은 냄새네요!"
 결국 그 날은 연습이 되지 않았고 그저 사사키 씨가 유쾌하단 듯이 웃기만 하다 끝나 버렸다.



 운동회 출장 종목이 정해지고 나서는 틈이 있을 때마다 키타 짱과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기타 연습 중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도 키타 짱이 '지금 무슨 생각해?' 하고 묻거나, 밤에도 로인으로 '지금 뭐 해?' 하고 나를 신경써 주었다. 역시 인싸. 운동회를 향한 열량이 다르군, 하고 태평하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2주일, 운동회 당일.
 우리 두 명은 어떻게든 목표였던 '골에 둘이 도착하기'를 달성했다.
 "재밌었다!"
 "죄, 죄송해요 키타 짱. 키타 짱의 운동 신경이면 1위도 노릴 수 있었을 텐데……."
 말 그대로 발목을 잡는 모양이 돼 버린 게 새삼스럽게 미안하다.
 "정말! 괜찮다고 했잖아. 그만큼 계주에서 활약하고 왔으니까!"
 그렇다. 키타 짱은 아까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를 맡았고 앞을 달리는 운동부를 둘 제끼고 멋지게 1등을 획득. 으윽. 아까의 만화 주인공 같은 눈부신 모습을 떠올리니까 또 죄책감이…….
 "저는 키타 짱의 청춘의 한 페이지에 먹칠을 하는 존재……. 이 이상 폐를 끼치지 않게 개인종목엔 안 나가고 수수께끼의 스페이스에서 혼자 쓸쓸히 얌전히 기타 치고 있을게요……."
 "정말! 왜 그렇게 되는데!"
 기타를 끌어안고 교사를 향해 걷기 시작하자 키타 짱에게 목덜미를 붙잡혔다. 그리고 타이밍 나쁘게 물건 빌려오기 경주 출장자를 소집하는 방송이 흐른다.
 "자, 히토리 짱, 부르잖아."
 "아, 지, 지병인 위통이……."
 "대기줄은 이쪽이야."
 키타 짱이 친절하게 내 몸 방향을 고쳐 준다. 아무래도 이제 도망칠 수 없을 것 같다. 잘 생각해 보면 물건 빌려오기 경주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 말고는 남한테서 빌려 와야 하니까 아싸에겐 허들이 너무 높다. 적어도 키타 짱이나 사사키 씨한테 빌릴 수 있는 물건이기를……!

 경기는 일단 1학년 남자부터 시작해서 2학년, 3학년 순으로 진행된다. 남자 차례가 끝나고 나서 이번엔 여자 1학년 시간. 자신이 나갈 순서가 되기까지는 출장자 대기줄에서 경기의 전개를 지켜본다.
 경기가 시작되자 몇명인가의 남자가 키타 짱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게 신경쓰였다. 한 학년 최소 한 명은 키타 짱에게 말을 걸고 있다. 아, 또 한 사람……. 이걸로 다 해서 5명째다. 게다가 그 때마다 주변에 있는 반 친구들이 소란스러워진다.
 키타 짱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은 모두가 긴장한 얼굴이었고 주변 반응도 바람 넣는 듯한, 놀리는 듯한 느낌. 그리고 소용돌이 속의 키타 짱이 어떤가 하면 어쩐지 곤란한 기색.
 제비에 뭐라고 적혀 있는 걸까……. 물건 빌려오기 경주니까 키타 짱이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물건이란 거지. 하지만 키타 짱 거절하고 있는 것 같고, 결국 안 가지고 있었던 걸까. 키타 짱이 미안하단 듯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어쩐지 답답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데리고 골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신경쓰인다. 에? 물건 빌려오기 경주란 거, 글자 그대로 누군가한테 물건을 빌려서 골인하는 경기가 아닌 거야? 어떡하지……. 안 그래도 말 걸 수 있는 사람이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으니까, 모르는 사람한테 같이 와 달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절대로 없다.
 "그럼 2학년 여자 준비해."
 마치 사형 선고 같은 선생님의 지시를 받아 일어선다.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가볍게 털고 의식을 경기와는 다른 것에 향해 본다. 오늘 저녁밥 뭘까. 햄버그면 좋겠다…….
 "자, 다들 출발선에 서."
 아무리 현실도피를 해도 이미 경기에선 도망칠 수 없는 듯하다. 내년 운동회는 결석하자.
 "준비……. 땅!"
 메마른 발포음이 울려 퍼지고 일제히 출발한다. 거기에서 원템포 투템포 늦게 나도 발을 내딛었다. 완전히 출발이 늦었다. 평범한 경주라면 틀림없이 이 시점에서 꼴찌 확정이었을 것이다. 
 6명 중 6번째로 뽑기 상자에 도착한 나는 그 안에 있는 여러 장의 종이 중에서 운명의 한 장을 뽑는다.
 부탁드립니다 신이시여. 제게, 제게 승리를……!
 작은 한 번 접힌 용지를 열자 그 안에는…….

