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4

카와즈 2024. 3. 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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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해야. 비켜."
 "앗, 넵……죄송합니다……."
 "그보다 왜 이런 데 있어? 잡초나 먹고 올 것이지."

 STARRY에서 라이브를 마친 후 홀에서 니지카 짱이 료 씨를 구박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아침부터 두 사람 분위기가 최악이었다. 키타 짱은 분위기를 읽고 최대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지금도 팬 대응을 하고 있지만 정말로 분위기가 나쁘다. 멀리서 보고 있던 내 옆에 점장님이 다가오자 똑같은 시선을 보냈다.

 "어, 어제까진 아무렇지도 않았었죠?"
 "멍청한 료가 다른 여자한테 밥을 얻어먹었다더라."
 "그, 그렇군요……."

 니지카 짱은 즉 료 씨가 바람을 펴서 화가 난 듯했다. 하지만 밥을 얻어먹은 게 바람에 들어간다니 니지카 짱도 꽤나 엄격하다. 나였으면 삐치긴 했겠지만 아마 태도에는 내비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애초에 키타 짱은 료 씨랑 달라서 돈이 없다고 다른 사람한테 밥을 얻어먹는 짓은 안 하지만.

 "하, 하지만 그걸로 저렇게나 화낸다고요……? 옛날엔 꽤 여러 사람한테 밥 얻어먹고 다녔잖아요?"
 "자기가 만든 밥을 안 먹는 게 싫다나 봐. 그리고 료가 맛있게 밥 먹는 얼굴을 남한테 보이기 싫다나 뭐라나."
 "아아……바보 커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질투가 깊구나, 저래 보여도. 얼마나 가려나 하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 점장님이 조금 위에서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라고 말하려다 먼저 점장님이 내게 물었다.

 "있잖아, 봇치 짱도 키타 짱이랑 무슨 일 있었어?"
 "네?"
 "아니 뭔가. 어색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 드니까."

 시야 구석에 팬과 교류를 다지는 붉은색이 비친다. 나 같은 건 보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웃음을 흩뿌리는 그녀에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있었고, 없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다. 그야 지금 나와 키타 짱은 그냥 친구고 밴드 동료일 뿐이니까.

 "뭐 말하기 싫으면 안 말해도 되는데."
 "아, 아뇨. 그, 저……."

 점장님에게 키타 짱과 있었던 일을 말하자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들어 주었다. 생각하는 것처럼 신음하고는 커다란 손바닥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말없이 쓰다듬받고 있자 점장님이 웃었다.

 "질투 안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키타 짱 분명히 질투 심한 타입이고. 그걸로 말하자면 단연 니지카보다 질투한다고 생각해."
 "어떻게 아는데요?"
 "보면 알지. 그 녀석 엄청 무겁잖아. 평소가 저러는데 질투할 때만 그렇게 철든 착한 애처럼 될 리가 없잖아."

 키타 짱이니까 모르겠다. 나에 대한 것만이 전부 이해받고 있는데 나는 키타 짱에 대한 걸 아무것도 모른다. 어제만 해도 키타 짱은 질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도에 쉽게 드러나는 키타 짱은 질투 같은 거 안 하고 있었던 거다. 숨기는 걸 평소에 하지 않는 그 사람이니까.

 "아마 있지, 질투할 것까지도 없었단 거 아냐?"
 "그럴 리가 없어요. 그치만 평소가 저런걸요?"
 "평소가 저러니까 더 그렇지."
 
 갑자기 시야에 붉은색이 나타난다. 머리에 올려진 손바닥의 감촉이 사라지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점장님 손을 치운 것은 키타 짱이었고 향하고 있는 눈이 너무나도 날카로웠으니까.

 "히토리 짱이 뭔가 실례라도 했나요?"
 "아니, 위로해 주고 있었을 뿐이야. 어딘가의 아무개씨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대서."
 "히토리 짱!"
 "흐악! 그, 그그그그그런 건!!"

 이상하다. 어젠 이런 표정 안 지었는데. 점장님을 노려보는 키타 짱은 마치 위협하는 듯해서 그런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해 버린다. 가슴이 뛰어서 나는 가슴 앞에서 꼼지락꼼지락 손장난을 했다.

 "점장님 일은 괜찮으세요? 그 왜, 오렌지 주스 주문이라든가. 얼마 안 남았었잖아요?"
 "그걸 왜 아는데. ……정말이지, 봇치 짱, 그런 거야."
 "……네."
 "뭐? 무슨 말이야? 뭐가 네인데? 응? 히토리 짱?"

