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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8

카와즈 2024. 3.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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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토리 짱 상태가 이상하다. 나한테 묘하게 무뚝뚝해서 마치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았다. 히토리 짱에 한해서 그럴 리는 없다. 더이상 나는 놀 가치밖에 없단 뜻이라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미움받으면, 버림받으면 어떡하지. 나한텐 히토리 짱밖에 없는데.
 하지만 사귀는 건 무섭다. 그치만 사귀고 나서 재미없다고라도 생각되면 나는 마이크도 잡지 못하게 되고 만다. 차가운 눈빛을 받으면서 이제 필요 없단 말이라도 듣는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자 옆이 가라앉고 분홍색이 나부꼈다. 상냥한 푸른 눈동자가 나를 보고 어깨를 끌어안는다. 고등학교 때에 비해서 나보다 조금 커진 몸에 안심했다.

 "또 불안해졌어요?"
 "미, 미안해……."
 "아니요. 그런 키타 짱도 귀여워요."

 귀엽단 말을 듣자 가슴이 따뜻해지고 마약 같은 쾌락이 머릿속에 방출된다. 히토리 짱의 품에 감싸여 있으려니 "아, 맞다." 하고 히토리 짱이 소파에 놓여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보였다.

 "놀이공원 티켓 받아 왔어요. 같이 안 갈래요?"
 
 히토리 짱이 보여준 것은 일본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지바 현에 있는 놀이공원 티켓. 가고싶다, 하지만.

 "아……."
 "마음이 안 내키나요?"
 "아니, 그……."

 만약 신난 나한테 히토리 짱이 정나미가 떨어지기라도 해서 버림받게 된다면. 그건 싫고 슬프다. 불안인자는 되도록 없애 두고 싶다. 히토리 짱 곁에 오래 있을 수 있게.
 히토리 짱은 티켓을 바라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럼 다른 애랑 다녀올게요."
 "에, 어, 어째서."
 "아깝잖아요. 사이 좋은 팬이랑──"
 "시, 싫어! 내가 히토리 짱이랑 같이 갈래!"

 나도 모르게 그렇게 외치자 히토리 짱은 조금 놀랐다가 웃는 얼굴이 되어서 "네, 같이 가요."라고 내게 말했다.
 손이 떨린다. 만약 그 팬이랑 가서 사귀기라도 하게 된다면. 히토리 짱의 눈에 나는 안 비치게 되고 기타와 그 사람이 그녀의 마음을 계속 점령하게 된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 오한이 들었다.
 
 "기대된다, 키타 짱이랑 놀이공원."

 그 푸른 눈 속에 누가 있는 건지, 이제 나는 모르게 되어 버렸다.



 멍하니 라이브 중의 드링크 접객을 한다. 관객은 다들 스테이지의 밴드에 못박혀 있어서 이쪽에 오는 손님은 적다. 나는 곡을 듣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거기에 서 있었다. 히토리 짱과 놀이공원 데이트. 어떡하면 실망받지 않을까를 생각하다, 이젠 어떻게 해도 실망받는 미래밖에 안 보이게 되고 말았다.

 "봇치 짱하고 무슨 일 있었어?"

 나란히 서 있는 건 이지치 선배였다. 올려다보면서 안심되는 미소를 띤 그녀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떨구었다. 말해도 될지 안 될지 조금 고민이 되어서.

 "요, 요즘 히토리 짱이 이상해서요. 차가운가 싶으면 갑자기 대시해 오고. 가, 가지고 놀고 있는 건가, 하고……."
 "봇치 짱이 키타 짱을? 그건 아니지 않을까?"
 "이지치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이 커진다. 히토리 짱은 흔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팬과 나 사이에서. 그렇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위를 보았다.

 "키타 짱 요즘 어두우니까 말이야. 원래 가진 명랑함이라고 하나? 어떻게 된 건가 싶어서."
 "……저, 잘 모르게 돼 버렸어요."
 "뭐가?"
 "히토리 짱이, 절 좋아하는지."

