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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14

카와즈 2024. 3. 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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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 벌써 겨울은 끝나고 조금 열어 둔 창문에서 불어 들어오는 봄바람에 나는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테마는 딱히 없다, 평소에 살면서 느끼는 행복이나 발견이나 성장이나, 그리고 이쿠요 짱에 대한 것. 나들이 갈 준비를 진작에 마친 나는 늘 입는 빛바랜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라는 모습이지만 이쿠요 짱이 이 모습에 대해서 뭐라고 한 적은 없으니까 신경쓰지 않는다.
 오늘은 기념할만한 사귀기 시작하고 5년째인 기념일. 우리들은 3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의 나는 뭔가 좀 다르다. 무려 오른쪽 주머니엔 반지가 들어 있다. 물론 데이트 코스는 정해 두어서 수족관에 간 뒤에 스카이트리를 올라 전망대에서 도쿄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디너를 둘이서 우아하게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크루저 위에서 프로포즈! 그래! 이건 완벽한 계획. 결함 따위 없다.

 "히토리 짱~. 오늘 수족관은 임시 휴관인 모양인데 괜찮아?"
 "엑!? 거짓말!"

 화장을 하고 있던 이쿠요 짱이 세면장에서 얼굴을 내밀어 내게 말했다. 큰일이다, 이래선 계획이 무너져 버린다. 내 완벽한 데이트 코스가……하고 머리를 감싸쥐고 있으려니 준비를 끝냈는지 이쿠요 짱이 내 옆에 앉았다. 역시 언제나 귀엽네 하고 다시 반해 있자 생각에 잠기듯이 이쿠요 짱은 신음 소리를 낸다.

 "그럼 수족관 대신에 료 씨 라이브 갈래? 낮 공연까진 아직 충분히 갈 수 있을 테고 티켓도 받았었잖아. 그리고 레스토랑에서도 가깝고."
 "아, 확실히! 역시 이쿠요 짱! ……어라, 어, 왜, 왜 레스토랑을……."

 수족관 데이트라고 했는데 어째선지 레스토랑을 알고 있어서 나는 당황한다. 앗, 하고 굳은 이쿠요 짱은 슥 일어나 "그럼 가자!"하고 등을 돌렸다.

 "기, 기다려 이쿠요 짱 왜 알고 있는 건데요!"
 "몰라 몰라! 자 라이브 가자! 료 씨가 기다린다구!"
 "혹시 그 다음 일정도 알고 있는 건가요! 저기요!"
 "몰라, 프로포즈 같은 거 몰라!"
 "이쿠요 짱-!"

 나는 이쿠요 짱의 뒤를 쫓아 둘이서 사는 집을 나온다. 투덜거리는 내 손을 잡고 이쿠요 짱은 괜찮다고 하면서 같이 걸어 주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 버튼을 누른다.
 "나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한테 헌신하는 타입이야."라고 내게 말한 이쿠요 짱과 집안일을 분담해서, 나는 Bocchi인 채, 이쿠요 짱은 일을 그만두지 않고 둘이 사는 생활은 잘 되고 있다. 가끔 약간의 싸움도 한다. 내가 잘못하기도 하고 이쿠요 짱이 잘못하기도 하고. 하지만 싸운다는 건 앞으로도 같이 있고 싶으니까 알아 줬으면 하는 표현이고, 그래서 나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수족관 가고 싶었는데. 다음번에 또 가자."
 "그건, 네. 둘의 추억의 장소니까요."
 "아~ 그거 슬퍼지는 거잖아. 다음번에 제대로 덮어쓰기하자."
 "네, 물론이죠. 펭귄 잘 지내려나."

 이쿠요 짱과의 추억이라면 즐거워도 슬퍼도 전부가 소중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나는 괴로웠던 과거도 잊어버리지 않고 전부 가슴에 끌어안고 있다. 그 나날 덕분에 지금이 있으니까.
 제대로 나눠서 하나가 된 거다. 이쿠요 짱은 기타를 치는 내 옆에서 웃어 준다. 그 이상의 행복이란 분명 없을 것이다.

 "저, 저기. 프로포즈의 승률은……."
 "그런 걸 알고 싶어? 히토리 짱은."
 "네, 네. 그야, 들킨 것 같고……."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입구의 자동문이 열린다. 아파트 밖,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이쿠요 짱은 나를 돌아보았다.

 "히토리 짱한텐 비밀."

 성실하게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댄 이쿠요 짱은 그렇게 말하고 웃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눈부신 빛에 비춰져 그 손을 잡는다.
 아름다운 페리도트를 닮은 눈이 나를 바라보며 가늘게 호를 그렸다.

 

이걸로 끝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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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토라(虎) 님

원본 링크: そこはまるで怪獣の腕のな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4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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