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6

카와즈 2024. 3. 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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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브를 끝내고 팬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는 히토리 짱이 끈질긴 팬한테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술에 취한 것 같은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걸 조르고 있는 듯해서 아직도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하는 히토리 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요구를 피하고 있었다.
 이건 구하러 가야겠다 싶어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사양을 하고 히토리 짱이 있는 곳으로 서두른다. 하지만 내가 히토리 짱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다른 누군가가 끈질긴 팬과 히토리 짱 사이에 들어왔다. 대화는 들리지 않았고 팬은 고개를 숙이고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나서 히토리 짱과 구해 준 그 사람은 친한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 적이 있었다. 분명 전에 같이 공연한 기타리스트인 여성이었다.
 서로 미소짓는 모습에 시커먼 감정이 가슴을 뒤덮었다. 그 역할은 내 건데 하고 손을 꼭 쥐고 상대를 노려본다. 그 웃음은 나한테만 보여 줘야 하는 건데. 질투의 불꽃에 장작이 들어가서 화르륵 소리를 내며 불탔다.
 히토리 짱이 나를 눈치채고 시선이 맞았다. 하지만 나는 눈을 돌리고 발걸음을 돌려 내 팬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히죽거리는 히토리 짱 같은 거 보고 싶지 않고, 가슴이 소란스럽다. 뺏기면 어떡하지. 히토리 짱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무섭다고 느끼고 말았다.
 웃음을 유지하면서 팬과 얘기해도 모르는 누군가가 히토리 짱 옆에 서는 비전이 사라지지 않는다. 맥이 빨라진다. 바닥이 일그러져서 서 있지 못하게 되는 착각이 든다. 만약 히토리 짱이 나보다 저 사람이 좋다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자 팔이 떨려서 나는 필사적으로 감추었다.

 선배들과 헤어진 귀갓길, 나는 히토리 짱보다 빠른 페이스로 앞에서 걷는다. 목욕하고 바로 자자고 예정을 정하고 자신의 마음을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있자 뒤를 걷고 있던 히토리 짱이 내 앞에 튀어나왔다.

 "키, 키타 짱, 뭔가 화 났어요? 저 뭔가 저질렀나요?"
 
 히토리 짱이 그 여자 옆에서 웃는 모습이 어른거려서 짜증이 쌓인다. 히토리 짱은 쉬우니까 저런 거에 약하다. 그렇다곤 해도 도와주지 못한 내가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도 좀 아닌 느낌이 든다. 짜증이 난 나는 히토리 짱의 손을 끌어당기곤 억지로 키스를 했다.

 "키, 키타 짱?"
 "안아 줘. 지금 바로."

 히토리 짱은 곤란해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이런 걸 갑자기 말하면 누구라도 히토리 짱이 짓는 것 같은 얼굴을 할 것이다.
 
 "시, 싫어요!"
 "뭐, 뭐어!? 내가 안아 달라고 하고 있다고!? 이 내가!!"
 "아, 악역영애처럼 됐어……. 아무튼! 절대로 싫어요!"
 "왜, 왜! 히토리 짱도 저번에……!"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런, 말도 안 돼. 지금까지의 히토리 짱이었다면 틀림없이 받아들였을 텐데. 설마 정말로 그 여자를? 이런 단시간만에? 그렇다, 히토리 짱은 그런 거에 약하다. 어떡하지, 히토리 짱을 빼앗겨 버려. 그건 싫다, 절대로 싫다.
 나는 멈춰섰고 히토리 짱도 멈춰섰다. 키타 짱? 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시야가 번졌다. 두 손을 꼭 쥐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키, 키타 짱!?"
 "바보, 히토리 짱 바보, 몰라."
 "앗, 키타 짱!"

 기타를 멘 채로 히토리 짱의 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차가운 공기에 목이 아프고 귀도 떨어질 것 같다. 그래도 나는 히토리 짱한테서 계속해서 거리를 둔다. 발이 느린 히토리 짱은 나를 따라잡지도 못할 테고 쫓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야 그런 사람이니까.
 몇 번이고 좌회전 우회전을 해서 10분 정도 달리자 모르는 장소에 있었다. 여긴 이미 시모키타자와가 아닐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가기엔 그 애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돌아가기 싫어졌다. 얼마 전과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내일도 연습이 있는데. 오늘은 가까운 호텔에라도 묵자 생각했을 때 어쩐지 슬퍼져서, 걷기 시작하려던 발은 보도 가장자리에 주저앉았다. 볼품없게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자 등에 멘 기타만이 나를 끌어안아 주는 느낌이 든다. 정서불안정이다. 생리도 많이 남았는데.
 나는 히토리 짱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 히토리 짱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히토리 짱의 행복은 결속밴드의 행복이니까. 그건 동시에 내 행복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히토리 짱에게 애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속밴드의 행복은 변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작사에 영향이 가는 정도다. 나머지는 어쩌면 데이트로 연습을 빼먹거나 분명 그 정도일 거다. 그럼 내가 히토리 짱의 애인이 되어 버리면 된다. 그러면 빼앗길 일도 밴드를 소홀히할 일도 없다. 그래도 사귀고 싶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일까. 히토리 짱의 노이즈가 되고 싶지 않다. 그건 즉──.
 아아, 나는 왜 이런 걸 빨리 깨닫지 못했을까. 무척 간단한 일이었다. 빨리 깨달았으면 이런 귀찮은 일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깨닫는다 해도 나는 나 그대로였을 것이다. 성가시고, 어쩔 도리 없이 겁쟁이고, 그 주제에 거창하게 질투하고, 히토리 짱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대로면, 나는.

