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3

카와즈 2024. 3. 1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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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기다려도 한밤중의 저주는 그로부터 들리지 않게 되었고 벌써 이틀이 지났다. 키타 짱이 없는 걸 핑계삼아 하루종일 스튜디오에서 기타를 울리고 있으려니 찰칵 문이 열리고 금색 눈동자가 나를 본다. 나는 방해받은 듯한 기분이 되어 시선을 기타로 되돌리고는 연습을 재개했다.

 "계속 곤두서 있네, 이쿠요랑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아무일도 없었어요, 내버려 두세요."
 "그래선 있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료 씨는 베이스를 꺼내고 앰프에 연결해 피크를 들었다. 그 시점에서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팔을 치켜들고, 아래로 휘두르면서 다운 스트로크. 볼륨이 맥스로 되어 있는 듯한 앰프에서는 폭발음이 울려펴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 료 씨를 노려보았다. 장본인은 꼼꼼하게도 귀마개를 하고 있었다.

 "마아아알해애애애!!!"
 "우왁!! 그거 그만해요!!"
 "빨리!! 마아알해애애애애애!!!"
 "알았어요! 알았으니까요!! 말할게요!! 저기요!!"
 "마아아알해애애애애!!!!!"
 "그러니까 말한다고!!! 말할 테니까!!!"

 귀마개 빼라고! 이쪽 고막이 이상해지기 전에! 아니면 말해(* 이에)가 아니라 그냥 YEAH! 라고 하고 있는 건가!?
 소리가 멈추자 료 씨는 베이스를 내리고 귀마개를 뺀다. 무표정한 얼굴에 엄청나게 화가 났다. 바닥에 주저앉아 나는 둘과 헤어진 다음 얘기를 그녀에게 했다.

 "흐응, 그 뒤에 그런 일이."
 "두 분은 그 다음에 어디 갔었어요? 데이트 코스대로?"
 "응? 둘이 없어진 거 깨닫고 나서 곧장 호──"
 "아아 이제 됐어요. 듣기 싫거든요."

 쫄딱 젖은 채로 전철을 타고 한참 이상한 시선을 받은 뒤 우리들은 집에 돌아와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루를 마쳤다. 그 다음날 우리집에 온 키타 짱은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로 안녕이라 말하고는 아침밥을 만들고 같이 오전과 오후를 보냈다. 나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상태 그대로인데 키타 짱은 아무렇게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기색이라 어제 일은 내 꿈이었던 게 아닐까 착각했을 정도였다.

 "이쿠요 틀림없이 봇치 좋아하잖아. 옆에서 봐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어필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이게 결과라고요."
 "그래도 이상해. 그 이쿠요가 봇치를 차다니 말도 안 돼. 뭔가 이유가 있어."
 "……그거야, 이유가 없으면 안 차죠."
 
 찰 이유가 없으니까 사귀는 사람도 있고 사귈 이유가 없으니까 차는 사람도 있다. 나는 키타 짱에게 있어서 후자보다도 심해서, 사귀기 싫으니까 차였다. 그게 진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모른대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내가 료 씨와 니지카 짱에게 말한 대로 할 뿐이다. 이제 키타 짱은 신경 안 쓸 거고, 신경 써 주지 않을 거다.

 "봇치는 앞으로 어떡할 거야."
 "일단 새로운 사랑이라도 찾을까 해요."
 "어, 뭐? ……설마 진짜로 하려고?"
 "네. 이제 옛날의 제가 아니니까요. 절 안 봐 주는 키타 짱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필요도 없어요.
 "잠깐만 봇치, 그건 좋지 않아. 삐지면 안 돼, 마주봐야지."
 "안 삐졌어요."

 삐쳤으면 키타 짱한테 웃음받는다. 어차피 마음속에서 바보 취급하고 있을 거다. 아깝다 운운이라니 나는 그런 거 한 번도 신경쓴 적 없었는데. 좋아한다고 매일 밤 내게 말하는 주제에 자기는 보답을 안 바란다니, 그런 건 웃기는 소리다. 하찮고 짜증난다.

 "이쿠요하고 제대로 얘기 안 하면 밴드 활동에도 지장이 갈 거야."
 "우리들은 두 분처럼 요령 좋지도 않고 같이 지낸 기간도 길지 않아요. 키타 짱이 친구인 채로 있고 싶다고 그랬다고요. 그럼 키타 짱도 제 연애에 간섭하지 않을 거고, 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이쿠요 대신을 찾아도 이쿠요는 한 사람밖에 없어. 둘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길도 찾으면──"
 "계속 찾았잖아요! 료 씨도 알고 있으면서!"