 늘 히토리 짱은 좋아한다고 말해 준다. 하지만 그 좋아함의 무게는 모른다. 놀리느라 하는 말인지 진심인지. 나는 그걸 재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언제나 키스를 받고 그 이상을 하고 싶어져도 히토리 짱은 거기서 그만둬 버린다. 몸의 열이 가시지 않은 채 침대에서 같이 누워 있으면 울고 싶어진다. 늘 위로해 줬던 히토리 짱은 먼저 자 버려서 나는 어찌할 수도 없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약해져 버린 걸까. 옛날엔 오히려 내가 히토리 짱을 휘두르는 쪽이었는데 어느샌가 휘둘리고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언젠가 히토리 짱에게 품은 내 마음까지도 모르게 될 것 같았다.

 "……내가 료랑 사귀게 됐을 때 있지, 료한테 거짓말을 했었어.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을지도'라고."

 이지치 선배의 얘기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본인을 본다. 선배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료한텐 비밀이다?"라고 검지손가락을 입술 앞에 세웠다.
 
 "료가 나를 좋아하는 건 계속 알고 있었어. 그야말로 고등학교 이전부터. 그 녀석 날 좋아하는 주제에 소심하고 쑥맥이라서 있지, 고백 같은 거 받았을 때도 내심은 떨고 있으면서 '밴드에 지장이 가니까 당연히 거절하고 왔지?' 그러고. 솔직하게 사귀지 말라고 하면 될 텐데."

 삐친 것처럼 뺨을 부풀리면서 이지치 선배는 료 선배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내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술 취한 기세로 료 선배한테 말해 버릴 것 같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내가 고백하는 건 분했으니까, 그쪽이 고백하게 만든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있지, 동경이었거든.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 받는 거. 치사하지만."
 "……부러워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봇치 짱도 똑같을지 모른단 거야. 키타 짱이 봇치 짱 고백을 안 받아 주니까, 봇치 짱이 밀당하기 시작한 건가 생각했어."

 그럴 리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부정한다. 히토리 짱은 솔직하고 상냥한 사람이니까 분명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상해진 건 나고 히토리 짱은 나한테 마음이 없어져 버린 걸지도 모른다.
 왜 나는 이렇게나 겁쟁이일까. 그 몰아붙이는 듯한 말도 집요한 집착도, 전부 이 약한 마음의 뒷면일 뿐이었는데, 나는 왜 착각하고 만 걸까.

 "히토리 짱은 상냥하니까, 그런 짓 절대 안 해요. 제가 이상해진 거예요. 그러니까 절대로 아니에요."
 "간접적으로 내가 안 상냥한 것처럼……. 뭐 료한테 상냥하게 굴고 있다곤 생각 안 하지만."

 알바 중이니까 눈물을 참자 이지치 선배는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흘렸다. 붉은 눈동자가 스테이지에서 마이크에 울부짖는 밴드맨들을 향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 한탄할 권리조차 없는 거야. 다른 누군가가 봇치 짱이랑 사귀게 되고 나서 이랬으면 좋았을걸 저랬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틀림없이 후회할걸."
 "저도 알아요……."
 "아니 몰라. 키타 짱은 아무것도 몰라. 모르니까 그런 짓 하는 거야. 아무런 노력도 안 하면서 후회할 준비 만반인 게 그 증거잖아?"

 나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되어 입을 다물었다. 이지치 선배는 그런 나에게 미소지으며 등을 쓸어 주었다.

 "키타 짱은 뭐가 무서운 거야? 말해 봐, 아무한테도 말 안할 테니까."

 괜찮을까, 말해도. 이런 한심한 마음을 말하면 어이없어하지 않을까, 미움받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마음이라도 말하면 편해질 느낌이 들어. 편해질 뿐이지만 마음속 응어리는 슬슬 내 몸을 뒤덮어서 걷는 것도 힘들어질 것만 같으니까. 나는 떨리는 입술로 말을 자아냈다.

