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lingerie disturbance

카와즈 2024. 4. 15. 18:01

"키타 짱의 속옷을 둘러싼 개그 300%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트위터 쪽에서 꺄 꺄 떠들던 이야기가 마침내 모양을 갖췄습니다. 어울려 주겠단 상냥하신 분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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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쿠요! 이 속옷은 뭐니?!"

 시작은 내가 실수로 승부 속옷을 세탁기에 넣어 버린 것.
 승부 속옷. 그건 내가 히토리 짱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고른 섹시한 속옷…….
 엄마가 사 오는 속옷은 곰이며 고양이가 프린트되어 있는 물건으로 색기도 뭣도 없다. 히토리 짱과 사귀기 전까진 그런 건 신경쓴 적 없었지만, 처음 살을 맞댔을 때 히토리 짱이, 키타 짱 속옷 귀엽네요, 란 말을 해서 그 때 아차 했다. 그런 일을 할 때엔 그에 맞는 속옷이 있단 얘기를 떠올린 것이다.
 나중에 란제리 숍에서 어른스러운 속옷을 구입해 리벤지한 결과,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히토리 짱이었지만, 디자인 자체는 꽤 맘에 들었는지 그 날은 나가 떨어질 때까지 해버렸다.

 아무리 색이 흰색이라곤 해도 팬티 양쪽이 끈으로 되어 있는 물건을 세탁기에 넣을 순 없어서 엄마 몰래 손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내 깜빡 실수로 마침내 들키고 말았다. 그런 흐름으로 첫 부분의 엄마 말로 이어진다.
 자, 여기부터 어떻게 헤쳐 나갈까…….

 "내 거 아니거든……."

 일단 저항을 시도해 본다.

 "거짓말 마! 아무리 봐도 여자 속옷이니까 니 속옷이겠지! ……헉! 설마 또 고토 씨한테 홀렸구나! 용서 못 해!"
 "그런 거 아닌데……."

 아니, 히토리 짱에게 홀린 건 틀리지 않았다. 그거에 대해선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겠네. 하지만 이대로 인정할 순 없어. 나와 히토리 짱을 위해 여기선 억지로라도 도망쳐야 해.

 "내 거 아냐! 분명 아빠 거야! ……아! 그래! 아빠가 아까 빨래바구니에 뭔가 넣었었어! 틀림없이 그거일 거야! 왜 아빠가 이런 걸 갖고 있는가몰라!"

 쏟아붓듯이 무리가 있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걸로 속일 수 있었으면 고생할 일도 없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엄마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그, 그럴 수가……."

 엄마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속옷을 떨어뜨려 버렸다. ……응? 설마 진짜로 믿은 거야?

 "……이게 그이 거라고? 그이 설마 바람을……? 아니 아니, 성실한 사람이니까 그럴 리가 없어! ……응? 그럼, 설마, 자……자기가 입는 거야?!"

 좋아. 이건 이기는 패턴이네. 자기 망상에 씌인 엄마는 그리 간단히는 멈추지 않아. 이 틈에 속옷을 회수하자.

 "오래 같이 지낸 부부라도 제대로 대화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아빠도 엄마한테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할 일이 있는 거겠지!"
 "……그, 그렇겠지! 괜찮아!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받아들일게!"
 "응! 힘내!"

 엄마의 등을 배웅한 나는 서둘러 집을 뛰쳐나온 것이었다.



 "――란 일이 있었어."
 "앗, 그, 그건 큰일이었네요……."

 방과후 언제나처럼 히토리 짱과 기타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오늘 아침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히토리 짱은 어딘가 남 일 같은 감상을 흘렸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히토리 짱은 무관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속옷은 히토리 짱이 기뻐했으면 해서 산 거니까.
 오늘 하루종일 아빠와 엄마한테서 로인이 잔뜩 왔지만 지금은 전부 무시. 괜찮아. 모든 일의 원흉인 이 속옷만 없어지면 우리집에서 불화를 없앨 수 있어.