 점장님은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고는 나와 키타 짱만 남는다. 멀리서는 아직 니지카 짱과 료 씨가 냉전을 펼치고 있다. 나는 등이 굽은 채 키타 짱을 올려다보았다. 기분 탓인지 얼굴이 빨간 느낌이 들었다.

 "……왜 어젠 질투 안 했는데 아깐 한 거야?"
 "……말할 정도로 대단한 거 아냐."
 "가르쳐 줘. 응? 부탁이야."

 키타 짱을 올려다 바라보자 그녀는 나로부터 눈을 돌린다. 나는 어깨를 붙잡았다. 라이브하우스의 어둠에서도 키타 짱의 목이 빨개져 가는 게 보인다.
 대충 깨닫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 입에서 직접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럼 내 쪽이 더 히토리 짱한테 사랑받고 있는 거지. 하지만 점장님은 모르니까."

 나는 참을 수 없이 기뻐졌다. 키타 짱의 손을 잡고는 관계자외 출입금지인 문을 열고 대기실을 지나, 스튜디오에 들어가 키타 짱을 벽에 밀어붙이고 억지로 키스를 한다. 불도 켜지 않은 방은 벽의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복도의 불빛만이 조명이었고 키타 짱의 숨과 부드러운 입술이 잘 느껴졌다. 엷게 눈을 뜨자 페리도트의 눈동자가 기분 좋은 듯이 호를 그리고 있다. 두 손을 벽에 붙이자 더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을 했다.

 "기다려, 힘들어."
 "싫어, 안 기다려."

 혀를 넣자 키타 짱의 막힌 목소리가 들려서 몸의 중심이 불타오르듯이 뜨거워졌다. 더, 더 갖고 싶어서 티셔츠 자락에서 배로 손을 미끄러뜨렸을 때, 문이 열렸다.

 "응, 니지카아♡ 미안해♡ 이제 다른 사람한테 밥 사달라고 안 할 테니까♡"
 "료가 잘못한 거야♡ 날 질투하게 만드니까♡"

 나는 키타 짱에게 얼굴을 떼고는 둘이 같이 두 사람을 바라본다. 똑같이 뜨거운 키스를 나누면서 얽혀 있는 둘이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한 박자 늦게 니지카 짱이 우리들을 눈치채고 앗, 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이 료 씨를 밀어냈고 드디어 금색 눈동자가 우리들을 바라본다. 영 미묘한 분위기가 자리를 감싸고 있었다.

 "화해했군요."
 "어어, 그쪽, 도?"
 "저, 아마 옆 스튜디오 비어 있으니까, 즐기고 오세요……."
 "하겠냐! 이 분위기로!"

 니지카 짱은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그렇게 소리쳤다. 모처럼 좋았던 분위기가 물거품이 되어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라 똑같이 어깨를 떨구고 있었다.
 입술의 감촉과 몸의 중심에 고인 열이 불완전연소를 일으켜서 갈 곳을 원하고 있다. 나는 스튜디오 불을 켜고 뒤통수를 가볍게 긁었다.

 "미스 많기도 했고, 연습이라도 할래요?"

 오늘은 별로 4명이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지 못했고 열을 식히는 데는 딱 좋다. 셋은 끄덕이고는 대기실에 악기를 가지러 돌아갔다. 기분 탓인지 연주는 지금까지 해 온 합주 중에서 제일 잘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밥과 목욕을 마친 후 베란다로 나왔다. 손에 든 상자를 흔들어 한 개피를 튀어나오게 하고는 입술에 문다. 라이터의 플린트를 긁어 불을 붙이고 빨아들이면서 끝에 불을 옮겼다. 야금야금 타들어가는 담배 끝을 멍하니 바라보다 흰 숨을 뱉는다.
 눈 아래의 거리는 도심부만큼 예쁘진 않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밤의 이 거리는 본가의 벽장처럼 편안해서 나를 안심으로 감싸 주는 느낌이 들었다.
 드르륵 옆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자박자박 베란다에 내려온 두 개의 발은 가림판에 막혀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거기 있는지는 알았다.

 "후우~~."
 "……냄새나."
 "후우~~~~."
 "일부러 그러는 거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웃고는 담뱃불은 끄지 않고 가림판에 다가간다. 주변을 배려해서인지 키타 짱의 목소리는 작았다.

 "담배 끊어."
 "싫어요. 친구한테 들은 정도로는 안 끊어요."
 "내가 말해도 안 돼?"
 "키타 짱은 친구라더라고요."
 "흐응, 키스한 주제에."
 
