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1

카와즈 2024. 3. 9. 18:21

"완전 무거운 키타 개념의 개그 보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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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가면 또 시작이겠구만 생각하며 취기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귀로를 걷는다. 기타 히어로로서 다른 밴드 라이브를 도와준 뒷풀이에서 꽤나 즐겁게 마셔서 지금은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그 기타 히어로 님이죠! 라든가, 엄청나게 기타 잘 치시네요! 란 말을 들으면서 마시는 술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친절했지. 아파트에 도착해 아무도 없는 걸 핑계 삼아 콧노래를 부르면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결속밴드도 5주년이 되었고 나도 20살이 되었다. 메이저 데뷔하고 그럭저럭 벌고 있는 나는, 돈으로 고민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사람으로 고민하고 있다. 우리 밴드의 기타 보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한 사람밖에 없다. 카드키를 문의 센서에 대서 잠금을 풀고는 휘청거리는 머리로 불을 켜고 기타를 일단 복도에 내려놓았다. 어차피 앞으로 몇초 후에 찾아올 그녀 때문에 나는 복도 벽에 기대서 그 때를 기다린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초인종을 연타하기 시작했다. 딩동이 아니라 딩딩딩딩 하고 첫 음만 계속되는 상태에 한숨을 쉬면서 문을 열었다. 꽝! 하고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붉은 색 머리가 아으 하면서 이마를 감싼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페리도트색 눈이 나를 올려다 보고 원통하단 듯이 노려보았다. 여벌 열쇠 갖고 있으면 말 없이 들어오면 될 텐데 이상한 데서 예의가 발랐다. 

 "히토리 짱. 저녁때는 돌아온다고 약속했잖아."
 "아니, 저 뒷풀이로 밤 늦게 온다고 그랬잖아요……."
 "……역시 남자지, 아니면 여자!? 히토리 짱 인기 많으니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갑자기 멋부리게 됐고 키도 조금 컸고 있잖아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거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거 용서 못해 제대로 가르쳐 줘 왜──"
 "네 네 네! 주변 사람이 이상한 눈으로 보니까 일단 안에 들어와 주세요!"

 중얼중얼 저주 같은 말을 뱉는 키타 짱을 현관에 들인다. 이거 좀 무섭단 말이야. 뭐어 옛날부터 귀여운 건 변함없지만.
 말하자면 키타 짱은 무겁다. 뭐가? 나를 향한 마음이. 그건 별로 상관 없다. 나도 키타 짱을 좋아하고 인싸인 키타 짱은 이 정도로 무거운 편이 계속 나를 봐 줄 테니까. 오히려 안심 재료이기도 하고 3년씩 되니까 아무리 그래도 익숙해졌다. 요즘은 오히려 재미마저 느끼고 있다.

 "역시 그렇구나! 누구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지! 결속밴드 같은 건 아무래도 좋고 그  사람이──"
 "키타 짱."
 "왜!?"
 "어서오란 키스는 없나요?"

 갑자기 빨개지는 키타 짱의 얼굴.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올 말도 나는 알고 있다. 키스를 해 줄지 안 해 줄지도.
 
 "파, 파렴치해! 히, 히토리 짱은 사귀지도 않는 사람하고 키스하는구나!? 언제부터 그런 파렴치한 애가 된 거야!! 귀여웠던 내 히토리 짱을 돌려줘! 이 주정뱅이!"