 "그렇게 됐으니까, 히토리 짱이 내 속옷을 숨겨 줬으면 좋겠어!"
 "엑?!"

 작은 종이봉투에 든 그걸 건네자 목소리가 뒤집어지면서 놀라는 히토리 짱.

 "그 그그그그그그그런 거 못 맡아요!!"

 머리가 빠지는 게 아닐까 싶은 기세로 고개를 가로젓는 히토리 짱의 손을 잡고 나는 호소한다.

 "이대로 내가 가지고 있으면 버려질 거야! 히토리 짱 이 속옷 좋아하잖아? 버려져도 괜찮은 거야?"
 "그, 그건 곤란하지만요, 그래도 제가 가지고 있으면 결국 키타 짱은 못 입잖아요?"
 "괜찮아. 그 때마다 갈아입을 테니까."
 "그, 그 때마다……."

 뭘 상상한 건지 얼굴을 빨갛게 하고서 히토리 짱이 내 눈과 손에 든 그것을 번갈아 본다.
 
 "……아, 알겠어요……."
 "부탁해! 히토리 짱!"

 마지못해서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히토리 짱에게서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자, 그럼 나는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을 잘 구워삶아 봐야지. 그래. '그런 속옷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거야. 엄마 지쳐서 그래…….'라던가 말하면 해결되려나…….


* * * * *


 집에 돌아와 내 방에서 예의 물건이 들어 있는 종이봉투와 눈싸움을 했다.
 키타 짱한테 떠밀리듯이 맡아 버린 종이봉투. 대체 어디에 숨기면 좋은 걸까. 역시 벽장 속?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하지만 확실히 이 속옷이 버려지는 건 너무도 아깝다. 내가 잘 숨기는 것만으로 이걸 착용한 키타 짱을 영접할 수 있다면 값싼 것……. 아니아니, 하지만 이걸 가족이 보기라도 한다면 가족회의가 열리고 만다. 의제는 장녀가 어째서 섹시한 속옷을 소지하고 있는가. 그게 뭐야 부끄러워 죽을 수 있다.
 역시 이걸 내가 갖고 있는 건 꽤나 위험한 게 아닌지……? 종이봉투에 물어 보아도 당연히 답이 돌아올 리도 없다…….
 ……그나저나, 이거 정말로 속옷이 들어 있는 걸까? 일단 속을 확인하는 편이……. 아니, 그치만 봐! 키타 짱이 내용물을 넣는 걸 깜빡했으면 그쪽이 더 문제고! 아! 혹시 키타 짱은 날 놀리고 있는 것뿐일지도 몰라! 안에 '몰래카메라 대성공'이라고 적힌 종이가 들어 있을지도! 응! 봐 보자!

 결심하고 봉투 속에 손을 넣는다. 마른 목을 축이려고 침을 삼켰더니 꼴깍 김빠진 소리가 났다.
 그리고 속에서 나온 것은…….
 흰색을 바탕으로 한 천 제품이 두 개. 둘 다 핑크색 무늬가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브래지어와 팬티라는 녀석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진짜 들어 있었어! 키타 짱의 승부 속옷(내 취향)! 내용물 확인 같은 걸 안 했으면 정말로 속옷이 들어 있는지 어떤지는 수수께끼인 채, 슈뢰딩거의 속옷이었을 텐데! 어떡하지!? 진짜로 키타 짱의 속옷을 맡아 버렸어!?
 키타 짱한테 받았을 때도 동요했지만 막상 이렇게 실물을 봐 버리고 나니 일의 중대함에 몸이 떨린다.
 지금 내 손 안에 있는 것은 무기질적인 종이봉투가 아닌, 틀림없는 반짝반짝 빛나는 키타 짱의 속옷. 응. 이 촉감 알고 있다.
 눈앞의 그걸 자세히 보고 환각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거기에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고 말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제대로 본 적은 없었을지도. 평소엔 금방 벗겨 버리니까…….
 ……헤에. 이렇게 레이스가 달려 있었구나. 아, 여기 자세히 보니까 하트 모양이네. 끈 의외로 길구나…….
 다시 옷을 입을 때 키타 짱이 직접 끈을 묶고 있는 걸 보는 게 좋아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거 안 들켰으면 좋겠다…….