 "무, 무서워요. 히토리 짱이랑 사귀어서, 혹시 미움받거나 버림받으면 어쩌지 하고. 이제 필요 없단 말 들으면, 저, 살아갈 수 없어요……."

 두 주먹을 꼭 쥐고 고개를 숙이면서 몸을 떨자 갑자기 뒤통수를 쓰다듬받았다. 이지치 선배를 머뭇머뭇 보자 자애가 담긴 표정을 띠고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끌어안고 있었구나, 눈치 못 채서 미안해." 이지치 선배는 면목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이렇게 무거운 저 같은 건, 틀림없이 버림받을 거예요. 히토리 짱의 족쇄가 될 뿐이고, 이런 저 같은 건……."
 "왜 저 같은 거라고 하는 거야. 키타 짱은 충분히 상냥하고 착한 앤데."
 "상냥한 게 아니라 아무 말도 못할 뿐이에요. 착한 것도 붙임성이 좋을 뿐이지, 이런 저 같은 건……."
 "아 정말 그만 그만! 봇치 짱 때문에 그렇게 약해지는 키타 짱이 착한 애가 아닐 리가 없잖아. 봇치 짱도 알아. 키타 짱이 상냥하고 착한 애란 거."

 그런 건 알 수 없다. 그야 히토리 짱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으니까. 발이 확 무거워진다. 히토리 짱이 옆에 있어줬으면 하지만 미움받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계속 이대로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히토리 짱 속의 변화는 막을 수 없다.

 "연애 같은 건 있지,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야. 그냥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 있을 뿐이지. 확실히 료는 좋아하지만 가끔 참을 수 없이 짜증날 때도 있어. 하지만 그건 친구였을 때부터 똑같아. 마음이 바뀌었을 뿐이지."
 "히토리 짱하고 사귀어도, 똑같을까요……?"
 "글쎄. 이건 나랑 료 얘기니까. 그래도 있지, 엄청 재밌어. 그것만으로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될만큼."

 이지치 선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심으로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라이브가 끝나고 조용해졌을 때 붉은색 눈이 나를 향했다.

 "그러니까, 전부 말로 해 봐. 헤어지면 뭐 어때, 미움받으면 뭐 어때. 사귀는 그 순간만은 영원하니까. 되돌아보고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딱 좋아. 밴드에는 인생 걸어 줘야겠지만."

 전부 말로 해 보기. 히토리 짱에게 말하면 어떤 얼굴을 할까. 하지만 고백한 정도로 미움받지는 않을 거다. 히토리 짱은 매일밤 내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키스를 해 주니까. 그렇다면 조금은 욕심 부려도 될까. 신은 화내거나 하지 않을까.

 "게다가 히토리 짱은 분명히 키타 짱 좋아하니까, 미워하고 그러지 않을 거야. 소중히 여기는 거 내가 봐도 보이는걸."
 
 나는 고개를 숙인다. 괜찮은 걸까. 나 같은 게 고백해도. 사귀어도, 괜찮은 걸까. 머리에 놀이공원 티켓이 떠올랐다.
 해 볼 가치는 있을지도 모른다.

 "저, 저기, 주, 주문……."
 "앗, 죄송해요~! 키타 짱, 드링크."
 "아, 네!"

 나는 드링크를 만들어 손님에게 건넨다.
 나는 결심했다.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다면, 뺏기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무서워도 한 걸음 내딛어야 한다.
 나도 바뀌어야 한다. 자신과 히토리 짱을 위해서.



