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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9

카와즈 2024. 3. 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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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에서 묘하게 말수가 적어져 버린 키타 짱을 떠올리고 거북했나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가 있는 키타 짱을 기다린다. 해가 떨어지면서 쌀쌀해지자 재킷 앞을 여몄다.
 오늘은 고백을 하기로 정해 뒀다. 예쁜 걸 좋아하는 키타 짱을 위해 고백으로 유명한 스팟에서 화려하게 고백해 줄 거다. 뭐 전하는 말은 좋아해요 사귀어 주세요 정도밖에 없지만. 이번에야말로 애인이 되는 거다. 그걸 위해 그런 수고스럽고 하고 싶지도 않은 작전을 실행했고 여기서 사귀지 못하면 본격적으로 나는 키타 짱을 놓치고 만다. 모르는 누군가의 그림자는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에 가서 시찰하자 키타 짱과 친해 보이는 사람은 남녀를 따지지 않고 몇명이나 있었다. 나는 역시 어장의 한사람이었나 하고 어깨를 떨구고 그날 밤은 조용히 울기도 했다.
 그러니까 오늘 결착을 짓는다. 차이면 그건 그 때다. 아무튼 오늘 나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키타 짱에게 답을 받는 거야!

 "아, 봇치 씨."
 "아, 안녕하세요."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니 친구와 함께 놀러 왔다는 같이 공연했던 기타리스트인 여성과 우연히 만났다. 인사를 적당히 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으니 조금 긴장을 풀고 싶어져서 잡담을 섞어 전한다.

 "저, 저기, 오늘 키타 짱한테 고백할 거거든요. 자, 잘 될까요……?"
 "에! 진짜로요? 마침내……!"

 팬인 여성은 뺨을 붉히고 히죽히죽하더니 주먹을 쥐고 내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내가 몸을 빼자 거친 콧김을 뿜고 있는 그녀가 말을 쏟아낸다.

 "될 거예요 될 거예요! 봇치 씨라면 괜찮아요! 이제 걱정은 필요 없어요! 고백한 시점에서 이긴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저, 정말로요?"
 "네! 그야 라이브 때 키타 짱 표정이나 목소리나 가끔 저거 좋아하는 거 맞다니까! 싶은 거 있고요! 될 거예요!"
 "그, 그럴까요."

 그 열량은 그런가 생각하고 있으니 팬은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외쳤다.

 "틀림없이! 좋아해요!"

 그런 말을 들으니 어떤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응, 하고 나도 크게 끄덕이고 주먹을 쥔다. 될 거다, 나라면 괜찮다. 남은 건 고백하는 것뿐이니까. 저녁해도 떨어져 어두어진 원내는 고백하기에 딱 좋다. 여기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그장소를 머리에 떠올리고는 뺨을 두드려 기합을 넣었다.

 "저, 저도! 힘낼──"
 "히토리 짱."

 뭔가에 팔을 붙잡혀 시선을 향한다. 거기에는 화장실에서 돌아온 듯한 키타 짱의 모습이 있었다. 갑자기 앞으로의 긴장에 심장이 뛰었다. 내가 팬에게 또 봐요라고 말하려고 했을 때 손을 세게 잡아당겨져 끌려간다. 하다못해 팬에게 손을 흔들자 굳은 얼굴로 돌려세워졌다. 키타 짱은 나를 끌고 있으니까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어딘가 상태가 이상한 건 알 수 있었다.

 "키, 키타 짱?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
 "저, 저 뭔가 저질렀나요? 아, 아니면 배, 배 아픈가요?"
 "……아니야."
 "아, 아니야? 뭐, 뭐지, 아니면, 어어……."

 목적지에선 멀어져 사람이 적은 곳으로 망설임없이 키타 짱은 나아간다. 원내에 이런 조용한 장소가 있었나 놀라고 있자 갑자기 건물과 건물 사이에 키타 짱은 들어가 나를 벽에 밀어붙였다. 화나게 했나 싶어서 변명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키타 짱의 얼굴이 다가와 입술을 막았으니까.
 키스를 당황하면서 받아들이자 이번엔 혀가 들어와 나도 모르게 막힌 소리를 내고 말았고 당하는 대로 얽고 있자 머리가 멍해졌다. 숨이 막혀서 어깨를 두드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얼굴이 떨어졌다.
 나는 어깨로 숨을 쉬면서 키타 짱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그 얼굴은 어두워서 읽을 수 없었다.

 "키, 키타 짱, 무슨──"
 "좋아해."