 "언니 뭐 보는 거야?"
 "브아악!!"

 언제 방에 들어온 건지. 갑자기 후타리가 말을 걸어서 당황하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 언니 뭔가 숨겼어! 보여줘 보여줘!"
 "후, 후타리한텐 아직 이르니까 안 돼!"

 아무리 그래도 5살 애한테 이런 물건은 보여줄 수 없다. 교육에 너무 나쁘다.

 "언니 짠순이."
 "그보다 후타리 뭐 하러 온 거야?"
 "맞다! 엄마가, 슬슬 밥 되니까 언니 불러 오래!"
 "그래, 알았어. 언니도 금방 갈 테니까 후타리는 먼저 가 있어."
 "응."

 어떻게든 후타리를 방에서 쫓아낸 나는 일단 벽장 속에 종이봉투를 숨겼다.


 그 후엔 일단 속옷은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저녁밥, 목욕을 마쳤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거실에서 엄마와 함께 티비를 보고 있을 때였다.
 평소처럼 후타리가 지미헨과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렇다, 손에 흰 천을 들고.

 "후타리! 그, 그거……!"
 "이거 언니 방에서 찾은 거야! 리본 달려서 귀엽지!"

 다행이다. 아무래도 5살 아이는 그게 팬티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전혀 다행이 아니야! 그야 지금 엄마도 같이 있고! 위험해! 이거 망했나?!

 "후타리, 그거 엄마한테 줄래?"
 "에에?"
 "그거 언니 방에서 멋대로 가져온 거잖아? 제대로 돌려 줘야지."
 "으음……알았어. 미안."
 "그리고 지금부터 언니랑 중요한 얘기 할 거니까, 언니 방에 들어오면 안 된다?"
 "응."

  엄마가 하는 말을 솔직히 들은 후타리는 다시 지미헨과 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가 하면 이 최악의 상황에 그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구원은 아빠가 이 자리에 없었던 것뿐이다.


 "……히토리 짱도 한창 때니까 별로 이런 걸 갖고 있어도 상관 없지만, 후타리한텐 안 보이게 하렴."

 엄마와 나 사이에 자리한 끈팬티. 그림만 보면 꽤나 기묘하다. 차가운 분위기 속 내 가슴속은 전혀 평온하지 않다.

 "아, 아니야! 내 거 아니야……!"

 너무한 온도차에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변명이 입을 뚫고 나왔다.

 "그럼 누구 건데?"
 "그건, 키……!"

 키타 짱 속옷이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쪽이 위험하다. 딸이 애인의 속옷을 가지고 돌아오다니 부모를 울려 버릴 게 틀림없다. 아니, 이미 부모를 울릴만한 짓은 많이 해 왔지만! 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다! 뭔가 이 자리의 최선책을……!

 "…………제 겁니다."

 수치를 참고 죄를 인정하는 것 이외에 선택지는 없었다.
 미안해요 키타 짱. 제게 키타 짱의 소중한 걸 지킬 힘 같은 거 없었어요…….



 다음날, 키타 짱을 빈 교실에 불러낸 나는 예의 물건을 건네면서 사죄했다.

 "미, 미안해요 키타 짱, 저희 집에선 뒷바라지 못해요……."

 고개를 숙이며 종이봉투를 내밀었는데 좀처럼 받아드는 기색이 없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거기엔 눈꼬리를 올리고 화난 표정을 띄운 키타 짱.