 고등학교 시절엔 가끔 오던 놀이공원도 대학생이 되자 확 횟수가 줄었다. 가끔 오고 싶어지지만 알바와 밴드의 양립을 생각하면 여기 올 바에야 기타 연습이나 알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말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반짝이지는 않는 대학 생활. 하지만 밴드가 재밌으니까 그거면 됐나 하는 생각을 요즘은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평일인데 사람 많네요."
 "1년 내내 사람 있으니까."

 다행히 맑은 오늘은 놀이공원 가기 좋은 날이다. 게이트를 통과해 원내에 들어오자 곧바로 우리들은 머리띠를 사고, 똑같은 귀여운 귀를 달고서 손을 잡고 산책을 시작하곤 지도를 바라본다.

 "뭔가 놀이기구라도 탈까요."
 "롤러코스터는 안 되겠지, 그럼……."
 "키타 짱은 타고 싶어요?"
 "히토리 짱 안 좋아하잖아. 다른 건, 어디 보자."

 롤러코스터 같은 걸 탔다간 히토리 짱의 인외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나도 고백할 말이 어디로 가 버릴 것 같으니까.
 그다지 자극이 세지 않은 어트랙션을 지도 위에서 찾고 있자 갑자기 손을 붙잡혀 "저기에 롤러코스터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히토리 짱은 달려나갔다.

 "잠깐만! 무리하지 않아도!"
 "오늘은 키타 짱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롤러코스터 타고 싶어요! 키타 짱하고 함께라면 분명 재밌을 테니까요!"

 괜찮을까 생각하면서 우리들은 롤러코스터 대기줄을 향한다. 휴일이나 이벤트가 겹치면 2시간 정도는 당연한 그 줄은 의외로 비어 있어서 대기 시간 40분이었다.

 "의외로 붐비지 않네요."
 "히토리 짱은 몇 번 와 봤어? 여기."
 "어렸을 때 딱 한 번이요. 기억 안 나니까 사실상 처음이에요."
 "어머, 그렇구나."
 "키타 짱은?"
 "아마 20번은 왔을까."
 "우와……."

 "처음인 건 나뿐인가."라고 히토리 짱이 중얼거리는 걸 듣고 손을 다시 잡는다. 첫 경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첫 경험보다 소중하게 여기면 되니까. 무엇보다 나는 몇 번이나 여기 왔지만 오늘은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고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그건 상대가 히토리 짱이니까. 오늘의 마지막, 내 마음을 전하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나는 각오를 굳혔다.

 "……나, 나는 히토리 짱하고 계속 오고 싶었으니까, 기, 기뻐."
 "정말로요?"
 "응. 히토리 짱하고 와서 다행이야."

 에헤헤 하며 히토리 짱은 뺨을 붉히고 기뻐해서 나도 기뻐진다. 맞잡은 손이 뜨겁다. 내 뺨도. 대기줄이 천천히 천천히 줄어든다. 오랜만이다 생각하고 있으니 히토리 짱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 히토리 짱? 괜찮아?"
 "흥분이에요. 괜찮아요."
 "어, 어!? 얼굴 새파란데!?"
 "괜찮아요, 타면 괜찮아요. 진짜로."
 "여, 역시 그만두자. 아직 늦지 않았어."
 "싫어!"

 대기줄에서 나가려고 하는 내 손을 억누르고 눈을 맞춘다. 히토리 짱의 강한 시선은 내 발을 그 자리에 못박았다.

 "싫어, 절대로 탈 거예요. 키타 짱이랑 같이."
 "무서우면 무리하지 않아도……."
 "안 무서워요. 처음 라이브 했을 때가 훨씬 무서웠고 지금까지 도망치고 싶어진 적도 많이 있었어요. 그래도 전부 뛰어넘어 왔어요. 이제와서 롤러코스터 따위로 도망칠 제가 아니에요."
 "아, 응 그렇구나……."