 나는 료 씨에게 외친다. 외친 순간에 콧속이 아파서 기타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였다. 현이 녹스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어깨를 떨면서 눈물을 흘리자 료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저도, 저도 키타 짱하고 사귀고 싶어요, 계속,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 번 전해도 닿지 않아요. 키타 짱은 몇번이나 제 고백을 피해 왔어요."
 "봇치……."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전해도 키타 짱은 같은 말을 돌려주지 않아요. 키타 짱의 좋아함은 저랑 달라요. 선배들처럼은 못 된다고요."

 그렇게 말한대도 어차피 료 씨는 모른다. 그야 엄청나게 귀여운 니지카 짱이 애인이니까. 그런 료 씨가 내 괴로움을 알 리가 없다, 알게 두지도 않는다. 이 괴로움은 나만의 것이고 다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제 원하지 않아요. 키타 짱 같은 거 필요 없어요. 키타 짱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어요. 키타 짱처럼 상냥한 사람도 키타 짱보다 좋은 사람도. 키타 짱도 괴로워하면 돼요,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일로 저를 놓쳤다고 후회하면 된다고요."
 "미안해 봇치. 울지 마, 그런 말 하지 마."
 "이제 안 좋아한다 뭐, 키타 짱 따위 싫어. 진짜 싫어. 몰라. 알 게 뭐야.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바보 취급 받고도 계속 좋아할만큼 나는 착한 사람 아니고."
 "봇치, 울지 마.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키타 짱이 잘못한 거야, 전부 키타 짱이 잘못한 거라고. 날 혼자 뒀으니까. 날 좋아하는 주제에 날 찼으니까. 그럼 이제 내 맘대로 해 주겠어. 키타 짱을 상처입히기 위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는 거야. 하찮은 일을 위해서 나는 살을 깎아 하찮은 복수를 하는 거야.

 "바보, 바보 키타 짱, 이쿠요 짱 바보."

 나를 좋아하면 그냥 좋아한다고 대답해.



 키타 짱이 오기 전에 연습을 마치고 스마트폰 메시지 앱으로 사이 좋은 여성을 골라 연락을 취한다. 톡을 보낸 건 같이 공연한 적 있는 마음이 맞는 기타 동료인 여자애. 귀엽고 상냥하고 온화한 애. 곧바로 기치조지에서 만나 가까운 바에 들어갔다. 그 애는 하이볼을 시켰고 나는 맥주. 나는 조금 멋을 부렸다. 그렇대도 그 애는 나보다 연상이었지만.
 근황이나 작곡 얘기로 시작해서 아티스트나 기타리스트 얘기도 나왔다. 취미가 비슷하면 얘기하는 게 즐겁다. 키타 짱하곤 전혀 다르다. 그야 키타 짱과는 취미가 완전히 다르고 타입도 다르다. 얘기한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 쪽이 즐겁다. 당연하다.
 맥주를 세 잔. 이런 빈도로 취해선 분명 간에 나쁘다. 하지만 기분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좋아지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는 계속 키타 짱이 있으니까. 키타 짱이 내 머리에서 나가 주지 않으니까.
 휘청거리면서 바를 나온다. 결국 멋없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이럴 게 아니었는데. 인도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는다. 여성은 당황해했다.

 "저, 저기, 봇치 씨 괜찮으세요? 물 사 올까요? 죄송해요, 제 페이스에 맞춰 주셨죠?"
 "아뇨,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괜찮아요."
 "봇치 씨? 우와, 얼굴 새빨개. 자판기 저기 있으니까 물 사 올게요."
 "가지 마."

 소매를 붙잡고 그녀를 말렸다. 키타 짱과 꼭 닮은 눈이 나를 본다. 나는 끌어당기곤 품에 가두어 귓가에 속삭였다.

 "옆에 있어 주세요, 아무데도 가지 마, 내 옆에 있어 줘. 혼자 두지 마."

 여성은 센 힘으로 나를 밀어내 떨어진다. 눈썹은 찌푸려져 있었다.

 "봇치 씨, 안 돼요. 아무리 그래도 알아요, 저한테 하는 말 아니란 거."
 "당신한테 하는 말이에요. 다른 누구도 아니에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혼자 있고 싶지 않고 옆에 있었으면 한다. 사실이다, 그냥.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이 나올 듯해서 코를 훌쩍거렸다.
 이런 온화한 외모면서 감이 날카롭다니 치사하다. 적어도 모르는 척을 해 줬으면 했는데.