'인기인'

 마음속에서 승리 포즈를 취했다.
 그거야 우리들 결속밴드 보컬, 키타 짱밖에 없다. 이겼다. 빨리도 나는 이 고행에서 해방될 것이 결정됐다. 신은 제대로 보고 있다. 어제 목욕재계를 한 효과가 여기서 발휘된 거야 분명히.
 승리를 확신하고 발끝을 목적지로 향한 직후에 바로 발을 멈추었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키타 짱, 빌려 주길 거절하고 있지. ……혹시 나도 거절 당하는 거 아냐!? 어, 어떡하지. 하지만 이 운동회에서 나는 반을 위해서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했다. 이대로면 이인삼각에 이어서 반의 짐짝이 되고 만다. 조금은 힘내야 해. 그래, 노 협조성 노 라이프. 키타 짱도 자기 반을 위해서라면 분명 협력해 줄 거야! ……아마.
 각오를 굳히고 똑바로 자기 반의 응원석을 향한다. 그리고 아까부터 전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키, 키타 짱!"
 내가 좀처럼 내지 않는 큰 소리(당사대비)를 내자 키타 짱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놀란 표정을 띄운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무, 물건 빌리기 경주……같이 와 주지 않을래요?"
 하나하나 신경쓰다간 아무것도 못하게 될 걸 알고 있으니 일부러 주변은 신경쓰지 않고, 똑바로 키타 짱만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이걸로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 수치심이 한계돌파해서, 고등학교 그만둘게요, 그렇게만 말하고 퇴학할 뿐이다.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서 기다리길 1분. 키타 짱의 부드러운 손이 내 왼손에 놓였다. 그 얼굴은 뭔가 중요한 일을 결심한 것 같은, 그러면서도 부끄러워 보이는 복잡한 표정이 보인다. 옆에 있던 반 친구들은 박수를 치면서 저마다 축하한다느니, 행복해지라느니 축복의 말을 하고 있어서 영 뜨뜻미지근한 분위기. 이 수수께끼의 축복 무드는 신경쓰이지만 지금은 경기 한중간이다. 기껏 키타 짱이 협력해 줬으니까 사력을 다해야지.
 떨어지지 않도록 키타 짱의 손을 세게 잡자 똑같은 힘으로 되돌려 주었다. 그 손을 가볍게 끌듯이 나 나름대로 전력질주한 결과, 멋지게 1등으로 골인. 아무래도 다른 참가자는 물건을 빌리는 데에 고전하고 있는 듯했다.
 골 테이프를 끊는다는 평생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험을 한 뒤, 일단 담당자에게 제비를 건네서 요건을 만족했는지 확인을 받는다. 내가 데려온 건 키타 짱이다. 학년은 물론 전교 학생들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 쪽이 적은 반짝반짝 인싸고 외모도 훌륭한 그녀가 인기인이 아닐 리가 없다. 문제 없이 심사를 돌파하고 내 물건 빌리기 경주 1위가 확정되었다.
 "아, 키타 짱, 감사합니다. 키타 짱 덕분에 반 친구들의 제물이 되지 않고 끝났어요……."
 "응, 그건 다행인데……."
 오늘은 이미 충분히 힘냈다. 남은 건 교사 그늘에서 커다란 돌을 치우고 공벌레라도 찾으면서 시간을 때우자. 어떻게든 올해도 무사히 운동회를 이겨냈다. 지금까지와 달리 시원한 기분으로 교사 뒤편을 향하려고 했을 때, 잡은 채였던 손을 깨달았다.
 "죄, 죄송해요! 손에 땀, 기, 기분 나쁘죠……!"
 당황하며 놓았지만 어째서인지 아직 우리들 손은 이어진 채다. 키타 짱 쪽이 세게 내 손을 잡고 있어서.
 "키, 키타 짱?"