 두 손을 꼭 쥐고 부끄러운 듯이 내게 외치는 키타 짱에게 나는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쉰다. 무거운 주제에 이렇게 알 수 없이 쑥맥이라고 할까 소녀 같다고 할까, 뭐 그것도 귀여우니까 별로 상관 없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주제에 항상 내가 다가가면 도망치는 건 어떻게 안 되는 걸까.
 그렇다, 말해 두지만 우리들은 '안 사귀고 있다'. 친구 사이고 밴드의 기타 보컬과 리드 기타인 그대로다. 5년간 쭉. 키타 짱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키타 짱을 좋아하는데. 왜 내가 키타 짱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그건 매일밤 한밤중에 반대편 벽에서 "히토리 짱 좋아해, 정말 좋아해, 좋아해. 좋아좋아좋아좋아좋아좋아……." 하고 몇시간이고 새겨넣듯이 중얼거리고 있는 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싫어도 아 이 사람 날 좋아하는구나 깨닫게 된다.
 그럼 왜 안 사귀고 있는가. 명예에 걸고 말하지만 나는 몇번이고 키타 짱에게 고백했다. 연습에서 돌아가는 길, 놀고 돌아가는 길. 처음엔 무시당하는 게 슬펐다. 제대로 "좋아해요(* 스키데스), 사귀어 주세요."라고 키타 짱에게 말하고, 나는 공포와 기대로 심장이 쿵쿵 뛰는 동안 "다, 달이요!?(* 츠키데스) 아, 아아! 달 말이지! 어울려 줄게! (* '사귀다'에 '어울리다'란 뜻도 있음) 월식!? 어디서 하는데!?" 라느니, "스키!? 확실히 벌써 그런 시기지! 니가타!? 군마!? 나 스키 잘 타거든!?" 등등. 지금 되돌이켜 보면 조금 화가 난다. 
 제일 심했던 건 제대로 데이트 코스를 짜서 고백했던 날 일이다. 니지카 짱하고 료 씨한테 한참 조언과 밑준비를 도움받고 옷까지 코디받아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페리 갑판에서 도쿄를 일망하면서 "사랑해요(* 아이시테마스), 저와 사귀어 주세요."라고 고백했을 때 일을 잊을 수 없다. "에, 아, 아이시 머슬? 신곡? 근력운동? 지금부터 운동 갈래?" 아무리 그래도 그 때는 이비인후과나 가라고 생각했다.

 "늘 그렇지 히토리 짱은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거지! 나 같은 건 그냥 기타 보컬이니까! 그냥 친구니까! 이제 됐어! 히토리 짱 따위 몰라!"
 "돌아갈 거예요?"
 "돌아갈래! 이제 히토리 짱 얼굴 같은 거 안 보고 싶은걸!"
 "그럼 제가 그쪽 갈게요."
 "멋대로 하든가!"

 어느 쪽인데. 나는 나가버린 키타 짱을 쫓듯이 아파트 복도에 나오고는 옆집 문을 연 그녀를 따라 집에 들어간다. 우리들은 서로 옆집에 살고 있다. 사실은 같은 방에 살고 싶었지만 룸 셰어를 내가 제안한 순간 "가, 같은 방이라니 프라이버시 확보를 못하잖아! 알겠어!? 프라이버시! 이런 거나 저런 거 말이야! 그냥 친구한텐 못 보일 것도 있다구!"라고 부동산에서 키타 짱이 내게 외쳤다. 대체 뭔 말을 하는 거냐고 가게 점원도 곤혹스러워했다.
 키타 짱 집은 분하지만 좋은 냄새가 난다. 키타 짱 냄새다. 거실에 들어오자 귀여운 방에 나는 뺨이 풀어진다. 하지만 이 방에서 매일밤 내게 저주 같은 사랑의 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뺨 근육이 굳어졌다. 소파에 앉자 나는 멋대로 티비를 켜고 적당한 방송을 튼다.

 "……모르는 사람하고 키스라도 하고 왔지."
 "아니 왜요. 안 했어요."
 "그럼 그 이상도 한 거야?"
 "안 했어요."
 "진짜로?"
 "네."

 키타 짱은 소파에 앉고는 내 어깨에 다가와 뺨을 부볐다. 아까까지 짖기만 하던 개인지 뭔지였던 게 갑자기 혼난 강아지처럼 되어 버려서 가슴이 꼭 죄었다. 팔뚝에 묻힌 얼굴에서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귀가 달려 있었다면 분명 축 쳐져 있었을 것이다.

 "멋대로 말해서 미안해. 싫어하지 마, 부탁이야."
 "안 싫어해요, 좋아해요."
 "나도, 제일 좋아해. 친구 중에서."

 아 진짜! 솔직하게좀 말해! 마지막 말 필요 없어! 왜 키타 짱은 이런 걸까 고등학생 시절 그녀를 되돌아본다. 인싸였던 키타 짱은 연애경험은 없어도 고백받는 일은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이렇게 흘리고 있었다곤 생각하기 어렵다. 그야 소문도 들은 적이 있다. 무슨 반 누구누구가 키타 짱한테 차였다고. 그렇단 건 적어도 키타 짱은 상대의 발언을 '고백'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성격이 키타 짱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만 걸까 반성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런 키타 짱에게 나는 심술을 부리고 싶어져 버렸다.