 "그……."
 "그……?"
 "그런 말을 할 거라면 애초에 이 속옷이 좋다고 하질 마! 히토리 짱이 좋다고 했으니까 마지막까지 책임감있게 뒷바라지해 줘!"
 "엑, 저, 저기, 그래도, 저희집은 후타리도 있으니까요, 장난치면 곤란하다고 할지……."

 실제로 어제 들고 나왔으니…….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도 어제 부모님 달래는 거 큰일이었단 말이야! 혹시 또 들키면 이번에야말로 버려질 거야! 히토리 짱은 내가 다시 곰돌이 팬티로 돌아가도 좋은 거야?!"

 곰돌이 팬티……. 그걸 처음 봤을 땐 충격적이었다. 나는 엄마가 사 온 속옷을 입고 있을 뿐이라 요즘 여고생이 어떤 속옷을 입는지 몰랐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달라서 나도 모르게 귀엽네요 같은 말을 해 버렸는데, 키타 짱은 상당히 부끄러웠다고 한다. 다음에 그런 행위에 이르려고 했더니, 지금 화제에 오르고 있는 야한 속옷이 되어 있어서 기절할 뻔했던 건 또 다른 이야기…….
 
 "이제 됐어! 히토리 짱 같은 거 몰라!"

 내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자 키타 짱이 교실에서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키타 짱의 손을 잡고 불러세운다.

 "기다려요 키타 짱!"
 "이거 놔! 어차피 나는 곰돌이 팬티가 어울리는 여자야!"
 "그런 게 아니에요!"

 확실히 곰돌이도 귀엽다. 키타 짱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저, 저는……! 야, 야한 속옷인 키타 짱도, 곰돌이 속옷인 키타 짱도 둘 다 좋아하니까요!"

 키타 짱의 눈을 바라보면서 딱 잘라 선언했다.

 "히토리 짱……."
 "어떤 속옷을 입었어도 키타 짱이 제가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이란 건 변하지 않아요!"

 그렇다. 중요한 건 설령 어떤 속옷을 입었더라도 내가 키타 짱을 좋아한다는 것. 애초에 키타 짱은 귀여우니까 아예 속옷 같은 거 착용하지 않아도 좋다.
 내 서투르고 필사적인 고백에 대해 키타 짱이 포옹으로 답해 주었다.

 "히토리 짱! 나 오해하고 있었어! 히토리 짱은 이제 야한 속옷인 내가 아니면 흥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 저는 키타 짱 상대라면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흥분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키타 짱의 등에 두르고 있던 손을 조금씩 아래로 내려 갔다.

 "……히토리 짱, 여기 학교야."
 "…………."

 뭐가 어쨌든, 이걸로 한 건 해결이다.
 애인과 둘이서 문제를 이겨내고 유대가 깊어진다니 왕도 전개지 않은가. 나도 이걸로 인싸의 동료가 된 게 아닐까.


* * * * *


 그날 밤, 히토리 짱에게서 돌려받은 종이봉투를 끌어안고 나는 침대에 뒹굴고 있었다.
 ……어떤 나라도 좋아하고 소중하다라. 후후. 히토리 짱은 평소엔 부끄러워서 좋아한다느니 안 말해 주니까 기쁜걸.
 히토리 짱은 어떤 속옥이라도 좋다고 말해 줬지만 역시 조금이라도 귀여운 자신을 봐 줬으면 하니까, 이 속옷은 내가 제대로 지킬게.
 이틀간 휘둘러서 너덜너덜해진 봉투를 바꿔야지 생각해서 내용물을 꺼내려고 했더니 위화감이.
 응? 엷은 분홍색? 이거 내 게 아닌데.
 본 적 있는 이 천 제품은, 세간 일반에서 말하는 브래지어. 그리고 크다.
 문득 생각이 들어서 옷 위로 자신의 가슴에 대 보았다.
 …………………….


 그 후 만 3일간 히토리 짱에게 말을 붙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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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카와우소(かわうそ) 님
원본 링크: lingerie disturbance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21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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