 생각해 보면 키타 짱을 빌리러 갔을 때부터 상태가 이상하다. 정신이 딴 데 가 있다고 할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키타 짱이라도 몸을 너무 움직여서 지쳐 버린 걸까.
 "히토리 짱, 그……물건 빌리기 경주 과제는 뭐였어?"
 머뭇거리면서 묻는 키타 짱. 그러고 보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데리고 나왔었다.
 "그건……."
 경기에서 쓴 용지는 돌려줘 버렸으니까 입으로 전해야지 생각했을 때, 방송위원회에 의한 물건 빌리기 경주의 부가설명이 들어왔다.
 "올해 물건 빌리기 경주는 좋아하는 사람이란 과제가 많이 들어 있었다고 해요. 여러분, 마음에 둔 사람에게 마음은 전했나요?"
 헤~. 좋아하는 사람……. 흐응, 그렇구나……. 그런 청춘 반짝반짝 가슴 큥~같은 건 초대한 적 없는데 말이지……아니 어라? 그런 과제가 들어 있었어? 그럼 아까의 남자들은 설마 키타 짱을……!? 아니, 잠깐만, 그런 것보다도 지금 이 상황은…….
 "……히토리 짱?"
 뭐, 뭔가 기대받고 있나!?
 진정해. 상황을 정리하자. 물건 빌리기 경주가 시작되고 나서 키타 짱은 계속 남자들이 빌리려고 했었다. 그들의 과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거라고 가정하면, 그건 즉 간접적인 고백이고, 키타 짱은 그것들을 전부 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어서 과제를 알려주기 전에 키타 짱은 흔쾌히 나를 따라와 주었다. ……즉?
 다시금 키타 짱을 본다. 뺨이 붉은 건 하루종일 밖에 있어서 햇빛을 쬐어서 그런 걸까. 긴장한 듯한, 하지만 어쩐지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거나 나를 보거나 바쁜 기색이 평소의 키타 짱답지 않다.
 슬로 템포였던 심장 소리가 어느새인가 빠른걸음이 되어서 잘 호흡을 못하게 된다.
 키타 짱이 내 이름을 부르고 꽤 시간이 지나 버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이 불편한 시간을 빨리 끝내려면 솔직하게 과제를 알려주면 될 뿐이다. 그런데 나는 말이 막혀서 답을 망설이고 있다. 빙글빙글 여러 가능성을 상상하고는 지우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하나 깨달음을 얻었다.
 키타 짱이 이렇게 귀여웠던가……?
 지금 그런 걸 생각해서 어쩌겠단 거냐고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절찬 운동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떠들썩한 교정 구석에서, 나와 키타 짱은 마치 시간이 멈춘 세계에 둘만이 갇혀 있는 것 같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 그건 내 다음 말이 열쇠가 된다.

 "저, 저기, 키타 짱――!"

 한껏 숨을 들이쉬고, 지금 막 깨달은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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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카와우소(かわうそ) 님
원본 링크: Run through the Bluespring!!!!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1689180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원본 소설도 북마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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