 롤러코스터는 그렇게 각오를 굳히고 타는 것도 아니거든……. 라곤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히토리 짱이 날 위해 힘내서 타 주려고 하는 건 기뻤다.
 고백할 타이밍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돌아갈 때일까 고백 스팟일까. 하지만 후자는 보는 눈도 있어서 히토리 짱이 안 좋아할 것 같다. 그럼 공원을 나가는 마지막이라도 좋을지 모른다.

 "키타 짱."

 히토리 짱 어떤 반응을 할까. 싫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실은 놀리고 있었을 뿐인데 진심으로 받아들였어요? 라거나, 아아 안 된다, 사고가 점점 글러먹은 방향을 향해 간다. 이럴 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생각하면 할수록 좋지 않은 걸 생각하게 되니까.

 "키타 짱, 키타 짱?"
 "어, 아, 왜?"
 "두 명 남았네요."

 대기줄은 꽤 앞으로 나아가서 다음이 우리들이 탈 차례가 돼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을 너무 상상해서 손이 떨리고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

 "무서워요?"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괜찮아요, 제가 있으니까요."

 손을 쥐면서 그런 말을 듣자 자연히 떨림도 멈춘다. 탈것이 와서 올라탄 우리들은 안전장치가 내려지고 싱겁게 출항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재밌었다. 나는 계속 소리를 질렀고 히토리 짱도 작은 비명을 지르며 즐기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탈것이 멈추고 내리자 우리들은 해가 내리쬐는 아래에 다시 내려선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우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손을 얽고는 다음 어트랙션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재밌었어요. 별로 안 무서웠네요."
 "옛날에 비해서 강해졌어?"
 "네. ……그래도 두 번째는 좀."
 "그럼 다음은 자극 안 강한 걸 타자."

 팸플릿 안을 보면서 격렬하지 않은 어트랙션을 찾았다. 이거 좋네요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히토리 짱의 시야 가장자리에 분홍색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다. 따라가 보니 단정한 얼굴이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어서 역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어트랙션을 두 개 정도 탄 우리들은 원내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중화요리가 맛있는 이곳은 나도 몇번이고 방문했지만 히토리 짱과 같이 오니 한층 맛있게 느껴졌다. 볶음밥을 먹고 있으려니 맞은편의 시선을 느낀다. 얼굴을 들자 히토리 짱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귀엽다 싶어서."
 "펴, 평범하게 밥 먹고 있을 뿐인데."
 "그래도 귀여워요, 키타 짱은 언제나."

 정말이지, 하고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먹는 속도가 늦어지자 식사를 마쳤을 즈음엔 오후 3시가 되어 있었다. 고백의 시간을 의식하면 심장이 뛰어서 가슴을 억누른다. 다시 걷기 시작하자 아주 약간 사람이 많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히토리 짱, 다음에 뭐 탈래?"
 "……."
 "히토리 짱?"
 "에, 아, 뭐, 뭔가요?"

 히토리 짱의 반응에 불안이 싹튼다. 혹시 재밌지 않아졌나? 나랑 하는 데이트가 싫어졌나? 어떡하지, 미움받았을까. 이상한 애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무서워, 어떡하지.
 쥐어진 손도 놓고 싶어진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르자 고백의 각오가 옅어졌다. 하지만 오늘 해내지 않으면 타이밍은 상당히 나중으로 미뤄지고 만다. 그동안 히토리 짱의 마음이 팬을 향하기라도 한다면.

 "키, 키타 짱?"
 "아, 으,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

 매달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마음을 다잡는다. 분명 괜찮다. 잘 될 거다.
 그리고 원내를 돌아다니다 조금 쉬자고 히토리 짱과 의자에 앉고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커플이나 친구끼리나 부부나 가족이거나. 부럽다고 생각해 버리는 자신이 분하다. 나도 히토리 짱과 저렇게 되고 싶다. 더 깊게 연결되어 가까이 서서 걷고싶다. 고백할 말은 점점 애매해지고 있다.