 "키타 짱이야말로 애인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 이렇게 귀엽고 밝고 상냥하면. 사실은 좋은 사람 많이 있는 거 아니에요?"
 "왜, 왜 그런 말 하고 그래. 그런 사람 없어. 나한텐 히토리 짱밖에 없는걸……."
 "거짓말은 도둑질의 시작이랬어요. 하아, 됐어요 저도 빨리 애인 만들어 버릴 테니까요."
 "앗, 아, 안 돼! 싫어! 그런 거 만들지 마, 제발! 싫어……."
 "에, 에에!? 울지 마요, 좀……."

 뚝뚝 눈물을 뺨에 미끄러뜨리기 시작한 키타 짱에 당황해 버린다. 여기서 우는 건 치사하다. 나도 울고 싶은데.
 하지만 이렇게 울고 있는 키타 짱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나는 용서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키타 짱을 끌어안는다. 등에 꼭 달라붙어 오는 게 사랑스러웠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부벼 오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금만 더 적극성이 있었으면, 하고 옛날 나한테 지금 키타 짱의 넋두리를 흘려도 분명 믿어주지 않겠지.



 아직 한낮인 카페의 박스석, 샌드위치가 없어진 새하얀 접시를 눈앞에 두고 나는 둘에게 떠들어 댄다. 파랑은 그렇다 치고 금색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진짜로 키타 짱은 소심하달지 쑥맥이랄지 소녀랄지. 대체 뭐예요 저게. 고백도 몇번이나 했는데 어제는 늦게 들어온다고 뭐라고 하니까 어서오란 키스는? 했더니 파렴치하다고, 뭐냐고요. 진짜 뭐예요?"
 "아하하……뭐 키타 짱은 이상하게 그런 부분 있으니까. 그치 료."
 "이쿠요는 확실히 쑥맥이야."
 "야, 야!"

 아이스커피를 빨대로 빨면서 키타 짱을 향한 불만을 흘린다. 본인은 대학에 가 있어서 없다. 게다가 오늘 술자리 있어서 늦어진다니 나는 안 되고 자기는 되냐고! 라고 나도 모르게 외칠 뻔 했지만 옆방에 들리면 안 되니까 베개를 얼굴에 대고 외쳤다. 그 때 심정을 떠올리고 이를 꽉 물자 니지카 짱한테 "자, 잠깐만 봇치 짱 얼굴 장난 아니야……."라고 제지받고 말았다.

 "그런 말 하면 애인 만든다고 그랬더니 어제는 글쎄 울어 버렸다니까요? 그런 거 치사하지 않아요?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내가 꼭 나쁜 놈처럼……게다가 오늘 키타 짱 술자리 있대요!"
 "키타 짱 어쩌다 그렇게 배배 꼬였을까, 원래는 솔직했던 느낌이 드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느낌이라서 옮은 거겠지."
 "야 료! ……뭐 부정은 못하지만."
 "저도 부정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해요."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매일 밤 나한테 내뱉고 있는 저주는 꿈이었던 걸까 싶을 정도로 고백은 무시당하니까 사실은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가끔 불안해져 버린다. 나는 키타 짱을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그 사람은 내 말을 마주봐 주지 않는다.

 "그런 봇치에게 나는 한 책략을 생각해 왔지요."
 "뭐, 뭔가요!?"

 료 씨는 의기양양하게 니지카 짱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고는 한 페이지를 펼쳐 "짜잔."이라고 말하면서 테이블에 놓고 외쳤다.

 "이름하여, '러브러브♡완고한 그 아이도 두근거릴걸☆더블 데이트 대작전!'"
 "미안해 봇치 짱, 나는 말렸는데 있지."
 "최근에 본 영화가 이런 느낌이라 재밌었어."

 이 바보 커플이, 사람을 구실 삼아 데이트 즐기고 싶을 뿐이잖아! 라곤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이 안 사귀는데 더블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료 씨는 일단 선배니까 얘기 정도는 들어볼까 생각했다.

