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4 4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4

더보기 분홍색 피크로 미니 기타를 쳐서 소리를 즐긴다. 한 음 한 음을 정확하게 치는 게 이 크기로는 어렵지만, 쳐지면 즐거웠다. 그 프레이즈를 저녁에 돌아온 키타 짱에게 들려 주고 칭찬을 받는다. 그게 기뻐서 또 친다. 아마도 나는 쭉 칭찬을 원했던 거다. 그리고 잘한다고, 잘 친다고 말해 주길 원했던 거다.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 줬으면 했다. 키타 짱은 나에게 뭐든지 준다. 뭐든지 주려고 하고, 뭐든지 이루어 주려고 한다. 키타 짱은 상냥하다. 나에 대한 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이 기타라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건 분명 키타 짱뿐이다. 레이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면 뻔한 거짓말일 거라느니, 봇치 짱에겐 안 어울린다느니 말할 게 틀립없다. 제공된 값비싼 기타를 들려 놓고 ..

작업물/번역 2024.03.04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3

더보기 눈앞에 앉아 있는 얼굴이 예쁜 여성은 내 타입이라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보고 만다.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동작이 우아해서 어딘가 좋은 집안에서 자란 느낌을 받았다. 멋들어진 인테리어의 카페 안은 차분하고 사람도 적어서, 눈앞의 여성은 슈퍼에서 계산하는 나를 밀어내고 대신 돈을 낸 다음 "할 말이 있어."라고 억지로 여기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 단발머리 정도의 파란 머리칼과 나른해 보이는 표정은 그녀의 미스테리어스함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 그래서, 저, 당신은……?" "날 몰라?" "어? 네, 네……." "흐응. 그럼 뭐, 그렇지, 적당히 시모키타자와 정도로 불러. 시모키타자와에 사니까." "에, 에?" 나를 보는 눈동자의 바로 옆, 두 개의 핀이 반짝 빛난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깍지를 ..

작업물/번역 2024.03.04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2

더보기 도망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싫증이 났으니까. 레이블과의 의견 결렬이라든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든가 대단한 이유가 있으면 나도 조금은 가슴을 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없고 이젠 힘낼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끄고 전화도 메시지도 뭣도 전부 무시하길 계속하고 있다. 통장 정도는 가져오는 편이 좋았을까 생각해도 현금카드와 신용카드가 있고, 애초에 키타 짱 집에 살면서 돈을 쓸 기회는 적다. 원래부터 집에서 안 나가는 나에게 있어 이 생활은 체질에 잘 맞고, 무엇보다 키타 짱은 나 자신을 봐 준다. "이 주인공 어떻게 되는 걸까………역시 죽어 버리나……?" "글쎄요. 하지만 아마 안 죽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좋겠지만, 뭔가 안 좋은..

작업물/번역 2024.03.04

[봇치더락SS] 그곳은 마치 괴수의 품 속 - 1

"의외로 마음은 편하네/그렇네요 키노코 테이코쿠 괴수의 품 속 https://youtu.be/W4eFAWRAPtY?si=zlyRSCHxFCLezDEM" 더보기 이제 곧 날짜도 바뀌어 버리는 금요일 밤, 불금이라고 들떠 있는 사원을 무시하고 지나쳐 시체처럼 걸으면서 회사를 나온다. 드디어 중대한 안건이 끝났다. 그 뒷풀이를 가자고 상사에게 권유를 받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자고 싶다고 절실히 생각해서 그럴듯한 이유를 대고 거절했다. 도쿄의 하늘은 한참 옛날에 까맣게 물들어서 칠흑의 커튼을 드리우고 있다. 회사에서 아침해를 보는 날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역까지 걸어가 전철을 탔다. 나 키타 이쿠요 스물 여섯살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평범한 고등학교, 평범한 대학을 나와서 평범한 기업에 취직. 블..

작업물/번역 2024.03.04