 "해 떨어지는 것도 빨라졌네요."
 "그러게, 아직 4시인데 저녁해가 대단한걸. 여름이 끝나면 쓸쓸해."
 "그래도 저 싫지 않아요, 밤이 긴 거."
 "왜?"
 "밤이 좋아서요. 그리고 키타 짱하고도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고. 추운 건 안 좋아하지만요."

 히토리 짱이 내게 향하는 마음이 눈부셔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 좋아라. 애인이 되고 싶다. 무섭지만 히토리 짱을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은 분명 무겁겠지만 나는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히토리 짱은 아까부터 마음이 딴 데 간 것 같이 가끔 내 말을 안 듣고 있다. 불안이 손끝에 저릿함을 만들어서 가끔 떨렸다.

 "내일은 아침 일찍 나가니까 다음 어트랙션을 마지막으로 하자. 히토리 짱도 지쳤을 거잖아."
 "……그렇네요."
 "관람차 타지 않을래? 분명 풍경 좋을 테니까."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한다. 각오는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된 거 아닐까 하고. 고백할 타이밍은 또 만들면 된다고. 그렇게 도망치고 도망쳐서 다른 사람 게 된다면 난 분명 후회하고 끝이겠지. 게다가 그 사람하고 금방 헤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이유만 찾고 있는 나는 정말로 구제할 방법이 없구나 하고 자학적으로 생각했다.

 관람차는 5분 정도 기다리자 금방 탈 수 있었다. 마주보고 긴 듯 짧은 듯한 15분간을 우리들은 보낸다. 곤돌라는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예쁘네요, 정말로."
 "응, 경치 좋다."

 저녁해와 점점 눈부셔지는 거리의 빛 알갱이들을 바라보며 히토리 짱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기서라면 우리들 집도 보일 것 같다. 우리들이 사는 동네는 이렇게 예뻤구나.
 히토리 짱의 분홍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가 주황색에 비쳐 반짝이고 있다. 표정도 합쳐져서 가슴이 옥죄었고 서서히 가장 높은 곳까지 곤돌라는 올라갔다.
 대화는 적다. 이제 곧 고백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린다. 무섭다.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떡하지, 시간은 별로 안 남았는데.
 곤돌라가 가장 위까지 올라간다. 말해, 말해 하고 자신을 응원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히토리 짱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해야 해, 지금, 지금 말해, 어서!

 "히, 히토리 짱."
 "네, 왜요?"

 저녁해를 받는 예쁜 얼굴이 나를 향한다. 지금, 지금 말해야 해. 말해야 해, 어서. 지금이 찬스야. 지금을 놓치면 안 돼, 말하라고.
 말은 목까지 왔는데 나와 주지 않는다. 긴장으로 땀이 멈추지 않는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윽고 곤돌라가 정상에서 조금씩 고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천천히 닫고는 히토리 짱에게 힘없이 웃음지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울 것 같았다. 자신의 한심함에. 왜 나는 이렇게 구제불능인 걸까. 조금만 더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됐는데. 글러먹었다, 나는. 정말 글러먹었다.
 그 후에는 대화도 없이 곤돌라가 가장 아래에 왔고 우리들은 아무일도 없이 내렸다. 손을 가볍게 잡고 걷기 시작한다. 한심함에 울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어서. 나는 히토리 짱에게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라고 전하고 허둥지둥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뒤로한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떠오른 눈물을 가볍게 닦았다. 나 이제 안 되는 걸까. 오늘은 힘내지 못할 것 같아. 아무일도 없이 돌아가서 지금은 아직 친구인 채로 있자. 그걸로 됐다. 분명 아직 시간은 있다. 오늘이 아니어도 별로 상관없겠지.
 화장을 고치고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히토리 짱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옆에는 나도 아는 인물이 있어서 소름이 전신을 휘감았다.

 "──좋아해요!"
 "저, 저도!"

 바로 그 기타리스트인 여성의 말에 나도 모르게 뛰어나갔다.
 오늘이 아니면 역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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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