 "찾았다. 정말, 뭐 하는 거예요……!"

 숨을 헐떡이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히토리 짱은 무릎에 손을 얹고 있다. 무거워 보이는 기그백이 호흡과 함께 위아래로 움직였다. 나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얼굴을 보이지 않게 무릎 사이에 묻었다. 히토리 짱의 거친 호흡이 내게 다가왔다.

 "울고 있는 거예요?"
 "……내버려 둬, 바보 히토리 짱."
 "못 내버려 둬요. 돌아가요."
 "싫어, 안 돌아가. 혼자 있게 해 줘."

 히토리 짱이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진다. 이대로 아무 말 없이 돌아가 줬으면 하지만 돌아가면 분명 나는 슬퍼한다. 치사한 자신이 싫다. 이런 짓을 하니까 히토리 짱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보게 돼 버리는 건데.
 바로 옆에서 풀썩 하는 소리가 나자 우반신이 분명한 질량에 눌리고 쇄골에 무거운 무언가가 놓였다. 갑자기 정말 좋아하는 히토리 짱의 냄새가 났다.

 "그럼 저도 여기 있을게요. 키타 짱이 만족할 때까지."

 아무래도 히토리 짱이 내 옆에 앉아 머리를 어깨에 맡긴 듯했다. 기뻐져서 조금 얼굴을 올리자 푸른 눈동자와 눈이 맞았고 살짝 가늘게 웃어 주었다.

 "그런 건 역시 애인끼리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키스는 했잖아."
 "키스랑은 또 달라요. 그치만 전 처음이고요. 그보다 키스도 처음이었는데 갑자기 빼앗겨서, 저 그거 마음에 두고 있으니까요."
 "……미안해."
 "뭐, 키타 짱한테라면 괜찮은데요."

 옆에서 히토리 짱은 키득키득 웃는다. 그렇구나, 키스 처음이었구나. 나쁜 짓을 했네. 나 같은 게 받아도 되는 거였을까. 처음이었으면 좀 더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아아 또 눈물이 나와 버린다. 한심함에 짓눌려 버린다.
 
 "저기요! 왜, 왜 또 우는 거예요!"
 "미안해, 미안, 미안해……."
 "아니 딱히, 괜찮다니까요! 오히려, 그, 키타 짱이 받아 줘서 잘 됐으니까."

 빨개져 버렸네요 하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여서 번지는 시야로 히토리 짱을 본다.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가슴이 괴로워졌다. 하지만 이런 엉망인 얼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목덜미에 얼굴을 가져가 매달리듯이 히토리 짱에게 달라붙었다.

 "나 같은 거 싫지."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정말 좋아해요."
 "거짓말, 그럴 리 없어. 이런 성가신 나를 좋아한다니, 분명히 거짓말이야."
 "정말, 그런 부분도 좋아한다니까요."
 "거짓말, 분명 거짓말이야."

 가느다란 것치곤 다부진 팔에 몸을 감싸이곤 뒤통수를 상냥하게 쓰다듬받았다. 히토리 짱은 변함없이 키득키득 웃고 있다. 뭐가 웃긴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큰 손바닥이 기분 좋아서 나는 그저 달라붙었다.

 "키타 짱이 하고 싶어하는 건 못하지만, 오늘은 같이 자요."
 "……맨날 같이 자잖아."
 "뭐 어때요, 평소보다 특별하단 걸로."

 히토리 짱이 조금 몸을 떨어뜨리고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미소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돌아가요. 침대 안에서 늦게까지 얘기하고, 같이 자 버려요."

 나는 끄덕이고는 부축받듯이 일어섰다. 히토리 짱의 손을 잡고 약간 바닥을 보면서 걷는다. 히토리 짱은 천천히, 하지만 발빠르게. 나는 조금 뒤를 끌려가듯이 걸었다.
 나보다 작았던 등이 무척 크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히토리 짱은 언니였다. 평소와는 입장이 반대였다. 히토리 짱은 언제나 이런 마음으로 내 등을 보고 있었던 걸까.
 
 만약 사귀게 돼서, 실망받거나 미움받거나 하는 게 무섭다니. 왜 나는 이런 간단한 마음을 깨닫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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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