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7

카와즈 2024. 3. 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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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떨 때는 알바 중에.

 "저, 저기, 히토리 짱. 여기, 내가 할 테니까."
 "아아, 알겠어요. 부탁드려요."

 어떨 때는 연습 중에.

 "저, 저기, 히토리 짱. 여, 여기, 잘 모르겠어."
 "어디요? 아아, 좀 어렵죠."

 어떨 때는 라이브 끝나고.

 "저, 저기, 히토리 짱. 나, 제대로 했어……?"
 "네. 정말 잘 했어요. 열심히 했네요."

 "뭔가 있지, 이쿠요 이상하지 않아?"
 "료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상하다고 퉁치는 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요즘 키타 짱은 좀 이상하다. 항상 쭈뼛쭈뼛하고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는 명랑함이 숨을 죽이고 있다.
 뭔가 이상한 거라도 먹었나 생각하면서 료 씨와 니지카 짱네 집의 작업실 천장을 올려다본다.

 "또 봇치가 이쿠요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야?"
 "아뇨, 아무것도 안 했어요. 매일 얘기도 하고 화난 느낌도 없고요. 왜일까요."
 "글쎄. 아, 뭔가 숨기는 일이라도 있다든가?"
 "글쎄요, 어떠려나요."

 화가 났다거나 삐쳤다기보다는 어딘가 서먹하다. 하지만 차가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어느쪽이냐 하면 침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게나 그런 일이 하고 싶었나? 하지만 본인은 같이 자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그밖에 달라진 점은 없어?"
 "그밖에……그러고 보면 요즘 안 무거워진 것 같기도."
 "뭐? 이쿠요가?"
 "네. 뭐라고 할까, 일 있어서 밤 늦게 들어와도 이전처럼 초인종 연타하지도 않고 쳐들어오지도 않고 한잔하러 가도 아무말도 안 하고. 대학이 바쁜 걸까요?"
 "……묘하군."

 그렇게 말한 직후 료 씨는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이 몸을 떨었다. 마치 이 세상의 끝이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기름 떨어진 인형처럼 나를 본다.

 "보, 봇치. 크, 큰일이야."
 "에, 뭐, 뭔데요?"

 료 씨는 꿀꺽 침을 삼켰다.

 "이쿠요한테,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지도 몰라……!"
 "에에에에에에에엑!?"

 나는 료 씨의 말에 머리를 감싼다. 나 말고 좋아하는 사람. 확실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키타 짱의 무거움은 좋아함의 크기와 같다. 무겁지 않아지면 자연히 화살표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볼일 끝난 사람, 모르는 누군가의 팔을 끌어안으며 "앞으로도 친구로서 결속밴드의 리드 기타로 있어줘♡" 같은 건 간단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 하와와와와와와와와왓!!!!"
 "봇치, 액체화하지 마. 지금은 나밖에 없거든?"
 "어, 어차피 저 같은 거 해조류 이하의 사람이고 키타 짱한테 버림받아도 어쩔 수 없죠, 헤헤, 오히려 한 번이라도 키타 짱이 좋아한다고 말해 준 게 기적이에요. 아아……애인인 척도 안 해 본 것보단 해 본 게 낫죠, 못 사귀더라도."
 "아직 침울해하긴 일러."

 몸이 녹아서 마루바닥과 일체화한다. 키타 짱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으면 어떡하지. 키타 짱을 뺏겨 버린다니 그런 건 절대로 싫다. 나는 키타 짱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 키타 짱의 옆에 있고 싶다. 무거워도 좋다. 오히려 무겁지 않은 키타 짱을 나는 모른다.

 "나한테 대책이 있어."
 "대책! 뭔가요!"
 "후후후, 이름하여! '큐룽!♡ 사랑하는 그 애를 돌아보게 만들자 대작전!♡'이다."
 "큐, 큐룽!♡ 사랑하는 그 애를 돌아보게 만들자 대작전……!?"
 "그래. 여기엔 큰 희생과 노력이 따르지만 해 볼 가치는 있어. 봇치. 이쿠요를 위해 한 몸 바칠 각오는 되어 있나……!?"

 있는가 없는가. 그런 걸 묻는다면 하나밖에 없다.

 "있습니다! 저 키타 짱과 애인이 될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말 잘했다! 곧장 작전을 가르쳐 주지. 일단은──"

 나는 료 씨의 말을 놓치지 않도록 귀를 기울인다. 끄덕끄덕 수긍하며 이거라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료 씨와 이야기하고 있자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분명 키타 짱이겠지 생각하며 일어나서 모니터를 확인하고 난 뒤 짐을 들고 현관으로 서둘렀다. 나는 료 씨에게 들은 것을 곱씹으면서 문을 열고 꼼지락거리고 있는 키타 짱에게 말했다.