 "그건 어떤 작전 내용인데요……?"
 "일단 나와 니지카의 데이트에 어울려 줘야겠어. '이쿠요랑 봇치도 사귀니까 그치?'라고 처음에 이쿠요한테 말해서 억지로 더블 데이트로 끌고 가. 그 다음에 우리들은 허그나 서로 먹여주기 같은 거 하면서 찐득찐득 꽁냥꽁냥하는 걸 봇치가 흉내내면 만사 해결. 마지막에 고백할 때 우리들은 철수. 어때?"
 "화, 확실히 괜찮을지도! 그거 좋을지도 몰라요!"
 "후후, 그렇대 니지카."
 "실화냐……."
 "뭐 어때. 어쨌든 우리들은 사귀고 있으니까."

 내추럴하게 자랑당해서 내심 조금 화가 났지만 작전 내용 자체에 불만은 없다. 이거라면 키타 짱도 그 자리의 흐름으로 나랑 꽁냥거려 줄 테고 고백도 제대로 들어줄 것이다. 료 씨치고 좋은 안을 가지고 와 줬구나 하며 커피를 마시자 금색 눈동자가 슥 가늘어진다.

 "봇치 지금 뭔가 실례되는 생각 했지."
 "엑, 아니, 아무것도."
 "뭐 아무튼 두 사람 보고 있으면 속이 타니까 빨리 붙었으면 좋겠다. 그보다 봇치 짱 불쌍하고."
 "보통 반대일 것 같은데 말이지."

 스케치북을 집어넣고 니지카 짱과 료 씨를 나는 가만히 바라본다. 둘이 사귄 건 니지카 짱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일이다. 딱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쯤이다. 한밤중에 갑자기 료 씨한테 전화가 와서 "나랑 니지카, 사귀기로 했어."라고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나는 축복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부러워져서 전화를 끝낸 다음 침대 속에서 동료를 잃은 슬픔에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둘은 사이가 좋다. 부러운 건 물론이고 키타 짱의 그 태도에 다시 화가 끓어오른다.

 "이걸로 키타 짱하고 못 사귀면 저 이제 키타 짱을 좋아하는 거 그만둘래요."
 "왜 그렇게 되는데."
 "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지금까지 몇번이나 얼버무려졌는걸요. 이제 이런 건 지긋지긋해요."
 "봇치 짱……."

 나는 키타 짱을 좋아한다. 그런데 늘 회피당하고 없었던 일이 된다. 그건 나에 대한 키타 짱의 마음이 나타난 거라고 생각한다. 삐쳐 있다고 한다면 부정은 못하지만, 나한테도 프라이드란 게 있다. 그 사람 옆에 있으면서 겨우 싹튼 거다.

 "성공시키자. 이쿠요를 위해서도."
 "설령 잘 안 되더라도 그러진 마."
 "……잘 되면 좋겠네요."
 
 주먹을 꼭 쥐고 각오를 굳힌다. 몇 번째인지 모를 진지한 고백을, 이번에야말로 키타 짱이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바라면서.

 "그치만 니지카도 데이트 하고 싶었잖아?"
 "그, 그게."
 "그치? 요즘 안 갔으니까."
 "이, 이제 그만 해 참, 봇치 짱 앞이잖아?"

 아아 큰일이다, 시작이다.

 "니지카♡"
 "……료♡"
 "니-지카♡"
 "료♡"

 아아 진짜! 딴 데 가서 하라고!!


 
 술 취한 아무개씨한테서 데리러 와 달라고 연락이 온 건 30분쯤 전. 이름과 주소를 듣고 걸어서 술집으로 향하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친구라고 생각하면 데리러 와 달라고 부르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불만을 흘리면서.
 우리들이 사는 아파트는 대학에서 제일 가까운 역 주변에 있다. 큰 아파트도 뭣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보안도 제대로 된 아파트다. 그렇기에 집세도 싸지는 않으니까 룸 셰어를 하자고 했는데 키타 짱은 굳이 방을 나눠 버렸으니까. 매일 어느 한 쪽 집에서 서로 지내니까 낭비일 뿐인데.

 "다음에 진지하게 쿠루요 씨한테 타진해 볼까……."