 "위로해 주세요. 오늘만이면 돼요, 부탁이에요."
 "안 돼요. 후회할 거예요, 언젠가."
 "절대로 안 할 테니까요. 네? 부탁해요."
 "그럼 정말로 호텔 가도 괜찮은 거죠?"

 나는 한 순간 말이 막혀서 여성은 "역시나."라고 곧장 내게 말했다. 입을 다문 나는 그녀가 자판기를 향하는 걸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금방 내밀어진 물을 마시고 나는 아무말도 못하게 되고 말았다.

 "키타 씨인가요?"
 "……아니에요."
 "후후, 정말 봇치 씨는 알기 쉽네요."
 "……안 그래요."
 "오늘은 돌아가요. 머리를 식히고 좀 생각해 보세요. 자포자기로 이런 바보 같은 일 하지 말고요."

 바래다 드릴게요란 말을 거절하고 역까지 같이 걸었다. 밀면 간단히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드가 단단해서 놀랐다.

 "밀면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라느니, 그런 생각 하고 있죠."
 "흐악! 그, 그그그그그그!"
 "역시나. 그렇게 헤픈 여자 아니에요."
 "아,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저도 알아요. 봇치 씨도 사람은 고르잖아요."
 
 나쁜 기분은 아니네요라고 여성은 말했다. 돌아본 웃음은 훨씬 따스한 것이라 나는 죄책감이 가슴에 쌓인다. 안 할 걸 그랬다고 후회가 밀려와 주먹을 세게 쥐었다. 폐를 끼쳐 버렸다. 이렇게 상냥한 사람에게.

 "저 봇치 씨가 신경 쓰였으니까 불러 줘서 기뻤어요."

 신경 쓰였다. 키타 짱 이외로부터 나온 그런 말에 심장이 빨라진다. 나를 연애대상으로 봐 주는 사람이 그 사람 말고 있었다니. 기쁘다. 기쁘지만 조금 복잡했다.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도 분명 멀어질 테니까.

 "왜 그러세요?"
 "앗,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가요. 하지만 알아 버려요, 대신이란 거."
 "그러려던, 게."

 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슬슬 헤어져야 한다. 돌아가기 싫어라, 그 집에는. 그치만 지금은 키타 짱을 볼 면목이 없으니까.

 "애초에 저랑 봇치 씨는 알고 지낸 날도 짧고 서로를 잘 모르지만요. 그래도 자기 마음을 함부로 하면 불쌍해요."
 "……키타 짱이 나쁜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를 속여서라도 봇치 씨도 키타 씨를 상처입힌다고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멈춰서서 두 손을 감싸여 마치 어머니처럼 웃으면서 바라봐진다. 나는 그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눈을 돌리곤 지면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보면 정말 어머니와 아이 같을 것이다.

 "저는 봇치 씨랑 그런 거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못해요. 봇치 씨가 가여우니까요."
 "……전부 줄 텐데."
 "그건 키타 씨한테 주세요."

 나는 그 발언에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키타 짱에게 전부를 주고 싶은데 그 사람은 필요없다고 한다. 내가 내민 마음은 전부 내치고 그런 주제에 나를 좋아한다고 태도로 보여 주니까 잘 모르게 된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와 키타 짱이 맺어질 일은 없다.
 붉은색으로 넘치는 나는 분명 이미 늦었다. 독빼기는 이탈증상을 동반해서 분명 나를 괴롭힌다. 대체품을 찾는대도 조악한 쾌감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런 얼굴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안 괜찮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르지만, 그래도. 분명 잘 될 거예요."
 "무책임해요, 그런 거."

 손등을 진정시키듯이 쓰다듬어졌다. 그걸로 진정이 되는 게 분했다.

 "키타 씨는 봇치 씨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팬인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걸요."

 스테이지 위에서 반짝이는 키타 짱. 마이크에 울부짖고 기타를 치는 그녀는 진작에 뇌리에 새겨져 있다. 계속 봐 온 모습이니까.

 "행복해지세요."

 꼭 닮은 페리도트가 가늘어지면서 그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뭘까.
 