 "따, 딱히 키타 짱의 마중 같은 거 필요 없거든. 호, 혼자라도 돌아갈 수 있고!"
 "어, 어……?"
 "그, 그렇게 애도 아니고! 그, 그러지 마!"
 "어, 아……."

 키타 짱의 얼굴이 순식간에 침울해져서 양심에 찔린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둬서는 분명 키타 짱은 다른 사람한테 가 버릴 거다.
 료 씨가 한 말은 이랬다.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나를 싫어하게 됐으면 일단 나를 무시하거나 연락을 안 하게 될 거다. 하지만 나를 아직 잊지 못해서 새로운 상대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으니까 키타 짱은 요즘 얌전한 거라고. 그렇다면 밀어서 안 된다면 당겨 봐라 전법으로 무뚝뚝하게 대하면 또 키타 짱은 날 봐 주지 않겠느냐고. 그런 거라고 한다.

 "히, 히토리 짱, 미안해, 나 뭔가 잘못했어? 응? 히토리 짱."
 "키, 키타 짱 같은 거 몰라! 빠, 빨리 돌아가자!"
 "미, 미안해, 미안해……."
 "둘 다 조심히 들어가."

 료 씨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고 둘만이 된다. 나는 흥 하면서 키타 짱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혼자서 걷기 시작했다. 키타 짱은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하지만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을 향하자 완전히 해가 떨어진 밤은 공기가 차갑다. 가볍게 돌아보고 키타 짱의 복장을 확인하자 조금 추울 것 같았다.

 "키, 키타 짱, 이거 입어."
 "어, 아, 아……."
 "감기 걸릴 것 같아서."

 나는 입고 있던 플리스 자켓을 키타 짱에게 입히곤 다시 걷기 시작한다. 료 씨가 한 말대로 무뚝뚝하게 대하고 있지만 마음은 아프다. 하지만 키타 짱을 다른 누군가에게 뺏기는 경험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료 씨는 말했다. 밀당이 중요하다고.

 "키, 키타 짱 같은 거 없어도, 나 살아갈 수 있거든! 어, 어디까지나 기타 보컬하고 리드 기타고!"
 "히, 히토리 짱. 내 어디가 잘못됐는데? 사과할 테니까, 고칠 테니까, 말해 줘……."
 "스, 스스로, 모, 모르겠어? 뭘 했는지!"

 미안! 키타 짱!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사과하면서 그녀를 바라본다. 바닥을 보는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넘쳐서 그 순간 키타 짱의 팔이 내게 뻗어왔다. 매달리듯이 내 옷을 잡은 키타 짱은 올려다보면서 내게 말한다.

 "버, 버리지 마, 미워하지 마, 부탁이야. 뭐든지 할 테니까, 히토리 짱 옆에 둬 줘, 응? 미안해, 미안해……!"
 "뭐,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내, 내가 끈질겼어? 짜증났어? 미안해 싫은 일 겪게 해서, 고칠게, 고칠 테니까!"
 "아, 알았어, 용서해 줄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진심으로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하고 키타 짱은 내 몸을 끌어안았다. 나도 끌어안아 주고는 부벼 오는 키타 짱을 한껏 즐겼다. 잘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들은 손을 잡고 돌아간다.
 그로부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키타 짱을 떠밀고는 거리를 좁혔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 버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키타 짱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라이브 후의 반성회로 넷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자 눈앞의 바보 커플이 꽁냥대기 시작해서 반성회를 못하게 된다. 뭐 오늘은 좋은 라이브였고 상관 없을까 생각하며 스테이크를 먹고 있으려니 옆에서 열이 담긴 시선을 느꼈다.

 "키, 키타 짱?"
 "어, 아, 미, 미안해……."
 "왜 사과하는 거예요. 키타 짱도 먹을래요?"
 "아, 아니. 밥 맛있어?"
 "네, 정말로요."

 키타 짱은 볼로네제 파스타를 조금씩 먹고 있다. 귀여워라 생각하면서 키타 짱을 보고 있으니 두 개의 페리도트 눈동자가 나를 머뭇거리며 올려다보았다.

 "머, 먹을래?"
 "아니요. 밥 먹는 키타 짱이 귀엽다 싶어서."
 "바, 밥 먹을 때 나 이상하지 않아……?"
 "이상할 리가 없어요. 귀여워서 좋아해요."

 나는 키타 짱에게 그렇게 말하자 뺨이 풀어지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먹는 걸 잊고 계속 바라보고 만다. 하지만 모르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생각하면 질투의 불꽃이 화르륵 소리를 내며 불탔다.