 아니 하지만 부모자식이니까…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걷자 발은 자연히 술집 앞에 도착한다. 미닫이문을 열고 점원에게 용건을 말하자 방으로 된 자리에서 붉은색이 보였다.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가자 대학생이 일제히 이쪽을 본다.

 "앗, 히토리 짱~!"

 비틀거리면서 일어선 키타 짱은 좌우로 흔들리면서 내게 안겨 온다. 받아낸 키타 짱한테서 풍기는 농후한 알코올 냄새에 눈을 빙글빙글 돌리고는 팔을 목 뒤로 지탱하면서 주최자를 보았다.

 "늘 죄송해요. 말리긴 했는데."
 "아뇨, 이쪽이야말로.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해요."
 "히토리 짱 내가 나쁜 것처럼 말하지 마~!"
 "아하하, 돌아가요."

 왜인지 마지막까지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을 받으면서 우리들은 돈을 내고 퇴각한다. 예전보단 모르는 사람과도 말할 수 있게 된 성장을 곱씹으면서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을 정도로 취한 키타 짱에게 스니커를 신기고 일어섰다. 여기서 무겁다고 하면 키타 짱은 볼통거리며 화낼 것이다.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자 키타 짱이 뾰로통해진다.

 "히토리 짱 한숨만 쉬고."
 "에, 아. 죄송해요."
 "……오늘 있지, 히토리 짱 얘기가 나왔어. 그 왜, 결속밴드도 페스나 음악방송에 나와서 유명해졌잖아? 그러니까, 멋있단 얘기가 됐거든."

 기쁜 것처럼도 쓸쓸한 것처럼도 보이는 음색은 분명 기뻐하는 반면 질투하고 있는 걸 거다. 하지만 친구에게는 나한테처럼 못 말하니까 속에 담아두고 그 대신 술에 빠졌다거나 아마 그런 거겠지.

 "에헤헤, 아싸. 인기 많았나요?"
 "……몰라, 그러지 않았을까?"
 "저기, 키타 짱이 말 꺼낸 거거든요?"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했는걸."

 귀여운 질투다. 취해 있을 땐 평소보다 훨씬 얌전하고 어리광쟁이가 되니까 귀엽다. 평소가 안 귀엽다는 게 아니다. 엄청 솔직해져션 달라붙어 오는 키타 짱이 사랑스러운 거다.
 머리를 쓰다듬자 키타 짱이 불만스럽게 나를 본다. 애도 아니고란 클레임은 안 들을 생각이다.

 "뭘 알고 있는데요?"
 "히토리 짱은 멋있지만 피망 싫어하고, 오므라이스나 햄버그나 가라아게나 애 같은 음식 좋아하고, 잘 땐 배 내놓고."
 "키타 짱도 좋아하잖아요. 오므라이스도 햄버그도 가라아게도. 잘 때 가끔 침 흘리고."
 "뭐!? 거짓말!?"

 입가를 소매로 닦는 모습에 지금은 일어나 있잖아요라고 마음속으로 딴죽을 걸고 나는 키득키득 조용히 웃었다. "왜,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하며 뺨을 부풀리는 키타 짱에게 조금 애달픈 마음이 된다. 말해도 키타 짱한텐 안 전해질 거라고 포기한 것처럼 나는 생각했다.

 "키타 짱은 걱정이 많아 보이니까 제대로 말로 해 줄게요. 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잘 아는 건 키타 짱이에요."
 "……거짓말. 부모님이 더 히토리 짱을 잘 알아."
 "시간은 관계 없어요. 양보다 질이에요."
 "우리들 사이에 있는 건 기껏해야 음악 정도야."

 불안한 걸까 키타 짱을 보면서 생각한다.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라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본격적으로 키타 짱을 용서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제일 강한 연결점이에요. 그보다도 저는 키타 짱이 저한테서 떨어지는 게 걱정인데…."
 "그, 그런 일은 없어! 절대로!"
 "진짜요?"
 "으, 응!"

 키타 짱이 그렇다면 그런 걸까. 말은 별로 신용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하다못해 말 정도는 믿고 싶다.
 아아 나도 좀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돌아가면 조금만 혼자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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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뭔가 가지고 왔습니다. 개그물인데 해피엔딩입니다.

10편으로 끝날 예정입니다.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