 키타 짱의 말에 나는 말을 잃었다. 늘 말해 주긴 하지만 오늘은 명백하게 온도가 다르고 시추에이션도 특별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꺼낼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자 키타 짱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 같은 거 보지 마, 나만을 봐. 히토리 짱을 뺏기는 건 싫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키타 짱은 확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본다. 입술은 크게 열려서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 천천히 닫혔다.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이는 키타 짱. 하지만 나는 그 다음을 듣고 싶다. 들려 줬으면 한다.

 "미안, 해."
 "키타 짱, 키타 짱이 생각하는 걸 들려 주세요. 저 키타 짱에 대한 건 전부 알고 싶어요. 그리고, 저, 그리고!"

 나는 키타 짱의 두 어깨를 붙잡고 똑바로 바라본다.

 "여, 여기엔! 키, 키타 짱한테 고백하러 온 거예요! 이제 고백만 하면 돼요! 고백할 곳은 아마 키타 짱도 알고 있겠지만 그 바다 옆의 고백 스팟이에요! 그러니가, 그, 저기!"
 
 될 대로 돼라! 여기까지 말했으면 숨길 필요 따위 없어! 그보다도 나는 키타 짱 말이 듣고 싶어!

 "키타 짱이 뭘 말하려고 했는지 가르쳐 주세요. 안 그럼 저, 돌아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알려줘, 키타 짱의 말로. 알려주면 분명 우리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보다 훨씬, 아주 좋은 형태로.
 키타 짱은 불안한 얼굴로 잠깐 생각한 후, 각오를 굳힌 것처럼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 나는, 무서워. 사귀게 돼서, 혹시 히토리 짱한테 미움받는다면, 버려진다면.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다고 실망받거나, 히토리 짱이 멀어진다면, 나, 이상해져 버릴 거야. 그리고 알고 있었어, 팬이랑, 잘 되고 있다고. 나는 어장이고, 그래도, 나는 무거우니까. 무서워서, 사귀기, 싫었어……."

 어, 어라? 료 씨의 견해대로라면 다른 누군가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던 거 아니었나? 거기에 팬이랑 잘 되고 있다는 건 무슨 소리지? 키타 짱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보면 분명 이건 진실이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건 꽤나 안 좋은 일인 게 아닌지? 자각하자 식은땀과 함께 죄책감이 밀려온다. 키타 짱을 끌어안고 나는 일단 그녀를 안심시키듯이 이야기했다.

 "제가 키타 짱을 싫어할 일은 없어요. 원래는 제가 미움받아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야 이렇게 아싸고 공부도 못하고 사회에도 못 나가고, 할 줄 아는 건 기타뿐이라니 상당히 이상하잖아요.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이것도 저것도 키타 짱 덕분이에요."

 키타 짱의 상처받은 마음에 닿도록. 이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지만 나와 키타 짱이 품은 마음은 분명 같을 테니까.

 "한참 전부터 좋아했어요. 키타 짱이 좋아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계속 옆에 있어 줬으면 해요."

 나는 숨을 들이쉬고 각오를 굳혀 외친다.

 "저와 애인이 되어 주세요."

 키타 짱의 말을 기다린다. 내가 원하는 말은 단 하나. 그거 말곤 원하지 않는다. 필요 없다.

 "……네."

 키타 짱이 눈물지으면서 웃으며 그렇게 끄덕이자 나는 기쁨에 겨워 세게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 말았다. 사실은 더 좋은 로케이션에서 멋있게 전할 예정이었지만 뭐 상관 없겠지, 끝이 좋으면 뭐든 좋다.
 

 놀이공원을 나와서 제일 가까운 역에서 아파트를 향해 손을 잡고 귀로에 오른다. 행복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부풀어올라 도중에 나는 계속 히죽거렸다. 잡은 손을 크게 흔들면서 키타 짱과 걷는다. 키타 짱도 행복하단 듯이 웃음짓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면 있잖아, 히토리 짱 계속 이상하지 않았었어? 뭔가 묘하게 차가웠다가 갑자기 거리 좁혔다가."
 "어, 응? 그, 그랬던가……하하……."

 큰일이다, 그게 들키면 틀림없이 혼난다. 어떡하지,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 어떻게 도망쳐야 하지.

 "……뭔가 숨기고 있지."
 "헤악!?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거짓말 할 때 오른손으로 목 감싸는 버릇 있는 거 알아?"
 "엑, 흐악! 이! 이건!"
 "말 해!"

 나는 추궁받자 마침내 포기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키타 짱은 이마에 심줄을 세우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나를 노려본다. 나는 엷은 웃음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 이제 히토리 짱 같은 거 몰라!"
 "아! 키타 짱! 미안해요! 미안해요!!"

 손을 억지로 놓고 달려가 버리는 키타 짱을 쫓는다. 애인 첫 날인데 키타 짱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그로부터 3일간 말도 붙여 주지 않았다.
 이러저러해서, 출발은 최악인 우리들의 즐거운 애인 생활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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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