 "아아, 술 마시고 싶어졌다. 누구 불러서 마시러 갈까."
 "자, 잠깐만! 내, 내가 갈 테니까, 아무랑도 가지 마……. 부탁이야……."
 "진짜? 어울려 줄 거예요?"
 "응,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하고 마시러 가지 마, 부탁해……."

 크으~~~~~ 귀여워라~~~~. 왜 키타 짱은 이렇게 귀여운 걸까. 무겁다, 무겁고 귀엽다. 좋다. 엄청 좋다.
 그러자 어느새 입다물고 있었던 둘이 우리들을 가만히 보고 있는 걸 깨달았다. 왜일까 시선을 보내자 특히 니지카 짱은 신기하단 듯이 보고 있다.

 "버, 범죄만은 일으키지 마……?"
 "안 일으켜요! 어딜 보고 그런 생각 한 거예요!"
 "아니 뭔가, 그치? 료."
 "응. 위험한 냄새가 나."
 "에, 에에?"

 료 씨에 이르러선 말 꺼낸 사람인데 심한 말을 한다. 뭐 그래도 이쿠요 짱이 내 곁에 있어 준다면 괜찮겠지. 테이블 밑에서 손을 얽고 예쁜 눈을 바라보았다. 키스가 하고 싶어졌지만 공공장소니까 그만두자고 생각한다.

 "뭔가 일부러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확실히. 봇치 짱도 꽤 하게 됐네."
 "뭐, 뭐가요!"

 키타 짱은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며 테이블 밑에 숨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 좋은 듯이 감기는 눈이 사랑스럽다. 빨리 내 게 되어 주지 않으려나 하며 언젠가 찾아올 그 날이 기다려져서 몸의 중심부가 뜨거워졌다.

 반성회를 마치고 슈퍼에서 술을 사고는 내 방에서 술자리를 시작했다. 계획을 흘릴 수는 없으니까 나는 한 잔 정도로 해 두고 그 대신 키타 짱에게 많이 마시게 한다. 키타 짱이 본격적으로 취하기 시작하는 건 맥주 4잔부터. 그러니까 나는 5잔을 먹여서 키타 짱의 의식을 흐리게 만든다.
 
 "히토리 짱……아무데도 가지 마……."
 "응 응, 안 가, 안 가."
 "진짜로……? 거짓말 아니야……?"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어리광부리는 게 귀엽다. 이대로 데려가 버리고 싶다느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키타 짱의 술이 다 떨어져 버렸다. 이제 그만둘까 하고 물을 가져와 키타 짱에게 마시게 하고 나는 적당히 영화를 튼다.

 "버리지 마, 부탁이야, 싫어하지 마, 싫어, 싫어……."
 "그런 짓 안 해. 정말……."

 이윽고 울기 시작해 버린 키타 짱에게 깊은 키스를 하자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는 게 참을 수 없다. 혀를 얽고 두 귀를 손바닥으로 감싸자 알코올로 빨개진 얼굴이 더욱 빨개진 느낌이 들었다. 귀엽다고 마음석으로 몇번이고 말하면서 깊게 깊게 입을 맞춘다. 부드러운 러그 위에 밀어 넘어뜨리고 계속하자 어깨가 두드려졌다. 힘들었나 하고 입술을 떼자 눈물로 젖은 눈이 나를 올려다본다.

 "히토리 짱, 좋아해."
 "그럼 저랑 사귀어 줄래요?"
 "아……아, 안 돼."
 "왜? 안 그럼 저, 다른 사람 게 되어 버릴지도 몰라요?"
 "아, 시, 싫어……! 그래도, 안 돼……."
 "완강하네요."
 
 다시 깊게 입맞추고 키타 짱의 옷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어 손바닥으로 배를 만진다. 콧소리를 내는 키타 짱은 살짝 눈을 뜨고 기대하는 것처럼 나를 보았다. 검지손가락으로 배꼽에서 손가락 여섯 개만큼 떨어진 곳까지 쓰다듬자 허리가 흔들렸다. 나는 얼굴을 떼고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그녀에게 물었다.

 "이 다음도 하고 싶어?"

 키타 짱은 천천히 끄덕였다. 뺨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질척하게 욕정에 젖은 페리도트를 바라보고 나는 히죽거려 보였다.

 "싫어, 안 줄 거야."

 확 몸을 떼고 "이만 잘까요."라고 키타 짱에게 전한다. 물론 이것도 작전의 일환. 키타 짱의 마음을 높이고 높여서 고백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해 놓고 NO를 말하는 키타 짱에게 승산은 있는 건지 묻는다면 미묘하다. 하지만 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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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御託はいいから好きって言って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5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