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해서 시집을 못 가는 몸이 되어버린 나는, 치하야 짱의 신랑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흡혈귀 소녀가 되고 말았습니다. 안 그래도 늦잠 체질이었는데. 이제 무리야, 아침은. 햇빛을 받아도 조금 따끔따끔한 정도지만. 어중간한 흡혈귀라서 그런가.
……덤으로, 수명도 백 년 정도 늘어난 모양입니다.
타카네 상은 분명 미키를 쓰러뜨리는 운명만을 받은 날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 주었던 것이겠지.
그 봄에 끝났을 내 목숨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잘못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나는, 살아가는 걸 대충 하지는 못할 것 같았으니까. 어떤 시대에 태어나 눈을 떠도, 내가 쭉 그랬던 것처럼.
치하야 짱과 한 번 더 만나기 위해.
자, 그래서. 회상에서 돌아와도 치하야 짱의 기분이 풀릴 리도 없고.
그야 팟 하고 갓 하고 츗 하는 부분을 지금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감동의 재회였을 텐데 '하루카는 세 명의 암여우에게 몸을 허락한 거구나, 흐응.' 같은 말을 들으면 물거품이다. 잘못하면 내가 산산조각난다. 그건 곤란하다.
이 건은 다음 기회에.
그 대신.
"있잖아, 치하야 짱. 그 전에 읽어줬음 하는 게 있어."
난 한 통의 봉투를 꺼내 치하야 짱에게 건넸다.
꼭 지금 치하야 짱이 읽어줬으면 하는 거였으니까.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려는 너에게.
"하루카, 이게 뭐야?"
봉투를 받은 치하야 짱이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동생――유 상한테서 온 편지야. 멋대로일지도 모르지만, 그 뒤에 어느 정도 지나서 만나러 갔었어. 치하야 짱에 대한 걸 전하러."
"유랑……만났어?"
"응. 그 뒤에도 몇 번인가. 그건 그가 죽기 조금 전에 나한테 맡긴 편지야."
치하야 짱이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고 편지를 꺼내서 천천히 펼친다. 그녀의 눈이 적혀 있는 문자를 쫓는다.
전부 다 읽고.
치하야 짱의 눈에서, 똑, 하고.
눈물 방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그래. 요 백 년 동안도 여러 일이 있었다.
타카네 상 일행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냐고?
그건 그녀들의 이야기다.
미키가 리츠코 상이랑 이오리 중 누구네서 살게 됐냐고?
그것 또한 다른 이야기.
유 상에게서 온 편지에 뭐가 쓰여 있었냐고?
그건 언젠가 분명 치하야 짱이 말해줄 것이다.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수만큼 이야기가 있다.
그 시대의 이야기는 이미 끝나 버려서, 더이상 우리들 이외엔 누구도 남지 않았지만.
미안해, 나만 오랫동안 계속 나와서. 하지만 메인 히로인이란 걸로 용서해 주세요.
그래.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은 우리들이 주역인 새로운 이야기.
조금 늦잠꾸러기인 두 사람의 이야기고,
흡혈 소녀와 잠자는 공주가 함께 살 뿐인, 아마도 별 재미도 뭣도 없는 작은 전설이고,
아이돌――게으름뱅이들의 새로운 동화.
그런 이야기가 생겨나곤 사라지며 이 세계는 계속돼 왔다.
슬픔과 증오의 연쇄 같은 게 아니라.
분명 누군가의 마음 속이나 누군가가 잣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의 마음은 이어져 간다.
물론 지금 같이 있는 사람도.
처음 보는 치하야 짱의 눈물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빛나고 있어서.
내게 웃어 보이고 있다.
지금은 치사한걸. 글쎄. 아니, 처음에 기습을 한 건 치하야 짱 쪽이었고.
조금 등을 폈다. 치하야 짱의 입술이 숨이 닿는 거리가 된다.
두 번째 키스는 치하야 짱의 눈물의, 조금 짠 맛이 났다.
――좋아해, 치하야 짱.
어떤 시대에도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시대에도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고 강하게 바랐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모두의 동화를.
나는 계속――기억하고 있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