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5

카와즈 2024. 3. 13. 17:50
더보기

 기타 히어로는 고고한 천재여야 한다. 결속밴드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진 히토리 짱에게 애인 같은 게 생겼다간 소리나 가사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히토리 짱이 사귀는 건 어차피 상냥하고 붙임성 좋은 거유인 여자일 테니까. 그런 얄팍한 여자에게 넘겨주는 건 절대로 싫고 히토리 짱이 나를 봐 주지 않게 되는 건 엄청나게 싫다.
 그러니까 이렇게 귀엽고 상냥하고 기타를 잘 치는 히토리 짱은 내가 지켜 줘야 해. 나쁜 어른은 히토리 짱 같은 쉬운 사람을 쉽게 찾아내니까. 내가 감싸서 소중하게 소중하게 키워 줘야 한다. 구제해야 할 대상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마음고생에 한숨을 쉬자 "무슨 일 있어요?" 하며 머그컵을 두 개 든 히토리 짱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렇게 내게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머그컵을 받아들고는 타 와 준 코코아를 마시면서 한숨 돌렸다.

 "내일은 연습 오후부터죠. 라이브도 가깝고 힘내요."
 "응, 그러게."

 미소지으면서 코코아를 마시는 히토리 짱을 보며 생각한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분명 히토리 짱의 행복은 결속 밴드가 결속밴드로서 있는 것. 누구도 빠지지 않고 밴드를 계속하는 것. 그러니까 나는 히토리 짱이 계속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코코아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며 한 입 홀짝였다.
 호의가 나를 향하고 있는 동안은 괜찮다. 나쁜 사람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으니까. 나쁜 사람에게 걸려서 형편 좋은 취급을 받고 상처입는 히토리 짱 모습은 보고 싶지 않고, 우는 모습 같은 걸 보는 날에는 분명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거다. 그러니까 그대로, 귀여운 히토리 짱으로 있어 줬으면 한다.

 "맛있다, 히토리 짱."
 "다행이다, 좀 좋은 코코아거든요. 설탕도 듬뿍 넣어서 신경써 봤어요."
 "후후, 애정도 듬뿍이네."

 달콤한 달콤한 코코아. 마치 히토리 짱의 세계 같다. 나는 히토리 짱의 세계에 쓴맛을 한 방울이라도 더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히토리 짱의 세계는 히토리 짱만 있으면 된다.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면 밸런스가 무너져 버린다. 그런 건 용서받지 못할 테고 무엇보다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또 타 줄래?"
 "네, 몇번이라도요."

 나는 히토리 짱을 좋아한다. 나는 히토리 짱 것이지만 히토리 짱은 내 것이 아니다. 히토리 짱의 옆에 어울리는 사람따위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그러니까 히토리 짱을 내게 못박아 두고 누구도 보지 않게 한다. 그게 나의 행복. 히토리 짱의 행복이 내 행복이니까.



 시모키타자와에서 뉴 오픈한 카레집은 멋있었고 이소스타에서 흥할 것 같았다. 센스 있는 점주는 상냥한 외모를 하고 있어서 내 마음도 풀어진다. 창가 카운터에 옆으로 나란히 앉자 료 선배와 나는 추천품인 카레를 시키고 물을 마시면서 요리가 오길 기다렸다.

 "왜 이쿠요는 봇치랑 안 사귀어?"
 "딱히. 안 사귀고 싶으니까 안 사귀는 것뿐이에요."
 "스튜디오에서 키스하던 주제에?"
 "그건 그거예요."
 "그게 뭐야."

 료 선배는 헛웃음을 지으며 창밖을 보고 카운터에 팔을 올리고 손깍지를 꼈다. 나를 곁눈으로 보는 그녀는 뭔가를 떠 보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봇치 울더라. 이제 싫다고, 놀아 주겠다고."
 "논 결과 아무것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어요. 결국 마중 갔었어요."
 "여유가 넘치네. 봇치도 고생이 심하겠는걸."

 고생이라고 생각하고 운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야 싫을 거다. 좋아하게 된 사람이 이런 귀찮은 사람이라니. 하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알아 달라고는 안 하고 딱히 몰라도 좋다. 히토리 짱이 웃어 준다면 그걸로 좋으니까.

 "사귀면 재밌다? 키스도 섹스도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고 커플룩도 할 수 있고 어리광피울 수 있고."
 "어울려 줘야 하는 이쪽 생각도 해 주세요."
 "주변을 신경쓰지 않는 게 커플이야."
 "조금은 신경써 달라구요."

 하지만 확실히 부럽다곤 생각한다. 선배들의 어리광을 자신들로 치환해 보면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고 행복하게 생각되니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우리들, 손을 잡고 그 촌스런 스웨터를 입고 도쿄를 누비는 우리들. 나쁘지 않다. 오히려 부럽다.

 "좀 좋다고 생각했지."
 "……아뇨."
 "완강하네. 하지만 그렇게 참아도 좋은 일 아무것도 없어."

 카레가 도착했다. 우리들은 숟가락을 집고 가볍게 무너뜨려 입으로 옮긴다. 료 선배는 "맛있네."라고 한 마디 말했다. 나는 끄덕이면서 숟가락을 입으로 옮긴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 꽤 편하다. 친구는 이렇게 되지만도 않으니까.

 "이쿠요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위기감 가지는 게 어때. 봇치는 데려가려는 사람 많거든?"
 "히토리 짱이 제일 좋아하는 건 저예요."
 "내가 왜 니지카랑 사귀게 됐는지 알아?"
 
 료 선배의 가늘어진 눈이 나를 보았다. 금색 눈동자는 무언가에 미친 듯이 검게 흐려져 있다.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했어. 모르는 남자를. 그걸 용서할 수 없어서 나는 니지카한테 대쉬해서 사귀게 됐어. 그치만 싫잖아. 소중하게 소중하게 감싸온 사람을 모르는 누군가한테 뺏기는 건."

 의외로 료 선배도 나랑 같을지도 모른다. 기쁜 듯한 쓸쓸한 듯한 복잡한 심경이었다. 료 선배는 이지치 선배랑 이미 사귀고 있으니까.
 나는 히토리 짱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을 상상했다. 그 순간 속이 뒤집어질 정도의 분노에 휩싸인다. 내가 모르는 얼굴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히토리 짱 옆에 선 누군가를 머릿속으로 쳐죽이고는 눈앞의 카레를 먹었다.

 "이쿠요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인정해 버리면 편한데."
 "히토리 짱의 세계에 저는 노이즈예요."
 "무거운 것도 여기까지 오면 불쌍하다. 이쿠요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야."

 스파이스가 센 카레를 삼키고 식사를 계속한다. 이제 선배의 이야기는 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야 나와는 길을 달리하고 있으니까.

 "아, 맞아 들어 봐. 저번에 니지카가 있지 스틱을 잃어버렸는데 너무 안 보이니까 엄청 침울해져선 새거 사면 되잖아 했더니 '료한테 받은 거니까'라고 울면서 찾았었어. 엄청 귀엽지 않아? 뭐 숨긴 건 나지만, 그래서──"

 아아, 이건 길어지겠군. 하지만 나도 히토리 짱의 얘기를 엄청 하니까 피차일반이겠지 생각하면서 스파이스가 센 카레를 즐겼다.

 

---

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