 담배 연기로 폐를 채우고 후우 밤하늘에 토해냈다. 키타 짱도 가림판을 끼고 바로 옆에 있는 듯했다.

 "질투한 건 그쪽이잖아요."
 "그치만 키스했잖아."
 "키스하고 싶어졌는걸요."
 "질투받으면 키스하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질투해 주면 그야."

 담뱃재를 떨군다. 키타 짱은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내일 연습은 오후부터였던가 하며 스케줄을 머릿속에서 확인하고 있자 가느다란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있잖아, 이쪽 안 와?"

 마치 비밀 얘기라도 하는 듯한 성량으로 한 말에 나는 조금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질투로 그런 일을 하는 주제에 나를 애인으로 삼지 않는 키타 짱에게 아주 조금 복수를 해 줘야지 하는 정도의 기분으로.

 "네? 뭐라고요? 안 들렸어요."
 "분명히 들었지!"
 "좀 너무 큰 소리 내지 마세요. 밤도 늦었으니까요."
 "치사해……! 됐어……!"

 나는 담뱃불을 끈다. 필터로부터 앞으로 3센티는 남아 있었는데. 가림판에 귓속말을 하듯이 아까 전의 키타 짱과 비슷한 정도의 성량으로 나는 대답했다.

 "키스해 준다면."

 키타 짱은 또 입을 다물고는 가림판을 통통 두 번 두드렸다. 나는 거실에 돌아와서 복도를 지나 밖에 나온다. 옆집 문을 여벌열쇠로 열고 안에 들어가 소파에 앉아 있던 키타 짱의 입술을 바로 빼앗았다.
 가볍게 맞췄을 뿐인 입술은 점점 깊어져 혀를 넣자 서로 그럴 기분이 되어 간다. 힘들어졌는지 키타 짱이 어깨를 밀었고 입이 떨어졌다. 얇은 어깨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써."
 "쓴 건 싫어?"
 "……단 게 더 좋아."
 "그럼 많이 하면 달아질지도."

 또 입술을 겹친다. 쓰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키타 짱은 참을 수 없이 귀엽다. 좀 더 좀 더 하며 탐하자 점점 달아져 가는 게 기분 좋다. 녹기 시작한 페리도트의 눈동자가 눈물로 흐려진다. 더 갖고 싶어져서 평상복 옷자락에 손을 미끄러뜨렸다. 그러자 손목을 붙잡혀서 저지당했다.

 "그건 안 돼."
 "싫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치사해."

 이번엔 키타 짱이 입술을 겹친다. 키스만이라는 건 꽤나 어중간하다. 그 다음을 시켜주지 않는 건 애가 탄다. 하지만 키타 짱과의 키스는 기분이 좋으니까 용서해 버린다. 담배의 쓴맛이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 그녀는 내게서 떨어졌다.

 "자, 끝. 돌아가."
 "싫어요."
 "부탁이니까."
 "싫어."

 무언가를 참듯이 키타 짱은 돌아가라고 한다. 나를 부른 건 키타 짱인데.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내게 키타 짱은 참다 못했는지 "그럼 내가 히토리 짱 집으로 갈래."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는 손을 잡고 키타 짱을 노려본다. 그대로 끌어당겨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데도 가지 마, 부탁이야. 옆에 있어."

 놓치지 않도록 꼭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준다. 치사하단 말을 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 키타 짱이 나보다 훨씬 치사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그녀가 내게 하고 있는 짓에 비하면 이런 건 아직 귀여운 수준이고 피차일반이라고 말하지도 못할 정도의 것이다.

 "……내가 할 말이야."
 "그럼 옆에 둬 주세요."
 "충분히 두고 있잖아."
 "벽 한 장조차도 답답해요."

 키타 짱은 한숨을 하나 쉬었다. 이 닦고 오늘은 이만 자자고 그녀가 말하자 우리들은 나란히 이를 닦는다. 입을 헹구고 손을 잡으면서 침실로 향해, 같은 침대에 뒹굴었다. 키타 짱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느낌이 든다.
 커튼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키타 짱의 두 눈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키타 짱은 절 가까이 두고 싶어하는 주제에, 딴 사람한테 줄 생각이라도 있는 거예요?"

 모양이 예쁜 작은 입술이 열리는 일은 없다.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그저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는 키타 짱을 나는 원통하게 노려봤다.
 
 "조만간 진짜로 딴 사람 게 될지도 몰라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금방 윗몸을 일으켜 위에서 덮듯이 키스를 한다. 눈은 분명히 질투에 젖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그런 말 하지 마."

 말하게 만들고 있는 건 키타 짱이면서. 나는 결국 그렇게 말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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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