 오전 2시. 역에서 여성과 헤어진 뒤 나는 결국 막차를 놓치고 모르는 대로의 모르는 인도 가장자리에서 물을 마시면서 주저앉아 있다. 집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치만 돌아가면 옆에 그 사람이 있으니까.
 생각하면 할수록 애 같은 이유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 뭘 위해 방을 나눈 건지 이래선 모르게 되어 버린다. 그런 의미론 키타 짱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래선 의미가 없다.
 고개를 숙이자 아스팔트의 검은 알갱이가 내 시야를 채운다. 돌아가자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엉덩이가 무거워지니까 나는 여기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날이 밝을 때까지 앞으로 4시간 정도. 내일은 연습도 없고 술이라도 마시러 갈까. 아스팔트 알갱이를 집어 휙 던지자 누군가의 신발에 맞아 버린다. 죄송하다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자 익숙한 붉은색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안 돌아와."
 "……키타 짱하곤 상관 없어."
 "상관 있어. 뭐야, 내가 모르는 누군가랑 마셨어? 내가 아는 사람?"
 "그러니까 키타 짱하곤 상관 없다니까."
 "상관 있어!"

 큰 소리에 어깨를 움찔 흔들자 키타 짱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쪼그려 앉아 내 팔뚝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몸 차가워져선.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려고." 하고는 가지고 있던 패딩을 내게 입혔다.
 
 "정말로 걱정했단 말이야."

 왜 그런 말 하는 거야. 나랑 애인이 안 되려고 하면서. 왜 더 좋아하게 될만한 일을 하는 거야. 내버려 뒀으면 해서 집에 안 돌아갔는데 왜 와 버리는데. 모르는 척을 해 줬으면 그걸로 됐는데.
 어쩔 도리 없이 기뻐지는 내가, 분했다.

 "……저, 아까까지 여자랑 마시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제가 신경 쓰인다고 말해 줬어요."
 "……그래."
 "기뻤어요. 그런 말 들어서. 그런 거 평생 별로 들은 적 없었으니까."
 "……그렇구나."
 "저기요, 질투하는 척이라도 해 주세요."

 키타 짱은 그저 무표정을 띄우고 있다. 좋아한다고 하는 말과 태도는 전부 거짓말이었는지 이제 와서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키타 짱을 좋아한다. 이런 짓을 해도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히토리 짱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몰라요."
 "그럼 돌아가자. 여기 추우니까."
 "절 좋아하면 사귀어 주세요. 전 키타 짱을 좋아해요."
 "고마워. 하지만 안 돼. 그건 서로에게 도움이 안 돼."

 손을 잡곤 일어나서 그대로 키타 짱은 택시를 멈춰세웠다. 여기서 집까지는 꽤 걸린다. 둘이 탄 택시는 난방이 틀어져 있어서 따뜻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뭘까. 사랑이나 연애나 아무래도 좋다. 나는 그저 키타 짱 옆에 있고,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키타 짱을 느끼고 싶을 뿐인데. 그것의 어디가 서로에게 불이익이 된단 걸까. 나는 바보니까 잘 모른다. 바보니까 기타밖에 못 치는데, 키타 짱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앞유리로 도쿄의 거리를 바라보는 키타 짱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그 눈 속은 어차피 하찮은 걸 생각하고 있을 거다. 히토리 짱을 위해서라든가 이러는 게 서로를 위해서라든가, 그런 독선적이고 오만한 하찮은 놀이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진심으로 하찮고, 윽박지르고 싶어진다. 기껏해야 그렇게 놓아주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는 게 고작이다.
 키타 짱의 시선이 나를 보았다. 야경을 빨아들인 극채색의 눈동자가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린다.

 "들키기 싫었으면 스마트폰 전원 따위 꺼 버렸으면 됐을 텐데."
 "……."
 "찾아 줬으면 했던 거잖아. 히토리 짱은 그런 사람이니까."

 분하다. 그걸 알면 하찮은 걸로 고민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항상 키타 짱을 이길 수 없다. 분해서 분해서 눈에서 피눈물이 흐를 것 같다.
 내 전부를 알고 있는 주제에 옆에 있는 사람은 내 전부를 원하려 하지 않는다. 마치 그 태도가 부모에게 사양하는 애 같아서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침대 속, 키타 짱의 냄새가 가슴에 차오른다. 이 세상의 행복을 꽉 채워넣은 듯한 이 침실에서 키타 짱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깜깜한 방 안에서 그저 가느다란 호흡을 하고 있었다.
 이제 하늘은 밝아올 즈음이겠지. 돌아온 게 3시 반쯤이었으니까. 내일은 낮까지 자 버릴까 생각하면서 키타 짱의 머리를 한 뭉치 집어서 입을 맞춘다. 눈을 감자 키타 짱이 뒤척이는 게 느껴졌다. 몸이 부드러운 것에 감싸인다. 이게 그녀 나름의 표현법인 걸까 하며 용서하듯이 감싸안고 나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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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